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38화 (238/285)

제238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실드경계지역, 특수대응팀의 빌라 앞.

마당에 설치된 커다란 파라솔은 시원한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파라솔에 앉아 있는 한호조는 연필을 쥐고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띠리리링.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한호조가 휴대폰 스크린을 열자 황장훈의 둥그런 얼굴이 보였다.

-호조야. 나 너희 집 근처 편의점에 왔는데, 배틀 체인저 한판 하자.

“지금? 나 숙제 중인데?”

-나중에 하면 되잖아. 돈 걸어놨으니까 빨리 와. 조금 있음 우리 차례란 말야. 빨리빨리.”

“아, 알았어.”

황장훈의 채근에 한호조는 쥐고 있던 연필을 내려두고 골목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르르릉.

그때 낮은 배기음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한호조 앞에 섰다. 유은호였다.

“호조야, 어디가?”

“잠깐 친구 보러 가요.”

“그래? 태워줄까?”

“아뇨. 요 앞에 편의점에 가는걸요. 갈게요!”

한호조가 다시 골목으로 뛰어가며 손을 흔들자 유은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또 오락하러 가는구만.”

최근 편의점 앞의 게임기는 명물이 되었다.

그곳에서 최고 하이 스코어 기록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랭킹 1위였던 볶음밥팀이 편의점에서 오락하는 무명의 플레이어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하긴 뭐, 집에는 게임기가 없으니까.”

전능시야라는 희귀 스킬을 가진 한호조의 집중력이 너무 강했다.

한번 무언가를 시작하면 너무나 깊이 빠지는 경향이 있는 탓에, 한만재는 한호조에게 게임기나 컴퓨터 등을 사주지 않았다.

“밖에서라도 재밌게 하렴.”

오토바이의 발판을 세우고 헬멧을 벗은 유은호가 빌라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뭐야, 이건.”

문득 파라솔 위에 올려진 하얀 종이가 눈에 띄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서 쓰기.

학교 숙제로 보이는 커다란 유인물에 맨 위쪽에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가장 좋아하고, 의지하는 사람?”

유인물을 내려다보던 유은호가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당연히 나잖아?”

항상 업무에 치이고 바쁜 한만재를 대신해 한호조와 가장 많이 놀아주는 건 유은호다.

각성자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진 딱히 단짝 친구가 없는 한호조를 위해, 유은호는 늘 친구처럼 놀아주었다.

“뭘 쑥스럽게 이런 숙제를 내준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은호의 눈은 흐뭇하게 접혀 있고 입술은 한 일 자로 쭉 늘어져 있었다.

“발표일이… 어디 보자, 다다음주 월요일이네.”

유인물을 바라보던 유은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털털털털.

낮은 배기음과 함께 거대한 몬스터 트럭 한 대가 빌라 뒤편 주차장에 세워졌다.

던전 휴게소에 술에 취한 각성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을 돌고 온 신채영과 한만재가 복귀한 것이다.

“뭐야, 호조 이 녀석. 여기에 뭘 두고 간 거야.”

빌라로 들어가던 한만재는 평상 위에 올려둔 호조의 필기구와 유인물을 발견했다.

“뭐? 가장 존경하는 사람?”

“학교 숙제네요.”

옆에 서 있던 신채영이 낮게 중얼거리자 한만재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이런 걸 숙제라고 내준다냐.”

그리고 필기구와 유인물을 집어 들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신채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조가 치우게 해요.”

“아, 그렇지. 내가 갖다 놓으면 부담이 되겠지? 허허허.”

쑥스럽게 웃은 한만재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빌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

방 안 책상에 앉아 수학 문제집을 풀던 유은호는 이마를 매만졌다.

“너무 어려워.”

일찍 각성이 발현된 아이들은 성인 못지않게 머리도 빨리 발달한다.

대부분이 영재로 구성된 각성자 학교에선 초등학교 6학년쯤이 되면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학교였단 말이야.”

각성자라는 것이 들통난 한호조는 갑작스럽게 각성자 학교로 전학을 온 터였다.

공부는 곧잘 하는 편이었지만, 갑자기 각성자 학교의 수준을 따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으음.”

고민하던 한호조는 거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헤드폰을 낀 채 전자드럼을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 유은호가 보였다.

“에고.”

조심스럽게 다시 3층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어, 호조야. 왜?”

한호조를 발견한 유은호가 헤드폰을 벗으며 활짝 웃었다.

“어쩐 일이야? 같이 나가서 게임이라도 할까?”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유은호가 공부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한호조가 고개를 저었다.

“잠깐 채영 누나한테 여쭤볼 게 있어서요.”

“채영이? 그 얼음땡이한테 뭘 물어봐. 나한테 물어봐.”

“저, 이건데요.”

가슴을 두드리며 싱글벙글 웃던 유은호는, 한호조가 내민 수학기호가 가득한 책을 보자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외계어……?”

“아뇨. 수학책이요.”

시선을 회피한 유은호가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렇구나. 그렇지. 이게 바로 수학책이지. 형도 알아. 복권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이집트의 어느 파라오였다는 것도.”

“…올라갈게요.”

3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유은호가 갑자기 한호조의 어깨를 붙잡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던전에 들어갔단다.”

“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던전에 들어갔지.”

“네에.”

수학책을 든 한호조가 다시 3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유은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난 어린 시절부터 던전에 들어갔어. 그래서 공부 같은 거 못했어.”

유은호의 변명을 뒤로 한 채, 한호조는 3층으로 올라왔다.

“채영 누나.”

거실 소파는 헤드폰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는 신채영이 앉아 있었다.

짧은 단발 너머로 보이는 창백한 피부, 가늘고 긴 눈동자.

마치 얼음으로 만든 마네킹처럼 생겼다. 하지만 협회에서 제일가는 힐러이자, 한호조에겐 최고의 과외선생님이기도 했다.

“바쁘세요?”

한호조의 물음에 눈을 감고 있던 신채영이 눈을 떴다.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갑게 정지된 눈동자에서 약간의 따스한 빛이 떠올랐다.

“무슨 일.”

“아, 여쭤볼 게 있어서요.”

한호조가 문제집을 내밀자 신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부분.”

“여기요.”

]“음.”

헤드폰을 벗은 신채영은 소파에 앉은 채 한호조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차갑고 작은 목소리였으나, 두 번 설명을 들을 필요 없을 만큼 깔끔하고 간결했다.

“고맙습니다. 누나가 최고예요!”

한호조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신채영은 말없이 다시 헤드폰을 썼다.

하지만 전과 달리 눈을 감은 그녀의 입꼬리는 약간 올라가 있었다.

일요일엔 선술집 노병은 문을 닫는다.

때문에 일요일은 초홍이 직접 차려준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저녁 시간.

4층 주방으로 모인 특수대응팀과 한호조는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치이이익.

그런데 팀원들이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주방에 있는 초홍의 요리는 멈추지 않았다.

“팀장님, 뭘 계속해요. 이제 밥 먹어요.”

“응.”

어느새 초홍은 하얀 접시에 먹음직스러운 햄버그스테이크를 들고 나왔다.

“뭘 이런 걸 또…….”

접시를 받으려고 유은호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릇은 한호조의 앞에 놓여졌다.

“호조야. 많이 먹어.”

“네에.”

“팀장님. 저희는요?”

유은호가 억울한 표정을 짓자 초홍이 눈을 깜빡였다.

“다 큰 어른이 무슨 햄버그스테이크야. 거기 있는 김치찌개 먹어.”

“뭐에요? 나도 햄버그스테이크 좋아한단 말이에요.”

유은호의 항의는 귓등으로 흘린 초홍이 한호조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또 먹고 싶은 건 없니?”

“네? 네.”

“먹고 싶은 게 있음 언제든 말해.”

분명 온화하고 아름다운 미소이건만, 어딘가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웃음이다.

순간 한호조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의 머릿속에는 똑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팀장님도 과제물 봤구나!!

그렇다. 초홍도 분명 평상 앞에 두었던 한호조의 숙제를 발견한 것이 분명했다.

-어림없지!

식탁에 둘러앉은 네 사람은 각자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호조와 가장 많이 놀아주는 건 나란 말씀!’

피식피식 웃으며 밥을 먹는 유은호를 바라보던 초홍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들에겐 맛있는 밥 해주는 사람이 최고지!’

슬그머니 피어나는 초홍의 미소를 발견한 신채영이 눈을 반짝였다.

‘어려운 숙제를 도와주는 사람이 제일 의지가 되는 사람이겠지.’

그러자 한호조의 옆에서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한만재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 아빠다!’

동상이몽.

네 사람은 저마다 미소를 지은 채 딴생각을 하면서 식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 주 일요일.

“끄으.”

밤새 게임을 한 유은호는 정오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아하함. 조용하네.”

기지개를 켠 유은호가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오늘은 특수대응팀의 빌라가 텅 비어 있는 독특한 날이다.

한만재는 모처럼 한호조를 데리고 ‘토실토실 랜드’로 놀러 갔고, 초홍은 해산물을 산다면서 바닷가로 떠났다.

신채영은 볼만한 책을 사겠다고 903트럭을 몰고 서점으로 나갔다.

“아함. 라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

주방 계단으로 올라가던 유은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내일… 과제 제출일이었지?”

문득 한호조의 유인물을 떠올린 그는 헛기침을 했다.

“괜히 형님한테 미안해지네. 백 퍼센트 내 이름을 썼을 텐데.”

히죽히죽 웃던 유은호는 불현듯 얼굴이 굳었다.

만에 하나라도 내 이름이 안 적혀 있다면?

“에이, 설마…….”

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에는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었다.

“흠흠.”

헛기침을 한 유은호는 슬그머니 한호조의 방이 있는 아래층으로 향했다.

달칵.

문을 열자마자 원목으로 만든 튼튼한 책상이 보인다.

특수대응팀 모두가 던전에서 나오는 목재를 모아 직접 제작한 책상이다.

“흐음.”

1층에 있는 한호조의 방으로 들어간 유은호는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을 열었다.

금단의 상자를 여는 듯, 떨리는 손으로 서랍을 열자 그곳엔 하얀 유인물이 포개어져 있었다.

“있다.”

하얀 유인물을 꺼내든 유은호의 눈빛은 보물을 발견한 해적처럼 크게 반짝이고 있었다.

* * *

저녁 시간.

특수대응팀은 초홍이 푸짐하게 차린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유은호는 창백한 얼굴로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반쯤 혼이 나가 있는 표정에,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초점이 없었다.

다음 날.

오전에 있는 회의 시간에도 유은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하루 사이 눈빛은 더 우울해졌고 볼은 홀쭉해졌다.

“뭐야. 어디 아픈 거야? 힐이라도 넣어줘?”

보다 못한 신채영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유은호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채영아.”

“왜.”

“마음의 상처도 치료가 되니?”

신채영은 대답 대신 힐링 팩터 중 강력한 해독의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유은호는 온몸의 핏줄이 불끈 솟더니 얼굴이 호빵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해독 스킬을 왜 넣는데?”

“약을 한 건 아닌가 보네.”

“그런 걸 하겠냐?”

“그럼 무슨 일인데?”

“아니 그게, 호조가…….”

그 순간 한만재가 안색이 변해 외쳤다.

“호조가 왜?”

그러자 힘겹게 서 있던 유은호가 무너지듯 자리에 앉았다.

“…천마 님을 제일 존경한데요. 크흐흑.”

순간 초홍과 신채영, 그리고 한만재의 얼굴까지 사정없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신채영의 물음에 유은호가 훌쩍거리며 말했다.

“존경하는 사람을 적으라는 숙제가 있었거든? 난 정말 당연히 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어제 몰래 확인했거든?”

눈물을 쓱 닦은 유은호가 휴대폰으로 찍은 유인물 사진을 내밀었다.

1.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천마 아저씨입니다.

2. 왜 존경하나요?

천마 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저를 여러 번 구해주셨습니다. 또 힘을 숨긴 채 던전을 지키는 다크나이트 같은 분입니다.

3. 그분의 직업은요?

집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4. 그분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있나요?

구봉산 맛과를 좋아합니다. 배틀 체인져 게임도 좋아합니다.

5. 그분이 항상 자주 하는 말이나 격언이 있을까요?

‘저리 가라’입니다. 하지만 진짜 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비밀스런 신분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과 친해지는 걸 피하려는 겁니다.

6. 그분이 눈앞에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말은?

안녕하세요, 천마 아저씨. 저도 크면 아저씨 처럼… 후략(後略).

사진에 찍힌 유인물의 답변을 읽던 특수대응팀의 얼굴은 모두 굳어졌다.

“그, 그렇구나.”

그중에 단연 큰 충격을 받은 건 한만재였다.

“하긴 우리 호조를 두 번이나 구해줬지…….”

관절이 모두 굳어버린 로봇처럼 삐그덕거리며 일어난 한만재가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문 쪽이 아니라 회의실 안쪽으로 걸어갔다.

“형님. 출구는 저쪽인데요.”

“어어.”

유은호의 말에 한만재가 다시 걸어가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거긴 제 컴퓨터 앞인데요.”

초홍의 말에 한만재가 슬픈 표정으로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맞아요. 저는 아버지로서 부족하죠. 호조가 사달라는 컴퓨터도 안 사다 줬으니. 크흡.”

울먹이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형님도 기대를 하셨구나…….”

유은호의 말에 초홍과 신채영도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 특수대응팀 빌라 4층 회의실.

“네? 호조가요?”

회의 중에 전화를 받은 한만재가 눈을 비비고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전화번호 위엔 ‘담임 선생님’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바로 매달 있는 학부모 상담 전화였다.

-네에. 호조가 쓴 것이 너무 좋아서 참관수업 때 발표를 시킬 예정이거든요. 가능하면 바쁘시더라도 아버님께서 방문을 해주시는 것이…….

“그, 그렇군요.”

한만재는 고개를 떨구었다.

-훌륭한 일을 그렇게 많이 하신다고… 아버지가.

“네에, 당연히 천마 씨는 훌륭… 네? 저요?”

한만재가 눈을 크게 떴다.

-아버님과 아버님 팀원들의 칭찬을 썼더라고요.

“그, 그랬나요?”

-네에. 나중에 시간 되면 꼭 한번 보세요.

그날 저녁.

팀원들이 모여 있는 식탁에서 한호조는 웃으며 유인물을 내밀었다.

“이거 학교 숙제인데, 꼭 당사자에게 보여드리라고 해서요.”

1.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버지와 초홍 누나, 채영 누나, 은호 형입니다.

2. 왜 존경하나요?

-네 분 모두 다 위험을 무릅쓰고 던전의 안전과 각성자들을 구해주기 때문입니다.

3. 그분의 직업은요?

-모두 다 협회 각성자입니다.

4. 그분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있나요?

-아버지는 낚시와 캠핑을 좋아합니다. 초홍 누나는 요리를 좋아하고, 채영 누나는 음악감상과 던전 나들이를 좋아합니다. 은호 형은 게임과 드럼,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합니다.

5. 그분이 자주 하는 말이나 격언이 있을까요?

-그런 건 없지만 한마디 한마디 말이 모두 사랑으로 가득 담겨 있습니다.

6. 그분이 눈앞에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말은?

-아빠, 늘 존경하고 사랑해요. 초홍 누나, 늘 맛있는 음식 해줘서 고마워요. 채영 누나, 수학 공부 가르쳐 줘서 고마워요. 은호 형, 항상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요.

항상 말로 전하진 못했지만… 후략.

유인물을 읽던 유은호가 한호조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뭐가요?”

“그러니까…….”

재빨리 유은호의 입을 틀어막은 초홍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고맙다고. 우릴 좋아해 줘서.”

“당연한 일인걸요. 늘 이렇게 사랑해 주고 아껴주시는데. 그럼 방으로 먼저 내려갈게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한 한호조가 웃으며 몸을 돌렸다.

감동하는 네 사람을 뒤로 한 채.

“하아…….”

방 들어온 한호조는 책상에 앉아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럴 땐 스킬이 있어 정말 다행이네.”

전능시야.

자신의 방에 유은호가 들어온 걸 감지한 한호조.

전능시야를 통해 그가 몰래 자신의 유인물을 훔쳐보는 걸 발견한 것이다.

아닐까 다를까. 절망하는 아버지와 유은호를 확인한 한호조는 유인물을 다시 제출한 것이다.

“사실 가족은 너무 당연해서 안 쓴 것뿐인데…….”

한호조는 서랍 아래쪽에서 유인물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곳엔 일전에 적어두었던 유인물이 비밀스럽게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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