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85화 (285/285)

제285화. 결자해지 (3)

“뭐라고?”

장무극이 실성을 내자, 무명이 말했다.

[헤파이토스 님께서 저를 만드실 때 멋대로 제 몸을 헤집을 수 없도록, 다른 신의 개입을 막아낼 수 있는 신기 하나를 넣어두었습니다.]

달칵.

무명의 단단한 몸이 열리더니, 그 안에 반짝이는 보석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은 헤파이토스가 무명을 기계 아닌, 생명체로 탄생시키기 위해 새로이 만들어낸 신기, 바이오스(BIOS)였다.

[이걸 사용하면 천마 님과 멸신의 육체를 완전히 분리할 수 있을 겁니다.]

“안 돼! 그건 네 생명의 근원이잖아!”

장채원의 외침에 무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제 생명의 가치를 논할 단계가 지났습니다, 장채원 님.]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 무명이 열었던 몸을 다시 달칵 닫았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철커덕.

무명이 눈 센서를 번뜩이자 발아래에선 로켓 부스터와 같은 장치가 튀어나왔다.

콰우우우!

무명은 불꽃을 뿜으며 천마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쓸데없는 짓 마라.”

이미 모든 이야기를 들은 천마는 다가온 무명을 힐긋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본좌는 저놈을 반드시 때려눕힐 터이니.”

[이미 천마 님과 한 몸이 되었습니다. 수백 번을 격돌해도, 저것을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네놈은…….”

[모시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천마 님.]

무명이 마지막 인사를 할 찰나,

슈욱.

어느새 무명의 둥그런 몸뚱이가 순식간에 멸신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아무리 두 육체로 나누어졌다고 한들, 대부분의 힘은 멸신이 갖고 있던 것이다.

[몸은 복사했는지 몰라도, 천마 님의 두뇌는 복사하지 못했나 보군요.]

하지만 무명은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한 듯 눈 센서를 반짝였다.

[숙주의 몸에서 떨어뜨리기 위해선 역시 기생한 대상에게 다가가야 하지요.]

번쩍!

엄청난 폭발과 함께, 빛무리가 멸신의 몸을 휘감았다.

무명이 자신의 생명력이자 신의 힘을 밀어낸다는 신기, 바이오스를 터뜨린 것이다.

슈우우우!

무명의 폭발은 심연에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어냈다.

후두둑.

멸신이 있던 곳에는 하얀 연기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떼구르르.

그런데 불기둥 사이로 둥그렇고 하얀 몸뚱이는 다시 천마의 발아래로 굴러왔다. 바로 무명이었다.

“어떻게 한 거냐.”

그 모습을 본 천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떻게 무명이 저 강력한 폭발에서 살아나온 것인지, 그조차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기, 바이오스는 제 생명력입니다. 그것을 폭발시킨다 한들 하이브 금속으로 만들어진 저의 몸을 망가뜨릴 수 없죠.]

무명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물론 천마 님을 속인 것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을 속이기 위해선 먼저 아군을 속여야…….]

그런데 무명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쩌쩌쩌쩍.

이번엔 천마의 등이 찢어지더니 그 안에서 시커멓게 물들어 있는 천마, 멸신이 등장한 것이다.

「말했잖느냐. 너는 내 그릇이라고.」

멸신이 자신의 등을 뚫고 나오자, 천마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마도 밖으로 나올 때 천마의 몸에 있던 모든 힘을 가지고 나온 것 같았다.

「지루하구나.」

멸신은 한숨을 쉬더니 서 있던 무명의 몸뚱이를 발로 밟았다.

으저적.

순식간에 박살 난 무명의 몸뚱이 중 반짝이는 눈 센서 하나가 천마의 발아래로 떨어졌다.

“무명…….”

박살 난 센서를 바라보던 천마의 눈이 깊게 흔들렸다.

[천마 님. 죄송합니다.]

그때, 박살 난 눈 센서에서 무명의 말이 흘러들어왔다.

[저 때문에 또다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다니…….]

무명의 눈 센서에서는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또다시 이런 슬픔을 겪게 해드려… 정말로…….]

콰직.

그때, 다가온 멸신이 무명의 외눈마저 밟아버렸다.

“무명.”

천마는 직감했다.

무명은 완전히 죽었다는 걸. 기계라지만 생명체인 이 녀석은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으으으…….”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이 밀려온다.

털썩.

무릎을 꿇은 천마의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기억들이 관통하고 있었다.

“마기자. 역시… 네놈이었느냐.”

지독한 두통이 퍼져나가며 과거의 기억이 꾸역꾸역 흘러 들어온다.

“왜 나는… 언제나 홀로 남겨져야 하는 거지?”

하지만 사라진 무명은 답이 없다.

“왜 내가 알던 자들은 모두 죽어야 하냔 말이다!”

천마의 처절한 외침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흐으으으.”

분노한 천마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을 본 장무극이 탄성을 질렀다.

“분리되고 있구나!”

천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마의 씨앗, 아니, 멸신의 본체였다.

“흐으으.”

천마가 고통스러워하며 검은 기운을 빼내자, 우뚝 서 있던 멸신도 괴로워하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지금.”

그때 천마가 장무극을 바라보며 이를 깨물었다.

“지금이라면 나와 이놈을 둘 다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천마. 과연… 너는 약속을 지켰구나!”

알 수 없는 둘의 대화에 장채원이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점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천마는 장채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이면 점주의 손이라면 더 좋겠군.”

“그게 무슨 소리야, 천마. 네가 왜 죽어!”

그 질문은 옆에 서 있던 동원이 답했다.

“이 모든 일은 천마 님께서… 스스로 선택하신 일입니다.”

“뭐라고?”

“시간이 없으니… 죄송합니다.”

동원은 재빨리 품속에서 다시 수첩을 펼쳤다.

그러자 하얀빛과 함께 장채원의 머릿속에 짧은 기억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시산혈해.

말 그대로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피가 바다를 이루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시체들이 쌓여 있는 황량한 들판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천마였다.

“어째서!”

천마는 자신의 눈앞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시체들을 보며 절망하고 있었다.

“본좌만이 살아남은 것인가!”

천마는 지독한 절망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삼 년 뒤. 우리들의 왕이 다시 이곳으로 나와, 전 무림을 말살시킬 것이다.

무림은 돌연 멸망의 예언을 받았다.

돌연 땅이 갈라지고 마귀와 같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튀어나와 무림인들을 학살한 것이다.

다행히 천마와 만마집궁의 고수들이 그것들을 막아냈지만, 땅속에서 나왔던 존재들은 삼 년 뒤, 자신들의 왕을 이끌고 다시 온다고 했다.

이들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만마집궁은 절멸 상태.

결국 그 저주를 가벼이 넘길 수 없었던 천마. 이미 무림의 절대자였으나, 강력한 힘을 가진 마귀들의 왕을 상대하기 위해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그 마왕이라는 놈을 처치하려면, 천인지도를 돌파해 신의 영역까지 들어가야 한다.

천마는 장차 나타날 적수를 위해 만마집궁의 가장 깊숙한 곳, 신마대제의 유학이 남겨진 비동에 들어가 폐관수련을 했다.

-염려 마라. 삼 년 뒤, 반드시 본좌는 돌아올 테니.

비동에 들어간 천마는 자신의 몸을 가사 상태로 만들었다.

영혼의 상태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련을 하려는 것이다.

마침내 삼 년째,

신의 영역까지 들어간 천마가 눈을 떴다.

그리고 비동에서 나오는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이미 마왕은 만마집궁을, 아니, 무림을 절멸시켰다. 그리고 비동 앞에는 몸이 녹아버린 채 죽어가는 마기자가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천마의 물음에 마기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천마 님. 정확한 날짜에 수련을 끝마치셨군요.”

“어찌 된 거냐 묻지 않았느냐!”

마기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언은 정확했습니다. 단지, ‘삼 년 뒤’라는 말을 저희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뿐이죠.”

그 말에 천마는 깨닫는 것이 있었다.

-삼 년 뒤…….

그것은 예언한 날로부터 삼 년 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신이 등장한 건 예언이 있던 전날이었다.

이미 예언이 있던 날은 자시(子時:11~13시)였기 때문에.

“이게 다 어찌 된 일이냐.”

비동 앞에는 마기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싸늘한 시체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들은…….”

비동 앞에 쓰러진 자들은 만마집궁의 무사들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그토록 갈궈댔던 무원정종의 늙은이들, 그리고 자신의 호적수 정천.

뿐만 아니라 적천상단의 외동딸 임선아, 검각의 각주, 자신이 구해줬던 자하, 남궁세가의 여식과 그와 이혼했던 자까지…….

이 앞에 죽어간 자들은 모두 천마와 인연이 있었던 자들이었다.

“모두 천마 님을 지키기 위해 정사의 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습니다.”

왈칵.

마기자는 입가에 피를 내뱉었다.

그는 비동에 잠들어 있는 천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져 강력한 진법을 만들고 마지막까지 천마를 지키고 있던 것이다.

“그래도 제 죽음으로 천마 님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스륵.

마기자는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숨을 거두었다.

“마기자.”

천마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무심한 태도를 갖고 있었으나, 자신과 인연이 닿은 모든 인간들을 아끼고 있었음을.

“그 마귀의 왕을 죽인다 한들, 뭘 하겠는가.”

이미 무림은 멸망했다.

자신이 아는 자들은 모두 죽었다.

몸을 돌린 천마는 비동에 길게 이어진 시체들을 모두 만마집궁이 펼쳐진 산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길게 늘어져 있는 시체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묻어주었다.

그리고 천마는 팔을 높게 쳐들었다.

이 세상에 홀로 남아 살아가느니 미련 없이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이다.

지지이잉.

그때, 하얀빛과 함께 우람한 중년인이 천마의 앞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세계의 전신, 장무극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 자의 숙명과도 같구만.”

천마를 내려다보던 장무극이 덤덤히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죽어선 안 돼.”

“관심 없다. 꺼져라.”

천마는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저 스스로 빨리 목숨을 끊고 이 지루한 인간세계의 인연을 끊고 싶었다.

“긴말은 필요 없겠지.”

장무극은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장무극이 하고 싶었던 모든 말과 지식들이 천마의 머릿속에 전해졌다.

“다른 세계의 신이라고?”

모든 지식을 받아들인 천마가 다시 물었다.

“신이 이곳에 왜 왔는가.”

“자네와 인연이 있던 자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은가?”

“그들을 되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순 없는 일이지. 대신…….”

잠시 말을 멈춘 장무극이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자네와 인연이 있던 모든 자들을, 내가 있던 세계로 다시 환생시켜 줄 순 있다네.”

“환생? 다시 태어난단 말인가.”

장무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는 이미 천인지도를 돌파해, 신과 같은 힘과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장무극이 정말로 신이라는 존재이며, 지금까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원하는 게 뭔가.”

“자네의 죽음.”

장무극은 덤덤히 말했다.

“자네의 몸은 멸신의 그릇이 될 수 있지. 우리 세계에서 지내다, 때가 되면 자네는 멸신을 몸에 담은 채 죽게 될 걸세.”

“내가 죽는다면 그들은?”

“그들은 문제없네. 죽는 것은 자네뿐이지.”

장무극은 천마에게 손을 뻗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천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저 없이 장무극의 손을 잡았다.

* * *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장채원의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흘렀다.

“천마는… 그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모두 이곳에 불러들이기 위해…….”

“그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계에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다.”

부서진 무명을 바라보던 장무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저 마기자라는 아이의 운명은 어쩔 수 없구나. 천마를 지키려다 또다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다니.”

장채원은 소리 없이 오열했다.

천마의 처절하고 삭막한 인생.

그 괴롭고도 슬픈 삶은 누가 책임져 준단 말인가?

“걱정 마라, 점주.”

그때, 고통 속에서도 정신을 차린 천마가 장채원에게 말했다.

“모든 건 이 몸이 선택한 거니까. 당시의 기억을 지운 것조차도…….”

이 모든 건 자신이 선택했다.

대신 다시 한번 이러한 아픔을 겪더라도… 그동안 만났던, 인연을 나누었던 모든 이들을 다시 한번 보길 원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말야.”

낮게 중얼거린 천마는 미소 지었다.

마침내 줄곧 머릿속을 흐릿하게 만들었던 서유리의 미소,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사의 모든 감정 중 가장 위대한 것. 바로 희생정신이었다.

“본좌 역시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걸.”

천마는 장채원과 동원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아름다운 미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 긴 여행을 끝내야 할 것 같군.”

천마의 아름다운 미소.

그 의미를 알아차린 장채원이 몸을 일으켰다.

“안 돼…….”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는 천마에게 천천히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러지 마.”

“그동안 즐거웠다, 점주.”

천마는 비로소 진정 웃을 수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새로운 세계에 환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전 우주의 생명체를 위협하는 신적인 존재를 없앨 수 있다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쏜가?

“하하하하!”

껄껄 웃는 천마의 주변에 붉은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몸은 수천, 수만 개의 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천마야!”

장채원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끝나,

번쩍!

천마의 몸은 서서히 밝은 빛이 되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전 차원의 신들을 떨게 만들었던 우주적 존재, 멸신도 서서히 소멸하였다.

* * *

멸신은 소멸하고, 전 우주는 평화를 되찾았다.

물론 우주라는 한없는 공간이 존재하는 한, 훗날 또다시 마의 씨앗이 잉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평화로울 것이다. 천마, 그의 희생으로 인해.

그날 이후.

김찬원은 인테리어 일을 관두고 또다시 여행을 떠났다.

초창기 던전이 발생했을 때처럼,

여기저기를 떠돌며 망가진 집을 고쳐주거나, 힘없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갔다.

고은진은 던전 식재료 전문 요리점, ‘회안’을 차렸다.

복복 인테리어에서 배운 기술로 자신만의 고풍스런 요리집 내부를 완성했다.

요리집을 찾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지만, 고은진은 늘 새로운 던전 요리를 연구하여 정성스레 내놓았다.

그 덕택에 점차 회안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진다는 후문이었다.

그렇게… 어느덧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 * *

따스한 봄날이 되자 거리에는 벚꽃이 피어 있었다.

장채원은 1년 동안 빠짐없이 매일 복복 인테리어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신계에서는 복복 인테리어에게 1등급 영지의 관리자 자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영지 자격을 반납하였다.

그리고 여느 인테리어 업체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딸랑!

풍경 소리와 함께 내당의 문이 열렸다.

출근을 위해 앞마당을 나선 장채원은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봄날. 천마는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떨어졌고, 복복 인테리어의 시공자가 되었다.

그리고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하고, 거짓말처럼 다시 사라졌다.

-왔는가, 점주.

매장에 들어가면 대걸레를 든 채 자신을 바라보는 천마가 있을 것만 같다.

두 눈이 흔들린다. 결코 쏟아내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눈 부근을 적신다.

“후우.”

억지로 심호흡을 한 그녀는 힘찬 발걸음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좋은 아침!”

아무도 없지만 그녀는 버릇처럼 큰 목소리로 말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더 힘차게. 더 해맑게.

천마가 떠난 뒤로 그녀는 쾌활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

열두 시가 다 되자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동작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딸랑.

“맛있게 드십쇼!”

오늘 점심도 어김없이 짜장면이다.

비록 혼자지만, 오늘도 두 개의 짜장면을 시켰다.

그것은 일 년 전, 우연히 매장으로 놀러 온 은랑신의 중얼거림 때문이었다.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사람일수록 윤회 주기가 짧지.

물론 그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짜장면을 두 개 시키는 버릇이 생겼을 뿐이다.

“나도 참…….”

고개를 가로젓던 장채원이 짜장면을 한입 입에 넣을 찰나,

딸랑.

그때 맑은 풍경 소리와 함께 커다란 그림자가 들어왔다.

유리문을 가릴 만큼 커다란 덩치를 가진 도깨비였다.

“실례하지.”

머리를 벅벅 긁은 도깨비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들어왔다만…….”

부스스한 눈망울을 보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도깨비 같다.

하지만 눈동자에선 장채원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붉고… 아름다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달칵.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채원은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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