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34화 (234/285)

제234화. 재각성 전문학원 (5)

“과연, 그렇군.”

건물 아래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좌의 예상이 맞았어.”

신기일편능교지체.

천축유가공의 뿌리가 되는 이 강력한 신체는 혈무가 들어온 만큼, 쭉쭉 늘어날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

파앙!

폐건물에서 몸을 날린 천마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천마대능력을 끌어올린 천마는 땅으로 착지하자마자, 한 손으론 김도윤의 입을 틀어막고 한 손으론 그의 명문혈에 갖다 대었다.

화악!

그 순간 시뻘건 불길이 김도윤의 몸에 치솟았다.

천마가 태양과도 같은 맹렬한 열화진기를 김도윤의 명문혈에 끊임없이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전신이 활활 타오르자 김도윤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으악! 으아아아악!”

몸에 젤리를 가득 밀어 넣은 것도 모자라, 이번엔 사람을 통째로 불길에 태우다니?

물론 실제로는 몸이 타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열화진기가 오장육부(五臟六腑), 사지백해(四肢百胲), 오관구규(五官九竅), 피부근맥(皮膚筋脈)에 퍼져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김도윤은 살아 있는 상태로 화형을 당한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끼이이!

치이이익.

괴상한 비명이 길게 울려 퍼지더니, 김도윤의 칠공에서 허연 안개가 피어올랐다.

김도윤의 몸에 갇힌 혈무가, 천마가 주입한 열화진기에 의해 그대로 소멸해 버린 것이다.

[김도윤 씨가… 죽은 건가요?]

천마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무명이 눈 센서를 부릅떴다.

하얗게 눈이 뒤집힌 채 온몸에 연기를 뿜어대는 김도윤은 처절한 고통 속에 죽어간 것만 같았다.

“안 죽었다.”

무명은 확신했다.

[죽은 것 같은데요. 아니,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천만에. 전화위복이 되었을 테지.”

[네?]

“본좌의 열화진기로 인해 지금까지 쌓여 있던 불순물이 모두 소멸했다. 전화위복이 되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했군.”

환골탈태.

몸에 쌓긴 탁기와 불순물을 모두 태워, 갓 태어난 아기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지다.

본래 인간은 임독양맥과 천지이교가 모두 열려 있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몸에 쌓인 탁기가 그것을 틀어막는다.

하지만 환골탈태를 이루면, 다시 아기처럼 깨끗한 몸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군요. 저는 천마 님이…….]

…무고한 시민을 죽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라는 말을 꾹 삼킬 무렵,

“천마 님!”

초고속 이동으로 단숨에 이곳까지 온 유은호가 천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라? 벌써 끝내신 거예요?”

“그렇다.”

“세상에, 역시 천마 님은 혈무 같은 몬스터도 쉽게…….”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모으던 유은호는 헐벗은 상태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김도윤을 발견하곤 해골처럼 변했다.

“이 사람… 하이파이브맨?”

손가락으로 김도윤을 쿡쿡 찌른 유은호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죽은 건가요?”

천마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안 죽었다.”

그리고 쓰러진 김도윤에게 다가갔다.

짝!

천마는 펼쳐진 그의 오른손에 손바닥에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 * *

“안녕하십니까! 계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주임님!”

그날 이후.

김도윤은 변했다.

늘 무기력한 얼굴로 출근을 하던 그는 힘찬 얼굴로 바뀌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려워했던 그가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고, 악성 민원인에게도 친절했다.

“아, 그러셨나요? 많이 속상하셨겠습니다!”

근무태도가 엄청나게 좋아졌으며, 악성 민원인들에게도 웃으며 대하고 어떤 일에도 예스맨이 된 김도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주민센터의 동료들과 상사들은 매일매일 놀라기 바빴다.

심지어 자신을 늘 피하던 최지수조차도 그를 새삼 다시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김도윤은 바뀐 주변의 시선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주민센터가 살아 있는 천국이었으니까.

‘절대 던전에 가는 각성자는 되지 않을 거야.’

실제 겪어보니 각성자들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처리하며, 자칫하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천마로 인해 혈무를 몸 안에 집어넣었던 김도윤.

그때의 상상만 해도 그는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도윤 씨.”

그때 직장 동료인 최지수가 다가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회식 있는데 오실 거죠?”

평소라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빠져나왔을 김도윤이였지만,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 싱긋 웃었다.

“물론이죠. 당연히 참석해야죠.”

“근데… 요새 뭐 좋은 일 있어요?”

아마도 최지수는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해, 슬그머니 찾아온 것 같았다.

“사람이 완전 바뀐 것 같아서요. 그리고 왠지… 일도 힘들어하는 것 같고.”

그러자 김도윤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힘들다뇨. 이 정도면 낙원이죠. 완전히 꿈의 직장이잖아요.”

“그, 그래요?”

악성 민원인들이 매일같이 찾아오는 사회복지를 전담하는 업무가 결코 꿈의 직장이라 할 순 없었다.

하지만 피와 살이 튀는 각성자들의 삶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에 가까웠다.

“그렇군요.”

최지수는 빙긋 웃었다.

진취적이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남자는 늘 매력적이니까.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김도윤은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업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도윤 씨. 이제 퇴근하죠.”

최지수의 목소리에 모니터에서 시선을 뗀 김도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다들 퇴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아, 네에. 금방 정리하고 따라가겠습니다. 먼저 퇴근하십쇼.”

모두 나간 사무실에서 정리하고 있던 김도윤.

“……?”

그때 갑자기 몸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동시에 손끝에서 강력한 빛이 어렸다.

“폭발 스킬?”

김도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손끝에 어린 힘이 C급 폭발 스킬 ‘염화’라는 걸 깨달았다.

재각성.

마침내 아무런 스킬도 없던 9급 각성자인 그에게 강력한 폭발 스킬이 발현된 것이다.

‘엉터리 학원은 아니었나 보네.’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동안 한 훈련과 하이파이브 덕분이었을까? 이수재의 장담대로 정말 C급 폭발 스킬이 발현된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강력한, 고무처럼 몸이 쭉쭉 늘어나는 신체도 갖고 있지만.

“흠…….”

반짝이는 손을 빤히 바라보던 김도윤은,

탁탁.

손을 탁탁 털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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