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37화 (237/285)

제237화. 신채영, 파견을 나가다 (2)

톱날 같은 뱀 형태의 몬스터, 체인쏘 스네이크의 숫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인쏘 스네이크가 왜 이렇게 대량으로 출현했죠?”

“뭐, 던전이라는 게 항상 변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창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설령 체인쏘 스네이크 백 마리가 나온다 한들, 던전 보스인 꽉꽉부기가 나온다 한들.

서른 명의 각성자 훈련생과 다섯 명의 교관이라면 위협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낙하산 힐러였나.’

최창수는 신채영이 모처럼 던전에 나와 불안해한다고 생각했다.

“이 별사탕 던전에는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는 없습니다. 안심하시죠.”

그리고 슬그머니 신채영에게 다가가 말했다.

“걱정되시면 제 옆에 딱 붙어 있으시면 됩니다.”

쿠웅.

그때 낮은 소리와 함께 뒤편에서 기분 나쁜 진동이 들려왔다.

최창수가 뒤를 돌아보니 반짝이는 그림자 같은 것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반짝이는 그림자는 다름 아닌 은빛으로 물든 해골이었다.

순간 최창수의 어깨에 있는 나노봇이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히든몬스터 출현, 실버 스컬. 위험도 1만. 언데드의 일종으로 은빛으로 물든 뼈대를 가지고 있으며……]

이십여 마리의 실버 스컬을 바라보던 신채영이 눈을 깜빡였다.

“훈련을 위해 일부러 부른 건가요?”

실버 스컬은 출현 조건이 널리 알려진 히든몬스터다.

각성자 상점에서 파는 몇 가지 유물만으로 불러낼 수 있을 만큼. 게다가 저만한 숫자라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후미 대열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대응을 보기 위해서…….”

“아뇨. 이런 계획은 없었는데.”

단호히 고개를 저은 최창수가 손을 주물럭거렸다.

“뭐,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도라면… 못 물리칠 정도는 아니니까요.”

위험도 1만의 몬스터가 20마리가 모였다고 위험도 20만이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실버 스컬은 느릿한 움직임을 보이는 히든몬스터였다. A급 다중 스킬인 ‘순간 가속’ 스킬을 가진 최창수라면 어찌어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꺄아아!

그때 멀리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던전 앞쪽에서도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앞쪽에서도 히든몬스터가 출현한 것 같아요.”

신채영의 말에 최창수가 눈을 크게 떴다.

“히든몬스터가요?”

“이 실버 스컬은 분명 누군가 고의적으로 출현시킨 걸 거예요.”

잠시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던 신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관님은 여기서 실버 스컬을 처리해 주세요. 후미에서 이놈들이 들이닥치면 앞쪽의 훈련생들은 더욱 혼란에 빠질 거예요.”

“어쩌시려고요?”

“저는 앞쪽에 부상자가 있는지, 상황을 살펴보고 올게요.”

“네? 아니, 잠깐만.”

최창수는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힐러인 신채영이 간다면, 혹시라도 있을 부상을 누가 치료해 준단 말인가?

“채영 씨! 같이 이놈들을 처리하고… 이봐요!”

휘익.

하지만 최창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채영은 어느새 던전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건…….’

던전 중심부로 달려 나가는 신채영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던전의 벽과 바닥 곳곳에 주먹과 손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위쪽도?’

심지어 천장 위에는 핵폭탄을 터뜨린 듯한 엄청난 폭발 자국과 같은 흔적이 보였다.

“이건…….”

신채영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어디선가 매우 많이 본 흔적이다. 아니, 매우매우매우 많이 본 흔적이었다.

-꾸르르륵.

“퇴로를 뚫어! 원거리 스킬을 사용해!”

“아아악!”

던전 중심부에 도착하기 전, 어느 커다란 대전.

그곳은 몬스터들의 쏟아내는 괴음과 교관들의 외침, 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까망… 병사?’

걸음을 멈춘 신채영이 입을 벌렸다.

서른 명의 훈련생과 세 명의 교관을 포위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위험도 2만의 히든몬스터.

까망 병사였다.

‘심지어 개체가 두 마리야.’

까망 병사는 군집형 몬스터로 한 개체당 숫자는 100마리. 하지만 이 대전에 돌아다니는 까망 병사는 200마리였다.

“내가 길을 뚫을게!”

까망 병사에 또다시 포위되자, 선두에 있던 훈련생 하나가 미사일 형태의 금속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심이슬이었다.

파파파팍!

훈련생 중에 가장 등급이 높은 그녀가 전력을 다해 스킬을 사용하자, 쏟아지던 까망 병사들의 포위망 한쪽이 뚫렸다.

“으악!”

하지만 또다시 몇 명의 훈련생들이 공격에 맞고 쓰러졌다.

후미에 있던 힐러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치료도 하지 못한 채, 까망 병사들을 피해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고함을 친 신채영이 허리춤에서 단분자 커터를 뽑아 들었다.

치잉.

날카로운 검 형태의 단분자 커터를 쥔 그녀가 허공에 커다란 원을 그렸다.

촤아아악.

시원한 파열음과 함께 힐러들을 포위하고 있던 까망 병사들이 조각났다.

“힐러들이 흩어져선 안 돼! 부상자들을 치료해야 할 것 아냐!”

겁에 질려 떨고 있는 힐러 훈련생들에게 소리친 그녀가 다시 교관들을 향해 말했다.

“대열을 유지시켜요! 이 상태에서 훈련생들을 후퇴시킬 순 없어요!”

까망 병사들은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집요하게 추격하는 습성이 있다.

이만한 숫자로 포위를 당했다면 차라리 힘을 모아 한꺼번에 죽이는 편이 낫다.

“으으으.”

하지만 부상자가 많았고, 교관들마저 우왕좌왕했다.

지식은 풍부하지만 실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교관들은 2만에 달하는 히든몬스터에 포위되자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이런 멍청이들!’

한 팔을 벌린 신채영의 몸에선 연녹빛 광채가 솟구쳤다.

S급 치료 스킬, 힐링 팩터를 사용한 것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지 말고 일어나! 그렇게 쉬고 있는 동안 동료들은 죽어 나간단 말야!”

우우웅.

신채영의 힐링 팩터는 어두운 대전을 크게 밝히더니 쓰러진 훈련생들의 부상을 단숨에 치료했다.

“뼈는 맞춰졌는데… 고통은 그대로예요!”

그때 어떤 훈련생이 울먹거리며 신채영에게 소리쳤다.

“통증을 줄여주세요!”

“안 돼!”

또다시 단분자 커터로 달려오는 까망 병사를 베어낸 신채영이 엄숙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은 전투 중이야. 고통을 잊게 해주는 걸 사용하면 몸이 둔해져.”

“크아아악!”

그 와중에도 부상자들은 끊임없이 발생했다.

“아파! 나도 아프다고! 치료해 줘! 나도 치료해 주란 말야!”

부상자들은 울부짖으며 후미에 있는 힐러들에게 달려들었다.

“으으.”

피에 젖은 채 달려오는 부상자들을 보자 힐러 훈련생들은 뒷걸음질 쳤다.

마치 입을 벌린 채 달려드는 언데드의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촤아아악!

그때 달려드는 세 마리의 까만 병사들을 처리한 신채영이 부상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싸워. 고통 속에서.”

단분자 커터를 부상자들에게 치켜세운 그녀가 말했다.

“그래야 이길 수 있으니까.”

“웃, 웃기지 마. 힐러 주제에!”

부상자들 중 근육질을 가진 훈련생 하나가 소리쳤다.

“후방에서 몬스터 몇 마리 처리하는 거랑 같아? 선두에서 목숨 걸고 싸워봐!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헛소리하지 말고 잘 봐.”

단분자 커터를 다시 움켜쥔 신채영이 엄한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싸워야 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두말없이 몸을 날려 까망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곳으로 달려 나갔다.

“이, 이슬아, 어떻게 된 거야.”

선두그룹에서 싸우고 있던 이지아는 심이슬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부른 건 실버 스컬이잖아. 왜 까망 병사들이 나온 건데.”

“나도 몰라!”

연달아 스킬을 쏘아내곤 있지만 심이슬의 눈은 초점이 없었고, 전의가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분명 후미에 있을 신채영을 골탕 먹이기 위해, 입구 근처에 실버 스컬을 천천히 출현시켰다.

‘왜 던전 입구 중간에서 까망 병사가 출현한 거지?’

정신이 흐트러지자 전신에 무기력함이 스며들었고 스킬 발현도 점차 힘들어졌다.

‘이러면 다 죽을지도 몰라!’

무기력함이 공포로 변하자 더 이상 금속탄환이 나오지 않았다.

스킬은 무한히 사용할 수 없다.

게임처럼 게이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놈의 스킬은 육체과 정신력을 담보로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중지될지 모른다.

-쿠르륵!

심이슬이 멍하게 서 있자, 까망 병사 한 마리가 방어선을 뚫고 날카로운 손을 뻗었다.

“이, 이슬아!”

그 모습을 본 이지아가 크게 외쳤다.

하지만 날카로운 손톱은 이미 심이슬의 목줄기에 닿아 있었다.

촤악!

누런 핏물이 심이슬의 얼굴로 쏟아졌다.

어느새 달려온 신채영이 심이슬의 몸에 붙은 까망 병사를 두 조각 낸 것이다.

“정신 차려.”

한 손으론 단분자 커터를 쥔 신채영이 왼팔을 심이슬을 향해 크게 뻗었다.

우웅!

웅장한 진동음과 함께 연녹빛 광점이 심이슬을 포함해, 선두에 있는 몇몇 부상자들의 몸을 통과했다.

“싸워. 넋 놓고 있지 말고.”

신채영의 말에 심이슬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스, 스킬이 안 나온단 말이에요!”

“스킬이 나오지 않으면 무기를 사용해. 무기가 없으면 몬스터의 팔다리라도 주워 들어서 싸워.”

촤악. 싸아아악! 우우웅!

신채영은 끊임없이 단분자 커터를 휘두르면서 한 편으론 쓰러진 부상자들에게 치료 스킬을 끊임없이 주입했다.

-끼에에에에!

괴음을 낸 까망 병사들은 갑자기 신채영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힐을 사용하여 부상자들을 일으키는 걸 보자, 단숨에 그녀부터 처리하려는 것이다.

“안 돼!”

그 모습을 본 심이슬은 다시 스킬을 쏘아내었다.

하지만 수십 마리의 까망 병사들은 신채영의 몸 주변을 덕지덕지 둘러싸았다.

-츠츠츠츠츠.

그런데 갑자기 괴상한 진동음과 함께 신채영의 몸 주변에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리버스… 힐링 팩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이슬은 입을 벌렸다.

“리버스 스킬을 사용한다고?”

낙하산이라고 무시받았던 신채영.

경력도 무훈도 알려지지 않은 그녀가 상급 각성자들이나 사용한다는 리버스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니?

-사아아아아악.

리버스 힐링 팩터에 스친 까망 병사들은 검은 모래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챙.

연달아 리버스 힐링 팩터를 사용하던 신채영은 또다시 단분자 커터를 뽑아 까망 병사들을 베어갔다.

“대단해.”

심이슬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피와 까망 병사의 체액이 묻은 채 거침없이 싸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여신처럼 엄숙했고 또 처절했다.

‘도대체 뭐야.’

왜 저런 수준의 각성자가 임시 교관이나 하고 있는 거지?

대체 뭐야? 왜 지금까지 무시당하는 걸 참고 있었던 거지?

“싸워.”

포위했던 까망 병사를 물리친 신채영이 훈련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치면 내가 치료해 줄 테니 싸워. 그러면 이길 수 있어.”

감정을 배제한 낮은 목소리.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엔 안정감이 있었다.

혼란에 빠진 훈련생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단번에 용기를 얻었다.

“하압!”

비틀거리던 훈련생들이 다시 스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 훈련생들은 단분자 커터를 뽑아 들었다. 힐러들은 자신의 부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뒤를 돌아본 신채영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두그룹을 지나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끼이이이이!

포위망을 무너뜨린 신채영이 던전 중심부를 향해 앞으로 달려 나가자, 괴음을 지르며 까망 병사들이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다.

-꾸르르륵 키이이이이!

학생들을 포위했던 까망 병사들까지 합류해 신채영을 뒤쫓기 시작했다.

“으… 이잇!”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이슬은 갑자기 이를 깨물더니 신채영의 뒤를 쫓았다.

“이슬아!”

멀리서 이지아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심이슬은 전력을 다해 앞으로 달려 나갈 뿐이었다.

* * *

“하아, 하아.”

던전의 중심부 입구에 도달하자, 신채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었다.

이미 체력과 정신력 따윈 바닥난 지 오래다. 스킬은커녕 이젠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쿠루루루룩.

헐떡이는 신채영을 발견한 까망 병사들이 기분 나쁜 괴음을 흘렸다.

통로 한편을 꽉 메운 까망 병사들의 숫자는 줄 잡아 백 마리가 훨씬 넘어 보였다.

“거기서 뭘 하는…….”

뒤따라온 심이슬은 통로를 꽉 메운 까망 병사들을 보며 입을 막았다.

‘초회복을 사용해야 하나? 아니면 금속탄환을?’

스킬을 발휘하려던 심이슬은 선택의 기로에 빠졌다.

금속탄환을 써서 퇴로를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초회복을 사용해 신채영의 체력을 회복시켜야 할까?

“이 정도 개고생시켰으면 됐잖아요.”

그때 벽에 기대어 있던 신채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뭘 하는 거야.”

‘누구에게 말하는 거지?’

심이슬이 눈을 껌뻑일 무렵,

“불러냈으면 책임지고 처리해요!”

-키에에에에!

신채영의 고함 소리와 동시에 백여 마리의 까망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권마칠식…….

그때 어딘가에서 낮고 음산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천수공파!

화아아악.

시뻘건 폭풍이 통로에 쏟아지더니, 달려오던 까망 병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 있던 신채영이 그 모습을 보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쓸데없이… 이런 짓을 하고 있어.”

* * *

별사탕 던전 밖.

푸르릇 소리와 함께 쏘아진 화살처럼 뛰어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천마였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헐레벌떡 신법을 전개하는 천마의 어깨에 매달린 무명이 중얼거렸다.

[저희는 그저 꽉꽉부기의 알을 찾는 연습을 하러 온 것뿐인데.]

과거 고은진과 함께 힘을 합쳐 꽉꽉부기의 알을 획득한 천마.

하지만 그 힘을 합친 것을 치욕스러워 한 나머지, 천마는 별사탕 던전에서 홀로 꽉꽉부기의 알을 얻는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다.

무념무상.

알을 빼앗겠다는 마음을 숨긴 채 달려든다면, ‘의지’를 탐색하는 꽉꽉부기를 속이고 혼자 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모르겠군.”

신법을 전개하던 천마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 시꺼먼 벌레놈들이 등장한 것 때문인가?”

걱정스런 천마의 음성에 무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그동안 쌓은 정이 있는데, 협회에다 고자질하진 않겠죠?]

“모를 일이다.”

[근데 천마 님이 중심부에 숨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역시 검각의 애송이를 닮았어. 정말 감이 좋은 여인이다.”

천마는 곤란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 * *

스킬 트레이닝 센터. 신채영의 마지막 수업 날.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교육관 내부의 공기는 매우 엄숙했다.

학생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들었다.

때때로 쑥덕이던 교관들도 보이지 않았고, 더러 보이는 교관들 역시 쥐 죽은 듯 사라져 있었다.

어제 있었던 실전훈련, 일명 까망 병사 사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교관들의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현장을 오랫동안 벗어난 각성자들이 얼마나 실력이 줄게 되는지 밝혀지는 사건이 되었다.

이날 이후, 스킬 트레이닝 센터의 교관들도 의무적으로 던전 공략 시간을 이수해야 하는 규칙이 생겼으나, 그것은 조금 먼 후의 일이다.

“그럼, 이것으로 마지막 수업. 치료 스킬의 응용에 대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짝짝짝짝짝!

교육관에는 커다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훈련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었다.

“교관님, 가지 마세요!”

“계속 저희를 가르쳐 주세요!”

“교관님 사랑해요, 아아아앙!

열정적인 박수와 인사 속에도 신채영은 전과 다름없이 교실을 떠났다.

“신채영. 신채영…….”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이슬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부모님께 여쭤보니, 그녀는 특수대응팀이라는 생소한 부서의 요원이라고 한다.

더 정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고위 임원이신 부모님조차 상세히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이슬아.”

이지아가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다행히 실버 스컬 소환을 한 게 안 들켜서 말이야.”

이번 까망 병사 사건으로 인해, 실버 스컬 소환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채영이 이렇게 증언했다고 한다.

-더 난이도 있는 훈련을 위해 제가 넣어두었습니다.

이 일로 스킬 트레이닝 센터장은 노발대발했다.

실버 스컬로 인해 까망 병사가 소환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신채영은 임시 교관이었고, 까망 병사들로부터 목숨 걸고 훈련생을 보호했기에 처벌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인사라도 해야 해!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심이슬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교관님!”

헐레벌떡 뛰어간 심이슬은 신채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왜 저희를 감싸주신 거죠?”

순간 심이슬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또 따져 묻고 말았다. 언제 이런 오만한 말투를 고치지?

“실버 스컬. 저희가 부른 거 알고 있으셨잖아요.”

“열심히 싸웠잖아.”

임시 교관을 때려치운 상태였기 때문에 신채영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반말을 했다.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고, 날 구하려 했잖아. 그 빚, 갚은 거야.”

“따라왔던 것도… 알고 계셨나요?”

신채영은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머금고 몸을 돌렸다.

살짝 떠올린 미소는 너무도 아름다워, 심이슬은 자신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신채영 교관님!”

심이슬은 걸어가는 신채영에게 외쳤다.

“저, 오늘부로 전직해요. 교관님과 같은 힐러가 되려고요. 초회복은 A급이지만, 반드시 극한각성을 이루어 교관님과 같은 위치에 설게요!”

“그건 안 돼.”

몸을 돌린 신채영은 차갑게 말했다.

“내 위에 설 각오로 해야 될 거야.”

신채영의 입가엔 아까와 같은 엷은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반드시 그럴게요…….”

낮게 중얼거린 신채영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것이 먼 훗날, 세계 최초로 초회복을 SS급까지 극한각성 시킨, 위대한 힐러.

심이슬의 훈련소 시절의 회상이었다.

며칠 후 실드경계지역, 천마의 옥탑방.

쾅쾅쾅.

연신 두들기는 현관문 소리에 무명이 얼른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두 손을 뽑은 후 공손히 모은 채 말했다.

[어이쿠, 우리 채영 씨께서 어쩐 일이신가요.]

“안에 있지?”

신채영은 대뜸 천마가 있는 방으로 불쑥 들어갔다.

그 순간, 방에서 정좌를 한 채 TV를 보고 있던 천마의 몸이 움찔했다.

“왜 까망 병사를 불러냈어요?”

평소라면 본좌의 평온을 깨뜨리지 말고 나가라 등의 말을 하겠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해요.”

“…….”

“협회 보고해요?”

“사고다.”

“훈련생들이 크게 다칠 뻔했다고요.”

“본좌가 알 바 아니지.”

신채영이 다시 한번 눈을 번뜩였다.

천마는 허공을 바라보는 것에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밥 사요.”

“밥이라니.”

“입막음 대가.”

긴 침묵 끝에 천마가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백반 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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