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화. 특수대응팀, 습격당하다(2)
부르르. 철컥.
주차장에 라마스를 주차한 천마가 인상을 썼다.
반대편 폐건물 위에 납작 엎드려 있는 놈들이 아무래도 거슬렸기 때문이다.
“저 날파리들은 왜 일주일 내내 본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거냐.”
[조금만 참아주세요. 저렇게 몰려든 걸 보니 오늘이면 다 끝나는 것 같습니다.]
천마의 품속에 쏙 숨어 있던 무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천마와 무명은 사우팀이 이 근방을 조사할 때부터 알아채고 있었다.
-천마 님. 절대로 안 됩니다!
일주일 전.
폐건물에 숨어 있는 요원을 바라보던 천마가 주먹을 움켜쥐자, 무명은 빌다시피 엎드렸다.
대뜸 날아가 요원들을 두들겨 패서 쫓아버릴 기세였기 때문이다.
-협회나 정부 요원들과 충돌했다간 성가신 일이 벌어질 겁니다. 장채원 님, 그리고 복복 인테리어에도 피해가 무궁무진할 거고요.
펄쩍 뛰는 무명의 만류에 천마는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척, 출퇴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무명을 언제나 품속에 숨긴 채 말이다.
하지만 일주일째가 되자 천마 역시 인내심이 바닥날 지경이었다.
“오늘까지다. 더 이상 얼쩡거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천마의 말에 무명이 힘없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옥탑방에 들어선 천마는 바로 욕실로 향했다.
스윽.
우리옷을 탈의하자 광택을 낸 금속 같은 천마의 피부가 드러났다.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이 얼굴에 닿자 천마는 눈을 감았다.
“후우.”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전신에 붙은 땀과 먼지뿐 아니라, 감정의 찌꺼기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만약 이대로,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천마는 하루를 평범하게 마무리했을 것이다.
“……!”
천천히 눈을 뜬 천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혈염광휘가 번뜩이는 눈동자로 거울을 응시하던 그가 살벌한 미소를 머금었다.
“간이 부은 녀석들이군.”
콰직.
천마의 주먹이 욕실의 문을 꿰뚫자,
지지지직!
푸른 스파크와 함께 투명한 빛이 드러나더니, 부서진 위장슈트를 입은 요원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곽철우가 보낸 사우의 암살 요원이었다.
[천마 님!]
충전스테이션에 누워 있던 무명이 팔다리를 뽑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무명은 욕실 앞에 쓰러져 있는 요원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슴 부근의 나노슈트가 박살 난 채 눈을 까뒤집은 요원의 손에 단검 형태의 단분자 커터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재밌군.”
수건으로 몸을 닦은 천마가 덤덤히 광마혈투의를 집어 들었다.
“이곳에서도 본좌에게 칼을 들이대는 녀석들이 있다니.”
허리끈을 꽉 조인 천마의 입가에는 미소가 넘실대었다.
오히려 암살자들이 옥탑방에 침입한 것이 기꺼운 듯한 표정이다.
[정보 자체가 조회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부 소속의 비밀 요원 같습니다. 어째서… 이런 자들이 천마 님을 암살하려는 걸까요.]
“이유는 상관없다.”
목을 까닥거리던 천마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동시에 번개와 같은 일권을 날렸다.
퍼엉!
그 순간 투명한 빛과 함께 몰래 잠입해 있던 또 다른 요원 한 명이 현관문을 뚫고 날아갔다.
“본좌의 거처에 침입해 병기를 들이댔으니.”
송곳니를 드러낸 천마가 성큼성큼 옥탑방으로 걸어 나왔다.
그 순간 넘실거리는 투명한 빛이 사방으로 느껴진다. 위장슈트를 입은 요원들이 천마의 몸을 감싼 것이다.
지잉.
순간 천마의 몸이 살짝 구부러졌다.
갑자기 허공에서 태산 같은 기운이 쏟아지며 그의 몸을 짓누른 것이다. A급 다중 스킬, ‘중력 조작’이었다.
쩌쩌쩍.
옴짝달싹 못 한 채 낮게 몸을 웅크린 천마의 바닥 부근에 균열이 생겼다.
“이거 재미있군.”
내공을 끌어올리자 천마의 몸에서 노란빛과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휘익!
돌연 싸늘한 바람이 천마의 목 부근을 향해 쏟아졌다.
초감각을 지닌 천마는 투명한 형체를 지닌 사내가 예리한 대검을 찔러오는 형태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권마칠식, 승풍항룡!”
차앙!
맑은소리와 함께 천마의 권력에 닿은 단분자 커터가 두 조각이 나서 떨어졌다.
“뇌인파멸!”
콰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천마의 일권에 가슴팍을 격중당한 요원이 부서진 위장슈트와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쿠웅.
천마는 바닥에 쓰러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요원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흥, 아직 살아 있군.”
살벌한 말을 내뱉은 천마가 고개를 까닥거렸다.
“너희들은 한꺼번에 덤벼라. 귀찮으니까.”
“어마어마하군. 협회에서 보낸 각성자였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천마의 전면으로 투명한 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잉.
낮은 진동과 함께 위장슈트를 입고 있는 세 명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사우팀의 부팀장 이준성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특수대응팀 주둔지 바로 옆 건물에 인테리어 노동자가 산다…라. 그것도 아무도 살지 않는 실드경계지역에서.”
이준성은 천마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혀를 찼다.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었군 그래.”
“준비?”
“인테리어 시공자라는 건 위장이고, 특수대응팀과 호응하는 요원이었나.”
낮게 웃은 이준성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뭐, 상관없는 일이지만.”
철컥. 쉬이이이.
이준성의 손목에 착용되어 있던 금속에서 기계음과 함께 투명한 공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냐.”
순간 천마의 콧속에 비릿한 냄새가 느껴졌다.
코끝을 찌르는 것처럼 매우 자극적이고 강렬한 냄새였다.
“이 냄새가 어쨌다는 거냐.”
천마가 인상을 찌푸리자 이준성이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 허세 부리지 마라.”
“허세?”
“타일런트에 노출된 이상 이미 육체각성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겠지.”
타일런트(Tyrant).
대(對) 각성자용 병기의 총칭이다.
신경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바늘 수갑과 달리, 유니스티움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육체각성도를 낮춘다.
총기나 가스 분사, 혹은 방출기 등, 다양한 형태의 무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군경에서 각성자들을 제압할 때 주로 사용한다.
“후후후. 이 무기는 다 좋은데, 유니스티움을 더럽게 많이 사용해서… 비싸단 말이지.”
유니스티움(Unistium).
정부에서 각성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던전 코어와 던전에서 추출한 몇 가지 광물을 결합시켜 개발한 물질이다.
유니스티움은 강력한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이것에 노출되면 각성자들의 육체각성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액체, 고체, 기체의 형태에서도 그 효과가 동일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타일런트를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스 분사식 타일런트는 일반 타일런트에 비해 유니스티움 양을 열 배로 늘렸지. 아무리 날고 기는 각성자라도 일단 노출이 된 이상 소용없다.”
이준성이 오만한 목소리로 손을 내저었다.
“빨리 처리해.”
그리고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돌아선 채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었다.
스르릉.
이준성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은 천마의 좌우에 붙은 채 단검 형태의 단분자 커터를 꺼내 들었다.
휘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의 요원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엄청난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두 요원 모두 근력증강 스킬, 혹은 고속 이동 스킬 능력자인 것 같다.
처억.
희끗하는 그림자와 함께 천마의 등과 명치 부근에 단분자 커터가 박혔다.
아니, 박혔어야 했다.
“정신 나간 놈들이군.”
콰직! 쿠웅.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단분자 커터를 찔러낸 두 요원이 그 자세 그대로 벌러덩 쓰러졌다.
“후우.”
뒤돌아서 담배를 피고 있던 이준성이 이상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부하들은 쓰러져 있고, 시뻘건 눈동자를 하고 있는 거구의 사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이딴 실력으로 시건방을 떨었단 말이냐.”
“뭐, 뭐야.”
이준성은 전과 다름없는 눈빛을 쏟아내는 천마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어떻게 멀쩡한 거지? 이 가스 방식은 피부로도 흡수될 텐데?”
“정말 말이 많군.”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천마가 이준성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 * *
띠링.
보안시스템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청바지에 재킷을 걸친 그림자가 땀에 젖은 채 집 안으로 들어왔다.
TV에 나오는 아이돌처럼 화려한 용모의 청년이다. 바로 유은호였다.
“호조야.”
단숨에 4층으로 올라간 유은호는 소파에 앉아 있는 한호조를 발견하며 미소 지었다.
“호조야. 괜찮아?”
“움직이지 마.”
그때, 유은호의 주변으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능동위장슈트를 장착해 투명한 상태로 서 있는 곽철우의 목소리였다.
“이걸 껴라.”
터억.
곽철우는 품속에서 얇은 팔찌 같은 걸 꺼내 유은호의 발밑으로 던졌다.
육체각성도를 떨어뜨리는 바늘 수갑이었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유은호는 팔찌처럼 생긴 바늘 수갑을 말없이 손목에 착용했다.
퓨슉.
가스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더니 갈고리처럼 구부러졌다.
나노기술로 만들어진 이 특수합금 바늘은, 경질화 스킬의 각성자의 피부도 손쉽게 뚫어 버린다.
띠링.
착용을 완료하자 바늘 수갑에서 붉은빛이 떴다.
동시에 유은호는 온몸의 피가 빠져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불법 개조한 바늘 수갑이네. 육체각성도를 이 정도로 떨어뜨리는 수갑은 특수요원들밖에…….”
퍼억.
곽철우는 유은호의 안면을 걷어차며 말했다.
“쓸데없이 입 놀리지 마라.”
“휴대폰도 해킹해 둔 걸 보면 너희들은…….”
그 순간 한호조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들렸다.
투명화 상태인 곽철우가 한 팔로 한호조를 집어 올린 것이다.
“켁켁.”
“계속 떠들어봐.”
목이 졸린 한호조가 버둥거리며 유은호가 항복하듯 양손을 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입 다물게.”
“다시 한번 헛소리를 하면 이 아이는 죽는다.”
유은호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던 곽철우가 낮게 말했다.
“상황실 보안을 해제해.”
“내 호주머니에 있는 휴대폰 가져가. 생체인식과 동시에 휴대폰으로 보안코드를 인증받아 입력해야 하니까.”
“알고 있다. 보안코드는 우리가 입력할 테니, 생체인식이나 해.”
‘진짜 해킹 전문가가 있구나.’
유은호는 등골이 서늘했다.
만약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경고를 믿지 않고 협회나 팀원들에게 연락했으면?
이자들은 한호조를 정말로 헤쳤을 수도 있었다.
“알겠어.”
유은호는 닫혀 있는 상황실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문 앞에 설치된 안면인식 센서에 얼굴을 갖다 댔다. 그러자 옆 화면에 한글로 랜덤 글자가 떠올랐다.
-포도가 포도포도해.
음성인식은 녹음에 대비해 평소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괴상한 단어가 음성인식으로 뜬다.
“포도가 포도포도해.”
음성과 안면인식이 완료되자, 옆에 있던 김철영이 해킹한 유은호의 휴대폰 정보로 들어온 보안코드를 입력했다.
쿠웅.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는 상황실의 굵은 쇠문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 잠깐만.”
그때 유은호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인가받지 않는 자가 상황실 안으로 들어오면 데이터가 파괴되고 상황실이 폭발해. 빌라 내부에 있는 자료를 모두 파기하기 위해서.”
멈칫한 곽철우가 김철영을 바라보았다.
김철영은 팔뚝에 붙여져 있는 소형 컴퓨터를 몇 번 조작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딱히 감지되는 보안장치나 폭발물 같은 건 발견된 것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다니… 죽고 싶나 보군.”
곽철우가 싸늘히 말하자, 유은호가 다급히 말했다.
“정말이야. 설계도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빠져 있지만, 건물을 지을 때부터 만들어진 장치야. 행여 있을 폭발 상황에서도 자료를 지키기 위해 사무실 전체가 합금으로 지어진 거라고.”
‘흠.’
순간 곽철우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정말 그런 보안장치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이 유은호라는 자가 상황실로 먼저 들어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은 아닐까?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한호조를 향해 말했다.
“꼬마, 네가 상황실로 들어가 봐.”
“네?”
“분명 네 생체 정보는 등록되지 않았다고 했지.”
두리번거리는 한호조를 내려다보던 곽철우가 낮게 말했다.
“네가 들어가.”
“잠, 잠깐만. 내가 들어갈게.”
퍽.
유은호의 안면을 매섭게 후려친 곽철우가 다시 말했다.
“어서 들어가.”
그는 잔혹스런 미소를 머금었다.
유은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호조는 폭사되어 죽을 것이고, 거짓이라면 들어가기 전 사실을 실토할 테니까.
“알겠어요.”
한호조는 용기를 내어 상황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 발짝, 두 발짝. 마침내 유은호를 지나쳐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호조야.”
유은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거기서 얌전히 있어.”
퍽.
발로 한호조를 상황실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자, 경보음과 함께 금속 문이 순식간에 닫혔다.
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금속 문이 닫히자 유은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아, 다행이다. 안 속는지 알고 겁나게 긴장했잖아.”
고개를 돌린 그가 투명화 상태로 있는 곽철우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상황실이 튼튼하게 지어진 건, 히든몬스터 대피용 패닉룸(panic room)으로 지어져서 그래.이쪽엔 히든몬스터가 자주 출몰하거든.”
퍼억.
화가 난 곽철우가 유은호의 안면을 후려치며 외쳤다.
“다시 열어.”
힘없이 축 늘어진 유은호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그가 다시 외쳤다.
“네놈의 골통을 뽑아서 생체인식을 하기 전에.”
“안면이야 그렇다 쳐도 음성인식은? 그거 랜덤으로 바뀌는데?”
곽철우가 유은호의 머리채를 붙잡고 안면인식 센서에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음식 센서창에 또다시 괴상한 문장이 떴다.
-복삼삼. 복삼삼. 보로보로복.
“말해.”
곽철우가 머리칼을 비틀자 유은호가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오늘 일진 더럽네. 쿵짝짝. 쿵짝짝”
퍼억.
또다시 곽철우의 주먹이 유은호의 안면을 파고들었다.
주르륵.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는 유은호의 머리채를 다시 잡아챈 곽철우가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기회다.”
“아, 알았어. 열어줄게. 잠깐만 숨 좀 돌리고.”
배시시 웃는 유은호의 얼굴을 바라보던 곽철우가 손을 내뻗었다.
“커억.”
그러자 갑자기 유은호가 무릎을 꿇더니 내장 섞인 핏물을 토하기 시작했다.
염동력 스킬 사용자인 곽철우가 그의 내장 일부를 뜯어 목구멍으로 올려버린 것이다.
“같잖은 객기는.”
곽철우는 살벌한 눈빛으로 유은호를 쓸어보았다.
“너희 같은 각성자 고문하는 덴 이골이 났다.”
고통스러운지 유은호는 대답하지도 못한 채 양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끄으으.”
“한 번 더 헛소리를 하면,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꼴로 만들어주겠다.”
저승사자와 같은 눈빛으로 유은호를 내려다보던 곽철우가 다시 그의 머리채를 붙잡을 무렵,
“너희들. 수법을 보니… 그쪽 소속이구나?”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킨 유은호가 손목에 부착된 바늘 수갑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으으으득. 찌이이이익.
피부에 단단히 부착된 바늘 수갑을 힘으로 찢어버리자, 가죽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이런 것쯤은… 예전에 이미 다 당해봤다고!”
쫘아아악!
비닐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늘 수갑이 완전히 벗겨졌다. 손목 가죽을 통째로 포함해서 말이다.
“각오는 된 거지?”
피를 철철 흘리는 유은호가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