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6화. 신채영, 파견을 나가다 (1)
힐러.
수많은 각성자 직업군 중에서도 가장 축복받은 직업이다.
던전에 들어가도 목숨을 건 전투를 할 필요가 없고, 설령 전투가 벌어져도 최후방에서 팀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치료 스킬만 쏟아내면 되니까.
만약 던전에서의 활동이 싫으면, 의료자격증을 따서 각성자 병원에서도 일할 수도 있고, 각종 기관에 취업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발현된 스킬 하나만으로 평생 동안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대한각성자협회 전략기획실, 소회의실 내부.
홀로그램으로 떠 있는 인사파일을 살펴보던 김수웅 실장이 초홍에게 말했다.
“특수대응팀에도 힐러가 한 명 남아 있었지? 그, 누구더라?”
‘재수 없게 꼭 저래.’
초홍이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세간에 알려진 각성자는 아니었으나, 신채영은 누구보다 뛰어난 힐러였다.
그런 실력자를 전략기획실, 아니, 저 능구렁이가 이름조차 파악하지 못할 리 없다.
무엇보다… 김수웅은 손가락만 까닥해도, 특수대응팀의 인사파일을 훤히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닌가?
“신채영입니다.”
“그래 맞아. 신채영. 기억나는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삼킨 초홍이 대답하자 김수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정민 실장이 있을 때 꽤나 활약을 했다지?”
“활약이라면…….”
“아아, 긴장할 필요 없어. 해묵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살짝 입꼬리를 올린 김수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히든몬스터 출현도 줄어들었고, 특수대응팀에선 딱히 위험한 전투를 벌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아닌가?”
늘 하던 대로 그냥 명령을 하면 될 것을 왜 자꾸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초홍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잘됐군. 그럼 신채영을 스킬 트레이닝 센터에 보내도록 하지.”
“스킬 트레이닝 센터요?”
스킬 트레이닝 센터.
협회 산하의 고등 교육기관으로, 각성자 학교를 졸업하면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곳이다.
스킬의 심화교육과 실전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성적을 얻으면 협회나 각종 기관에 스카웃 되는 등, 취업의 등용문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물론, 교관으로 말야.”
“채영이를 교관으로 보낸다고요?”
초홍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힐러는 팀을 이루는 데 가장 필요한 포지션 중 하나다. 네 명밖에 없는 특수대응팀에서 힐러를 빼간다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건가.’
언제, 어느 때고 김수웅이 무슨 일을 벌일 거라는 건 예상했다. 아니, 팀이 공중분해 되는 것까지도 각오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팀원을 빼갈 속셈일 줄이야.
‘이럴 바엔 뭣 하러 실드경계지역에 빌라를 지어준 거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수웅의 능력이라면 단숨에 팀을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데, 굳이 약 올리듯 팀원을 하나씩 빼면서 해체할 이유가 있을까?
“걱정할 필요 없네.”
김수웅은 복잡한 초홍의 심정을 모두 파악했는지,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를 머금었다.
“잠시 동안 임시 교관을 맡길 셈이니까.”
“임시…요?”
“힐러를 담당하는 교관이 갑작스럽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말야. 4주간 이론과 실전 훈련을 가르칠 교관이 필요하다더군.”
초홍의 얼굴은 시뻘게졌다.
이런 일이라면 신채영을 직접 부르거나, 혹은 서면이나 유선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수웅은 굳이 그녀를 협회로 호출한 것이다.
‘감시… 때문인 건가.’
김수웅의 입장에선 버릴 수도, 그렇다고 품을 수도 없는 SS급의 정신능력자 초홍.
그는 주기적으로 감시하듯 초홍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자네 팀 활약을 잘 지켜봤네. 생각보다 잘해주더군.”
초홍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겸사겸사 부른 걸세. 자네를 본 지도 오래됐고 말야.”
김수웅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부드러웠으나, 초홍의 눈엔 독사가 웃는 모습처럼 보일 뿐이었다.
* * *
특수대응팀.
대외적인 임무는 히든몬스터의 처리였으나, 실제로는 전략기획실장 직속의 비밀스런 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부서.
한마디로 협회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비밀부서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히든몬스터의 처리를 담당하였고, 던전의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임무를 수행하였다.
어떻게 보면 김수웅 실장은, 음지에 있던 특수대응팀을 양지로 끌어낸 셈이다.
“…정신 계열의 치료 스킬을 발휘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동기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킬 트레이닝 센터, 제3 교육관.
단정한 정장을 입은 단발머리 여성이 스크린을 가리키며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고저가 없고 눈동자는 차갑게 정지되어 있었다.
바로 특수대응팀의 힐러이자 2급 각성자, 신채영이었다.
“…두통이 발생되거나 점차 비정상적인 각성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로 인해 불면증과 악몽이 발생되고…….”
강당에 선 채 기계처럼 또박또박 수업을 진행하는 신채영을 바라보던 훈련생 이지아는 옆자리에 있는 친구, 심이슬에게 속삭였다.
“들었어? 저 교관, 낙하산이래.”
심이슬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자 이지아가 다시 속삭였다.
“경력도 없으면서 협회에서 바로 꽂아줬나 봐. 아님, 얼굴로 밀어붙였나?”
트레이닝 센터의 교관들은 학교로 따지면 공립대학의 정교수급이라고 할 수 있다.
각성자 등급도 높아야 하지만, 현장 경력과 학문적 지식도 높아야만이 임용될 수 있다.
교관들의 평균 연령대는 40대. 젊은 축에 속하는 교관도 3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신채영의 나이는 이십 대 중반.
거기다 특수대응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력도 알려지지 않았으니, 이런 의심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교관들 사이에서도 왕따 당한다고 하더라고. 낙하산이라고.”
이지아의 말에 심이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식 교관 아니야.”
“뭐?”
“궁금해서 부모님한테 물어봤더니, 천석환 교관 임시 땜방이라고 하더라고.”
멀리서 수업을 진행하는 신채영을 바라보던 심이슬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잠깐 왔다가는 실습 교사라고 생각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랬구나. 내 참.”
한숨을 내쉬던 이지아는 문득 부러운 눈으로 심이슬을 바라보았다.
“이슬이 넌 좋겠다. 부모님도 고위 각성자에다, A급 스킬이 무려 세 개나 발현되었잖아. 원하는 대로 진로를 선택하면 되니 얼마나 좋아.”
A급 감정 스킬 ‘지도화’와 A급 치료 스킬 ‘초회복’, 그리고 A급 다중 스킬 ‘금속탄’을 갖고 있는 심이슬.
비록 육체각성도는 낮았지만, 다양하고 높은 등급의 스킬 때문에 4급이라는 높은 판정을 받은 데다, 부모님은 모두 협회 소속의 각성자였다.
그녀의 앞길은 한마디로 탄탄대로.
트레이닝 센터 교관들과 각종 기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엘리트 학생이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스크린을 바라보던 신채영이 강의를 끝내자 학생들이 교육관 밖으로 우르르 나갔다.
“하아.”
강의 자료를 챙긴 신채영이 목을 매만졌다.
평소에 필요한 말만 짧게 하는 스타일인 그녀가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떠드니 목이 남아날 리가 없다.
교관 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교관들과 직원들이 식당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신채영은 홀로 밥을 먹고 있었다.
때때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했다.
-저 사람이 그 낙하산 교관?
-얼굴은 진짜 이쁘네. 그 소문이 사실인가 봐?
사람들의 속삭임과 비웃음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신채영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자존심에 꾹 참고 견디는 걸까?
아니면 눈치가 없어 따돌림을 당한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둘 다 아니었다.
신채영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협회 각성자로서의 업무, 치료를 해줘야 할 각성자, 동료 등…….
신채영은 관심을 가져야 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명확히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것들에 무관심한 천마와는 또 다른 방식의 무관심이었다.
“후우.”
식사를 마친 신채영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강의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트레이닝 센터에 설치된 교관 식당에서 나오는 밥은 호사스러웠지만, 초홍이 만들어주는 평범한 음식보다도 맛이 떨어졌다.
“역시, 대량으로 만들어서 그런가.”
입 안에는 아직도 껄끄러운 맛이 남아 있다.
빨리 양치질을 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던 신채영은 문득, 돔 형태의 건물에서 미묘한 진동이 퍼지는 걸 느꼈다.
그것은 던전에서 활동 중인 베테랑 각성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진동이었다.
“하이퍼 룸?”
하이퍼 룸은 다양한 공격 관련 스킬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설치해 둔 훈련장이다.
다만, 가상이 아닌 실제 구조물이나 목표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한번 훈련할 때마다 상당한 비용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하이퍼 룸은 실전 훈련이 끝난 뒤 개방될 예정인데.”
트레이닝 센터의 일정을 모두 머릿속에 암기해 둔 신채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이퍼 룸은 실전 훈련을 마친 후 실전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듬는 교육 과정이다.
“실전 훈련은 며칠 뒤인데, 벌써 개방이 되었다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신채영은 걸음을 옮겨 하이퍼 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달칵.
건물 입구에 손을 대자마자, 쉽게 문이 열렸다.
홍채인식이나 안면인식 등 보안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은 상태다.
“보안시스템이 해제된 상태잖아.”
진동음을 또다시 느낀 신채영.
그녀는 미약한 진동이 ‘제3 훈련장’이라고 적힌 곳에서 퍼져나가는 걸 깨달았다.
휘이이익!
문을 열자마자 미사일 형태의 뾰족한 금속이 거대한 벌레 형태의 몬스터의 몸을 파고들었다.
콰앙!
금속에 맞은 기계 몬스터는 벌러덩 뒤로 자빠졌다.
합금으로 만든 탓에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지만, 몬스터의 몸에선 몇 개의 금속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심이슬의 실전 훈련을 돕던 학생, 이지아는 문을 열고 들어온 신채영을 발견하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안, 안녕하세요?”
이지아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신채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하이퍼 룸에 들어온 건가요? 개방하는 날이 아닌데.”
“그, 그게…….”
이지아가 더듬거리다 옆에 있던 심이슬에게 속삭였다.
“이슬아, 어떻게 해.”
사실 심이슬은 자신의 감정 스킬 ‘지도화’를 이용해 보안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이지아와 함께 하이퍼 룸에서 훈련을 해왔다.
며칠 후엔 던전에 직접 들어가는 실전 시험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전 훈련과 비슷한 하이퍼 룸에서 여러 번 훈련을 한다면? 당연히 훌륭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미리 하이퍼 룸에서 훈련을 하면 앞으로 있을 실전 훈련 시험에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텐데요.”
한눈에 모든 상황을 파악한 신채영이 차갑게 말하자,
“좀, 눈 감아 주시죠. 어차피 조금 있으면 관두실 텐데.”
심이슬이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하신다면 제가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다른 기관에 자리 한번 마련해 드릴 수도 있고요.”
신채영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 신분에 이런 대담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 심이슬이 협회 고위층의 자제였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보고해도 상관없어요. 부모님 전화 한 통이면, 그냥 경고 정도로 끝날 테니.”
심이슬의 자신 있는 표정에 신채영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기계 몬스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보고 할 필요 없겠네요.”
“후후, 역시 낙하산답게 라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을 줄 아시네요, 신채영 교관님.”
“아뇨. 하이퍼 룸을 사용해도 공정성 문제는 없겠다는 말이에요.”
쓰러진 기계 몬스터의 손상 부위를 바라보던 신채영이 차갑게 웃었다.
그 미소는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백날 연습해 봤자 실력이 늘지 않을 테니까.”
모욕적인 말에 심이슬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뭐라고요?
“제 재량으로 눈감아 드리죠. 오늘은.”
차가운 눈으로 두 사람을 내려다보던 신채영은 몸을 홱 돌려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뭐야, 재수 없어!”
신채영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며, 이지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낙하산 주제에 폼 잡기는! 실력도 없으면서 교관 짓을 하는 주제에!”
그리고 아직도 굳어 있는 심이슬을 향해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아 신경 쓰지 마. 낙하산이니까 괜히 더 폼 잡는 거야. 그런 자존심이라도 없으면 저 자리를 어떻게 버티겠어.”
닫힌 훈련장의 문을 바라보던 이지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 이제 볼 일도 얼마 안 남았잖아?”
“지아야.”
고개를 든 심이슬이 냉기가 풀풀 흘러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실전 훈련 시험 때 말야. 재밌는 거 한번 해볼까?
“재밌는 거?”
“그래, 재밌는 거.”
신채영이 사라진 훈련장의 문을 바라보는 심이슬의 눈동자에선 독살스런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며칠 후.
트레이닝 센터 훈련소의 마지막 훈련. 던전 실전 훈련이 시작되었다.
시험장소는 B급 던전 별사탕.
별사탕 던전은 던전 보스인 꽉꽉부기 외엔 위험도가 높은 몬스터가 없다.
뿐만 아니라 던전에서 출현하는 몬스터가 많은 데다, 대부분이 공격성이 없기 때문에 실전 시험장소로 매우 적합한 곳이었다.
“오늘 훈련의 목적은 실전에 대한 감각을 배양시키는 것입니다.”
공략팀의 경질화 스킬 교관이자 3급 각성자, 최창수 교관이 훈련생들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교관들은 훈련생들의 스킬 특성과 실력을 평가할 것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우렁찬 훈련생들의 대답이 들려오자, 최창수 교관이 외쳤다.
“자, 전투 준비!”
던전의 입구가 열리자 선두의 훈련생들이 매달고 있는 나노봇에서 요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몬스터 출현, 체인쏘 스네이크. 위험도 1천. 톱날 같은 몸체를 가진 뱀 형태의 몬스터로…….]
나노봇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최창수 교관이 크게 외쳤다.
“밀집 전투대형을 유지! 공략팀은 앞으로, 후방 지원팀은 뒤로!”
지휘에 따라 삼십여 명의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오늘 실전 훈련에 참가한 훈련생들의 각성자 등급은 대부분 5급 이상, 스킬은 B급 이상. 설령 꽉꽉부기가 등장해도 쉽게 제압할 수 있다.
누워서 떡 먹기.
공격 대형에 있는 훈련생들은 근접 스킬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후위의 힐러들이나 원거리 스킬을 가진 훈련생은 열심히 보조를 해주면 그만이다.
세 명의 교관들이 연신 선두와 후미의 대열을 왔다갔다 하며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있었다.
후미에 멀찌감치 서 있던 최창수는 문득 입구 쪽에 마네킹처럼 서 있는 교관, 신채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힐러인데다 임시 교관의 신분이기 때문에 그저 후미에서 실전 훈련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요새는 어떻습니까, 채영 씨. 훈련생들을 가르치는 게 힘들진 않으신가요?”
천천히 다가온 최창수의 질문에 신채영이 짧게 답했다.
“전혀요.”
“하하, 그런가요? 그럼 채영 씨가 보기엔 눈에 띄는 훈련생이 있던가요?”
“글쎄요.”
연신 친근하게 말을 걸었지만, 신채영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훈련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뿐이었다.
‘쳇. 낙하산 주제에.’
냉담한 신채영의 태도에 최창수가 내심 코웃음을 쳤다.
‘얼굴이 좀 반반해서 잘 대해주려고 했더니만. 꼴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최창수는 신채영이 임시 교관으로 왔을 때부터 흑심을 품고 연신 추근거리는 중이었다.
‘다정히 대해주면 금방 넘어올 줄 알았구만…….’
신채영이 따돌림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그걸 이용해 쉽게 접근하려던 최창수.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냉담하다 못해 아예 무관심한 수준이었다.
“뭔가 이상한데요.”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신채영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