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화. 일일일선, 신도(信徒)를 잃다
“뭐야? 활활석이잖아?”
그 모습을 본 박태남이 입을 벌렸다.
활활석은 불을 붙이면 수류탄처럼 쓸 수 있는 유물이었다.
폭발력은 부비스톤의 삼십 분지 일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류탄처럼 바로 불을 붙여 던질 수 있기에, 빙속성 몬스터를 잡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형! 미쳤어? 던전에 불법 유물을 가져오면 어떡해?”
“임마, 빙속성 몬스터가 있는 던전에 이런 거라도 가져와야 공략이 쉬울 거 아냐.”
“그러다 걸리면? 우리 모두 엿 되는 거야!”
시내에서 터진 부비스톤 사건으로 인해, 던전 재료로 만든 폭발물에 대한 처벌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
만약 던전에 몰래 허가되지 않은 폭발물을 가져왔다간 각성자 취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마. 여기서 걸릴 일이 어딨냐. 사람들도 없는데.”
최경식은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또다시 활활석에 불을 붙였다.
“자그마치 청색 빙검치 세 마리야. 우린 이제 부자라고!”
청색 빙검치엔 시가 5억 원에 달하는 유물 ‘청빙화’가 들어 있었다.
그 꽃을 집 안에 두면 10년 동안 피어 있으면서, 피로가 풀리는 향기를 뿜어낼 뿐만 아니라 맑고 쾌적한 공기를 제공한다.
그 때문에 재벌 집엔 청빙화 하나쯤은 필수로 장만해 두고 있었다.
“혹시나 몰라서 활활석 이백 개를 사두었는데. 로또가 나올 줄이야!”
최경식은 다시 활활석을 빙검치에게 던졌다.
쾅쾅 소리가 날 때마다 빙검치는 몹시 괴로워하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다들 조금만 버텨! 금방 잡을 테니까.”
다시 손가락에 불을 일으킨 최경식이 연신 빙검치를 향해 활활석을 던졌다.
콰앙! 퍼엉!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빙검치는 우우 하는 신음성을 내며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좋았어!”
최경식은 신이 나서 연신 활활석을 던졌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활활석은 매우 불안정하며 충격에 민감하다는 점.
두 번째, 빙속성 몬스터는 화(火)속성 유물을 지닌 자에게 매우 적대적이고 큰 분노를 느낀다는 점을 말이다.
-우어어어어!
결국 세 마리의 빙검치는 팀원들의 공격을 무시한 채, 최경식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
최경식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활활석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 마리의 빙검치가 탱커처럼 활활석을 얻어맞고, 나머지 빙검치들은 팀원들의 공격을 무시한 채 최경식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닌가?
“태남아! 저 녀석들 좀 막아봐!”
궁지에 몰린 최경식은 연신 뒤로 물러났지만, 그쪽은 막다른 벽이었다.
쩌억.
빙검치 한 마리가 입을 벌리자 팀원들은 다급히 달려가 최경식을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페이크였다. 연신 활활석에 얻어맞던 빙검치가 풀쩍 뛰어올라 최경식을 뭉개버린 것이다.
콰앙!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이 던전 내부를 삼켰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철식도 기절해 버렸던 것이다.
회상을 마친 백철식은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후방에 있었기 때문에 폭발에 휘말리진 않았다. 하지만 기절한 사이 천장에서 떨어진 바위로 인해 오른쪽 발목이 박살 나고, 아랫배에 바위 조각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백철식의 상태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끄아아아!”
“흐으으으으!”
폭발에 휘말린 팀원들은 모두 통구이가 된 채 신음을 내고 있었다.
화상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령 목숨에 지장이 없다고 해도 저 정도 화상이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저, 저기…….”
팀원 중 한 명이 덜덜 떨며 쓰러진 백철식에게 다가갔다.
“어서 빨리 구조 요청을…….”
“제 다리와 배에 바위가 박혀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기어서라도 하란 말… 끄으으으.”
백철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게 통증은 없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배 속에 박힌 바위에선 피가 줄줄 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로 지상으로 기어 올라가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겁니다. 심지어 2층에 몬스터가 다시 리스폰 되어 있을 수도 있고요.”
“끄으아아아. 못 참겠어!”
전신의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살아남은 팀원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치료약! 회복약이라도!”
누군가 소리쳤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나노슈트는 모두 박살 나 있었고, 몸에 지니고 있던 상비약 보관함도 어딘가 사라져 있었다.
“신령님…….”
신음하는 각성자들을 보며 백철식은 일일일선을 떠올렸다.
“부디 도와주세요.”
두 손을 모은 그는 간곡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믿고 있는 신. 일일일선에게 기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활활석이 폭발하기 5분 전, 냉동창고 던전 지하 1층.
던전 바닥 곳곳에 떨어져 있는 아이스 블레이드를 열심히 줍던 고은진이 허리를 폈다.
그녀의 옆엔 소름 끼치도록 흉악해 보이는 귀면탈을 쓴 천마가 쭈그려 앉아 아이스 블레이드를 줍고 있었다.
이번 던전 관리팀의 의뢰는 각층 냉동창고에 있는 아이스 블레이드 100조각, 즉 1,000개를 가져오는 것.
아이스 블레이드는 매우 작은 데다 던전 사방에 흩어져 있다.
개수가 워낙 많은 의뢰였기 때문에 장채원은 모처럼 천마와 고은진을 함께 던전에 보낸 것이다.
“다 주웠나.”
“아, 깜짝야!”
어둠 속에서 천마가 고개를 돌리자 고은진이 펄쩍 뛰며 헐떡거렸다.
“둘이 있는데 굳이 가면을 써야 합니까?”
어둠 속에 쭈그려 있는 악마 형상을 한 천마를 바라보며 그녀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쓰나 안 쓰나 구분도 안 되고 말입니다.”
“본좌는 50개를 채웠다.”
그녀의 핀잔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천마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다시 출발하지.”
그러자 던전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무명이 천마의 어깨에 폴짝 뛰어올랐다.
[천마 님. 사방에 흩어진 흔적으로 보아 먼저 던전에 들어온 각성자들이 아래층에 있는 것 같습니다.]
“봤다.”
천마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자, 무명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고은진 님의 조언대로 탈은 벗고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불필요한 소동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냉동창고 던전은 어두침침한 데다가 음침한 빙속성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이다.
만약 각성자 팀이 어둠 속에서 천마를 발견한다면, 온 힘을 다해 천마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제 말이 그 말이지 말입니다.”
고은진의 툴툴거리며 다가올 무렵,
쿠쿵.
갑자기 낮은 진동과 함께 던전이 뒤흔들렸다.
후두두둑.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지는 걸 바라보던 무명이 눈 센서를 번뜩였다.
지금 퍼져나간 진파가 스킬 사용이 아닌, 폭발물을 사용했다는 걸 감지한 것이다.
[아래층에 있는 각성자들이 폭발물을 터뜨렸군요. 전해지는 진파로 볼 때 부비스톤 2개에 해당하는 수준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뭐야. 어떤 미친놈이 던전 안에서 폭발물을 써?”
고은진이 펄쩍 뛰자 무명이 침착하게 말했다.
[던전에 딱히 이상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반 폭발물은 아니고 던전 재료로 만든 폭발물인 것 같습니다.]
“폭발물은 이제 금지되지 않았나? 실력에 맞춰서 사냥을 하지. 꼭 온갖 잡동사니 가져오면서 과욕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맞습니다.]
“신경 써야 할 건 던전 재료다.”
포대를 짊어진 천마가 무심히 몸을 돌리며 말했다.
“빨리 가도록 하지.”
* * *
휘익휘익휘익.
처참한 던전 내부 한구석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광점들이 땅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 광점들 사이로 낡은 꽃신의 형태가 희미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설마……!’
두 손을 모으고 있던 백철식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신령님이 내 기도에 응답을 하신 거야!’
백철식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솟구치는 광점들을 바라보았다.
은은히 빛나는 광점들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점차 얼룩말 가면을 쓴 채 왕진 가방을 든 사람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상을 입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알찬마루의 각성자들은 그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 살았습니다!”
두 팔을 벌린 백철식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모두 살았다고요!”
하지만 뼈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각성자들은 그의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부상을 당하셨군요?”
기괴한 가면, 반짝이는 왕진 가방,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음성 변조 목소리…….
부상당한 사람들을 죽도록 고문한다고 알려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괴인. 바로 약사가면이었다.
“으어어어어!”
고통에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비명이 더 커져갔다.
대체 저 악랄한 범죄자가 언제 이 던전에 들어왔단 말인가?
“여러분 걱정 마세요! 저분이 여러분들의 상처를 말끔히 치료해 주실 겁니다!”
백철식의 말에 일선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아아아! 그만! 그마안!”
“끄어어어어. 끄흐흐흐흐!”
“죽, 죽여줘! 차라리 죽여줘!”
던전 내부엔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처절한 비명과 곡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일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사람들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어졌고, 비명을 지를 때마다 피를 토해냈다.
“제발, 제발! 그마아아안!”
차라리 화상을 입었을 때가 행복한 편이었다.
치료를 마친 각성자들은 산 채로 태워지는 듯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이런…….’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철식은 괴로움이 솟구쳤다.
알찬마루의 팀원들은 신령님 덕택에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오늘부터 그들은 모두 신령님을 증오할 것이다.
지금까지 치료를 받은 모든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된다면 신령님도 언젠간 상처를 입게 될 텐데.’
그때, 모든 치료를 마친 일선이 백철식에게 다가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다른 분들의 상처가 워낙 위중해서… 먼저 치료를 해드렸어요.”
“아, 아닙니다. 신령님!”
백철식은 억지로 몸을 움직여 엎드려 절을 했다.
“제 기도에 응답해 주시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령님!”
“천만에요. 절 믿어주는 유일한 분이신데. 어찌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일선은 자애로운 목소리로 대답한 일선은 다시 왕진 가방을 열었다.
“외상이 심하네요. 어서 치료해 드릴게요.”
“아뇨. 저는 괜찮… 어헉!”
상처에 일선의 손이 닿자 백철식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배 속에 박혀 있는 돌조각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허어어엉!”
분명 이를 꽉 깨물고 있는데 신생아처럼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전에 받았던 치료와는 다르다.
살갗을 째고 핏줄을 도려낸다. 그리고 뾰족한 무언가로 내장을 끊임없이 난도질하고 있었다.
“돌이 배 속에 깊이 박혀 있었네요.”
따따따따닥.
어찌나 고통이 심한지 백철식의 이빨이 따닥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입에는 거품이 흘러나왔고 눈동자는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 그때랑 다르게 왜 이렇게 아픈…….”
죽을힘을 다해 말을 내뱉자 일선이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때 상처는 가벼웠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목숨이 위험할 만큼 중상이니… 당연히 더 아프죠.”
그제서야 백철식의 머릿속엔 일선이 한 말이 떠올랐다.
-몸 안에 잠재되어 있는 회복력을 격발시키기 위해선, 당연히 고통이 필요하고요.
한마디로 부상이 깊을수록 필요한 회복력도 깊을 것이고, 회복력을 더 끌어오기 위해선 더 많은 고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거였나!’
백철식은 깨달았다.
일전의 어깨 부상은 근육 정도가 찢어진 것뿐이다. 그래서 아파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치명적인 상처가 낫기 위해선, 정말 죽을 듯이 아파야 하는 거다.
아니, 그냥 한번 죽어야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일선의 손이 박살 나 버린 발목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
이젠 비명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박살 난 뼈를 지근지근 밟으면 이런 고통이 느껴질까? 거대한 믹서기에 발을 통째로 집어넣으면 이렇게 아플까?
부들부들.
치료가 계속될 때마다 백철식의 몰골은 산송장처럼 변해갔고, 눈 밑이 거무죽죽하게 변해갔다.
누군가 지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면 이미 숨이 끊어진 지 3년은 된 시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 되었어요!”
일선의 말이 귓가에 들리자, 저승의 삼도천을 흥겹게 건너가던 백철식의 정신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게…….”
눈을 뜬 그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입었던 부상은 모두 말끔히 치료되었으나, 머릿속에선 온갖 저주의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건… 잡는 거 아닙니까.”
“네?”
모진 고통 속에서 남은 기력 한 방울을 끌어낸 백철식이 목놓아 울부짖었다.
“이게 무슨 치룝니꽈------!”
* * *
“어라?”
냉동창고 던전, 지하 3층.
던전 중심부로 가는 길목의 모퉁이를 돌던 고은진이 걸음을 멈칫했다.
중심부 한켠에서 수백만 개의 광점이 솟구치더니, 희미한 그림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선 님이군.”
옆에 서 있던 천마가 낮게 중얼거리자 고은진이 눈을 크게 떴다.
“일선이라면… 그 약사가면 요신 님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다.”
“대지유신은 저렇게 이동하시는구나.”
고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협회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잡으려 해도 왜 기괴한 가면을 쓴 사람 하나 못 잡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치료를 시작하는 것 같지 말입니다.”
일선이 가방을 주섬주섬 꺼내는 걸 바라보던 고은진이 말했다.
“우리도 좀 도와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천마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고은진이 눈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가려 하자 어깨에 있던 무명이 말했다.
[고은진 님.]
“어?”
눈 센서를 아주 가늘게 만든 무명이 고은진의 말투를 진지한 목소리로 따라 했다.
[일단 지켜보시지 말입니다.]
5분 후.
모퉁이에 몸을 숨긴 채 던전 내부를 지켜보던 고은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각성자들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을 얼굴과 몸으로 모두 표현했다.
몸의 뼈가 다 으스러진 각성자가 팝핑댄스를 추었고, 등 부근의 살점이 녹아버린 각성자가 바닥을 쓸며 기어가고 있었다.
“꼴깍.”
고은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일선의 행위는 더없이 성스럽고 엄숙한 치료 행위였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건, 사이코패스 의사가 메스를 든 채 광란에 피칠갑을 한 채 웃고 있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저, 근육몬. 혹시 말입니다…….”
식은땀을 닦은 고은진이 매우 진지한 얼굴로 천마를 응시했다.
“혹시 제가 죽을 만큼 다쳐도 말입니다. 절대 저 요신 님은 부르시지 말지 말입니다.”
천마는 시선을 돌려 치료를 마친 일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 등장했을 땐 신령스런 빛이 흘러나왔는데, 치료를 마치자 왜 그런지 그 빛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도 백철식의 ‘믿음’이 고통으로 인해 사라져 버린 탓이리라.
“흠.”
침음을 낸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