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46화 (246/285)

제246화. 다가오는 자, 돌아오는 자 (2)

깡통집.

깡통 테이블에 불을 피워 놓고 다양한 안주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낡고 허름한 매장 인테리어와 피어오르는 연기가 묘한 정취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치이이익.

불판에 올린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크으.”

소주에 삼겹살을 들이켠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한 맛이로군.”

앞서 프랑스 요리를 먹은 탓이었을까?

평소 먹었던 것과 달리, 삼겹살과 소주의 맛이 더욱 극대화된 느낌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채영도 흡족한 표정으로 소주잔을 기울였다.

또르르르. 달칵.

소주가 잔에 채워지고 또 채워진다.

파란 소주병이 바닥에 쌓여갔지만 두 사람은 한마디 대화 없이 술만 마셨다.

한잔, 두 잔…….

말없이 소주를 들이켜는 신채영의 눈빛이 달라진다.

소주가 담긴 잔이 입에 닿을 때마다 단단한 얼음처럼 정지되어 있던 눈동자가 따스해지고 생기를 띤다.

마치 얼음 속에서 불을 피운 것처럼.

그것은 신채영의 감정이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이었으나, 천마는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

밤이 깊어가고, 깡통집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천마와 신채영은 여전히 말없이 소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단하군.”

소주잔을 비운 천마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주량이 상당하구나.”

신채영은 천마와 함께 소주를 스무 병 이상 마셨다.

그럼에도 두 볼만 조금 붉어졌을 뿐, 전혀 취한 기색이 없었다.

“각성자잖아요.”

술잔을 기울인 신채영이 쓸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힐러기도 하고요.”

육체각성을 시작하면 단순히 완력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치유력과 체력, 반사신경 등 육체 전반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S급 치료 스킬, 힐링 팩터를 가진 신채영의 육체는 독과 질병에 상당한 면역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세포 노화마저 일반인보다 느린 편이다.

“힐러면 술에 덜 취하는 거냐.”

천마의 물음에 신채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은요. 아무래도 다른 스킬 각성자들보다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몸을 가졌으니까요.”

“그런가.”

천마는 각성자가 아니지만 그녀의 말뜻을 희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각성자.

이렇게 이름 붙여진 이 세계의 무인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 놀라운 능력을 얻는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으니.

“보기와는 다르군.”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죠.”

신채영은 메마른 미소를 보였다.

“원해서 얻은 힘도 아니고요.”

노력 없이 얻어지는 육체각성도와 스킬.

그것은 축복일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선택할 수도 없고 발현되는 순간, 각성자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생겨 버린다.

또다시 이어진 침묵 끝에 이번엔 신채영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정말 협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가요?”

“무슨 말이냐.”

“꼭 일부러 근처에 머무르면서… 저희를 지켜주는 것 같아서요.”

“허튼소리.”

천마가 인테리어 시공자라는 건 이미 특수대응팀에서 수없이 확인한 상태다.

하지만 특수대응팀 그 누구도 천마가 평범한 인테리어 시공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범상치 않은 외모. 1급 각성자를 능가하는 강력한 힘.

마치 정체를 숨긴 채 던전의 평화를 지켜주는 다크나이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아저씨가 정말 인테리어 시공자라면, 이젠 다른 곳으로 가야 해요.”

낮은 조명 아래 반사된 신채영의 눈동자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했다.

“앞으로도 저희 팀은 여러 험난한 일을 겪게 될 거예요. 그런데 아저씨가 계속 옥탑방에 머물고 있으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신채영의 말을 딱 자른 천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본좌를 걱정하려면 천 년은 이르다.”

“그런가요.”

사실 그녀도 천마가 순순히 이사를 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웠기 때문에 한 말이었을 뿐.

“고마워요.”

잔에 남은 소주를 입에 털은 신채영이 천마를 빤히 바라보았다.

“구해줘서요. 랜드샤크 때도, 이번에도.”

천마와 신채영이 깡통집을 나섰다.

번화가 중심가는 여전히 불야성이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분위기 좋은 술집을 찾아 들어가고 있었다.

댕댕.

그때 어디선가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번화가 중심에 세워진 시계탑에서 열두 시를 알리는 종소리였다.

우리옷을 입은 천마는 뒷짐을 진 채 종소리를 울리는 시계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

화려한 번화가 풍경 속, 젊은이들 사이로 우뚝 서 있는 천마.

그의 모습은 이질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기계로 만든 숲에 우뚝 서 있는 한 마리 사자와도 같은 모습이다.

‘처음 볼 때랑 많이 달라.’

얼굴은 흉포한 짐승과도 같고 말투는 세상 혼자 사는 건달처럼 보였던 천마.

지금은 보이지 않는 구름 뒤편을 보니 고고하고도 신비로운 한 마리 용처럼 느껴졌다.

이때, 신채영은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특별하게 보인다는 건, 그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걸.

“천마 씨?”

그때 한 여성의 맑은 목소리가 천마의 오른쪽 귀를 간지럽혔다.

베이지색 크롭 자켓에 치마 정장을 입고 있는 여성이 커다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바로 서유리였다.

“혹시… 천마 씨 아닌가요?”

서유리는 시계탑을 둘러싼 인파 속에서 우뚝 서 있는 거구의 사내를 발견했었다.

이질적이면서 낯선 분위기, 불꽃을 머금은 듯한 눈동자, 그리고 왠지 익숙한 팔짱 낀 모습…….

용모는 다르지만 분명 저 남자는 천마가 아닐까?

운명과도 같은 직감을 믿은 그녀는 대담하게 다가와 천마에게 말은 건 것이다.

“본좌는…….”

천마는 본래 모르쇠로 일관하려 했다.

하지만 그 독특한 말투와 목소리에 발목을 잡혔다.

“역시 천마 씨였어요.”

서유리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분명 분위기와 목소리는 같다.

하지만 서유리가 기억하는 천마는 가슴이 떨릴 만큼 아름다웠던 미남자였다.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강렬한 야성미를 풍기는 거구의 사내로 변해 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되다니.”

“어, 얼굴 말이에요.”

잠시 턱을 쓰다듬은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그때는 금강지체가 깨졌지. 그 탓에 잠시 용모가 변한 것뿐이다.”

“얼굴이 변했다고요?”

“그렇다.”

파르르 떠는 서유리를 바라보던 천마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인간들은 하잘것없는 얼굴 가죽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 껍데기를 본질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사실을 천마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

신채영은 천마와 대화하는 서유리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서유리는 천마 곁에 나란히 선 신채영을 발견했다.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여성이지만, 용모는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천마와 어깨가 닿을 만큼 곁에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 여성 때문이었어.

이 여성 때문에 천마 씨는 내게 거짓말을 하고 떠난 거야. 나는 그동안 잠을 못 이룰 만큼 그립고 또 그리웠는데…….

원망과 질투심이 폭발하자 서유리는 이성이 마비되었다.

“왜 거짓말을 한 거죠?”

그녀는 적개심 가득한 눈빛으로 신채영을 바라보았다.

“외국으로 떠났다고 했잖아요.”

천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한 이유도 있지만, 이런 상황 자체를 겪어본 적도, 대응을 해본 적도 없었다.

“너무해요.”

뭐라고 변명이라고 하면 좋으련만.

천마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서유리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너무해요!”

눈물을 닦은 서유리는 몸을 돌려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아는 사람이에요?”

신채영의 물음에 천마는 그저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 * *

며칠 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이 점멸을 반복할 무렵, 천마의 옥탑방.

한켠에 세워둔 드럼통에는 참나무가 탁탁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고, 그 위로 굵은 소금을 뿌린 도루묵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후우.”

알이 꽉 찬 도루묵 하나를 집어 든 김찬원이 한 입 꽉 차게 베어 물었다.

그리고 잔에 가득 담긴 막걸리를 쭉 들이켜곤, 구수한 탁성을 터뜨렸다.

“크으. 좋다.”

무릎을 탁 친 김찬원은 다시 빈 잔에 막걸리를 채우며 말했다.

“역시 생선구이엔 막걸리가 제격이지.”

모처럼 천마의 옥탑방에 놀러 온 김찬원.

그는 숯불에 구운 도루묵구이를 안주 삼아 천마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뗘? 맛있지?”

“나쁘지 않군.”

“으허허허. 그건 한 7.5점 정도 되려나.”

활짝 웃는 김찬원의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 피어났다.

“천 씨.”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천마와 술을 마시던 김찬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얼마 전에 유리와 길에서 만났다믄서?”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김찬원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천 씨. 혹시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

“김 씨뿐이잖나.”

“아니, 지금이라는 게 진짜 지금이라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벅벅 긁은 김찬원이 천마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내 말은, 최근에 마음에 둔 처자가 있냔 말이여.”

“없다.”

“그럼 그때 같이 있던 여성은 누구여? 엄청난 미인이라고 하던디.”

집요한 물음에 천마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앞집에 사는 여성이다.”

“저 앞집? 그 협회 각성자라는?”

김찬원이 눈을 깜빡이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던전에서 신세를 졌다고 억지로 밥을 사더군.”

“그, 그런 거였남.”

묘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던 김찬원이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처자랑 많이 친한겨?”

탁.

막걸리 잔을 내려놓은 천마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말을 돌리는 것은 질색이다.

만약 김찬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긴 서론을 들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음 하라.”

천마의 핀잔에 김찬원이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유리는 천 씨가 그 여성과 각별한 사이인 줄 오해하고 있었지 뭐여.”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 김찬원의 표정을 보고서야 천마는 상황을 파악했다.

아마도 서유리는 곁에 있던 신채영을 연인으로 착각한 듯하다.

“본좌가 누굴 만나든 무슨 상관있나.”

“그, 글치. 천 씨도 당당한 사내잉께,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있지. 아암.”

천마가 코끝까지 찌푸리자 김찬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유리는 말여. 내랑 천 씨를 무지 오해하고 있구먼.”

“오해라니.”

“천 씨가 그때, 나를 시켜서 외국으로 갔다고 거짓말을 했잖여.”

괴상한 버섯을 먹고 금강지체가 깨졌던 천마.

그로 인해 절세미남자의 용모를 되찾은 그는 김찬원의 권유로 서유리를 소개받았다.

서유리는 천마가 상당한 호감을 가질 만큼 당차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다 서유리가 협회의 일로 불스아이 던전에 갇히게 되고, 천마는 그녀를 구하면서 본래 용모를 되찾았다.

하지만 서유리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천마를 알아보지 못했고, 천마 역시 그녀도 껍데기에 집착하는 인간이라 생각해 인연을 끊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 씨가 시내에서 여자를 떡 하니 만나고 있는 걸 보고… 유리는 천 씨가 내랑 짜고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혀.”

“그런가.”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막걸리를 닦았다.

“무슨 오해를 하든 놔둬라. 다시 볼 일은 없으니.”

“천 씨. 내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천 씨야 안 보면 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잖여. 외국으로 간 천 씨가 떡 하니 시내에 돌아댕기는 걸 뭐라 설명하냐고.”

“다시 돌아왔다고 하면 되잖나.”

“처음에야 그랬지. 하지만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디, 계속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구먼.”

울상을 짓는 김찬원의 표정을 본 천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듣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다.

분명 저 노인네가 미주알고주알 몽땅 사발을 푼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지금 천 씨의 얼굴하고, 그때 천 씨의 얼굴을 구분할 사람이 세상 어딨겄어? 무명아! 네가 대답혀 봐라. 내 말이 틀린 겨?”

김찬원은 미안한지 괜스레 난간에 앉아 야경을 내려다보던 무명을 끌고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굴 못 알아봤다고 냅다 인연을 끊는 건 너무 매정한 일이잖여. 솔직히 무명이도 바뀌는 모습을 못 봤으면, 천 씨 못 알아봤을걸?”

[저는 모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무명은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았다.

[저는 천마 님의 용모뿐만 아니라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

자랑스럽게 주절거리던 무명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김찬원이 번들거리는 식은땀을 흘린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만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구분이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천마의 물음에 김찬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리는 아직도 천 씨를 잊지 못하고 있어.”

천마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의 예상과 달리 서유리는 외모가 어떻게 변하든,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천 씨가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다시 한번 만나기를 바라고 있구먼.”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천마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왜 김찬원이 오늘 술자리를 청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일 때문에 본좌를 보자고 한 건가.”

천마의 눈에서 불쾌한 기색이 가시지 않자, 김찬원이 고개를 떨구었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 녀석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구먼.”

“흠.”

“그동안 천 씨에게 말은 안 했지만, 유리는 천 씨랑 헤어진 후 엄청 힘들어했어. 그래서 미련 없이 협회를 관두고 지방으로 내려간 것이고.”

김찬원 역시 딱히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저 삭막하고 염세적인 성격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해서 추천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크게 소용없었고, 괜히 잘살고 있던 서유리의 마음에 상처만 줬을 뿐이다.

“허긴, 그 나이 땐 누가 뭐라고 하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

먼 하늘을 보고 깊은숨을 들이쉰 김찬원이 말했다.

“난… 유리가 또 한 번 상처를 입을까 봐 두렵구먼.”

천마도 알고 있었다.

김찬원이 서유리를 소개시켜 준 것은 오직 자신을 위해서라는 걸. 그렇기에 김찬원이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본좌에게 원하는 게 뭐냐.”

깊은 한숨을 내쉰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좌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협조하도록 하지.”

“그럼… 다시 한번 유리를 만나줄 수 있겠는가?”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려.”

김찬원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천마는 맺고 끊음이 정확하다. 서유리와 만나면 다시 사귀게 되든 혹은 깨끗하게 관계를 정리할 것이다.

“그러지.”

시원한 대답이 돌아오자 김찬원의 눈동자에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차올랐다.

“무슨 결정을 하든 상관없지만… 유리에게 너무 큰 상처는 주지 말어.”

메마른 미소를 지은 김찬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걸 부탁하러 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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