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44화 (244/285)

제244화. 천마, 신채영을 구하다

“야! 저년, 빨리 잡아!”

남성은 그사이 뛰어온 무리들에게 소리쳤다.

우르르 뛰어온 남성들이 신채영을 둥글게 포위한 후에 양손을 펼쳤다.

“흐흐흐. 예쁜 아가씨. 몸뚱이가 가루가 되고 싶지 않으면 무기 내려놓으시지.”

한 남성의 말에 이를 꽉 깨문 신채영은 부러진 단분자 커터를 움켜쥐었다.

번쩍!

싸늘한 빛과 함께 신채영의 좌측방에 있던 사내의 목에서 피보라가 솟구쳤다.

“크아악!”

하지만 경동맥을 살짝 빗나간 탓에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만 질렀다.

“이, 이년이!”

‘얕아!’

하지만 단분자 커터의 날이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다, 몸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죽여!”

남성의 외침에 무리들이 모두 양팔을 벌렸다.

콰콰콰콰쾅!

신채영이 서 있는 곳이 순식간에 화염으로 뒤덮였다.

“저기다!”

남성은 그사이 떼구르르 굴러 폭발 범위를 벗어난 신채영을 가리켰다.

“이 멍청한 놈들아! 총 쏘냐? 단발성으로 터뜨리지 말고, 가스를 뿜으라고!”

남성의 외침에 무리들이 허둥지둥 다시 팔을 벌렸다.

차아아아아!

탄산가스가 새는 소리가 퍼지자 신채영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사내 무리들이 펼치는 것들은 C급 폭발 스킬 ‘염화’의 부가적 스킬 ‘고온가스 방출’이었다.

평소라면 재빨리 공격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 전에 모두 제압했을 테지만 지금은 육체각성도가 완전히 바닥을 치는 상태.

“우웁.”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가스를 들이마시자 신채영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잡았다!”

그사이 씩씩거리며 다가온 남성이 신채영을 후려쳤다.

퍼억.

바닥에 쓰러진 신채영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자 남성이 연달아 발길질을 했다.

“이번 일만 끝내고 떵떵거리며 살아보려 했는데. 왜 태클이야!”

퍽퍽 소리와 함께 발길질을 할 때마다 신채영이 입고 있는 나노슈트의 보호대 부분이 쩍쩍 갈라졌다.

하지만 육체각성도는 완벽히 떨어지지 않았는지 여전히 몸은 단단했다.

“야, 안 되겠다. 그 손목에 있는 타일런트 좀 쏴 봐.”

남성의 말에 뒤에 있던 부하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사로잡았는데 이 비싼 걸 굳이 왜 씁니까.”

그리고는 신채영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바늘 수갑을 가리켰다.

“차라리 저걸 쓰시죠. 효과는 저게 더 직방이니까요.”

“그럼 빨리 채워!”

“알겠슴다.”

부하는 재빨리 바늘 수갑을 꺼내 신채영의 손목에 채웠다.

치익.

가스 빠지는 소리와 함께 뾰족한 바늘이 신채영의 손목을 파고들었다.

몸을 돌린 부하가 남성을 보고 손을 벌렸다.

“형님. 팔 지혈부터 하시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애들 데리고 저쪽 작업이나 마무리해.”

“알겠습니다.”

“칫.”

낭패스런 표정으로 상처 난 손목을 내려다보던 남성이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동공이 확장되더니 벌어져 있던 상처에 불길이 일어났다.

“크으으윽.”

치익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자 콸콸 흘러나오던 피가 멈추었다.

폭발 스킬로 상처를 태워버리는 무식한 지혈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으으으.”

고통이 심한지 남성은 품속에서 반짝이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더니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순간 남성의 동공이 더욱 확장되더니, 눈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떠올랐다.

“역시 각성자가 좋긴 좋군. 흐흐.”

낮게 웃음을 터뜨린 남성은 쓰러져 있는 신채영의 몸을 쓰윽 살폈다.

“남의 몸에 연장질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남성은 한 팔로 신채영의 몸에 부착된 보호대를 잡아 뜯었다.

콰직. 빠가가각.

나노슈트의 보호대를 뜯어버리자, 늘씬하고 탄력 있는 몸의 곡선이 드러났다.

“이거이거, 대단한데.”

남성은 기절한 신채영의 머리칼을 쓱 넘겼다.

길고 가느다란 눈매에 오뚝한 콧날, 붉은 입술 사이로 새하얀 치아가 보였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남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날로 먹어도 비린내 하나 나지 않겠어.”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을 봐왔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여성은 본 적이 없었다.

혀를 할짝인 남성이 손을 뻗는 순간, 신채영이 번쩍 눈을 떴다.

“끄아아!”

짧은 섬광과 함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지하 통로에 울려 퍼졌다.

기절한 척을 하고 있던 신채영이 목걸이에 있는 악마상을 뽑아 남성의 목에 찔러넣은 것이다.

“크어어어…….”

떼굴떼굴 구르며 비명을 지르던 남성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기괴한 모습이다.

마치 남성 주변에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아. 하아.”

수갑을 찬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신채영은 피 묻은 오른손을 내려보았다.

칼날 같은 악마상의 긴 혀는 붉은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독이 있는 걸까? 그런데 왜 저 남성은 갑자기 급속 냉동을 한 것처럼 얼어붙은 거지?

지잉.

그때 미세한 떨림과 함께 피를 흠뻑 마신 악마상의 혀가 쏙 들어갔다.

동시에 붉게 번들거리는 악마상의 눈동자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악마상을 쥐고 있던 손이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전신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뭐지?’

혈액이 빠르게 도는 느낌과 함께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친다.

동시에 머릿속엔 끈적하고 비릿한.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향기가 풍기는 붉은 피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이년이 형님을 죽였어!”

그때 비명을 듣고 달려온 부하들이 소리쳤다.

“당장 잡아!”

살기 어린 남성들이 몰려오자 신채영의 몸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지잉.

악마상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더욱 강력해졌다.

어둡고 진득하며, 한없는 절망과 공포를 담은 힘이 그녀의 몸 주변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달려오던 사내들은 신채영의 몸이 떠오르자 당황하여 두 팔을 벌렸다.

“무조건 터뜨려!”

콰쾅! 콰콰콰쾅!

폭발 스킬, 염화가 신채영의 몸을 뒤덮었다.

“…저거 실드야?”

염화를 쏟아내던 사내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분명 염화 스킬이 모조리 몸에 격중되었는데, 신채영의 몸엔 털끝만 한 상처도 없었다.

“으…….”

그때, 허공에 떠 있던 신채영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었다.

쩌쩌쩍.

그녀의 몸에 튀어나온 혈관은 더욱 굵어졌고 눈동자는 하얗게 물들어 갔다.

몸속에서 휘몰아치는 힘이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오히려, 그녀의 몸을 서서히 파괴하는 것이다.

[너무 이쪽 길을 이용하시면 나중에 특수대응팀 요원들에게 괜히 책잡힐 수 있습니다.]

그때 기계음이 섞인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저번에 이곳에서 신채영 님과 고은진 님을 마주쳤을 때도 제가 사정사정해서…….]

천마의 어깨 위에서 주절주절 떠들던 무명이 입을 다물었다.

넓은 통로에는 열 쌍의 험악한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는 제법 쌀쌀한 것 같습니다.]

당황한 무명이 둥그런 머리를 긁적거릴 무렵,

“으으…….”

허공에 뜬 채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신채영이 또다시 신음을 내었다.

[신채영 님?]

그제서야 무명은 상황을 파악했다.

마치 동화 속 마녀처럼 붉은빛을 뿜어내며 허공에 뜬 채 눈을 뒤집고 있는 신채영.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

“야, 저놈부터 조져!”

홀린 듯 무명이 떠드는 소리를 바라보던 무리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콰쾅!

밝은 빛과 함께 염화가 퍼부어지자,

지이이잉.

천마의 주변에는 투명하고 둥근 막이 생겨났다.

뜨거운 열기가 쏟아지자 우리옷에서 자연스럽게 호신강기를 쏟아낸 것이다.

“실드 사용자다!”

“젠장, 타일런트를 사용해.”

투명한 빛을 발견한 무리들이 팔뚝에 장착된 기계를 매만졌다.

그러자 무색무취의 유니스티움 가스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놈들과 한패였나.”

타일런트를 본 천마의 눈이 싸늘해졌다.

일전에 옥탑방을 방문했던 암살팀이 사용하던 괴상한 기계가 아닌가?

퍼억!

주먹을 가볍게 비틀어 쥔다 싶더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천마의 앞에 있던 사내가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형편없는 날파리군.”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보니 각성자는커녕 평범한 인간에 더 가까운 몸뚱이였다.

혈염광휘를 번뜩인 천마가 사내들을 쓱 둘러보더니 짜증스럽게 말했다.

“본좌가 손을 쓸 가치도 없다. 꺼져라.”

사신의 손아귀에 목줄기를 잡혔다 해방되는 듯한 느낌이다.

천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팔을 벌리고 있던 사내들이 돌아보지도 않고 반대쪽으로 뛰었다.

어찌나 죽을힘을 다해 뛰었는지 몇몇은 통로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흥.”

코웃음을 친 천마가 고개를 돌릴 무렵,

“카앗!”

마녀와 같은 형체로 변한 신채영이 날카로운 수도로 천마의 몸을 파고들었다.

“이건 또 뭐냐.”

인상을 찌푸린 천마는 한 손으로 그녀의 수도를 붙잡았다.

치익.

순간 엄청난 고열과 함께 천마의 주먹이 불에 달군 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쏟아진 힘에 의해 주화입마에 들었군.”

대번에 신채영의 상태를 파악한 천마가 반극신공을 끌어올렸다.

[천마 님, 해치면 안 됩니다. 신채영 님입니다!]

무명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는 식지를 꼿꼿이 세워 그녀의 미간을 찔러 갔다.

피잉!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나선형의 지풍이 신채영의 미간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덤벼들었다.

“흠.”

돌진하는 그녀를 보자 천마는 어쩔 수 없이 지풍의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달려든 신채영의 수도가 천마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푸욱.

그녀의 예리한 수도가 천마의 몸을 꿰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니, 튀어나왔다고 느껴졌다.

[천마 님!]

“소란 떨지 마라.”

주르륵.

천마의 어깨에선 피가 흘렀다.

이제 보니 가슴팍이 아니라 겨드랑이로 그녀의 수도를 감싼 것이다.

툭툭.

그럼에도 손가락에서 쏟아져 나오는 날카로운 예기로 인해, 천마의 피부가 쩍 갈라져 있었다.

“불완전하다곤 하나, 금강지체를 깨다니. 대단한 마병이로군.”

[마병이요? 그게 뭡니까?]

대답 대신 천마는 몸을 펴고 신채영의 수도 속에 감춰진 악마상을 뽑아 들었다.

엄지손가락을 기묘하게 구부려 악마상을 손바닥 속에 숨겨놓은 것이다.

“요망한 수법이로고.”

파앙!

악마상을 손에 쥔 천마의 몸에서 붉은빛이 솟구쳤다.

강렬한 힘이 자신의 몸을 지배하려 하자, 천마대능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감히, 한낱 병기 따위가 본좌를 지배하려 하다니!”

일갈과 함께 천마가 주먹을 쥐자, 악마상이 살아 있는 잉어처럼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푸욱. 푸욱.

악마상의 예리한 혀가 천마의 주먹을 헤집기 시작했다.

순간, 천마의 눈동자에서 혈염광휘가 솟구쳤다.

“주인을 삼키려는 마병 따윈 필요 없다!”

콰직!

결국 천마의 주먹에서 몸부림치던 악마상은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

그 순간, 천마의 단단한 한 팔에 안겨 있던 신채영의 눈동자와 피부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

악마상에 잠식되었던 탓인지, 그녀의 정신은 아직도 흐릿한 것 같았다.

한 팔로 신채영을 안고 있던 천마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몸을 똑바로 일으켜 주었다.

“마병 따위에 잠식되다니… 내가 잘못 봤군.”

“아저씨.”

그때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천마를 올려다보던 신채영이 낮게 속삭였다.

“…또 구해준 건가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다.”

“고마워요.”

천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신채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랜드 샤크 때도, 지금도. 위험에 빠지면, 항상 구하러 오시는군요.”

차갑게 정지된 눈동자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고 정감이 가득했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천마가 신채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나간 것 같군. 빨리 들어가 쉬어라.”

세이프던전 입구, 대형차량 주차장.

부르르릉.

낮은 배기음과 함께 903트럭이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운전대를 잡은 유은호는 뒷좌석에 타고 있는 신채영을 바라보았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앉아 있는 그녀의 나노슈트는 무참히 박살 나 있었고 곳곳에는 핏물이 묻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오히려 나른해 보였다.

“채영아, 몸은 괜찮아?”

“별일 아냐.”

덤덤히 대답했으나 박살 난 나노슈트와 곳곳에 묻어 있는 핏물이, 그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듯했다.

“팀장님 말이 예언처럼 되어버렸네요.”

유은호는 씁쓸한 표정으로 신채영 옆에 탄 초홍에게 말했다.

“이제 한가하게 던전을 순찰하는 일상은 끝나 버린 것 같아요.”

“…….”

잠시 차량 내부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듯했다.

그때 조수석에 타고 있던 한만재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채영아. 슈트에 내장되어 있던 렌즈와 메모리. 다 박살 난 거야?”

“네.”

“치밀한 녀석들이군.”

한만재는 방금 전 조사했던 사내들 무리를 떠올리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건달들은 아닌 것 같은데.”

“건달 맞아요. 아니, 약에도 손을 대는 그냥 양아치들이에요.”

유은호가 콧바람을 내뿜으며 말하자 한만재가 인상을 썼다.

“은호, 네가 어떻게 알아.”

“한 놈하고 안면이 있어요. 막 나가는 놈들이라 딱 쓰고 버리고 좋죠.”

“말도 안 돼. 그런 놈들이 무슨 스킬을 사용해?”

신채영의 증언에 따르면 그 무리들은 염화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육체각성도는 제로.

전혀 스킬을 발휘할 수 없는 극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검사 결과는 각성자가 아니었다고. 육체각성도도 평범하고 스킬을 썼다는 증거도 없고. 결국 협회가 아니라 검찰로 이송되었잖아.”

짜증스럽게 외친 한만재의 말에 유은호가 피식 웃었다.

“통합정보국의 사주를 받은 거겠죠, 뭐.”

“걔들이 미쳤냐? 산업기밀과를 통째로 날린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런 일을 벌이겠어.”

“형님. 통합정보국 애들 하는 짓 몰라요? 필요하면 범죄자나 고아들까지 데려가 암살자로 만들고 버리는 애들이에요. 저런 양아치들 이용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요.”

“설마, 아직도 그 짓 하겠냐?”

“하고도 남죠. 이번엔 아예 뒤탈 없게 하려고 약에 쩔은 양아치들을 쓴 거고요. 저런 놈들이 바로 변호사 부르는 거 보면 몰라요?”

일리가 있는 추리다.

지하 통로에서 체포당한 각성자들은 미리 준비를 한 것처럼 변호사를 불렀고, 각성자 판정 검사를 요구했다.

그리고 일반인 판정이 나오자 어쩔 수 없이 협회에선 검찰로 이송을 한 것이다.

“내기할까요? 아마 쟤네들, 조사받기도 전에 자살 당할걸요.”

유은호의 말에 한만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말이 다 맞다 치자. 대체 평범한 건달들을 무슨 수로 염화 스킬 각성자로 만들어? 육체각성도를 일시적으로 올려주는 약은 있어도, 스킬 만들어주는 건 없다고.”

“그거야…….”

유은호가 머뭇거리자 신채영이 덤덤히 말했다.

“조사하면 밝혀지겠죠.”

“조사? 무슨 수로? 은호 말이 맞다면 걔들은 이미 죽은 목숨일 텐데.”

그러자 묵묵히 듣고 있던 초홍이 불쑥 나섰다.

“블랙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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