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52화 (252/285)

제252화. 신채영의 과거 (1)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한 임무를 진행하는 협회 요원들은 언제나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협회에서는 던전에 들어가거나 몬스터를 상대하는 등의 전투병과 소속의 협회 요원들에게 매년 의무적으로 심리검사를 실행하고 있었다.

협회 별관 4층, 심리치료센터.

그곳엔 검사를 받으러 온 협회 소속 각성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부서별로 검사 날짜가 각기 달랐지만, 날짜와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일요일에 검사를 받으려는 요원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와아, 예쁘다. 어디 소속 요원이지?

-글쎄, 처음 보는데.

-혹시 지방 공략팀에 투입되는 요원 아냐? 협회에선 못 본 거 같은데.

검사를 위해 대기실에 몰려 있던 남성 요원들의 시선은 한군데로 집중되어 있었다.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한 여성 요원 때문이었다.

석상처럼 미동조차 없이 꼿꼿이 앉아 있는 여성의 용모는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웠다.

바로 특수대응팀의 힐러 신채영이었다.

-야, 말 좀 걸어봐.

몇몇 남성 요원들은 아예 몸을 그녀 쪽으로 놀리거나 노골적인 탄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신채영은 쏟아지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점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저기.”

그때 용기를 낸 요원 하나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저 수도공략 7팀, 김창환이라고 합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단정하게 빗은 머리가 인상적인 남성이었다.

용모나 말투, 무엇 하나 트집 잡을 부분이 없었지만 신채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기만 했다.

“혹시 어디 소속…….”

“그만.”

“네?”

“말 걸지 말아주시겠어요.”

신채영이 고개를 돌리자 김창환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갑고, 목소리는 나른하게 들릴 만큼 고저가 없고 감정의 색채가 담겨 있지 않았다.

“저기…….”

“부탁드립니다.”

“네? 네…….”

정중하면서도 차가운 신채영의 말에 머리를 긁적거린 김창환은 냉큼 자리로 돌아갔다.

자신만만하게 말을 걸었지만, 이 차가운 여성을 대하는 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47번. 들어오세요.”

검사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신채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으로 들어가자 지잉 소리와 함께 여러 가지 빛줄기가 그녀의 이마와 눈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심리상태를 측정, 관찰하는 기계가 작동된 것이다.

-소속과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기계음이 들려오자 신채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특수대응팀, 신채영.”

-검사를 시작합니다.

찰칵.

갑자기 스크린이 만들어지더니 하늘에 떠오르는 풍선이 보였다.

찰칵.

이번엔 낡은 탱크 앞을 가로막는 작은 오리배가 보였다.

찰칵.

다시 화면이 바뀌더니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아이의 그림자가 보였다.

“…….”

그 순간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신채영의 눈빛이 바뀌었다.

파르르.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기 시작하자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그림자도 움직였다.

스으윽.

어느새 검은 아이의 그림자는 땟국물이 묻어있는 프릴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그것은 신채영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어둠이었다.

삐이. 삐이.

희미한 경고음이 들렸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점차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았다.

동시에 신채영의 손가락 끝에선 까만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리상태가 불안해지자 자신도 모르게 리버스 힐을 발동시킨 것이다.

우우웅.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강해질 무렵,

철컥.

낮은 기계음과 함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끼익.

신채영이 운전하는 몬스터 트럭이 실드경계지역, 특수대응팀의 빌라 앞에 멈춰 섰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온 그녀는 길 잃은 아이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검사 결과, 정신적 외상의 흔적이 보이며……

휴대폰에 화면엔 심리검사 점수와 소견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최소 통과점수는 최소 80점.

그 미만으로 나온 경우는 3일 후, 다시 한번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재검사를 했음에도 80점 미만으로 나올 경우, 즉시 업무를 중단하고 심리치료를 받게 되어 있다.

“늘 80점은 채웠는데.”

휴대폰에 뜬 코드를 바라보던 신채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은 없다.

그녀는 그저 쓸데없는 생각을 한 탓에 점수에 오류가 난 것이라 생각했다.

“이상해.”

정말이지 이상하다.

검사를 받은 이후로 정신이 멍하고 어딘가 모르게 꿈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왠지 머릿속 저편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다.

터벅터벅.

그때 커다란 그림자가 하나가 이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반짝이는 나노봇 하나를 어깨에 올린 거구의 남성이었다. 바로 천마였다.

[오, 신채영 님.]

천마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 무명이 아는 척을 했다.

[일요일인데, 어디 다녀오셨나 봅니다.]

신채영은 텅 빈 시선으로 천마를 빤히 응시할 뿐이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신채영 님.]

무명이 웃으며 한마디 더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아무리 넉살 좋은 사람이라도 말을 건네지 않거나, 민망한 표정으로 지나쳤을 것이다.

[빨리 들어가서 푹 쉬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잖아요. 하하핳.]

무명은 신채영이 어떤 반응을 하던 넉살 좋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반대로 천마는 신채영을 보지 못한 것처럼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터벅터벅.

천마가 자신의 곁을 지나치자 신채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 가요?”

낮지만 또렷한 음성이다.

하지만 천마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무심히 지나쳤다.

[저흰 이제 저녁을 먹으러 엄마손 백반으로 갑니다. 신채영 님은 식사하셨나요?]

어깨에서 고개를 돌린 무명이 대신 대답해 주자 천마가 낮게 말했다.

“시끄럽다.”

순간 신채영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살아왔다.

아름다운 용모, 힐러라는 희귀한 스킬, 독특한 말투와 분위기.

그 어떤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천마는 유일하게 그녀에게 겨자씨만큼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인물이었다.

아니, 마치 똥 묻은 파리를 보듯 언제나 성가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봬요, 신채영 님!]

팔을 뽑아 손을 흔드는 무명, 그리고 천마의 뒷등을 바라보던 신채영.

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천마의 뒤를 성큼성큼 따라가기 시작했다.

“흐음.”

무심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던 천마는 신채영이 골목길 안쪽까지 말없이 따라오자, 결국 뒤를 돌아보았다.

“왜 본좌를 따라오는 거냐.”

그녀는 대답 대신 차갑게 천마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엄마손 분식 안으로 쏙 들어갔다.

“뭐냐.”

천마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무명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신채영 님도 몹시 시장했나 봅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천마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네놈이 쓸데없는 말을 해서 저 얼음덩이가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냐!”

[죄송합니다, 천마 님. 그럼 오늘은 다른 식당으로 가시겠습니까?]

“다른 식당?”

무명이 지도 데이터를 검색하는 듯 눈 센서를 번뜩이자 천마가 손을 내저었다.

“본좌가 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느냐.”

[네?]

“엄마손 백반은 본좌의 단골 객잔이다. 어째서 본좌가 그녀를 피해 다른 객잔으로 가야 하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천마는 대답 대신 성큼성큼 걸어가 엄마손 백반의 문을 홱 열었다.

그리고 주방에 있는 이모를 보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제육, 생선 하나씩.”

“아아, 삼촌 미안. 지금은 자리가 없는데.”

오늘따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엄마손 백반 내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천마가 낭패스런 표정을 짓는데, 무명이 구석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아, 천마 님. 저기 신채영 님이 혼자 앉아 있습니다.]

“뭐, 어쩌란 말이냐.”

[신채영 님과 합석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헛소리 마라. 왜 본좌가 얼음덩이와 합석을 해야 하느냐.”

[그냥 식사를 위한 합석일 뿐입니다. 천마 님께서 굳이 피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방금 전 천마가 했던 말이다.

오만상을 찌푸린 천마는 무명을 잠시 노려보더니, 이내 신채영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이모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제육, 생선. 이쪽으로 주면 된다!”

천마가 이모를 향해 소리치자, 신채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멋대로 합석하는 거죠.”

“붐비는 객잔에선 합석은 강호의 불문율이다.”

신채영의 차가운 시선을 내려다본 천마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싫으면 네가 다른 곳으로 가라.”

이거야말로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다.

신채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천마는 테이블에 올려진 물통을 집어 들어 시원하게 물을 들이켰다.

“커어.”

잠시 후, 커다란 쟁반을 든 이모가 생선구이와 제육, 그리고 여러 가지 반찬들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자아, 제육과 생선.”

이상하게도 먼저 온 신채영의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천마는 개의치 않고 밥을 크게 한 숟갈 떠먹었다.

후르르륵. 쩝쩝쩝.

연신 국과 반찬을 씹어먹는 천마 옆으로 다가온 이모가 신채영에게 물었다.

“뭐 드릴까? 아직도 못 고르셨어?”

이제 보니 신채영은 아직도 식사를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던 것이다.

그녀는 열심히 밥과 반찬을 먹고 있는 천마를 빤히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먹을게요.”

밖으로 나온 신채영은 우두커니 골목에 서 있었다.

변덕을 부려 백반집에 들어왔지만 사실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백반집에 있는 자신을 보며 천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왜 이러는 거지.”

이마를 짚은 신채영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자신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와아아!”

그때 맞은편 골목에서 걸어오던 여자아이가 신채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각성자다!”

아이는 협회 마크가 찍혀 있는 신채영의 정복을 보고 신이 나서 소리쳤다.

“엄마, 아빠! 각성자예요! 각성자!”

그러자 뒤따라온 부모가 아이 입을 틀어막으며 속삭였다.

“각성자가 뭐니, 각성자가.”

“저 손 잡아주세요!”

아이는 신채영에게 쪼르르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어 주었다.

“저도 언젠간 꼭 각성자가 될 거예요.”

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신채영의 잡고 흔들었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의 손은 단단한 크림으로 만든 것처럼 부드럽고 뽀송했다.

“그만하고 돌아와, 세영아.”

세영. 얼핏 들으면 채영이라고 들린다.

신채영이 살짝 놀란 눈빛을 할 무렵, 부모는 그녀에게 다가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은 채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부모의 사랑.

신채영의 입장에선 동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받아본 적도, 받을 수도 없었기에.

“…….”

웃고 있는 아이의 옆 모습을 바라보던 신채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것은 심리검사실에서 보았던 검은 그림자로 변했고, 그 그림자는 다시 어린 시절의 신채영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순간,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까만 기억의 조각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신채영의 아버지는 마약중독에 알콜중독자였다.

어린 시절 사고를 쳐서 아이를 낳았고, 어머니는 그 길로 도망갔다고 한다.

결국 갓 태어난 아이를 방치하고 있음을 알게 된 친할머니가 신채영을 키웠다.

하지만 다섯 살이 되던 해 결국 할머니마저 돌아가셨고, 그녀는 다시 아버지에게 키워졌다.

아니, 상상도 못 한 학대와 방치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퍼억.

오늘도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아버지, 신근남은 신채영을 보자마자 힘껏 발로 찼다.

“재수 없게!”

어두컴컴한 집에 방치된 신채영.

한창 유치원에 갈 나이였으나, 언제나 어두운 집에 갇힌 채 아버지의 습관적인 구타에 시달리고 있었다.

“으으.”

걷어차인 신채영은 마루에 엎드린 채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

신음 소리를 내거나 눈물을 보이면 구타가 더 늘어갔으니까.

꿀꺽꿀꺽.

냉장고를 열어 소주 한 병을 들이켠 신근남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었다.

“끄으.”

돈이 떨어져 약을 사지 못한 탓에 금단증상이 터져 나온다.

“아이, 씨발! 짜증 나 죽겠네!”

퍼억!

신근남은 웅크리고 있던 신채영을 또 한 번 걷어찼다.

빠각.

기묘한 소리와 함께 신채영의 손목이 안쪽으로 꺾였다.

발에 걷어차인 손목이 부러진 것이다.

“으으으.”

앞이 안 보일 만큼 고통이 솟구쳤으나 신채영은 낮은 신음 소리만 내었다.

하지만 통증은 갈수록 심해져 갔다.

만약 이대로 고통이 지속된다면 깜깜한 어느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죽을 것만 같았다.

“으으.”

고통에 몸부림치던 신채영은 왼손으로 부러진 오른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제발 고통이 멎기를 기도했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고통이 멈추기를.

우웅!

그런데 갑자기 낮은 진동 소리와 함께 신채영의 몸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빛은 다시 왼손으로 흘러 들어가, 마침내 붙잡고 있는 오른손의 손목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나았어.’

눈앞이 깜깜해질 만큼 퍼져나갔던 통증이 단숨에 멈추었다.

그리고 꺾여 있던 손목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뭐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근남의 눈이 뒤집혔다.

“스킬? 너 치료 스킬을 쓴 거야?”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신채영을 내려보던 신근남의 입에서 짐승 소리와도 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흐흐. 히히히히히! 이거 꿈은 아니겠지?”

치료 스킬은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꽤나 희귀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치료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던전을 가지 않고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리 와.”

신근남이 신채영을 향해 손짓했다.

“이리 오라고!”

버럭 소리치자 신채영은 어쩔 수 없이 신근남에게로 다가갔다.

“다시 확인해 보자.”

“……?”

빠각!

신근남은 한켠에 세워둔 야구방망이로 신채영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으으으으.”

아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신채영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부러진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까처럼 고통이 없어지길 빌자,

우웅.

또다시 환한 빛이 흘러나오며 부러진 다리가 점차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흐흐흐. 이거 노다지잖아!”

신이 난 신근남이 팔짝팔짝 뛰며 소리쳤다.

“이제 난 부자가 됐다고!”

그날 이후.

신채영은 더 이상 신근남에게 구타를 당하지 않았다.

그 대신 어느 주택단지의 지하에 갇힌 채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치료 스킬을 발동해야만 했다.

“끄으으으.”

낡은 침대에 누워 있는 중년남성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신채영이 고통스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신채영의 치료 스킬은 C급 회복 스킬 ‘수복’.

S급 스킬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치료 스킬이 시전자의 생명력 혹은 체력을 갉아먹는다.

이제 갓 여섯 살이 된 나이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신채영이 밤낮으로 치료 스킬을 발동하니, 몸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쿠웅.

결국 치료 스킬을 발동하던 신채영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봐! 스킬을 하다가 중단하면 어떡해?”

중년남성의 외침에 안쪽에 있던 신근남이 헐레벌떡 뛰어와 말했다.

“또 쓰러졌냐?”

마룻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는 신채영을 억지로 일으킨 신근남이 이를 깨물고 말했다.

“쓰러지더라도 치료하고 쓰러지라고. 중단하게 되면 돈도 못 받는 거 몰라?”

신채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몸을 일으켜 중년남성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스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무허가 치료소?”

협회, 전략기획실.

집무실에 앉아 자료를 살펴보고 있던 박정민 실장은 자신의 오른팔이자, 수도공략팀장인 김수한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였다.

“그런 거야 어디든 있잖나. 돈에 팔린 힐러들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대여섯 살 먹은 어린애가 무허가 치료소를 차렸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김수한은 낮고 갈라지는 목소리를 힘겹게 내었다.

우수한 탱커이자 근접 딜러인 그는 얼마 전 가변던전을 공략하다 목에 치명상을 입었다.

빠른 치료를 받아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결국 다친 성대는 복구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음침하고도 낮게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어린애?”

박정민이 눈썹을 찌푸리자 김수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뛰어난 힐러 스킬을 가진 아이들이 부족한 상태가 아닙니까.”

달칵.

들고 있던 생체볼펜을 내려놓은 박정민 실장이 침음을 내었다.

“흠.”

“듣자 하니 C급 스킬 이상인 것 같더군요. 그 정도라면 훈련소에 넣을 만한 인재 같은데.”

김수한의 말에 박정민이 입맛을 다셨다.

“부모가 허락할 리가 없잖나.”

“허락할 겁니다.”

퉁방울 같은 눈을 부릅뜬 김수한이 낮게 말했다.

“소문이 맞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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