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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42화 (142/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2화

건물 안에서 우리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모든 출입구가 호텔 정문의 무너진 바리케이드로 통하기에, 입구에 자리 잡은 모양이다.

알파 변종의 학습능력을 뛰어넘는 미확인 변종의 지능.

껴어어어…….

뒤이어 기괴한 울음소리가 지면에서 들려왔다.

전완수는 사시나무처럼 전신을 떨더니, 뒤늦게 정신을 다잡고 내 팔을 잡아당겼다.

“튀어, 들어가야 돼.”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 술래잡기밖에 더해?”

“그럼 어쩌려고!”

“내가 상대할 테니까, 너희는 기회보고 밧줄 타고 내려가.”

단호하게 얘기하자, 전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정신 나갔어?”

난 전완수의 어깨를 잡으며 얘기했다.

“일단 저쪽 구석에 애들이랑 같이 숨어 있어. 내가 신호하면 움직여.”

“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성적으로 생각한 거야. 저쪽에 온천탕 있으니까 빨리 가서 숨어.”

전완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자 최현이 다가와 내 팔을 잡았다.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마른침을 삼키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물었다.

“진심이야?”

내 생각을 들여다본 모양이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자, 최현은 눈썹을 긁적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전완수에게 얘기했다.

“재형이 말 들어.”

“아니 계획은 들어야지!”

호들갑을 떠는 전완수와 달리, 최현의 표정은 덤덤했다.

설여원과 곽찬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최현은 데니의 능력으로 내 생각을 간파했다.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다소 막무가내로 보이더라도 최현에게 일행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최현이 전완수를 끌고 가자, 일행은 당혹감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최현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에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어서 이동하라고 손짓했다.

껴어어어…… 껴걱.

점점 선명해지는 미확인 변종의 음성.

전완수를 봤거나, 체취를 맡았거나, 대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놈에게 발각된 이상, 실내로 들어가는 건 대책이라고 볼 수 없었다.

협공을 당할지도 모르고, 지형도 우리에게 낯설었다.

난 두 주먹을 말아쥐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다이브.”

두근-

심장의 고동과 함께 전신의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모든 근육이 팽팽하게 땅겨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난간 너머로 나타나는 미확인 변종의 오른팔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기만 봐도 웬만한 성인 남성의 머리보다 큰 손바닥.

이윽고 새까만 안구와 함께 귓불에 걸릴 듯이 올라간 입꼬리가 두 눈에 들어왔다.

그런 말이 있던가?

선빵 필승이라고.

난 도끼눈을 뜨며 읊조렸다.

“가속.”

퍽!!!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미확인 변종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

하지만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단단하다고?

미확인 변종의 상체가 뒤로 기울더니, 난간을 붙잡은 손에 악력을 더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곧 웃음기 가득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돌변하더니, 금방이라도 씹어먹을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껴어어어어어억!!!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명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

기세에 밀려선 안 된다.

재빨리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으며 놈의 얼굴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미확인 변종의 두 눈이 좁혀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처럼 눈꺼풀이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새까만 안구만 가득한 줄 알았는데, 원형의 흰색 테두리가 카메라 렌즈처럼 확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수류탄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미확인 변종은 날아드는 수류탄을 직시하더니, 곧 반대편 손을 휘둘러 수류탄을 쳐냈다.

쾅!!!

수류탄은 놈의 얼굴에서 터지지 않고, 한참을 빗나가서 터져 버렸다.

뒤늦게 객실에서 최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능이 있는 놈들이잖아. 총성을 듣고도 나타나지 않은 건 우리가 싸우는 걸 멀리서 지켜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이놈은 수류탄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집을 터뜨리는 걸 관찰한 건가?

거리가 상당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설마 안구에 있는 흰색 테두리가…… 카메라 줌의 역할을 하는 건가?

“미친…… 괴물 새끼.”

놈은 뒤로 젖혀졌던 몸을 앞으로 당기더니, 반동을 이용해 난간을 타고 넘어오려 했다.

넘어오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

타다다다다당!!!

신경을 자극하는 파열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천탕에 있던 일행이 옥상 출입구를 향해 난사를 가하고 있었다.

‘출입구?’

출입구로 시선을 돌리자, 또 다른 미확인 변종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차.

저놈에게 집중할 때가 아닌데.

황급히 난간으로 고개를 돌리자, 쩍 벌어진 하관이 두 눈에 들어왔다.

난 본능적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목에서 두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가는 변종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은 눈동자를 굴려 내 위치를 살피더니, 어깻죽지를 비틀었다.

어깻죽지가 움직인다는 건 팔을 뻗는다는 증거.

황급히 눈을 굴려 우측을 살피자, 놈의 왼팔이 내 머리로 날아드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자세가 불편한 탓에 반격할 수 없었다.

심지어 허리 밑으로는 물속에 잠긴 상태라서 움직임에 제약이 걸렸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수영장 물에 얼굴이 잠길 정도로 재빨리 하체를 접었다.

훙-

변종의 손끝이 내 머리칼을 훑으며 스쳐 지나갔다.

놈의 자세가 불편한 지금,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거나 거리를 벌려야 한다.

숙였던 몸을 용수철처럼 일으키며 왼손으로 놈의 하복부를 가격했다.

으득-

무게가 상당하다.

당최 밀려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타격은 있는지, 뒷발이 난간을 넘어오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상체는 수영장에 곤두박질치더니, 충격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연계 공격을 이어가려는 찰나, 변종의 기다란 팔이 내 명치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뻑!!

황급히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지만, 4m가량 뒤로 밀려나며 두 팔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좀비화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떨림이라니.

격투기 선수에게 허벅지를 걷어차이면 하체가 마비되며 똑바로 서 있지 못하는 것처럼, 두 팔의 움직임이 이전 같지 않았다.

뼈가 부러진 것 같진 않은데, 순간적인 충격으로 근육이 마비된 건가?

“고개 숙여!”

그 순간, 일행이 있는 곳에서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옥상 출입구를 향해 날아가는 수류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탱! 탱그르르르…….

출입구에 있던 변종은 발밑으로 굴러들어온 수류탄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황급히 벽을 타고 실내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바퀴벌레처럼 네발로 기어서 쏜살같이 회피하는 모습.

회피하는 속도가…… 이미 이승의 것이 아니었다.

쾅!!!! 쾅쾅!!!!

골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입구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나고,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화약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껴어어어억!!

뒤이어 난간에 걸려 있던 변종의 뒷발이 완전히 넘어오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수심이 깊은 것도 아닌데,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러자 설여원은 물속의 변종에게 볼트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볼트로는 미확인 변종의 살가죽을 뚫을 수 없다.

설여원은 쇠뇌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문득, 난간 너머의 상황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도망친다, 저것들 도망친다!”

미확인 변종이 우리에게 집중된 틈을 타서, 사이코패스들이 탈출을 감행한 모양이다.

일행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최현은 내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현은 알고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최현은 온천에 있는 곽찬혁과 전완수의 팔을 잡아끌며 외쳤다.

“전부 밧줄 잡고 내려가!”

설여원이 놀란 표정을 짓자, 최현은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변종은 재형이한테 맡기고 우린 각성 퀘스트에 집중해!”

설여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미쳤어? 재형이 혼자 두고 간다고? 지금 퀘스트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정신 차려!”

최현이 핏대를 세우며 외치자, 설여원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웬만하면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게 최현이었다.

최현의 낯선 모습에, 설여원은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미확인 변종과 일행과의 거리는 단 15m.

놈이 일행에게 달려들지 못하도록, 난 미확인 변종에게 먼저 덤벼들었다.

물속에서 움직임이 둔해진 변종에게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지르며, 일행의 모습을 살폈다.

최현은 설여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재형이 안 죽어. 다 생각이 있으니 이러는 거라고.”

“…….”

설여원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전완수가 먼저 밧줄을 잡으며 얘기했다.

“여기 있어 봐야 짐밖에 더 돼? 차라리 각성하고 와서 돕는 게 빠를 거다.”

전완수를 필두로, 한 사람씩 밧줄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설여원은 나와 변종을 쳐다보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변종의 머리를 물속에 처박으며 외쳤다.

“이번엔 밧줄 회수해서 갈게!”

설여원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쇠뇌를 둘러메며 밧줄에 매달렸다.

껴어어어어억!!

뒤이어 옥상 출입구에 들어찬 자욱한 연기를 뚫고 거대한 덩어리가 굴러 나왔다.

바퀴벌레처럼 도망쳤던 미확인 변종이었다.

수류탄이 완전히 빗나간 건가?

사지가 멀쩡한 것으로 보아,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어어!!!

-반경 5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1분간 이동속도 30%가 감소합니다.

띠링!

-사용자와 전투력과 비슷하거나, 또는 상위 개체에게는 두려움이 각인되지 않습니다.

-적이 두려움을 극복합니다.

이런 것도 있었어?

개 같은 시스템.

이런 건 설명에 적어놔야 할 것 아냐.

디버프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설여원에게 달려들던 미확인 변종은 걸음을 멈추고 이곳을 쳐다봤다.

시선을 유도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놈은 물속의 변종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껴어어어어억!!!

곧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리자, 분노한 변종은 다짜고짜 물속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물의 감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물이 약점인가?

그래,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이정우와 정진영을 구출할 때도, 연못에 뛰어든 일행은 좀비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당시에는 체취를 감추려고 내린 선택이었지만, 어쩌면 좀비와 변종의 약점은 물일 수……,

껴걱, 껵.

놈의 입에서 기이한 음성이 들려왔다.

뒤이어 상체를 일으키며 두 발로 서더니, 버둥거리는 변종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버둥거리던 변종은 물을 얼마나 삼켰으면, 상체를 일으키자마자 구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놈들이 직립하자, 족히 3m에 달하는 키와 지면까지 닿는 기다란 두 팔이 눈에 들어왔다.

물이 약점인 게 아니라, 난생처음 겪어보는 감촉에 당황했던 건가?

내가 둥지섬으로 수영할 때 느꼈던 묘한 감촉.

이를 미확인 변종도 느낀 모양이다.

머리를 기이하게 비틀며 물이 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 얼굴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

약점이 아니라, 정말 어색해서 그런 거라니.

난 수영장 밖으로 뒷걸음질 치며 놈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학습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놈들도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선선한 바람과 귓가를 간질이는 개구리 울음소리.

그 속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공기 중에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는 느낌이었다.

잠시라도 시선을 돌리면 머리가 달아날 것 같은 살기.

미확인 변종들은 나를 경계하며 좌우로 갈라서더니, 상체를 낮추며 달려들 준비에 나섰다.

한 마리도 버거운 수준인데, 두 마리를 상대하려면…… 역시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아끼다 똥 되는 것보단 낫지.”

제한 시간은 5분.

그 안에 결판내야 한다.

심호흡과 함께 두 주먹을 말아쥐고, 놈들을 직시하며 읊조렸다.

“광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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