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54화 (254/285)

제254화. 깊어가는 음모 (1)

실드경계지역, 특수대응팀의 상황실.

적막이 감도는 상황실 내부에는 초홍이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유은호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고, 신채영은 벌을 받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만재는 천마처럼 팔짱을 낀 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빅브라더… 라.”

결국 초홍이 낮은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

유은호가 알아낸 이름, 빅브라더.

특수대응팀이 그동안 ‘빅브라더’라는 자의 실체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심지어 유은호는 협회 빅데이터실에 있는 자료까지 은밀히 해킹한 터였다.

솔직히 이 정도 노력이라면 수십 년 전에 은퇴한 소비에트 연방 정보요원의 첫사랑이 누군지도 알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이 세상엔 그러한 존재가 없었다. 심지어 그것이 사람인지조차 의심될 지경이었다.

회의실에 적막이 감돌자 신채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코드네임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상징적?”

유은호가 인상을 찌푸리자 신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빅브라더. 사회 전역을 감시하는 기구. 혹은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국가의 권력자 이름. 여기선 사람을 지칭했으니, 후자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그런데?”

“소설 속의 빅브라더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야. 권력 집단이 내세운 가공의 독재자란 말이지.”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초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안 죽지. 실체가 없으니까.”

그러자 팔짱을 푼 한만재가 말했다.

“그럼 빅브라더라는 자 역시 실제 인물의 코드네임이 아니라… 아예 가상의 존재라는 말씀인가요.”

“맞아요. 설령 비밀조직의 이름이라고 해도 못 찾을 리가 없었을 테니.”

“일리 있네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유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로부터 음모를 꾸미는 수괴들이 모든 일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짓이 바로 자신의 정체를 은닉하는 것이다.

정체가 밝혀지면 그걸로 끝이니까.

“뭐, 좋아요. 빅브라더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남성우, 그 자식이 후라이를 깐 거라고 치자고요.”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저렴하게 표현한 유은호가 말했다.

“하지만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발할라 프로젝트를 왜 언급했냐는 거예요.”

발할라 프로젝트.

퍼스트 버스터 때 생겼던 국가전략 프로젝트다.

갑자기 생겨난 던전과 몬스터들로 인해 세상이 종말 위기에 처했다. 각성자들이 힘을 합쳐 싸웠지만 그 숫자가 워낙 소수였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국가에선 평범한 인간을 각성자로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발할라 프로젝트였다.

“그거 망했잖아요.”

“그랬지.”

유은호의 물음에 초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 발현 조건이나 방법 같은 건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어. 하물며 그 당시 기술로써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근데 그 해묵은 이야기를 왜 한 걸까요.”

“어쩌면… 정부 쪽에서 그와 같은 일을 또 벌이는 건 아닐까?”

일리 있는 추리였다.

정부는 언제나 각성자들을 통제하길 원했다.

각성자들이 던전에 들어가 이득을 취할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전국의 가변던전을 모두 공략하길 원했다.

만약 당장이라도 각성자들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안다면, 정부는 각성자로 구성된 군대를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곤 그 반대잖아요. 각성자들을 만드는 법을 연구하기는커녕, 유전체 해독 연구소에서도 대 각성자용 병기를 만들고요.”

신채영의 말에 초홍이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그러게. 연구가 실패했으니 각성자들의 힘을 통제하려는 수단이라도 만들어내려는 게 아닐까? 실제로 그런 병기 때문에 군경에서도 범죄를 저지른 각성자들을 수월하게 체포하잖아?”

그런데 유은호가 갑자기 눈을 번쩍 크게 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응?”

“이미 정부에선 인공적으로 각성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대 각성자들 병기는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요.”

“무슨 헛소리야.”

한만재가 핀잔을 주자 유은호가 입술을 내밀며 손을 저었다.

“혹시 알아요? 타일런트를 만든 것이 일반 각성자들이 아니라 인공 각성자? 여하튼 그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면요.”

“그게 말이 되냐? 인위적으로 각성자들을 만들 수 있으면, 정부가 지금까지 퍽이나 가만히 있겠다. 벌써 각성자 군대를 조직하고 가변던전을 쓸어버렸겠지.”

불만스런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하던 유은호의 입이 쑥 들어갔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이래 가지곤 소용없겠어.”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신채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이렇게 백날 이야기해 봤자, 모두 추측일 뿐이야.”

맞는 말이다.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래 가지곤 소용없겠네요. 이름을 알았다고 해도 찾을 수 없으니.”

한만재의 말에 초홍이 입술을 깨물었다.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네요.”

“방법이라뇨.”

“김수웅 실장.”

예리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초홍이 말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들은 모두 김수웅 실장과 관련이 되어 있는 일이에요.”

“설마 김수웅 실장이 빅브라더라는 말씀인가요?”

유은호의 질문에 옆에 앉아 있던 신채영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라 팀장님은 이런 일을 벌이는 정부 쪽, 아니, 빅브라더라는 존재와 김수웅 실장이 줄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죠?”

초홍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은호가 물었다.

“그거야 그렇지만… 어쩌시려고요?”

“김수웅 실장을 털어버리겠어.”

털어버린다.

그건 정신능력자인 초홍이 상대방의 정신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는 행위를 표현하는 은어였다.

“말도 안 돼요. 팀장님이 스킬만 써도 바로 보고될 텐데. 거기다 정신방벽장치는 어쩌려고요?”

협회 고위 각성자들이나 현장 요원에겐 정신 스킬 침입에 대비해 정신방벽장치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다.

“뚫을 수 있어.”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요? 그런 걸 하다 걸리면 깜빵 간다고요, 깜빵.”

유은호의 외침에 초홍이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은 말야, 얼마 전에 나 사표 내려고 했어.”

“네에? 왜요?”

“넌덜머리가 나서.”

잠시 쓴웃음을 머금은 초홍이 팀원들을 쓱 바라보았다.

“근데 김수웅 실장은 내가 그만둬도, 너나 채영이, 만재 씨는 관두지 않는다고 장담하더라. 그래서 관뒀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팀장님이 없으면 우리가 뭣 하러 협회에 붙어 있어요?”

유은호의 말에 초홍은 불현듯 묘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팀원들을 굳게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수웅의 말로 인해 그 믿음에 약간의 의구심이 생겨났다.

어째서? 그의 예측은 빗나간 적이 없었으니까.

‘혹시 김수웅, 그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말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정신 스킬을 가진 초홍은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타인의 무의식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힘, ‘말’.

어쩌면 김수웅은 그 신비하고도 강력한 힘을 이용해, 타인을 조종하는 건 아닐까?

“팀장님. 그런 일을 벌였다간, 사표를 낸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신채영의 목소리에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초홍이 정신을 차렸다.

“알아.”

초홍이 빙긋 웃었다.

“나, 원래는 차근차근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어.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도 고위 관료가 되겠지… 라고 생각했어.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제한을 받지 않는 위치까지 오르지 않을까 말야.”

“팀장님.”

“하지만 이젠 아냐.”

주먹을 꽉 쥔 초홍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수웅 실장부터 제낄 거야. 그리고 위로 올라가겠어.”

“김수웅 실장을… 제낀다고요?”

“그래.”

신채영마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목숨을 위협하는 적에게까지 부드럽고 완곡하게 대했던 초홍이 이렇게 강력한 적의를 표출할 줄이야.

“이번 일로 김수웅 실장과 정부 사이에 은밀한 커넥션이 있다는 건 확실해졌어. 그리고 그 사이엔 더럽고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겠지.”

초홍은 큰 결심을 한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김수웅 실장을 영영 제끼지 못할 거야.”

김수웅과 정부 사이의 비밀은 매우 구리고 치명적일 것이다.

그리고 초홍은 그 비밀을 폭로해 김수웅을 단번에 실각시킬 계획인 것이다.

“뒷일은요?”

유은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령 비밀을 폭로한다고 해도 불법으로 스킬을 사용한 팀장님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건데요.”

“감안해야지. 김수웅 실장의 음모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신 침입을 시도했다고.”

“안 먹힐 겁니다, 팀장님.”

한만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수웅이 어떤 놈입니까? 차기 협회장이라 점찍힌 박정민 실장을 단숨에 꺼꾸러뜨리고 단숨에 전략기획실을 장악한 놈입니다. 설령 빼박 증거를 내민다고 해도 순순히 침몰할 사람이 아닙니다.”

맞는 말이다.

정부와 어떤 커넥션이 있던간에, 김수웅 그 자의 능력과 카리스마는 진짜였다.

설령 어떠한 증거를 가지고 온다고 해도 단숨에 뒤집거나 역공을 가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한만재의 말에 초홍의 눈매가 한없이 가늘어졌다.

“저에게 계획이 있어요.”

* * *

도심 외곽 지역의 어느 뒷골목.

블랙 마켓이라 불리는 암시장이 늘어져 있는 이곳 구석 자리엔 허름한 담배가게가 있다.

평범한 담배는 각성, 환각 성분이 있는 던전 재료들을 말아놓은 궐련이 가득 채워진 이곳은 각성자보다는 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후우.”

가게 밖 작은 평상 위에 앉은 남성우는 늘 그렇듯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한 모금의 연기를 깊이 들이마신 그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모두 태우자 그는 또다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의 인생은 오로지 담배를 피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날씨도 좋은데 뭘 그리 웅크리고 있냐.”

그리고 그의 곁엔 제자이자, 보디가드인 주영이 언제나 곁에 머물러 있었다.

스윽.

남성우의 중얼거림에 은밀하게 몸을 숨기고 있던 주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몸을 숨기는 기술이 이젠 경지에 달했구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이라곤 낮게 울리는 목소리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목소리에 적응이 된 주영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모처럼인데 바람이나 쐬지.”

남성우의 말에 주영은 말없이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후우.”

남성우는 담배를 피우고, 주영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길고 긴 침묵 속에서 주영은 옆에 앉아 있는 남성우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자. 암살자를 양성했던 교관.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남성우는 좋은 사람이었다.

약에 찌들고 오갈 데 없는 자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학대를 견디다 못해 고아원을 도망 나온 아이들, 국가에게 버림받은 비밀 요원들…….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은 자들을 모두 부하로 거두었다.

그리고 돈을 준 것이 아니라, 먹고 살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이 비록 폭력과 불법일지라도.

주영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으음.”

남성우가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오늘따라 잘 안 통하는군.”

낮게 중얼거리는 남성우의 목과 손등에는 보랏빛 핏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오랫동안 암살자 일을 하며 여러 가지 위험물질을 다뤘고 또 노출되었다. 그 탓에 그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끄으.”

목에 선 핏줄이 더욱 진해지자, 주영이 재빨리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 약통 하나를 들고 나왔다. 헤로인보다 100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펜타닐이었다.

“후우.”

작은 알사탕 모양의 펜타닐을 꿀꺽 삼킨 남성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련하게 잠긴 그의 눈동자는 하늘이 아닌 더 머나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퍼스트 버스트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각성자들로 인해 나라는 큰 혼란에 빠졌어.”

긴 침묵 끝에 남성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각성자라는 건 던전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야.”

주영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열댓 살 먹은 소년이 대통령이라도 암살할 수 있었지. 실제로 그러한 일이 여러 번 발생했고, 또 국가를 전복하려는 각성자들의 단체로 생겨났어.”

주영의 길고 큰 눈동자를 바라보던 그는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국가에선 위협이 되는 각성자들을 처리할 방법을 강구했지. 그래서 국가에선 뒤탈이 없고 각성자가 될 만한 아이들을 선별해 암살자를 양성했어.”

지난 비사(祕史)를 덤덤히 이야기하던 남성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주영이 너 역시, 그 프로젝트의 피해자고.”

“피해자가 아닙니다.”

주영은 감정이 배제된 기계처럼 딱딱하게 말했다.

“영광스러운 일이었죠.”

“어째서.”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그렇게 세뇌했지.”

“세뇌가 아닙니다.”

주영의 말에 남성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과정이 틀린 탓도 있겠지만 말야.”

“과정이라뇨.”

“은호 쪽은 비공식 프로그램이었거든.”

처음 듣는 이야기다.

주영의 눈동자에 약간의 호기심이 피어오르자 남성우가 말을 이었다.

“눈물은 많고 자질은 형편없었지. 유은호 녀석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남성우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비공식 프로젝트에 선별된 아이들은 모두 독종이었어. 그중에서 우는 녀석은 그 녀석밖에 없었다. 걸핏하면 울고 또 울었지.”

-갑자기 왜 그자의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주영은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남성우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은호 곁에는 항상 선우라는 녀석이 있었다. 선별된 아이들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지. 신기한 점은 은호가 실수를 하건 잘 못을 하건… 모두 선우, 그 녀석이 나서서 해결하거나 혹은 처벌을 받았지.”

그때를 회상하는 듯 남성우의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비공식으로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엔 반드시 동료를 처리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동료는 언제나 배신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고, 감정 역시 말살시켜야 했으니까.”

주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남성우가 피식 웃었다.

“놀랄 필요 없다. 당시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위기였으니까. 뛰어난 요원들의 숫자는 부족하고,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각성자 단체는 많았지. 비공식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도, 새로운 타입의 요원을 얻기 위해서였으니까.”

“새로운 타입이라면…….”

“맨몸으로도 각성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초인적인 암살자.”

주영은 눈썹을 찌푸렸다.

일전에 봤던 유은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뛰어난 상위 각성자였다.

그렇다면 그는 뒤늦게 각성이 되어 각성자 협회로 들어간 것일까?

남성우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비공식 프로그램을 맡은 교관들만 해도 수십 명, 훈련받는 아이들의 팀만 해도 천여 명이 넘었다. 그리고 또다시 최고의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추리기 위한 마지막 훈련이 시작됐지.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기술을 사용해 서로를 죽이는 훈련을 말이야.”

“…….”

“결국 살아남은 건 선우와 은호, 두 사람이었다. 은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도, 선우가 남아 있는 아이들을 모두 다 처리했기 때문이었지.”

이야기를 듣던 주영이 눈을 깜빡였다.

유은호는 현재 살아 있다. 다면 결국 그는 선우마저 죽이고 살아남은 최강의 암살자라는 소리란 뜻이었다.

“그자가 결국 승리했군요.”

“아니. 그렇지 않아.”

남성우는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두 사람만 남자 선우는 은호의 몸을 꼬옥 안아주었다. 그 포옹은 너무나 다정해서, 나를 포함한 교관들은 그동안 친했던 동료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인 줄 알았지.”

연기가 모두 천천히 사라질 무렵 그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포옹 이후 죽은 건 선우였다.”

“네?”

“선우는 은호를 꼭 끌어안아 주고는 스스로 칼을 몸에 밀어 넣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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