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64화 (264/285)

제264화. 떠나보낸 자의 슬픔

“흠.”

김수웅은 전략분석팀장, 이순철이 내민 보고서를 덤덤히 바라보았다.

그 보고서엔 진성령이 비밀조직 통합정보국의 스파이이며, 지금까지 협회와 김수웅의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자료들을 모두 외부로 반출시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성령.

빅데이터실의 핵심부서인 데이터 마이닝팀의 팀장인 그녀가 정부 측의 스파이라는 건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바라보는 김수웅의 표정은 식당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 것처럼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수고했네.”

덤덤한 목소리가 돌아오자, 이순철은 당황스러움을 꾹 감추었다.

‘알고 있었구나.’

그제서야 이순철은 눈앞에 서 있는 상관, 김수웅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보고서를 받은 건 그저 절차였을 뿐이었다.

그가 밤새도록 쓴 보고서는, ‘주문하신 게 이게 맞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종업원의 말과 별 다를 바 없는 행위였던 것이다.

“돌아가 보게.”

“그럼.”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숙인 이순철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놀라 자빠질 일이군.”

몸을 돌린 김수웅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진성령이 통합정보국의 첩자라는 것쯤은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측근으로 두었던 것은, 역정보를 흘림으로써 통합정보국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정작 크게 놀란 것은 이순철의 보고서가 아닌, 자신의 컴퓨터 스크린에 띄워져 있는 은밀한 보고서 때문이었다.

“넷스피어가 실패했다니.”

스크린을 바라보던 김수웅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넷스피어.

국가를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는 강력한 스킬 마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암살 프로그램.

통합정보국이 창설된 이래 넷스피어가 실행된 것은 단 두 번뿐이며, 상대할 자가 없다는 스킬 마스터를 완벽히 처리했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각성자에게 실패했다니?

달칵.

그가 손을 휘젓자 붉은빛을 머금은 눈동자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성, 천마의 얼굴이 비쳐졌다.

“미등록 각성자라.”

스크린에 띄워진 천마의 프로필을 바라보던 그가 침음을 내었다.

“특수대응팀과 각별한 사이로 지내고 있으며 집 앞 맞은편에 산다니.”

달칵.

손가락을 튕겨 스크린 화면을 끈 김수웅이 피식 웃었다.

“우연일 리 없지.”

미등록 각성자로 인해 가족을 잃은 한만재가 있는 특수대응팀.

그들은 그 누구보다 미등록 각성자를 증오한다.

3급 이상 협회 각성자는 미등록 각성자를 체포할 수 있는 체포 권한까지 있다. 그런데 맞은편 집에 사는 미등록 각성자를 지금까지 가만히 놔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수대응팀을 감시하기 위해 보낸 건가.”

김수웅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고서 말미에는 천마가 협회장이 키워낸 비밀요원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들어가 있었다.

“뭐,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군.”

협회장.

우리나라 최초 스킬 마스터.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스킬 마스터들을 모아 협회를 만들어낸 자로, 그 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1세대 스킬 마스터이자, 최초로 SSS 등급을 만든 장금선을 은퇴시키고 순응인으로 살게 만들 정도였으니.

“그 죽지도 않는 노괴물이 아직도 장기 놀음을 하고 있었나.”

협회장은 수십 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수웅은 알고 있었다.

협회장은 아직도 건재하며, 협회가 돌아가는 걸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마치 재밌는 대국을 관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기사, 저만한 각성자를 키울 사람은 흔치 않지.”

쯧 하며 혀를 찬 김수웅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른 척해 주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협회장. 그자는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주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착각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완성될 테니까.”

아무리 협회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계획을 짐작하거나 방해하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걸 깨달은 순간, 이미 모든 것은 끝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가.”

김수웅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천마의 일상은 그대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일을 마치고 나면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운공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출근 준비를 한다.

천마의 일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천마야.”

작지만 변한 것이 하나 있긴 했다.

퇴근하기 전, 장채원이 전과 다르게 살짝 웃어준다는 점이었다.

“조심히 들어가.”

미소는 부드럽고 따스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순 없겠지만, 힘내.

그녀의 미소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천마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위로를 받을 만한 일도 없고, 힘이 안 나지도 않았다.

“그러지.”

천마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 채 몸을 돌렸다.

퇴근 후, 천마의 옥탑방.

[역시 정상입니다.]

오늘도 잊지 않고 천마의 몸 상태를 스캔한 무명이 안심한 목소리를 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즉사했을 만큼의 방사능에 노출되었으나, 그의 몸 상태는 전과 다름없었다.

서유리의 생명력 전환이 천마의 모든 세포를 원상태로 되돌린 것일까?

아니었다. 사실 천마가 멀쩡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리옷.

이 절세의 기보(奇寶)는 호신강기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쏟아지는 방사능의 대부분을 튕겨내었다.

다만 아예 영향을 안 받은 것은 아닌지라 금강지체와 만독불침이 일시적으로 깨졌고, 그 때문에 피를 토하고 기절한 것이다.

“성가시군.”

[네?]

천마는 매일매일 몸 상태를 살피는 무명이 귀찮았는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후, 본좌의 몸 상태는 더 이상 확인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천마는 운공을 하려는 듯 가부좌를 틀었다.

무명은 석상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천마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서유리가 죽은 이후, 천마는 예전보다도 더 평온하고 덤덤한 태도를 유지했다.

[천마 님.]

그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무명이 결국 입을 열었다.

[천마 님께선 서유리 님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겁니까?]

천마는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천마 님.]

“본좌가 왜 슬퍼해야 하나.”

왜 슬퍼해야 하냐니.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대답이 돌아오자 무명은 더듬더듬 말했다.

[서유리 씨는 천마 님과 각별한 친분을 쌓은 분이 아니셨습니까?]

“칼끝에 목숨을 이고 사는 것이 무인이 아니더냐.”

천마는 눈을 감은 채 덤덤히 말했다.

“언제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저는… 천마 님의 말씀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무명은 둥그런 머리를 가로저었다.

천마가 이 세계의 각성자들을 ‘무인’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인’이라는 건 죽음조차도 덤덤히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무인의 죽음은 슬퍼할 수 없는 겁니까?]

“그렇다.”

[어째서인가요.]

“무인의 삶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천천히 눈을 뜬 천마는 엄숙한 눈빛으로 무명을 내려다보았다.

“조물주의 장난이 아니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언제든 죽음과 삶이 뒤바뀔 수 있는 것이지.”

감정 따윈 담기지 않은 목소리다.

그제서야 무명은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천마는 진심으로 서유리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본인의 목숨 따위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 말은 천마 님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가요?]

평소의 무명이라면 감히 이러한 질문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유리의 죽음에서조차 초연한 모습을 보자, 무명은 천마에 대한 서글픔과 원망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이다.”

무명의 눈을 내려다본 천마가 덤덤하게 말했다.

“본좌는 천하를 제패했으니 일생에 유감이 없다. 무림인으로 태어나 천하제일인을 넘어 고금제일인의 보좌에 올랐으니,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느냐.”

무명은 서글퍼졌다.

아직까지도 천마는 이 세계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세계는 그에겐 잠시 머무르는 곳. 아니, 어쩌면 한바탕 꿈을 꾸는 것이라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천마 님.]

“시끄럽다. 본좌는 이제 운공을 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무명이 입을 다물자, 천마는 눈을 감고 운공을 시작했다.

내공 수위가 이 갑자에 이른 탓인지, 운공을 할 때마다 청록색의 아지랑이가 등 뒤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마 님.’

천마는 삶에 대한 애착도 미련도 없다. 그저 강자들과 싸우는 것에 즐거워할 뿐.

오히려 누군가 자신을 죽일 만한 상대가 나타났다면, 천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하지만 무명은 아주 낮게,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천마 님을 결코 혼자 두지 않겠습니다.]

그 속삭임은 무명, 그 자신이 죽어도 결코 천마는 죽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 * *

평소처럼 밤새 운공을 할 줄 알았던 천마는 한 시간만을 정좌했을 뿐이었다.

번쩍.

천천히 눈을 뜬 천마의 붉은 눈동자에는 평소와 다른 감정의 빛이 언뜻 떠올랐다.

하지만 그 빛은 너무도 순식간에 없어진 탓에 무명은 발견하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천마가 문밖을 나서자 무명이 따라나섰다.

[어디 가십니까?]

“나오지 마라.”

천마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네 녀석이 있으면 불편할 터이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천마는 한켠에 쌓여있는 장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드럼통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천마의 삼매진화에 쌓여 있는 장작이 순식간에 은은한 숯불이 되었다.

타탁.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고요한 겨울밤. 조용히 타오르는 장작 소리.

천마는 그 소리를 감상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잔하고 있었던 겨?”

그때 하늘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두툼한 솜옷을 입은 노인이 천마의 앞으로 천천히 내려섰다. 김찬원이었다.

“내가 때마침 잘 온 것이구먼.”

빙그레 웃으며 천마에게 다가온 김찬원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드럼통에 불만 피워져 있을 뿐, 어디에도 술과 안주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구먼.”

그제서야 김찬원은 깨달았다.

천마가 불을 피웠던 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내가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안 겨?”

“직감이다.”

천마는 김찬원의 양손에 술과 안주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잔하지.”

평상에 앉은 천마는 종이컵에 담긴 소주를 쭉 들이켰다.

그의 맞은편에는 김찬원이 있었다.

교자상 하나를 마주하고 앉아 있지만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간간이 술을 따르고 마시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트릴 뿐이었다.

“천 씨.”

종이컵에 가득 담긴 소주를 쭉 들이켠 김찬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의 부탁인 겨?”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천마는 모든 걸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어째서.”

“글쎄.”

빈 잔을 내려다보던 천마가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김 씨가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걸 원치 않았겠지.”

“유리는 내 친조카나 다름없는 아이여.”

김찬원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 어찌 그 아이가 비명 속에서 죽은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어.”

천마는 그저 ‘본좌를 치료하다 죽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서유리가 누구에게, 그리고 왜 죽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여러 번 천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지만, 그는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아이의 등을 관통한 건 금속탄 스킬이었어.”

김찬원은 한 맺힌 눈동자로 천마를 응시했다.

“분명 각성자가 유리를 죽인 것이여. 그렇지?”

“…….”

“심지어 협회에선 공식적인 발표도 수사도 하지 않고 있어. 아무리 관뒀다곤 했지만 협회 각성자가 살해당했는데 말여.”

“등 뒤의 관통상은 사인이 아니다. 그건 치명상이 아니었지.”

쭈욱.

차가운 공기와 함께 소주를 쭉 들이켠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한목숨 보존하려 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 터.”

“그게 무슨 말이여.”

“서유리, 그녀는 본좌를 살리다 목숨을 잃은 거다.”

사실 그건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한방벽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들은 실드 발생기와 방사선 무기를 사용해 그녀를 가두었다.

휴대폰 따위는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쓴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설령 천마를 구하려 하지 않았더라도 서유리는 넷스피어 작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테지만, 천마는 그녀의 죽음을 오로지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천 씨를 구하려다 죽었다고?”

“그렇다.”

“대체 누가……”

김찬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누가 천 씨를 공격한 건데? 그리고 유리는 어떻게 천 씨를 살리다 죽은 건데!”

“…….”

“제발 말해보란 말여! 천 씨!”

피를 토하는 듯한 김찬원의 절규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본좌는 약속을 지킬 뿐이다.”

범종이 울리는 듯한 천마의 낮은 대답에 김찬원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자신이 아무리 애원해도, 절규해도, 부탁해도, 원망해도… 이 사내는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서유리, 그녀가 남긴 유언이었으니.”

“유리…….”

불현듯 김찬원의 눈동자가 점차 커졌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두 가지 사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천마가 줄곧 서유리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는 것.

그리고 천마는 결코 빚을 지고 사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구먼.”

모든 걸 깨달은 김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무것도 몰랐어.”

그리고 허탈하면서도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서유리가 죽은 뒤, 처음으로 보이는 편안한 미소였다.

이제부터 사랑스런 조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자들은 모조리 지옥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죽어갈 테니까.

“쉬는 데 방해해서 미안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난 김찬원이 가지고 왔던 커다란 비닐봉지를 집어 들었다.

“당분간 내는 일을 쉴 것이구먼.”

휘이이익.

강렬한 바람과 함께 술병과 자잘한 쓰레기들이 모두 봉지에 빨려들 듯 들어갔다.

“한동안 바람을 쐬고 돌아올 것이여. 내 장 사장한테는 이야기해 두었어.”

“잘 쉬고 와라.”

“응.”

고개를 끄덕인 김찬원이 비닐봉지를 든 채 몸을 돌릴 무렵,

“…괜찮았던 거지?”

줄곧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

김찬원은 천마에게 등을 돌리고 나서야 그 질문을 할 용기가 생겼다.

“유리 말여.”

천마는 멈칫했다.

그 질문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잠든 것처럼 숨을 거둔 서유리. 그녀는 정말 괜찮았던 것일까? 그것은 괜찮은 죽음이었던가? 고통스럽지 않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마도.”

결국 천마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떠나간 자로 인해 살아 있는 자가 고통받는 건 원치 않았으니.

“그랬을 것이다.”

“다행이구먼.”

투툭.

결국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요괴도 눈물을 흘리는가?

천마는 요괴가 인간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휘익.

갑자기 불어온 밤바람은 천마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던 김찬원도 먼 하늘로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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