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화. 토끼굴 던전
세이프던전, 차량 등록소 입구.
-…블랙마켓에서 불법 유통되는 던전 도구들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제저녁, XX지구의 놀이터에서 모여 있던 10대 청소년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 있던 신채영이 길게 하품을 했다.
최근 던전에선 더 이상 히든몬스터는 나오지 않았고, 돌발적인 사고도 없었다.
요 몇 주 동안 각성자 학교 교관 일을 했던 그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지루하고 단순하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막상 순찰 업무에 복귀하니 이쪽이 훨씬 더 지루하다는 걸 깨달았다.
-8581 차량 검사 완료. 문이 열리면 출차하세요.
기계음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육중한 셔터가 천천히 열리며 던전의 풍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몬스터 트럭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부릉 하는 낮은 배기음이 쏟아졌다.
액셀을 밟은 신채영이 던전 내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실드경계지역에 와서 한 임무는 휴식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문득 그녀는 오늘 아침, 회의실에서 초홍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한가한 일상은 사라질 거예요.
팀원들을 바라보던 초홍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모른 척하면서 살 순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 그동안 애써 모른 척 살아왔다.
박정민 실장이 왜 갑작스럽게 실각되었는지, 연기가 된 것처럼 자취를 감춰 버린 건지.
어째서 김수웅 실장은 특수대응팀을 해체하지 않고 실드경계지역에 처박아 둔 것인지.
그리고 협회, 아니 김수웅 실장과 정부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초홍을 포함한 팀원들은 모두 외면했었다. 모르는 척 지내왔었다.
‘거역하지 말고 순응하라.’
그것이 박정민 실장의 마지막 당부였으므로.
-만약 빠질 생각이라면 지금 말씀하세요. 앞으로의 일은 저도 장담할 수가 없으니까.
초홍의 말에 팀원들은 모두 실소를 머금었다.
특수대응팀의 본래 임무.
그것은 타 부서들이 완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고속 이동 스킬 능력자, 유은호.
S급 실드와 경질화 스킬을 한꺼번에 펼칠 수 있는 멀티 스킬 탱커, 한만재.
어떤 종류의 상처도 단숨에 회복시키는 초 희귀 치료 스킬 ‘힐링 팩터’를 소유한 신채영.
그리고 신비한 정신 스킬을 지닌 냉철한 분석가 초홍.
네 사람은 압도적인 실력자들이 모여 있는 특수대응팀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가진 천재들이었으며…….
위험한 임무에 특화된 일류 요원이었다.
-아 참. 그리고 김수웅 실장 명령이야. 근래 세이프던전 내에 비밀스런 통로가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조사해 보래.
순간 신채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일전에 천마가 온천욕을 했던 그 지하 통로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은호, 네가 한번 찾아볼래? 요새 너 도통 던전 순찰은 안 했잖아.
천마의 나노봇, 무명이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지하 통로다.
그곳에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했을지 모른다.
-제가 갈게요.
유은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신채영이 일어나며 말했다.
-던전 카페도 간 지 좀 오래되었고, 좀 답답해서요.
그런 이유로 신채영이 던전 순찰을 나오게 된 것이다.
세이프던전 5킬로 지점, 징검다리 휴게소.
커다란 조약돌을 이어붙인 듯한 구조물이 걸려 있는 휴게소 내부에 들어간 신채영은 바로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휴게소에서 가장 인기 없는 곳이 바로 커피숍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뿐더러, 머무는 시간에 따라 자릿세도 받는다.
돈 많고 커피에 환장한 각성자라고 해도 황량한 던전 휴게소 풍경 속에서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할 각성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극소수지만 더러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신채영이었다.
별다른 취미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즐기는 것. 바로 던전에서 하는 드라이브와 던전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었다.
-채영아. 넌 왜 굳이 비싸고 풍경도 살벌한 던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냐?
때때로 유은호는 던전 카페로 향하는 신채영을 향해 물었다.
-사람이 없잖아.
그럴 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린 시절부터, 신채영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해했다.
번잡한 도심 풍경, 그리고 쏟아지듯 거리를 채운 사람들의 수많은 눈동자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함.”
주문을 한 그녀는 아무도 없는 커피숍 내부를 쓰윽 둘러보았다.
그리고 편한 소파가 있는 창가 자리에 기대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폐허와 같은 던전, 손님 하나 없는 커피숍 내부.
황량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으나, 그녀는 오히려 몸이 느슨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던전 내 카페는 그녀가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였다.
“음.”
텅 빈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목에 걸린 장식품을 매만졌다.
그러자 험악하기 짝이 없는 천마의 얼굴이, 그리고 뒤를 이어 천마를 만났던 지하 통로의 풍경이 연달아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그 지하 통로는 너무나 특이하다.
던전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갈림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뜨거운 물이 흐르는 온천 연못이 있을 만큼 규모가 넓었다.
“그런데 웬일로 그 양반이 우리 팀에게 조사를 맡긴 거지.”
김수웅은 던전에 관한 사항은 유독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병적으로 조사하는 편이다.
특히 비밀스런 지하 통로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면 분명 직속 부하들을 보냈을 터.
어째서 특수대응팀에게 조사를 맡긴 걸까.
“설마, 시험하는 건가.”
특수대응팀이 활동하는 모든 자료는 팀장인 초홍이 관리, 보고한다.
하지만 천마에 관련된 자료는 임의적으로 삭제, 넘기지 않은 터.
설마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제대로 보고하는지 시험하는 것은 아닐까?
“일단 가보면 알겠지.”
복잡한 마음을 털어버리듯, 신채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얼음이 가득 든 아메리카노 한잔을 비우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C급 던전, 토끼굴.
숲이 울창하게 펼쳐진 세이프던전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던전이다.
던전 재료는 풍족하지만 별다른 유물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각성자팀보다는 재료를 채취하는 배달꾼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치익.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숲 부근에 협회 로고가 크게 박힌 몬스터 트럭이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숲을 바라보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차량 안에 있는 단분자 커터를 허리에 착용했다.
철컥.
몬스터 트럭에서 내린 신채영은 숲을 헤쳐나가 토끼굴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어라.”
바위 뒤에 숨겨진 은밀한 입구를 살펴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게 닫혀야 할 청동색 문이 살짝 열려 있고, 여러 개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벌써 발견됐잖아.”
신채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천마의 나노봇이 애써 숨겨 달라고 부탁하여, 이 지하 통로 입구는 협회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관찰력이 뛰어난 각성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 같다.
“으음.”
지하 통로로 안으로 들어간 신채영이 미간을 모았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통로 곳곳엔 부서진 나노슈트 조각과 몬스터 사체에서 나온 부산물 같은 것들이 널려 있다.
마치 다수의 각성자들과 몬스터들이 한바탕 전투를 벌인 듯한 흔적이다.
“왜 여기에 이런 것들이 있지.”
이곳은 그저 세이프던전 곳곳과 연결된 통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설마, 던전 내 몬스터들이 이 통로와 연결되어 있는 문을 찾아서 내려온 걸까?
“불가능해.”
신채영은 고개를 저었다.
가변던전 외에는 몬스터들은 오직 던전 내에만 서식할 수 있다. 설령 던전 입구가 활짝 열려 있다고 해도 내부에 있는 몬스터는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분 나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흔적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던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이 지하 통로는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기 쉽다. 무작정 안쪽으로 들어갔다간 가변던전이 있는 곳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역시.”
입술을 깨문 신채영이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역시나 던전과 마찬가지로 통신이 터지지 않는다.
계속 들어가야 갈까. 아니면 이대로 돌아갈까. 망설이는 순간,
-쿠르르릉.
저 멀리 어디선가 기묘한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마치 산 사태가 일어나 돌무더기들이 아래로 쏟아지는 듯한 소리다.
‘설마?’
순간 신채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천마가 또 이곳에 들어와 사고를 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다른 각성자들과 시비가 붙어 던전을 부수고 있는 게 아닐까?
타악.
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전력 질주했다.
“……?”
매캐한 연기와 함께 화약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리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어느 던전으로 올라가는 입구 앞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노슈트를 입고 있는 십여 명의 남성들이 모여 있었는데, 각각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죠?”
던전에서 폭발물을 사용하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신채영의 외침에 통로에 폭발물을 설치하던 무리들이 고개를 돌렸다. 은은한 어둠 속에서 십여 쌍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눈동자가 다 왜 저러지?’
남성들의 눈동자는 마치 산동제를 넣은 것처럼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있고, 알 수 없는 빛이 번들거린다.
인간이 아니라 한 마리 짐승의 눈동자를 보는 것만 같다.
“누구냐.”
신채영을 발견한 남성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짐승의 포효가 나올 것만 같은데, 다행히도 평범한 인간의 목소리였다.
“협회 소속, 요원입니다.”
신채영의 말에 남성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동작을 멈추었다.
“아, 그러셨습니까?”
그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신채영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그사이 확장되어 있던 동공은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고, 짐승처럼 날카로운 눈빛도 온화하게 바뀌어 있었다.
“던전 순찰을 나오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여기서 뭘 하고 계시는 건가요.”
신채영의 물음에 남성이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아, 저희 팀이 우연히 이 지하 통로를 발견해서요. 이곳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아까 보니 무슨 폭발물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게… 통로 일부가 막혀 있길래 저희 동료가 폭발 스킬을 사용한 겁니다.”
거짓말.
신채영의 눈이 차가워졌다.
폭발 스킬을 사용한다고 해서 실제 화약 냄새가 풍기는 일은 없다. 뻔뻔하게 거짓말을 떠벌리는 남성을 바라보던 신채영이 냉랭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들고 있는 물건들을 좀 확인해 봐도 될까요?”
신채영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남성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안 되는 건가.”
“뭐라고요.”
“협회 요원이라면 그냥 던전에 짱 박혀 조용히 돌아다닐 것이지…….”
어깨를 으쓱한 남성은 오른손을 내밀어 빠르게 신채영의 목줄기를 움켜쥐려 했다.
“뭣 하러 이 외진 곳까지 기어 들어와서 명을 재촉하는 거야.”
스킬로 인해 힐러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지만, 신채영은 2급 각성자에 전투 경험이 풍부한 특수요원이다.
탁.
남성의 팔을 가볍게 뿌리친 그녀는 번개와 같은 동작으로 물러난 채 눈을 번뜩였다.
“각성자 특별법에 의거,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달칵.
허리춤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늘 수갑이 튀어나왔다.
“그래? 그럼 어서 체포해 봐.”
남성은 자신만만하게 두 팔을 내밀자, 뒤에 있던 남성의 무리가 낄낄대기 시작했다.
-협회 요원치고 얼굴 반반한데요?
-산 채로 잡아야겠다. 흐흐흐.
-그러지 말고 형님에게 잡혀주라고.
요란한 웃음소리 속엔 뒷골목 건달들이나 할 만한 음담패설이 섞여 있었다.
‘정상적인 각성자들이 아냐.’
눈앞의 남성과 무리들을 힐긋 바라본 신채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음담패설이야 그렇다 쳐도, 직무를 집행하는 협회 소속 요원에게 손을 대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각성자 특별법은 형법과 비할 수 없을 만큼 형량과 처벌이 강력하다.
단순 공무집행방해로도 각성자 등록 취소는 물론, 죄질에 따라 최고 10년형까지 선고받는다.
그럼에도 협회 요원에게 대항하는 경우는 오직 두 가지 부류다.
마약에 취했거나, 혹은…….
“미등록 각성자였나.”
“호. 눈치는 빠르네. 대체 어디 소속 요원이지?”
남성은 신채영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피식 웃었다.
“던전 방위팀 요원은 아닌 것 같은데 말야.”
허리춤에 나온 수갑을 꽉 쥔 신채영은 남성과 무리들을 힐긋 바라보았다.
파앗.
번개처럼 몸을 돌린 신채영이 반대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남성과 무리들은 열 명 남짓. 설령 하위등급 각성자라고 해도 다양한 스킬이 뭉쳐지면 상대하기 어렵다.
‘나노슈트를 입고 오기 잘했어.’
천마의 아이스 골렘 사건 이후, 초홍은 팀원의 나노슈트에 무조건 녹화캠을 달도록 지시해 두었다.
제아무리 미등록 각성자라고 해도 얼굴이 녹화된 이상, 체포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어, 어라?’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한걸음에 땅을 쭉쭉 박차고 나가야 하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대단한데?”
그사이 뒤쫓아 온 남성이 어느새 신채영의 어깨 옆으로 나란히 섰다.
“아까부터 이곳엔 유니스티움 가스가 차 있었지. 그런데 이 정도 신체 능력을 보이다니.”
‘유니스티움?’
순간 신채영의 가슴이 써늘해졌다.
군경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대 각성자용 병기의 핵심 물질이, 왜 저자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설마 통합정보국에서?’
그럴 리 없다.
그들은 특수대응팀을 공격한 일로, 4국장뿐만 아니라 부서를 모두 폐쇄하는 전례 없는 처벌을 강행하지 않았던가?
아직 그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일 리 없다.
“윽.”
달려가던 신채영은 몸이 오그라드는 고통과 함께 걸음을 멈추었다.
남성은 빙그레 웃으며 신채영의 등 뒤에 멈춰 섰다.
“어이쿠. 이제 효과가 있나 보네.”
아까부터 느껴지던 기분 나쁜 공기의 정체가 바로 유니스티움 가스인 것 같았다.
스킬이라곤 힐링 팩터밖에 없는 그녀가 이 악물고 뛴다 한들, 뒤에서 기습만 받을 확률만 높은 것이다.
“흐흐흐.”
신채영에게 다가오던 남성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얌전히 있는다면 그리 나쁘게 대하진 않을 거야.”
번들거리는 눈동자, 끈쩍한 침이 뒤섞인 역겨운 미소.
이 남성은 정식 훈련을 받은 각성자나 요원이 아니다. 정말로 인생을 막사는 미등록 각성자가 분명했다.
“그래. 그렇게 얌전히…….”
신채영에게 다가온 남성이 팔을 내민 순간,
휘익.
허리춤에 있는 단분자 커터를 번개처럼 뽑은 신채영이 단숨에 손목을 갈랐다.
“크악!”
하지만 육체각성도가 현저히 떨어진 탓에 단분자 커터는 손목 뼈의 일부만 잘라내었을 뿐,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다.
“흐으으으.”
단분자 커터가 손목에 스치자 피를 철철 흘리는 남성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손바닥을 펼쳤다.
“이 씨앙년이!”
콰앙!
손바닥에서 하얀빛이 쏟아지더니 신채영의 몸뚱이가 일직선으로 튕겨 나갔다.
“으으.”
바닥에 쓰러진 신채영이 부러진 단분자 커터를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재빨리 뒤로 피했지만 육체각성도가 현저히 낮아진 탓에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