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화. 항아거울 이야기 (2)
그날 밤.
달이 휘영청 뜬 야심한 시각, 천마의 옥탑방.
천마는 평상에 단정히 앉아 있고 무명은 난간에 멀찌감치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무명의 옆엔 장채원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대체 무슨 수로 찾는다는 거야.”
이번 의뢰는 유이나의 동생, 유승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본좌에게 비법이 있으니 염려 붙들어 매라’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기다릴 순 없는 노릇.
결국 그녀는 천마의 비법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다.
“아직 멀었어?”
마음을 고른다며 앉아 있는 시간이 벌써 한 시간째였다.
장채원이 볼멘소리를 내자 천마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슬슬 시작하지.”
가부좌를 틀은 천마는 눈을 감은 채 손가락을 꼬아 수결을 맺었다.
그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되뇌었다.
‘뭐야. 비법이라는 게 주술 같은 거였어?’
장채원은 공포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웅얼웅얼…….
천마가 작게 입을 움직일 때마다 밤하늘은 더욱 어둡게 물들어 가고, 땅은 낮은 울음소리를 내는 듯했다.
휘이잉.
스산한 바람만이 불자, 밤하늘에 떠 있던 구름이 환하게 떠 있는 달을 가렸다.
꿀럭꿀럭.
그때 밤하늘에서 먹빛 안개가 끈끈한 점액질마냥 옥탑방 아래로 흘러 내려왔다.
뭉글뭉글.
바닥에 떨어진 먹빛 안개가 마치 끓는 물처럼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지이이잉.
어두운 빛과 함께 누런 눈동자를 지닌 악마 한 마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일전에 바람 피던 김상재를 혼내주었던 몽마, 인큐버스였다.
「천마 님. 또 불러주셨군요.」
전과 달리 상당한 힘을 얻었는지 몽마의 목소리는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게다가 평소와 달리 할로윈 파티라도 갔다 왔는지 박쥐 모양의 독특한 옷을 입고 있었다.
「못 뵈던 사이, 전보다 더 신수가 훤해지셨습니다.」
누런 눈을 반짝이며 손을 비비는 몽마가 간사한 표정으로 말을 이을 무렵,
“대체 이건 또 뭐야? 박쥐 요정이야?”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채원이 눈을 부릅떴다.
「아이, 깜짝이야!」
몽마는 그제서야 뒤에 서 있는 장채원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랐다.
「누구…세요?」
“네놈이 알 필요 없다.”
단정히 앉은 천마가 대신 대답하자, 몽마는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오우, 과연… 그렇군요.”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장채원의 위아래를 싹 훑은 몽마가 혀를 날름거렸다.
몽마의 눈에 장채원은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눈부신 용모의 처녀로 보일 뿐이었으니.
「이야, 과연 천마 님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분이로군요.」
“뭐래?”
장채원이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쓰자 몽마는 입을 동그랗게 말았다.
「과연! 절 보고 놀라지 않다니. 천마 님의 정인답군요.」
“무슨 헛소리야, 이 박쥐가!”
「아, 그럼 첩실?」
순간 진심으로 분노한 장채원이 주먹을 주물럭거리며 소리쳤다.
“야, 너 죽고 싶어? 그 노란 눈깔을 알사탕으로 바꿔줄까? 앙?”
방금 전까지 몽마의 눈에 비친 건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하지만 화를 내자 사납고 포악스러운 기운이 하늘 위로 쭉 솟구쳤다.
‘뭐, 뭐야. 이 여자는 또…….’
장채원의 등 뒤로 퍼져나가는 기운은 천마 이상이었다.
말 한마디 잘못 꺼내면 국물도 없다는 걸 느낀 몽마는 잽싸게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실경했습니다. 실경했습니다.」
“말조심해! 앞길이 구만리 같은 사람 앞 트럭으로 막고 있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장채원이 한창 몽마를 구박하는 사이, 천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라면 이 성도에 있는 자들의 모든 꿈을 들여다볼 수 있겠지?”
「그야… 그렇죠.」
몽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천마가 눈을 번뜩였다.
“지금부터 본좌가 말하는 조건에 맞는 자를 찾아라.”
「넵?」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천마가 다시 말했다.
“강렬한 소원을 가진 여성이다. 꿈에서 매일 같은 소망을 꾸고 있는.”
「매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여성이요?」
“그렇다. 기간은 최소 9개월 이상. 상당한 기간 동안 같은 꿈을 꾸는 자여야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몽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걸 왜 찾으십니까?」
“네놈이 알 필요 없다.”
「조건에 맞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몽마는 황당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 걸 다 찾으려면 제 기력이…….」
천마의 눈동자에서 불꽃 같은 혈염광휘가 떠오르자 몽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쩌저저적. 지이이잉.
허공에 뜬 채 몽마의 관자놀이에선 굵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힘을 사용하자 박쥐 같은 몽마의 옷이 광택이 흐르는 검은 로브로 바뀌어져 갔고, 머리에서도 까만 뿔 두 개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마침내 땅으로 내려온 몽마는 바닥에 쓰러진 채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었다.
「십칠만 팔천삼백이십구 명입니다.」
“뭐라.”
의외의 결과에 천마의 눈이 번뜩였다.
일 년 동안 같은 소망을 반복해서 꾸는 여성의 숫자가 그리도 많단 말인가?
「천마 님은 성도라고 표현하였지만, 이 나라의 인구수는 8천만 명입니다.」
숨을 헐떡이는 몽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살면서 깊은 소망 하나쯤 가진 여성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천마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채원이 말했다.
“사람이 아니라 요괴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괴?”
“그래. 범인은 월령일족이 지키는 신전에 들어가서 보물을 훔쳤어. 그럼 인족이라기보다 아무래도 월령일족의 습성이나 신전을 잘 알고 있는 상급요괴일 확률이 높겠지.”
“그렇군.”
장채원의 추리에 일리가 있음을 느낀 천마가 다시 말했다.
“방금 전의 조건을 요괴 여성으로 바꿔서 다시 찾아봐라.”
「알겠습니다.」
또다시 허공으로 떠오른 몽마가 힘을 사용했다.
「끄으.」
앓는 소리를 하며 다시 땅으로 내려온 몽마가 혀를 턱 밑까지 내밀며 말했다.
「삼천칠백사십이 명입니다.」
“흠.”
확실히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많다.
장채원 역시 코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줄어들긴 했지만, 일주일 안에 모두 찾아낼 수 있는 숫자는 아니네.”
일주일 안에 항아거울을 찾지 못하면 유이나의 동생 유승호는 죽는다.
“소원을 들어주는 거울이라.”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던 천마가 장채원에게 말했다.
“점주, 그녀에게 연락해 봐라.”
“이나한테? 왜?”“미처 본좌가 확인해 보지 못한 것이 있다.”
“아, 알겠어.”
천마의 말에 장채원은 휴대폰을 열어 유이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언니.
“이나야, 통화 가능해? 거울 때문에 물어볼 게 있어서.”
-아, 잠시만요.
도각도각 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다시 유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언니. 말씀하셔도 돼요.
“자, 스피커폰이니까 바로 말해도 돼.”
장채원이 휴대폰을 들이밀자 천마가 말했다.
“본좌다.”
-네. 천마 아저씨.
그 항아거울이라는 건 소원을 바로 이뤄주는 건가.
-네, 만약 힘을 발휘했다면 즉시 소원은 이루어져요.
“알겠다.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잘 부탁드려요, 천마 아저씨.
전화를 끊은 천마가 몽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방금 말했던 삼천 명의 여성 요괴 중, 최근에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요괴를 찾아라.”
「꿈을 꾸지 않는 요괴라굽쇼?」
“소원을 이뤘으니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을 것이 아니냐.”
천마의 대답에 장채원이 탄성을 질렀다.
“아, 그렇구나!”
항아거울이 힘을 발휘했다면 소원을 빈 여성은 이미 꿈을 이뤘거나 이뤄가는 중일 것이다.
즉, 더 이상 간절한 소망으로 인해 반복되는 꿈은 꾸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몽마는 다시 허공에 떠올랐다.
이번에는 숫자가 적은지 그리 힘들어하지 않고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수월하게 착지했다.
「세 명입니다.」
세 명.
이 정도라면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정도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숫자였다.
장채원을 내려다보던 천마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당장 그 항아거울이라는 걸 찾아오지.”
“잠깐, 나도 갈래.”
“안 된다.”
장채원이 앞으로 나서자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좌가 찾을 동안 기다려라.”
“왜? 나도 도울게.”
“도움은 필요 없다. 아니, 남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아, 내가 있으면 저 박쥐 씨를 못 부리는 거야?”
“그게 아니다.”
천마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점주까지 따라오면 본좌의 차량이 기름을 더 많이 먹는다.”
부르르릉.
하얀색으로 물든 소형승합차 라마스가 어둠으로 물든 도시를 질주하고 있었다.
반사된 가로등이 점멸하듯 빠르게 지나치는 차 유리 앞으로 운전석에 타고 있는 천마가 보인다.
조수석에는 무명이, 차량 짐칸에는 박쥐 옷을 입고 있는 몽마가 허리도 못 편 채 앉아 있었다.
「저는 그냥 날아서 가면 되니까, 거기서 뵈면 안 될까요?」
“네놈이 가버리면 누가 길 안내를 하나.”
공구와 자재들 사이로 웅크리고 있는 몽마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노봇이 있지 않습니까.」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몽마 씨가 안내해 줘야 합니다.]
무명이 차갑게 고개를 가로젓자 몽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냥 무림에 있을 때가 편했는데.」
부우웅 끼익.
도로를 달리고 또 달린 라마스는 마침내 어느 대형 산부인과 병원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몽마가 땅에 발을 내딛자 허리에서 뿌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끄응.」
“어디에 있나.”
천마의 물음에 허리 운동을 하던 몽마가 산부인과 병원 꼭대기 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입니다.」
휘익. 타악.
무명을 어깨에 태운 천마가 단숨에 병원이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건물로 올라섰다.
펄럭펄럭.
날개를 이용해 천마의 옆으로 다가온 몽마가 조리원실에 앉아 있는 임산부를 가리켰다.
「바로 저 여성입니다.」
천마는 몽마가 가리킨 곳을 빤히 응시했다.
그곳엔 의자에 앉아 아기를 안은 채 행복하게 웃는 여성이 보인다.
평범한 인간 같지만 천마의 눈에는 희미한 고양이 귀 같은 것이 보였다. 품에 안긴 아기 역시 엄마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데, 고양이 귀가 달려 있었다.
“흠.”
창밖으로 보이는 여성을 바라보던 천마가 몽마를 바라보았다.
“저 요괴 여성이 강렬한 소망을 갖고 있었다고?”
「네.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를 갖는 것을 오랫동안 소망하였습니다.」
몽마의 말에 무명이 눈 센서를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름, 심은영. 31세. 임신 초기부터 태아가 심장이 좋지 않았다고 나와 있군요.]
끼리리릭.
병원 전산망을 해킹해 카르테를 살펴보던 무명이 말을 이었다.
[결국 아이를 꺼내 수술을 하고 다시 수태를 유지하였습니다. 성공 확률이 희박한 수술이었으나, 심은영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무사히,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고요.]
“그랬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몽마가 감지할 만큼의 소망이다. 아픈 아이를 오랫동안 품고 있는 만큼 그 누구보다 소망이 간절하고 강렬했을 것이다.
“소원을 이뤘으니, 다시는 꿈을 꾸지 않겠군.”
천마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저 심은영이라는 요괴 여성은 거울로 소원을 이루지 않았으니.
몽마의 안내로 다음에 찾아간 곳은 시내 외곽에 있는 어느 허름한 주택가였다.
그 주택에는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난 요괴 여성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누워서 생활한 그녀는 무사히 대학까지 졸업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고시 중 하나인 행정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수험생활. 24시간 누워 있는 생활을 하기에 밀려오는 통증과 고통.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5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행시에 합격한 상태였다.
“누워서 평생을 공부했다…라.”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강렬한 열망과 소망은 가히 몽마의 안테나에 포착될 만한 수준이었다.
“저 여성도 아니로군.”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눈을 번뜩였다.
이제 마지막 요괴 여성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그 여성이 바로 월령일족의 거울을 가져간 범인일 것이다.
끼익.
천마의 라마스가 어느 화려한 도시 중심가의 주차장에 멈춰 섰다.
「이번에 갈 곳은 차량을 근처에 세워둘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한 몽마의 조언 때문이었다.
휘익. 타악.
무명을 어깨에 태운 천마가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활공과 도약을 반복하며 빌딩과 빌딩을 사이를 오가던 천마는 빠르게 날아가는 몽마의 뒤를 바짝 쫓았다.
‘흐음.’
한줄기 섬광이 되어 달려오는 천마를 바라보던 몽마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
바로 그때.
휘리리릭.
날개를 접은 몽마가 어느 고급 주상복합건물이 내려다보이는 빌딩 난간에 멈춰 섰다.
「바로 저 여성입니다.」
몽마는 불빛이 흘러나오는 펜트하우스 층을 가리켰다.
그곳엔 한 여성이 잠옷을 입은 채 야경을 내려 보고 있었다.
“호오.”
여성의 용모를 본 천마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솜씨 좋은 장인이 수십 년간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든 걸작처럼, 도무지 결점을 찾을 수 없는 용모였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인간이 아닌 듯한 여인의 신비한 아름다움은 허점이 없는 완벽한 무학의 초식을 연상케 했다.
[어라? 저 여성, 영화배우 사월 씨가 아닙니까.]
“아는 여성이냐?”
천마의 물음에 무명이 눈 센서를 깜빡였다.
[요새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신인 여배우입니다. 곧 있을 영화제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 있을 정도죠.]
“흠.”
천마는 드라마를 주로 볼 뿐, 영화는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저 여성의 소망은 무엇이더냐.”
그러자 몽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명한 배우가 되어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는 겁니다.」
그 대답만으로 천마는 사월이란 여성이 항아의 거울을 쓴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하군.”
천마는 두 눈을 가늘게 접었다.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영화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우주연상을 탈 거라는 걸 확신하기에, 더 이상 그러한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뭐가 말이냐.”
무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토록 아름답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굳이 항아의 거울을 썼는지 말입니다.]
천마는 다시 시선을 오피스텔 안으로 돌렸다.
딱히 여인의 미추를 구분하지 않는 천마조차도 감탄사를 터뜨릴 만큼 오묘한 매력을 가진 미녀다.
거실은 전구빛 간접등만이 켜져 있었지만, 그녀로 인해 내부 전체가 환하게 비추는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랬나.”
그런데 내부를 응시하던 천마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용모부터 바꿔야 했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봐라.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천마의 말에 무명은 눈 센서를 크게 확장시켰다.
놀랍게도 창가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과 거실에 세워둔 거울에 비친 그녀의 옆모습이 완전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