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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11화 (111/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11화

설여원과 전완수는 좀비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안전지대부터 확인하고, 뒤에 있는 일행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자욱한 안개 너머로 주차장이 나타나자, 전완수는 설여원을 쳐다보며 우측 벽을 가리켰다.

주차장 입구를 중앙에 두고, 두 사람은 양옆으로 흩어지며 건물 외벽에 밀착했다.

전완수가 내부 공간을 살피자, 설여원은 전완수의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살폈다.

전완수는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눈에 보이는 좀비는 없어요.”

“2층까지 바로 올라가도 괜찮겠어?”

이정우의 물음에 전완수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정차된 차량이 몇 대 있어서 엄폐물로 작용해요. 확인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완수의 말에 이정우와 정진영은 손도끼를 꺼내 들며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은 카타나의 칼자루를 쥐고 언제든 뽑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제일 뒤에서 따라오던 최만석은 인중에 고인 땀을 닦으며 박재우에게 받은 헌팅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본래 박재형이 사용하던 무기지만, 돌고 돌아 최만석의 손에 들어왔다.

여분의 헌팅 나이프가 생기기 전까지, 박재형의 헌팅 나이프는 수색이나 정찰을 나가는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전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우측에 있던 설여원이 한발 앞서 주창으로 들어섰다.

새벽에 안개가 퍼진 탓에 주차된 차량은 많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카트와 바닥에 널브러진 상자와 온갖 쓰레기들.

주차장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려 했던 흔적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정차된 차량을 모두 확인한 뒤, 전완수는 마트 출입구로 사람들을 불렀다.

“지하 주차장도 확인할 거예요?”

“굳이 거기까지 확인해야 해?”

정진영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에스컬레이터 방면을 살피며 얘기했다.

“에스컬레이터가 1층이랑 2층만 연결된 것 같아요. 지하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차량 진출입로로 들어가야 할 거예요.”

“하지만 지하에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식량을 밑으로 옮겼을지도 모르고.”

이번엔 최현이 반박에 나섰다.

이에 설여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내가 생존자라면 굳이 2층을 두고 지하로 내려가진 않을 것 같은데? 지하에 뭐가 있다고 내려가. 식량을 지하에 두면 안개 때문에 상할 수도 있는데.”

의견이 조율되지 않자, 상황을 지켜보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지하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가 없으면 뒤통수 맞을 일은 없어. 2층부터 확인하고 지하로 내려가도 안 늦어.”

이정우가 현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최만석은 입꼬리를 올리며 조용히 감탄했다.

대표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곧장 수긍하는 모습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전완수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 상황 보고 올게요. 여기서 대기해요.”

전완수가 마트 출입구로 들어서자, 설여원은 전완수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혹여나 2층에 있는 사람들이 전완수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투척할지도 모르기에, 날아드는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쳐다보는 것으로 보였다.

그사이 다른 일행은 사주경계하며 전완수의 신호를 기다렸다.

숨죽인 채 전완수의 신호를 기다리길 어언 3분.

전완수는 입구에 있는 일행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설여원이 발소리를 죽인 채 전완수의 뒤에 붙자,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위에, 싸우는 것 같아.”

“싸워?”

“조용히 들어봐.”

다들 청각을 곤두세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잖아!”

“……해서…… 모르고.”

“그렇다고…… 야?”

정확한 자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설여원은 2층을 유심히 살피더니, 뒤에 있는 정진영을 쳐다보며 속삭였다.

“진영이 오빠, 저 위에 마트 맞아요? 소리가 굴절되는 거 같은데.”

“아, 에스컬레이터 위로 올라가면 왼쪽에 커다란 입구가 따로 있어. 코스트코 회원 카드 만드는 곳. 거기 지나면 마트야.”

정진영의 설명에 설여원은 쇠뇌를 견착하며 얘기했다.

“입구가 따로 있으면 올라가서 확인하죠.”

“바리케이드는 보여?”

“네, 바리케이드는 있는데 지키는 사람이 없어요. 생긴 것도 허술하고.”

설여원의 대답에 이정우는 손에 고인 땀을 바지에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여원과 전완수는 쇠뇌를 견착하고 발소리를 죽인 채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바리케이드는 설여원의 말대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물건을 쌓아 올리다가 중도 포기한 것으로 보였다.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밟고 올라서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

설여원이 먼저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주변을 살피며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정진영의 말대로 좌측에 커다란 입구가 있었다.

문도 없는 아치형의 구조.

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내부의 소음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였다.

전완수와 설여원은 입구의 양옆에 등을 기대며 조심스레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

“무전 다시 보내봐.”

“아니 연락을 씹는다니까! 몇 번을 말해?”

“하…… 진짜 외부에서 누구 들어온 거 아니야?”

세 명의 목소리.

전완수는 우측 방향을 가리키며 설여원의 시선을 유도했다.

설여원은 전완수의 손짓을 따라 우측을 살폈고, 대략 40m 앞에서 은은한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궁금증을 품고 있던 최현은 전완수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무슨 상황이야.”

“몰라, 좀 더 지켜봐야 돼.”

“몇 명이야?”

“시야에 가려서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어. 목소리로 봐서는 세 명.”

깡!!

그 순간, 촛불이 일렁이는 곳에서 쇠끼리 부딪치는 파찰음이 들려왔다.

다들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숙였다.

“X발!”

뒤이어 들려오는 욕설.

“미친 새꺄! 좀비들 몰려오면 어쩌려고 그걸 던져?”

“어쩌라고 X발! 연락이 돼야 먹이를 넣어주든 말든 할 거 아냐!”

“우린 무전 쳤고, 대답이 없는 건 그쪽이잖아. 우릴 죽이진 않을 거야.”

격양된 목소리로 주고받는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대장 좀비에게 무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전완수는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오늘이 생존자들 넘기기로 한 날인가 봐요.”

이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껏 순찰 나간 남자들을 먹이로 공급하더니, 이젠 직접 넣어주는 모양이네.”

“그렇겠죠. 순찰 나가려는 사람이 없을 테니.”

“들어가서 바로 죽일 수 있겠어?”

“저기 있는 세 명만 처리하는 거라면…… 가능할 거 같아요.”

“한 놈은 살려.”

이정우는 손도끼를 말아쥐며 좌측의 진열대를 가리켰다.

전완수는 쇠뇌를 견착하며 이정우가 가리키는 진열대로 향했다.

이정우가 설여원을 쳐다보며 우측 진열대를 가리키자, 설여원도 상황을 파악하고 진열대로 이동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최만석이 이정우에게 물었다.

“우린 어떡해? 장거리 무기도 없는데.”

“저기 있는 남자는 셋이에요. 완수랑 여원이가 한 놈씩 처리하면 남은 한 놈은 도주할 겁니다. 이쪽으로 오면 저희가 잡습니다.”

“이쪽으로 안 오면? 지원하러 갈 수도 있잖아.”

“그럼 완수랑 여원이가 적의 숫자와 위치를 파악하기 수월해집니다. 나쁠 게 없어요.”

최만석은 입을 마름모꼴로 만들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칠흑 같은 어둠과 자욱한 안개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의 위치를 이정우는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기다림뿐.

전완수와 설여원이 볼트를 발사하면,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퉁! 퉁!

뒤이어 두 차례의 파공음과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악!!”

“X발! 뭐야!”

고통에 찬 비명과 당혹감이 묻어나는 육성.

다른 한 명의 비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발에 즉사한 모양이다.

퉁! 퉁!

연달아 들려오는 파공음에 시끄럽던 비명이 사라졌다.

“X발!”

제일 입이 거친 녀석이 살아남았다.

타닷! 탁탁탁!

다급히 도주하는 발소리.

하지만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으로 보아, 입구로 뛰지 않고 마트 깊숙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이정우는 뒤에 있는 일행에게 빠르게 손짓했다.

정진영에게 좌측, 최현에게 우측, 최만석에게 대각선 방향을 가리켰다.

본인은 손도끼를 쥐고 촛불이 일렁이는 곳으로 달렸다.

지면을 박차며 40m를 순식간에 돌파하더니, 바닥에 놓인 촛불부터 껐다.

코스트코 내부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식되고, 뒤이어 다수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정우는 재빨리 방향을 틀어 근처의 진열대로 몸을 숨겼다.

“불! 불 가져와!”

뒤늦게 촛불이 꺼진 것을 알아챘는지, 엘리베이터 방면에서 공황에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퉁! 퉁! 퉁! 퉁!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파공음.

그 속으로 살인귀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담겨 있었다.

쩍!

뒤이어 두개골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인귀들은 어둠에 적응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달려드는 이정우와 일행에게 등불처럼 꺼져갔다.

손도끼로 장작 패듯이 사람을 후려치는 이정우와 정진영.

흉근 밑부분과 비복근, 성대를 순차적으로 절단 내는 최현.

두 눈 부릅뜨고 헌팅 나이프를 휘두르는 최만석까지.

한 명의 옥에 티도 없이 완벽한 압살이었다.

이정우는 얼굴에 묻은 뜨거운 선혈을 닦으며 주변을 살폈다.

“으윽…… 흐윽…… 윽…….”

좌측에서 흐느낌에 가까운 울음소리와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허벅지에 볼트가 박힌 살인귀 하나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이정우는 차갑게 내려앉은 표정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머리칼을 휘어잡았다.

“생존자 어디 있어.”

“사, 살려주세요…… 흐흑…… 제발…….”

뒤늦게 남자의 옷차림이 이정우의 눈에 들어왔다.

교복을 입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자욱하게 깔린 안개로 인해 옷차림까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이정우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근처에 있던 정진영이 코를 풀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정진영도 남자의 옷차림을 보고 움찔거리더니,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뒤이어 설여원과 전완수가 다가오고, 설여원은 시신들을 확인하며 얘기했다.

“총 12명. 아직 서른두 명 남았어요.”

“아니야. 훨씬 적을 거야.”

전완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설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전완수는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홀로그램 봐봐. 파악한 쉘터 숫자가 여전히 0/3이야. 각성 퀘스트도 안 생겼고.”

“이미 40명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거야?”

“우리가 오기 전에 벌써 40명 밑으로 내려간 거야.”

전완수의 말에 모든 일행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이정우를 쳐다봤다.

이정우는 바닥에 있는 남학생을 쳐다보더니, 뒤에 있는 최현을 불렀다.

“현아, 확인해.”

최현은 들고 있던 카타나를 칼집에 넣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뒤이어 남학생의 머리에 손을 얹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최현의 눈꼬리가 꿈틀거리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체 무슨 기억을 들여다보고 있는 걸까.

오래 지나지 않아 최현은 감았던 두 눈을 뜨며 폐부에 들어찬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에 있어요.”

“사람들을 거기 가둬둔 거야?”

이정우의 물음에 최현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시신이…… 거기 있을 거예요.”

이정우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다 말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여기 생존자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 이 새끼가 대장 좀비한테 먹이 넣어준다고 그랬잖아.”

이정우는 바닥에 엎어진 시신을 발로 툭툭 차며 얘기했다.

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던 놈들 제비뽑기로 2명 뽑아서 대장 좀비한테 먹이고, 남은 사람들은 탈출할 계획이었어요.”

“탈출?”

“내부 싸움으로 생존자가 너무 많이 죽어서, 여길 버리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최현의 설명을 듣고 이정우는 남학생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이 얘기, 전부 사실이야?”

남학생은 대답 대신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최현에게 얘기했다.

“네가 들여다본 거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얘기해. 들어보고 판단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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