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화. 대독 던전 (2)
남성이 착용하고 있던 휴대폰을 조작하자, 거울에 커다란 지도 화면이 비쳤다.
“XX지구 세이프던전에 있는 대독 던전에 가면 단숨에 머리카락을 자라게 만드는 몬스터가 있다고 합니다.”
“몬스터가 무슨 수로 머리를 자라게 한단 말이냐.”
천마가 눈을 번뜩이자 남성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독 던전 중심부에 있는 보스몬스터, ‘풍성성이’의 유물을 얻으면 단숨에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 나도 알아요. 흑유환(黑流丸)을 말하는 거죠?”
장채원의 말에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아하, 그 방법이 있었군요.”
“흑유환? 그게 뭐냐.”
천마의 물음에 장채원이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풍성성이를 잡으면 나오는 유물인데, 일종의 발모제 같은 거야. 먹으면 엄청 털이 빠르게 자라거든.”
“그런 게 있었나.”
“으응. 그래서 제약회사들이 흑유환 얻으러 많이 간대.”
장채원은 한시름 덜었다는 듯 활짝 웃었다.
“다행이다. 복구할 방법이 있어서.”
진정이 되었는지 천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런데, 처음 보는 지도군. 이곳과 아예 다른 마을 같은데.”
“맞아. 다른 도시에 있는 세이프던전이야.”
“너무 멀군.”
천마가 인상을 쓰자 장채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두 내 잘못이니까, 휴가 줄게.”
장채원이 천마의 어깨를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내일 무명 데리고 다녀와.”
다음날.
부우우웅.
한적한 국도변에 낮은 배기음이 울려 퍼지며, 하얀색 승합차가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자동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형 승합차지만, 지금 개발되는 차량 못지않게 빠르고 날렵한 동작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천마가 보는 라마스였다.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입니다.]
글로스 박스 위에 서서 길 안내를 하던 무명이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마 님. 그러고 보니 다른 도시로 넘어가는 건 처음 아닙니까?]
“흥.”
천마는 관심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룸미러에 비친 그의 얼굴엔 귀면탈이 씌워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 대 팔 가르마가 또렷이 보였다.
[이번엔 신계, 아니 동 차장님이 임시적이나마 정식 라이센스 코드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XX지구 세이프던전 입구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정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영지의 직원들은 요괴가 많기 때문에 신계에선 영업이나 생활에 지장 없도록 신분증이나 각성자 등록증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장채원은 거침없는 천마의 성격과 놀라운 힘 때문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빤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 등록증만 만들었을 뿐, 던전 지역은 미등록 상태로 다니게 했다. 아예 정체를 숨기고 은밀히 다니는 것이 나을 테니까.
[이참에 XX지구의 세이프던전 입구를 구경할 수 있겠군요.]
무명은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차 안에서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어느새 라마스는 XX지구의 세이프던전이 있는 마을까지 도착했다.
[저쪽이 바로 던전의 입구입니다.]
차창 밖으로 거대한 놀이동산 입구처럼 생긴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으론 번화한 상점가와 식당들도 보였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도 구비되어 있었다.
바로 XX지구 세이프던전의 입구였다.
[던전용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차량은 주차장에 세워두셔야 합니다.]
천마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무명이 매표소처럼 생긴 건물들이 늘어선 입구 앞을 가리켰다.
[저쪽이 입구입니다.]
육중한 금속문이 막혀 있는 입구 앞으로 걸어가자 투명한 빛이 천마의 몸을 샅샅이 스캔했다.
‘정상입니다.’라는 안내음이 울려 퍼지자, 이번엔 커다란 안면인식 스캐너가 털컥 튀어나왔다.
[천마 님. 이곳에 얼굴을 갖다 대시면 됩니다.]
얼굴을 갖다 대자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6급 각성자, 천마 님. 반갑습니다.’라는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금속문이 열렸다.
은은한 불빛이 나오는 긴 통로를 한참 동안 걷자 다시 치익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쏟아졌다.
[XX지구 세이프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XX지구 세이프던전의 풍경은 마치 쥬라기 시대의 모습 같았다.
수십 미터 높이로 자란 거대한 침엽수들과 우거진 산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공룡이 튀어나와 포효할 것만 같았다.
“신기하군. 던전 지역마다 풍경이 다른 건가.”
빠르게 천마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무명이 유도선을 쏘아내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세이프던전은 파괴된 도시 혹은 자연으로 뒤덮인 곳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곳도 2킬로미터만 더 가시면 풍경이 바뀔 겁니다.]
신법을 전개한 천마는 유도선을 따라 광풍처럼 쏘아져 나갔다.
아닐까 다를까, 2킬로미터쯤 지나자 도시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파손되거나, 무너진 건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했다.
‘던전이라는 곳도 던전마다 특색이 있군.’
천마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무명이 눈 센서를 반짝이며 말했다.
[이 지역의 던전은 대부분 매우 등급이 낮습니다. 각성자들도 대부분 하위등급이고요.]
“그런가.”
천마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곳 던전과 천마가 활동하는 도시의 던전은 아예 다른 건가.
“권마칠식.”
잠시 신법을 멈춘 천마는 주사위처럼 생긴 오브제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던전의 입구를 향해 일격을 뻗었다.
“극전혼효!”
콰쾅!
막강한 권력이 쏟아지자 매달려 있던 주사위가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퍼석.
갑자기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천마 님. 갑자기 왜 저걸 부순 겁니까.]
무명이 놀라 외치자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던전에 차이가 있나 싶어 그냥 해봤다.”
주먹에 닿은 촉감을 음미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쪽은 무르군. 단단함에서도 차이가 있는 건가.”
[천마 님. 이곳은 다른 도시의 던전입니다. 괜히 이곳에서 사고를 치면…….]
무명의 잔소리가 시작되자, 천마는 귀찮은 듯 다시 신법을 펼쳤다.
푸르릇.
어느덧 천마의 눈앞으로 둥그런 연구소 같은 건물이 보였다.
[대독 던전에 도착하였습니다.]
대독 던전.
대독, 말 그대로 커다란 항아리 형태의 던전이었기에 지어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독 던전 앞에는 꽤 많은 각성자들이 무리 지어 서 있었다. 일렬로 선 채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맛집 앞에 줄지어 대기하는 손님들의 풍경처럼 보였다.
“사람이 많군.”
천마의 말에 무명 역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이렇게 많은 각성자들이 던전 앞에 있는 건 처음 봅니다.]
무명을 어깨에 태운 채 귀면탈을 쓰고 있는 천마.
그 모습을 발견한 각성자들은 매우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귀면탈은 천마의 얼굴 이상으로 살벌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눈매가 달라졌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천마의 머리 부근에 이르자 갑자기 시선이 따스해진 것이다.
“아니, 뭘 그리 험악한 가면을 썼대?”
길게 늘어져 있는 줄 마지막에 서 있던 중년남성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냥 모자를 쓰지.”
“본좌에게 말한 건가.”
천마가 대뜸 반말을 내뱉자 중년남성은 그를 위아래로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실연이라도 당했나. 무슨 그런 가면을 쓰고 그러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고개를 저은 천마가 던전 앞으로 걸어 나가려 하자 중년남성이 어허 하는 소리를 냈다.
“새치기는 절대 안 돼.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순서를 지켜야지.”
<천마 님. 분위기를 보건대, 무작정 들어가려 했다간 각성자들과 트러블이 생길 것 같습니다.>
무명의 골전도로 음성을 전달하자 천마가 침음을 했다.
그리고 각성자들이 만들어놓은 행렬 끝자락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흠.”
말없이 한참을 기다리자 천마는 지루했다.
“대체 뭐 이리 오래 걸리는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리자 앞에 있던 중년남성이 혀를 찼다.
“여기 처음 오는가 보지?”
“그렇다.”
“풍성성이는 5분 만에 하나씩 리스폰이 돼. 아무리 빨리 잡고 싶어도 최소 5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거지.”
그제서야 천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긴 행렬은 모두 머리카락을 단숨에 자라게 한다는 풍성성이를 잡으러 온 각성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더러 시원하게 머리를 드러낸 자들도 있지만, 각성자들의 대부분은 모두 모자를 쓰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모두 대머리거나, 혹은 탈모가 있는 각성자들이 분명했다.
“한심하지?”
천마의 시선이 사람들에게 고정되어 있자, 중년남성이 혀를 쯧 차며 말했다.
“흑유환을 먹어봤자 보름도 안 돼서 도로 훌러덩 빠지는데… 그걸 또 메꾸겠다고 벌떼처럼 달려드니 말야.”
“본좌는…….”
“보아하니 자네도 가발이 불편해서 왔나 보군.”
중년남성은 천마의 이대발 머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예전엔 자네처럼 가발을 쓰고 다녔지. 하지만 흑유환을 한번 먹기 시작한 뒤로는, 그냥 보름마다 한 번씩 이곳으로 오게 됐지. 그게 차라리 나으니까.”
중년남성은 천마가 가발을 썼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럴 만도 하다.
이 대 팔 비율로 갈라진 헤어스타일은 가발이 아니라고 우겨도 믿어줄 사람 하나 없을 만큼 어색했으니 말이다.
“젠장, 언제 이 짓을 관두게 될는지.”
천마가 대꾸조차 하지 않자 중년남성은 흥을 잃었는지 몸을 돌리고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튼튼한 모발을 유지하는 천마는 이 남성들의 고충을 알지 못했다
“머리를 자라게 하는 짓을 반복하다니.”
[머리카락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털의 의미가 아닙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있음으로 해서 사람의 인상도 달라 보이고, 때론 인생을 좌우하죠.]
무명은 나직이 속삭였다.
[솔직히 천마 님도 지금 상태의 머리칼이 싫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까?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명의 적절한 비유를 듣고 나서야 천마는 이 들의 고충을 깨달았다.
자신 역시 이 대 팔 머리가 싫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닌가? 그들은 대머리가 싫은 것뿐이었다.
“저기, 갑자기 던전에 이상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앞쪽에서 한 남성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던전 중심부에 갑자기 풍성성이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출현했습니다! 이거 줄 서서 갈 게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남성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백 마리면… 흑유환이 대체 몇 개야!
웅성거리던 각성자들이 저마다 크게 소리쳤다.
“좋습니다! 한꺼번에 들어갑시다!”
우르르르.
소떼가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길게 늘어져 있던 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마 천마 님이 아까 던전 위에 달린 주사위를 부숴서 생긴 일일까요?]
무명이 불길한 듯 중얼거렸다.
천마의 스킬은 가히 히든몬스터 소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마 님도 빨리 들어가시지요. 흑유환을 구하지 않으면 헛걸음을 한 셈이니까요.]
“그러지.”
대독 던전의 구조는 매우 단순했다.
기나긴 통로를 쭉 따라가 보면 마치 콜로세움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바로 그곳에 대독 던전의 보스몬스터, 풍성성이가 서식하고 있었다.
“꼭 성성(猩猩:고릴라)이 같군.”
구덩이에 들어 있는 몬스터는 몸체가 삼 미터는 넘을 것만 같은 거대한 고릴라였다.
특이한 점은 온몸의 털이 매우 풍성하고 윤기가 흐른다는 점이었다.
-너무 많아.
하지만 한 마리가 들어 있어야 할 풍성성이가 수백 마리가 꽉 들어차 있다.
풍성성이의 위험도는 1천 정도.
아무리 수십 명의 각성자가 있다지만, 쇠를 찢을 만한 완력을 가진 풍성성이 백여 마리를 저 좁은 공간에서 싸운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혹시 탱커 스킬 가지신 분들 있습니까?”
무리 지어 있는 각성자들 중 누군가 소리치자, 서너 명의 남자가 삐죽삐죽 손을 들었다.
하지만 표정에 자신이 없는 걸로 보아 별 신통찮은 탱커 스킬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세 명이면 탱커가 너무 부족한데.”
하급 탱커만으로 백여 마리의 풍성성이로부터 공격을 막아낼 방도는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들어갔다간 인명 피해가 크게 날 것이다.
“한심하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마가 혀를 차며 앞으로 나섰다.
“본좌가 모두 처리해 주지.”
그리고 성큼성큼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안 돼!
-야, 저 사람 말려!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천마를 말렸다.
-아무리 흑유환이 갖고 싶어도 이런 짓은 안돼!
-아무렴, 머리카락이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잖아!
-아니, 난 저 사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놔라! 본좌가 모두 처리할 수…….”
천마가 힘을 쓰려 하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
-젠장! 그냥 한꺼번에 들어갑시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동안의 고통과 좌절이 담겨 있는 목소리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탓일까? 갑자기 모여 있던 각성자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풍성성이 한 마리에 흑유환 하나씩라고 하면 최소 서너 개씩은 얻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젠장! 한 달 동안 맘 편히 좀 살아봅시다!
용기백배한 그들은 천마를 내버려 둔 채 갑자기 콜로세움 안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간다아!
우르르르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집단광기.
쓰고 있던 모자를 집어 던지고 맨손으로 풍성성이를 상대하는 각성자들을 보자, 천마는 그 들의 집착과 고통이 얼마나 깊고 강한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군요.]
눈이 뒤집힌 채 풍성성이를 때려잡는 각성자를 보자, 무명은 묘한 감동을 먹은 듯 말했다.
[저들은 가슴이 너무나 뜨겁기에, 머리카락이 조금 빠진 것뿐입니다.]
* * *
-XX지구에 있는 대독 던전에서 각성자들이 집단으로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낮, 대독 던전에 발생된 갑작스런 이상 현상으로 보스몬스터 풍성성이가 대량으로 출현하는…….
늦은 밤, 천마의 옥탑방.
뉴스가 바라보던 천마가 TV를 껐다.
“흠.”
그의 손에는 까만 팥알 같은 게 들려 있었다. 바로 대머리 각성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흑유환이었다.
꿀꺽.
흑유환을 삼키자 천마의 머리칼은 단숨에 다시 길게 자라났다.
그리고 던전에서 도로 찾은 머리띠로 상투를 튼 천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이라.”
확실히 이 대 팔 머리를 했을 땐 어딘가 모르게 투미해 보이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원래의 상투머리로 돌아오자 한결 용모고 나아 보이고, 몸 안이 내재된 위엄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듯하다.
그만큼 머리카락이란 사람의 용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천마는 이번 대독 던전에서 많은 걸 느낀 터였다.
쏴아아아.
욕실로 들어간 천마는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았다.
평소 비누로 감는 것과 다르게 각종 샴푸와 린스, 트리트먼트까지 놓여 있었다.
무명의 조언으로 머리카락에 좋다는 제품을 몽땅 마트에서 산 것이다.
슈우우욱.
내공을 끌어올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완벽히 건조 시킨 천마는 냉장고로 향했다.
달칵.
냉장실엔 머리카락에 좋다는 검은콩 두유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갑작스런 천마의 모발 관리에 어안이 벙벙해진 무명이 말했다.
[천마 님의 두피 상태를 봐선, 탈모 같은 건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잃어버리고 나서 다시 얻는 건 힘들지.”
대독 던전의 치열한 싸움을 떠올린 천마가 후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든 있을 때 지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