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66화 (266/285)

제266화. 스카우터의 테러 (2)

그의 독문무학, 신마파멸장으로 폭발의 확산을 막아낸 것이다.

“귀여운 짓거릴 하는군.”

천마는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손끝에서 퍼져나가는 폭발력은 과거 부비스톤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지금 그의 내공력 역시 일 갑자를 상회하고 있었다.

“흥.”

낮게 코웃음을 친 천마는 서서히 양손을 합쳤다.

그러자 퍼져나가던 폭발은 마침내 천마의 겹쳐진 손바닥 사이로 사라졌다.

“괜찮슴까?”

고은진이 크게 놀랐는지 가까이 다가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러다 문득 그녀는 좌측면에 세워진 이동식 평상 지붕에 뒤덮인 덩어리들을 발견했다.

또 던전용 폭약이었다.

치이이이.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고은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병기사를 불러내었다.

화아아악!

투명한 빛에 둘러싸인 신병기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초고속으로 튀어 나갔다.

투툭.

평상의 지붕을 뜯은 고은진의 신병기사는 전시회장 밖으로 뛰어나가 온 힘을 다해 그것을 하늘 위로 던졌다.

콰쾅!

하늘을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하늘에서 하얀 연기가 퍼져나갔다.

“후우. 후우.”

전시장 안에서 신병기사를 조종한 고은진이 거친 숨소리를 내었다.

신병기사를 불러내는 건 엄청난 체력과 심력을 소모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게 전력을 다해 신병기사를 움직이자 몸에 무리가 간 것이다.

“은진 씨, 괜찮아?”

“괜찮습니다. 잠깐 내부를 살펴보겠습니다.”

땀을 닦은 고은진은 신병기사를 이용해 전시장 내부를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폭탄… 터진 거야?

전시장에 있는 시민들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폭탄을 설치해 두고 도망가기 바빴던 테러 단체 스카우터.

하지만 실제로 폭탄이 터진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늘 협회에서 나온 각성자들이 폭탄을 해체하고 끝이 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폭탄을 터뜨릴 줄이야.

“끝난 것 같지 말입니다.”

투명한 신병기사를 통해 전시장 내부를 샅샅이 조사한 고은진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움직여도 될 것 같습니다.”

지잉.

그 순간, 천마는 갑자기 묘한 감응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까지 큰 위험을 감지했을 때 느끼는 세포의 떨림과 같은 것이었다.

“아니, 안 끝났다.”

“무슨 말입니까?”

“어딘가 더 있을 거다.”

“무슨 소립니까? 이곳뿐만 아니라 2전시장까지 싹 다 뒤졌지 말입니다.”

신병기사는 고은진의 의지에 따라 육체를 자유자재로 유, 무형화시킬 수 있다.

자유롭게 벽을 넘나들며 내부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폭탄 같은 걸 찾는데 최적화된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있다.”

주위를 쓱 살핀 천마가 무명에게 말했다.

“분명 이 건물 내에 폭발물이 있다. 찾아라.”

[알겠습니다.]

무명의 눈 센서에선 하얀빛이 번뜩였다.

건물 내의 모든 전자기기를 해킹해 내부를 샅샅이 살피는 것이다.

[천마 님.]

건물을 샅샅이 뒤지던 무명이 낮고도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곳에 있는 폭탄들은 미끼인 것 같습니다.]

* * *

각성자 협회 산하, 각성자 초등학교.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식당과 매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온 한호조는 같이 온 황장훈과 마주 자리를 잡고 밥을 먹고 있었다.

“호조야, 요새도 배틀 체인저 해?”

“아니, 이제는 잘 안 해.”

“그래? 하긴 요새는 초코초코 타이쿤이 대세긴 하지.”

황장훈은 숟가락으로 장조림을 듬뿍 입에 넣고 씹지도 않은 채 꿀꺽 삼켰다.

무엇이든 먹어 치워 소화시킬 수 있는 ‘폭식’ 스킬을 갖고 있어, 딱히 씹지 않아도 음식물을 완벽히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솔이는 완전 화가 났나 보네.”

황장훈은 저 멀리 여학생 무리 속에서 밥을 먹고 있는 이진솔을 가리켰다.

평소라면 한호조 곁에 있어야 할 테지만, 오늘은 전혀 어울리지 않고 있었다.

“그냥 먹어주지 그랬냐. 먹는 게 힘든 것도 아닌데.”

“그렇게 계속 먹어준 게 한 달이 넘잖아.”

“난 한 달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먹어줄 수도 있는데.”

황장훈이 입맛을 다시자, 한호조가 힘없이 웃었다.

“불편했을 뿐이야.”

과수원 던전 사건 이후, 이진솔은 과할 만큼 한호조에게 애정 공세를 펼쳤다.

그 애정 공세엔 매일 2인분의 점심을 싸서 한호조와 단둘이 먹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호조는 따가운 주위의 시선과 이진솔의 애정이 부담스러웠지만,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 한 달 동안 억지로 점심을 먹어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단호하게 도시락을 거절하였고, 결국 이진솔은 화가 나 한호조를 쳐다보지도 않는 상태였다.

“호조, 네가 부끄러움을 잘 타는 건 알겠는데, 진솔이 같은 애도 없어.”

황장훈은 중매쟁이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 이쁘지, 공부 잘하지, 요리도 잘하지. 성격이 조금 까칠한 게 단점이긴 하지만, 너에게 일편단심이라는 점에선…….”

지잉.

한창 황장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호조는 눈가가 살짝 뜨거워졌다.

동시에 머릿속이 흐릿해지더니, 텅 비어 있는 교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능시야의 부가 스킬 ‘위험 감지’가 발동된 것이다.

‘뭐지?’

교탁 아랫부분에 웅크린 그림자는 네모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 위에 아주 작은 물체를 올려두었다.

조금 더 확대해 보니 그 작은 물체는 기폭장치가 만들어져 있는 부비스톤이 아닌가?

“뭐야?”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 소리치자 맞은편에서 국수 국물을 훌훌 들이켜던 황장훈이 깜짝 놀랐다.

“컥. 뭐가?”

“아, 아냐. 미안.”

그 순간 다시 지잉 하는 느낌과 함께 전능시야가 발휘되었다.

딸그락.

네모난 것 위에 올려진 부비스톤은 그 위치와 기척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저 네모난 건 뭐지? 심지어 한 사람이 아니잖아?’

곳곳에 부비스톤을 설치하는 사람의 손은 하나가 아니었고, 심지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은신 스킬을 사용하거나, 혹은 능동위장슈트를 입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체를 밝혀야 해.’

한호조는 전능시야를 발휘해 투명하게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다각도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교묘하고 은밀하게 설치된 부비스톤의 위치도 잘 파악해 두었다.

“……!”

전능시야를 발휘하던 한호조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능동위장슈트를 입은 채 부비스톤을 설치하고 있는 그림자 중 한 명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호조야, 뭐 해?”

그때 맞은편에 있던 황장훈이 초점 없이 앉아 있는 한호조의 몸을 흔들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라고 말했지만 한호조는 내심 초조했다.

황장훈이 흔드는 통에 마지막에 설치된 장소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능시야로 학교를 다 뒤져야 하는데.’

SS 스킬인 전능시야도 만능은 아니었다.

부가 스킬 ‘위험 감지’는 위험이 임박해야만이 발휘된다.

또한 이렇게 복잡하고 넓은 공간에서 작은 물건을 찾기 위해선 일일이 들여다봐야 한다.

‘부비스톤 찾아줘!’라고 생각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고민하던 한호조는 휴대폰을 열었다. 그리고 빠르게 문자를 치기 시작했다.

-지잉!

그때 스피커에서 요란한 노이즈가 울려 퍼지더니,

-우린 반각성자 단체, 스카우터다.

갑자기 음성이 변조된 남성의 굵은 목소리가 식당에 울려 퍼졌다.

“뭐? 스카우터?”

열심히 국수를 먹던 황장훈이 눈을 껌벅였다.

“스카우터가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각성자 학교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각성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

자칫 벌어질 수 있는 사고 때문에 도심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보안이 군부대 못지않을 정도다.

게다가 이곳의 선생들은 대부분 4급에서 5급. 상위클래스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3급 이상의 각성자들이 아니던가?

-그대로 움직이지 말도록. 한 사람이라도 밖으로 나간다면 폭탄을 터뜨리겠다.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심지어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자유롭게 식당을 오가고 있었다.

스카우터에 대한 인식이 워낙 바닥인데다, 설령 폭탄이 터져도 막을 수 있는 아이들도 있다.

또한 상위 각성자들이 상시 거주해 있기 때문에, 협회를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선생들이 폭탄을 해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냐. 해체 못 해!’

이미 곳곳에 있는 부비스톤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카우터는 부비스톤에 손을 쓸 수 없도록 폭파 상태로 만들어놓은 다음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다간 학교가 무너질 거야!’

“장훈아!”

“으응?”

“잠깐 나 좀 따라와 볼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한호조는 황장훈의 손을 붙잡았다.

“빨리.”

“왜? 나 아직 다 안 먹었는데.”

“지금 밥 먹을 때가 아냐. 얼른.”

황장훈의 손을 이끈 한호조는 복도로 뛰어나갔다.

“호조야.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잖아. 밖으로 나오면 터뜨린다고…….”

“이미 터지고 있어.”

“뭐?”

한호조는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이미 학교 곳곳에 부비스톤을 점화시켜 놓고 방송한 거야, 저거.”

“부, 부비스톤?”

황장훈은 펄쩍 뛰었다.

“부비스톤에 불을 붙였다고?”

“그래.”

쉴 새 없이 달려가던 한호조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어느 교실 안으로 쑥 들어갔다.

“왜?”

“조용.”

황장훈의 입을 틀어막은 한호조가 숨을 죽였다.

뚜벅뚜벅.

반대편 계단에서 올라온 누군가가 이내 복도를 쭉 걸어 한호조가 뛰어왔던 곳으로 사라졌다.

마침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을 쯤 되자 한호조가 한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맞다. 호조 너, 색적 스킬 있었지.”

한호조는 F급 탐지 스킬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듀얼(2가지 스킬 사용자)이었다.

아니, 듀얼이라고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여기야.”

한호조가 황장훈을 이끌고 온 곳은 화학실 탁자 아래였다.

그곳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부비스톤이 숨겨져 있었다.

“먹어.”

“뭐?”

“빨리 먹으라고. 터지기 전에.”

“미쳤어? 부비스톤을 먹으면 내가 죽잖아.”

“폭식 스킬이 있잖아. 뭐든지 배 속에 들어가면 소화될 거야.”

한호조의 속삭임에 황장훈이 두 손을 내저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아버지한테 들었어. 폭식 스킬을 가진 각성자들이 폭탄을 종종 이렇게 처리한다고.”

“그래도 난 싫어.”

“네가 안 먹으면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죽을지 몰라.”

하얀 연기를 내며 타오르는 부비스톤을 들어 올린 한호조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나부터 죽을지 모르고.”

부비스톤의 폭발을 막기 위해선 인간의 혈액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만약 황장훈이 부비스톤 먹기를 거부하면 한호조는 자신의 피로 부비스톤의 폭발을 막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 알겠어.”

단짝인 한호조가 죽는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다.

황장훈은 어쩔 수 없이 한호조의 손에 들린 부비스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꿀꺽 삼켰다.

“으…….”

황장훈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배 속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한호조의 말대로 그대로 소화가 된 것이다.

“정말 괜찮잖아?”

“내가 말했잖아.”

한호조는 활짝 웃으며 황장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빨리 나머지 것들도 처리하러 가자.”

전능시야를 발휘한 한호조는 황장훈과 함께 학교 곳곳에 있는 부비스톤을 열심히 처리했다.

때때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 혹은 폭탄을 탐지하고 있는 선생들과 마주칠 뻔했지만, 전능시야 스킬로 능수능란하게 따돌릴 수 있었다.

“호조, 너 정말 C급 색적이 맞는 거야?”

한호조를 따라 움직이던 황장훈이 입을 벌렸다.

마치 학교 전체를 내려다보며 움직이는 듯할 뿐 아니라, 능동위장슈트나 은신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선생들까지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위가 너무 넓은데.”

“그, 그게 위기가 발생하면 더 예민해지나 봐.”

“근데 대체 왜 선생님들을 피하는 거야? 차라리 폭탄 위치를 말해줘서 빨리 처리하게 하면 되잖아?”

“그게…….”

머리를 긁적인 한호조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중에서도 스카우터에 가입한 사람이 있나 봐.”

“무슨 말이야, 그게.”

“학교 곳곳에 폭탄을 설치한 사람들이 선생님이야.”

“선생님이라고?”

“응.”

한호조는 전능시야를 발휘해 능동위장슈트를 입은 그림자 중 한 명의 얼굴을 또렷이 살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교무부장인 박학식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럼 어떡해? 협회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이미 했어.”

아버지를 포함한 특수대응팀의 얼굴을 떠올린 유은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곧 최고의 전문가가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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