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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82화 (82/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82화

뭐가 됐든,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생존자들에게 김석원과 이병훈의 감시를 부탁해야겠다.

“와 대박!”

뒤이어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완수가 있는 곳을 돌아보자, 그는 군용 트럭을 바라보며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난 전완수의 곁으로 다가가 주변 군인들의 눈치를 보며 얘기했다.

“뭐 하는 거야. 다 쳐다보잖아.”

“여기서 K151을 다 보네.”

“그게 뭔데.”

“소형전술차 몰라? 4인승 지휘 차량.”

“……하다 하다 군대 차량도 알아?”

“이걸 몰라? 이거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이야. 225마력 디젤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창문은 당연히 방탄유리에…….”

전완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차량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성훈이 이곳으로 다가오며 얘기했다.

“이 차량이 핵심입니다.”

“무슨 핵심이요.”

“좀비들 유인책이 되어줄 핵심 전력이죠.”

차량의 위로 기관총도 부착되어 있었다.

정말 이 차량으로 좀비들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좀비카처럼 좀비 살상에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내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자, 전완수는 대뜸 내 팔뚝을 때리며 물었다.

“야, 너 지금 소대장님 말씀 못 믿는 거야?”

“아니 못 믿는 게 아니라…….”

“이게 우리 버스보다 단단할걸.”

“……그 정도야?”

“당연하지. 어? 저건 뭐야. 헐! 10톤 후송차량도 신형이야?”

전완수는 진지 내에 있는 3대의 차량을 보고 연달아 감탄을 터뜨렸다.

전부 신형 모델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한 번만 운전해 보면 안 되냐고 떼쓰는 모습을 보였다.

특공여단이라 그런지, 신식 무기 보급이 빨랐다.

전완수의 설명을 들으며 괜스레 차량개조에 집중한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대만…… 어떻게 받을 수 없을까?

* * *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소대장은 무전기를 들며 얘기했다.

“여기는 올빼미, 망 내 수신 가능한 통사 건제 순 등장 바람 이상.”

-여기는 뻐꾸기, 대기 중. 이상.

-여기는 독수리, 수신……. 이상.

연달아 들려오는 무전에 박성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얘기했다.

“여기는 올빼미, 독수리 재송 바람. 이상.”

-여기는 독수리, 올빼미…….

치지직- 치직-

“귀소 감도 하나하나 안테나 체크 바람. 이상.”

-치직- 치이이이…….

“귀소 측 송신상태 불량하니 연장 안테나 체크 바람. 이상.”

-치직- 삑. 수신확인, 연장 안테나 체크 완료. 이상.

“수신확인.”

-수신확인. 이상.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무선통신 방법인가?

보아하니 2분대의 송수신에 문제가 있었고, 지금은 해결된 모양이다.

박성훈은 한층 편해진 표정으로 무전을 이어나갔다.

“여기는 올빼미, 현재 식별 가능한 적이 있는지 뻐꾸기부터 현 상황 보고 바람. 이상.”

-산업도로 방면으로 다수의 좀비 분포. 도보 진입 불가. 이상.

-산업도로 맞은편으로 다수의 좀비 분포. 도보 진…… 잠시 대기.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고, 오래 지나지 않아 2분대 분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측 300m 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기이한 울음소리 포착. 변종의 소지 다분. 이상.

“현시간 전원 엄폐하고 대기. 전술 차량 도착 시 2차 위치로 이동 바람. 이상.”

-수신 완료 엄페 후 대기. 이상.

-대기 확인. 이상 교신 끝.

박성훈의 지시를 듣고, 난 의구심에 물었다.

“군인들은 어디서 대기하는 겁니까?”

“산업도로 주변은 고층 건물이 많습니다. 덕분에 엄폐하기 좋죠.”

“그럼…… 어제도 산업도로 쪽으로 좀비들을 유인해서 처리한 거예요?”

“문제 있습니까?”

단순히 좀비들을 유인해서 처리했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변종을 봤다고 했다.

노파심에 박성훈을 쳐다보며 물었다.

“변종을 봤다고 들었습니다.”

“…….”

“변종이 달려들진 않았나요?”

“한 놈이 달려들어서 벌집으로 만들었죠. 총에 맞은 놈은 빈사 상태로 도주했고, 남은 두 놈은 순식간에 사라져서 저희도 위치 파악 중입니다.”

“변종을 그렇게 쉽게 처리했다고요?”

“대로에서 무턱대고 달려들더라고요. 좀비들에 비해 단단하지만 못 잡을 수준은 아닙니다.”

최현의 말대로 세 마리의 변종이 이곳에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로에서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고?

일전에 학생회관에서 마주한 녀석도 우리를 관찰한 뒤에 달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번 칼침을 맞은 뒤에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종들은 학습능력이 있기에, 괜스레 노파심이 들었다.

어쩌면 총기를 지닌 군인들을 어떻게 사냥해야 좋을지, 먼발치서 지켜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 먹잇감을 발견하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게 변종이기에, 불안한 마음을 쉬이 떨쳐낼 수 없었다.

게다가 두 번째 에피소드에 진입하며 생긴 좀비들의 패시브 스킬.

시체 먹기.

어쩌면 부상당한 변종도 시체를 먹고 손상된 신체를 회복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고민하는 사이, 박성훈은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술 차량 출발. 어제처럼 산업도로로 좀비들 유인하고 고가도로에서 따돌리도록.”

박성훈의 지시에 전술 차량과 군용 트럭은 삼거리를 지나 대로로 이동했다.

크어어어어어어-!

오래 지나지 않아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먼발치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당! 타다다다당!

그 속으로 고막을 찌르는 총성이 섞여 있었다.

박성훈은 좀비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곧 완전 무장한 분대원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4분대 경비 강화하고, 3분대는 나와 함께 이동한다.”

총 8명의 군인이 박성훈을 따라 이동했다.

난 상황을 지켜보다가, 헌팅 나이프를 들고 박성훈의 뒤로 붙었다.

그러자 설여원이 다급히 내 팔을 잡으며 물었다.

“너 미쳤어? 또 어디 가려고.”

“저 사람들만 보내면 정우 형이랑 재우를 누가 불러? 따라가서 좀비들 정리되는 거 보고 무전 쳐야지.”

설여원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덩달아 헌팅 나이프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나도 가.”

설여원이 함께 하겠다고 하자, 전완수와 최현까지 내 뒤로 붙었다.

이에 전완수와 최현에게 얘기했다.

“너희는 여기 남아줘. 여기도 연락망은 있어야지.”

* * *

박성훈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자, 전술 차량을 따라 이동하는 좀비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육안으로 선명하게 들어오지 않지만, 흐릿한 인영들이 일제히 목젖을 갈며 좌측 산업도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박성훈은 좀비들의 이동 경로를 살피더니, 뒤에 있는 병사를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박성훈의 손짓을 유심히 살피던 두 명의 군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측 빌라로 들어섰다.

다른 이들과 달리 커다란 총을 들고 있는 군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K3 기관총 사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K3 기관총 사수의 뒤로 부사수로 보이는 군인이 묵직한 탄통을 들고 빌라로 향했다.

빌라의 옥상에서 하양교가 내려다보이기에, 미리 자리를 잡는 것으로 보였다.

뒤이어 소대장은 슬쩍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지금부터 귀 막는 게 좋을 겁니다.”

“네?”

박성훈이 분대원들을 향해 턱짓하자, 그들은 가로로 줄지어 서며 정면을 겨누었다.

탕!!

뒤이어 박성훈은 아무것도 없는 안개를 향해 격발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총성에 고막으로 전류가 흐르는 느낌과 함께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얼빠진 표정으로 박성훈을 쳐다봤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크어어어어어어!!!

뒤이어 길 건너에 남아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괴성을 내지르며 이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들리는 좀비들의 발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치게 되었다.

미쳤냐는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군인들의 표정이 지나치게 태연했으니까.

처음부터 계획한 것처럼, 그들의 표정은 일절 흔들림이 없었다.

긴장감이 전신을 휘감고, 불안한 마음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순간, 안개 너머로 수십, 수백의 인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당!!!

그와 동시에 군인들의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먹먹해지는 고막.

골을 울리는 파열음에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상체를 숙였다.

흐릿한 인영들이 비바람에 쓰러지는 갈대처럼 맥없이 쓰러져 나갔다.

소총은 소리가 커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절대적인 무력 앞에 물량 공세는 소용없었다.

이건…… 학살의 현장이었다.

드르르르르르륵!!

옥상에서는 K3 기관총 사수가 쉴 새 없이 탄알을 흩뿌렸다.

탄알을 교체하며 빈틈이 생길 때면, 박성훈은 수류탄을 던지며 좀비들의 접근을 저지했다.

설여원과 나는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고막이 터질 것 같다.

쉴 새 없이 화염을 내뿜는 총구와 코끝을 찌르는 화약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고막이 터질 것 같아서, 이제 그만 멈추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싸우면…… 망해버린 세상도 금방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좀비들은 반경 30m 내로 한 걸음도 접근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200마리 이상의 좀비들이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이곳으로 접근하는 인기척이 사라지자, 박성훈은 오른손을 들며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뒤에 있는 분대원들에게 얘기했다.

“착검.”

“착검!”

모든 군인이 복명복창하며 착검을 마치자, 박성훈은 뒤에 있는 설여원을 불렀다.

“설여원 씨, 정면에 좀비들 몇 마리나 남았습니까.”

설여원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두 눈을 껌벅이더니, 뒤늦게 정신을 다잡고 대답했다.

“없어요! 건너도 됩니다!”

“작게, 작게 말씀하셔도 돼요.”

“네!”

이명 때문에 목소리 조절이 어려운 모양이다.

박성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분대원들과 함께 대로로 진입했다.

대로를 붉게 물들인 좀비들의 시선.

아직 숨이 붙은 좀비들이 있기에, 군인들은 대검으로 좀비들의 관자놀이를 찌르며 나아갔다.

내겐 너무나도 낯선 전투방식이지만, 이들에게는 익숙한 모양이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좀비들과 최대한 접점을 없애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서 외부의 좀비들을 일망타진하다니.

난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탄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난 헌팅 나이프를 말아쥐고, 군인들을 따라 숨이 붙은 좀비들을 처리했다.

좀비 카운트를 손쉽게 올릴 기회를 허비할 수 없었다.

* * *

대로를 건너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정강이까지 자라난 보도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의 좌측 끝으로 보이는 대단지 아파트의 입구.

박성훈은 그곳으로 분대원들을 보내며 옆에 있는 내게 얘기했다.

“남은 생존자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연락해요. 아파트에서 계속 좀비들 나옵니다.”

아파트 정문으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

몇몇 좀비들은 인도와 아파트의 경계에 세워진 펜스를 두드리며 포효를 내질렀다.

공명 좀비와 일반 좀비의 경계가 무너졌다.

잠시라도 멈추면 좀비들에게 목덜미를 물릴 것 같은 압박감.

난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들고 곧장 이정우를 호출했다.

“형, 정우 형 들려요?”

치지직- 치직- 삑.

-말해, 어디야.

“지금 당장 하양교로 올라와요. 시간 없어요.”

-간다. 조금만 버텨.

크어어어어!!!

팬스를 넘어온 좀비들이 인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난 무전기를 내려놓고 다급히 헌팅 나이프를 뽑았다.

군인들은 아파트 정문에 정신이 팔려서 인도로 떨어지는 좀비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놈들은 설여원과 내가 처리해야 한다.

“여원아 뒤로 붙어! 떨어지면 안 돼!”

“이거 어떡해! 너무 많아!”

빈틈이 생겨선 안 된다.

설여원과 등을 맞대고 앞뒤로 접근하는 좀비들을 저지했다.

설여원은 후방의 좀비들을 처리하면서도 쉴 새 없이 허공을 쳐다봤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좀비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사주경계를 잊지 않았다.

좀비를 처리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주먹으로 두개골을 깨부수면 속도를 몇 배는 높일 수 있겠지만, 내 뼈마디가 버티지 못할 것이다.

강화가 시급하다.

어떻게든 골밀도를 높여야 한다.

크하아악!! 카하악!!

몇몇 좀비들이 군인들의 목덜미를 노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들을 지원할 여력이 없기에, 박성훈을 향해 외쳤다.

“소대장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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