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63화 (163/285)

제163화. 천마, 필름 시공을 배우다

끼익.

라마스에서 내린 천마는 심호흡을 하며 목을 풀었다.

“모처럼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야겠군.”

낡은 아파트 위를 올려다보는 천마의 눈동자에선 혈염광휘가 더욱 진해졌다.

모처럼 새로운 무공(시공)을 배우는 날이다.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며, 고도의 집중력과 손기술을 필요로 하는 인테리어 시공이자, 깔끔한 마감의 백미.

바로 필름 시공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모든 시공은 밑 작업부터 시작하는 거여.”

어느 구축 아파트 인테리어 시공 현장.

목공사가 끝난 현장 내부에는 맨들맨들한 나무판이 붙어 있었고, 천장 곳곳에선 아직 달지 않은 조명이 내려와 있었다.

“어디 보자… 흐음.”

김찬원은 ㄷ자 형태로 꾸며진 거실 아트월을 가리켰다.

“우선 이곳부터 해보자고.”

“좋다.”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찬원이 다시 말했다.

“먼저 시공면에 이물질이 있나 확인하고 깨끗이 제거작업을 해야 혀.”

필름을 붙일 바탕면을 살펴본 김찬원.

그는 시공 가방에서 까만 종이 한 장과,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꺼내었다.

“이렇게 거친 부분은 사포로 갈아내고, 패인 부분은 퍼티를 사용해서 메우기를 해야 혀.”

“사포는 알고 있다만, 퍼티는 뭔가.”

“아아.”

김찬원은 대답 대신 플라스틱 통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하얀 찰흙과도 같은 것이 담아져 있었다.

“이게 퍼티라는 거여. 퍼티 종류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디… 이건 사포에도 잘 갈리는 수성 아크릴 퍼티여. 울퉁불퉁한 면을 잡거나 합판 접합 부위를 매끈하게 연결할 수 있지.”

“그렇군.”

“그리고 이 수성 아크릴 퍼티를 바르면 하루는 건조시켜야 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생소한 자재임에도 천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땐 이해를 하는 게 아니라, 우선 암기부터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에 바르면 되나.”

주걱을 든 천마가 묻자 김찬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 지금은 이 퍼티를 쓸 필요는 없어. 이미 목공면이 매끈하게 작업되어 있응께.”

“알겠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인 천마가 필름을 가리켰다.

“자, 그럼 필름을 붙이면 되나.”

“우선 필름을 붙일 면에 프라이머를 발라야 햐.”

“프라이머? 그건 또 뭔가.”

모르는 단어가 연달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천마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일종의 접착제여. 필름이 잘 붙도록 발라두는 것이지.”

김찬원은 하얀 들통에 담긴 액체를 가리켰다.

그리고 붓을 꺼내 들통에 담긴 액체를 필름을 붙일 면에 꼼꼼히 발랐다.

“도배 시공할 때 풀과 같은 것이군.”

“으응, 그렇지.”

가만히 서 있던 천마도 붓을 들어 들통에 담긴 프라이머를 푹 담근 후 목재 겉면에 바르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꼼꼼히 프라이머를 모두 바르자 김찬원은 이번엔 까만색 양탄자 같은 걸 바닥에 깔았다.

“이건 필름 재단판이라는 거여. 여기에 필름을 깔고 절단 작업을 하믄 되지.”

평평한 곳에 필름시트를 바닥에 깐 김찬원이 시공 부위에 맞게 필름 절단 작업을 시작했다.

“흠. 필름을 붙일 부위에 맞게 자르라는 것이군.”

팔짱을 낀 채 바라보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찬원을 모습을 흉내 내며 열심히 필름 재단을 시작했다.

무림에 산재한 모든 병기에 정통한 천마. 그의 칼솜씨는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었다.

싸아아악.

재단기도 필요 없다.

가볍게 커터날을 살짝 긋는 것만으로도, 천마는 기계로 자른 것보다도 훨씬 깔끔하게 필름을 잘랐다.

“정말 대단하구먼.”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찬원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도구 같은 걸 쓰는 건, 천 씨가 국내에서 제일 잘할 것이여.”

“국내?”

코웃음을 낸 천마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본좌가 제일이다.”

“그, 그려.”

재단한 필름을 목재에 갖다 댄 김찬원이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필름을 붙이자고. 필름을 붙일 땐 무늬나 방향을 잘 살펴봐야 혀.”

그리고 필름 시공용 주걱을 사용해 붙인 시트지를 부드럽게 훑으면서 붙이기 시작했다.

“잘 봐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이렇게 붙이는 거여.”

숙련된 전문가는 확실히 다르다.

주걱을 든 김찬원의 손이 필름지 위에 춤출 때마다, 어김없이 매끈하게 필름이 붙여졌다.

목재의 경계선 부분도 깔끔하게 접착시켰고, 90도로 꺾이는 부분은 45도로 모따기를 하여 완벽히 처리했다.

“어뗘? 할 수 있겄어?”

아트월의 한 부분을 모두 시공한 김찬원이 웃으며 천마에게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순 없응께. 시험 삼아 한번 해볼텨?”

“후후후.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고?”

천마는 주걱과 필름지를 쥐며 낮게 웃었다.

“본좌는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사람이다.”

“왠지 용법이 틀린 것 같은디…….”

“상관없다. 잘 봐라, 김 씨. 이런 건 칼질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

스으으윽. 사아아아악.

천마는 홀린 듯 칼과 주먹을 사용해 필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노련한 김찬원의 시공 솜씨에 비할 수 있겠냐만은, 천마의 손놀림은 검법의 극의에 도달한 대종사만이 펼칠 수 있는 득심응수(得心應手)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어떠냐.”

완성된 필름면을 가리키자 김찬원이 탄성을 질렀다.

“과연! 깔끔하구먼. 역시 천 씨가 손길은 참 꼼꼼하단 말이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천마는 문득 열심히 자신을 가르치느라 땀을 뻘뻘 흘린 김찬원의 이마를 발견했다.

“물론 솜씨 좋은 김 씨의 시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허허.”

세상에서 가장 듣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천마의 칭찬일 것이다.

가르친 보람이 있는지 김찬원의 얼굴에 주름 꽃이 활짝 피었다.

* * *

며칠 후, 복복 인테리어 건물 뒤편, 던전 통로 앞.

끼이이익.

시꺼먼 문이 열리며 천마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치이이익.

전신에는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지쳐 있었다.

“앞으로는 이 일도 조금 가려 받아야겠군.”

천마는 품속에 들어 있는 무명을 내려다보았다.

무명 역시 정상이 아닌지 눈 센서 부분이 흐릿하게 변해 있었다.

[죄송합니다. 던전 재료 관리팀조차 어떤 효용이나 효과가 있는지 모른다고 적어둔 것을, 제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번 천마가 가게 된 곳은 가변던전 지역 북서쪽 2km 서식하는 ‘봉황의 풀’이라는 던전 재료 채취였다.

의뢰 내용엔 <경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려지지 않은 재료. 주의할 것.>이라는 내용이 동봉되어 있었다.

하지만 천마와 무명, 모두 땅에 피어 있는 풀 하나를 가져오는 간단 의뢰라고 생각한 것이다.

“체력을 소진시키는 신비한 물건이 있을 줄이야.”

당시의 상황을 회상한 천마의 눈이 깊어졌다.

가변던전 지역에 도착한 천마는 대수롭지 않게 바닥에 박힌 봉황의 풀을 뽑았다.

그 순간,

치이이익.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갑자기 천마의 체력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천마 님. 제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마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무명의 배터리마저 순식간에 방전된 것이다.

“신비한 물건이군.”

회상을 마친 천마가 고개를 젓자 무명이 말했다.

[천마 님. 배터리가 4퍼센트도 안 남았습니다. 빠른 충전을 위해, 수면 모드로 전환해도 되겠습니까?]

[수면 모드 적용 시 어떠한 안내도 받을 수 없습니다.]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창고 쪽방으로 들어간 무명은 충전스테이션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후우.”

지친 천마는 응접 테이블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명처럼 완전히 체력이 방전된 건 아니지만, 눈꺼풀이 무겁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점주는 외출한 건가.”

매장 내부는 텅 비어 있고, 출입구는 문도 잠겨 있었다.

아마도 견적을 내러 문을 잠그고 바깥에 나간 것 같았다.

“운공이라도 해야겠군.”

따르르릉.

그때 매장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다름 아닌 장채원의 노트북이 올려진 책상 옆의 전화기다.

운공을 하려는 천마는 눈을 감은 채 무시하려 했으나, 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으음.”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천마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복복 인테리어다.”

-매장에서 뭐 하는 거야? 무명은 왜 전화를 안 받는 건데?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장채원이었다.

-위치 검색을 하면 매장에 있는 걸로 나와 있는데, 아무리 연락을 해도 대답이 없어.

“배터리가 방전되어 수면 모드라는 걸 진행 중이다.”

-뭐? 무명이? 왜?

천마는 차근차근 봉황의 풀을 얻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내용을 듣던 장채원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고생했어.

“그것 때문에 전화를 한 건가.”

-아니,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나 시외로 견적을 나간 상태거든? 근데 조금 있으면 필름업체에 주문한 필름지가 매장으로 도착할 예정이거든.

“필름지?”

천마가 눈을 번뜩였다.

최근 김찬원에게 필름 시공을 배운 천마는 시공 현장에 바로 투입될 만큼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다.

그 때문에 인테리어 업을 시작한 이래, 장채원에게 극찬 아닌 극찬까지 들은 상태였다.

-아아, 담주에 필름 시공 들어가는 현장 때문에 말야. 일정이 빡빡해서 미리 시켰거든.

다음 주에는 30평대 아파트 내부의 필름 시공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꽤나 독특한 필름지를 선택한 탓에, 장채원은 다른 지방의 필름업체에 물건을 주문한 상태였다.

-곧 필름지가 올 텐데 매장에 사람이 없을까 봐. 물건 오면 창고에 정리해 놔.

“알겠다.”

삼십 분 후.

천마는 장채원이 두고 간 마스크를 쓴 채 꼿꼿이 앉아 운공을 하고 있었다.

진기를 몇 바퀴 돌린 것만으로 바닥으로 내려간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며, 활력도 되살아났다.

딸랑.

“저, 실례합니다.”

그때 풍경 소리와 함께 깡마른 남성이 매장의 유리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번쩍.

응접 테이블에 앉은 천마가 눈을 뜨자 혈염광휘가 쏟아졌다.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필름 좀 가져와 봤는데요.”

깡마른 남성은 천마의 얼굴을 보고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두 주먹을 꽉 쥐더니, 조심스럽게 들어온 남성은 바깥에 세워둔 트럭을 가리켰다.

“아주 좋은 가격에 필름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분야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희 업체가 자금난 때문에 폐업을 했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면…….”

트럭 짐칸에는 형형색색의 필름이 잔뜩 실려 있었다.

“필름 말이군.”

필름을 주문했다는 장채원의 전화를 떠올린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 들었다. 가져와라.”

“네?”

“가져와라.”

“정말요? 감사합니다!”

남성은 신이 나서 커다란 필름 박스를 내려놓았다.

“그럼 몇 개나 내릴까요?”

“점주가 말하지 않았나?”

“말씀 못 들었는데요.”

남성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천마가 턱을 쓰다듬었다.

“넉넉할수록 좋겠지.”

그리고 트럭에 실린 필름지를 모두 가리켰다.

“전부 내려라.”

“정, 정말요?”

“본좌는 두말하지 않는다.”

남성이 필름을 모두 내리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세서를 두고 가라. 점주가 오는 즉시 바로 지불될 거다.”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에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서명?”

“이, 이쪽에 엄지손가락을 좀 찍어주세요.”

천마는 남성이 내민 휴대폰 스크린에 손가락을 대었다.

[결재가 승인되었습니다. 서명자: 천마 님.]

그러자 스크린에서 기계음과 함께 천마의 외국인 등록증 얼굴이 짠 하고 떴다.

“된 건가.”

“네. 네.”

천마의 말에 깡마른 남성이 절을 할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마의 한 손을 붙잡은 채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원가 이하로 드린 겁니다. 질도 좋으니 결코 후회하시진 않을 겁니다!”

“알겠다.”

“역시 인테리어 매장을 돌아다니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시공자분들은 손재주가 좋으셔서 직접 시공도 하시더라고요.”

알 수 없는 말을 떠벌거리던 남성은 명세서를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후로도 남성은 몇 번이나 뒤돌아서서 넙죽 인사를 했다.

“예의가 바른 자군.”

몇 번이고 구십 도로 인사를 하는 남성을 보며 천마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십 분 후,

딸랑, 하는 풍경 소리와 함께 모자를 쓴 청년이 커다란 박스를 어깨에 짊어진 채 들어왔다.

“필름 가져왔습니다.”

“필름?”

“네.”

“두 개로 나눠서 온 건가?”

“네?”

청년이 눈을 깜빡이자 천마가 매장 한켠을 가리켰다.

“거기에 내려놔라.”

“아, 네.”

고개를 갸웃거린 청년은 필름지가 든 박스와 명세서를 매장에 두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서명은?”

“네? 서명요?”

“…아무것도 아니다.”

가볍게 손을 저은 천마는 청년을 내보냈다.

텅 빈 매장에 홀로 서 있자 어깨에 힘이 빠진다. 그놈의 풀 때문인지 체력이 아직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으음.”

천마는 다시 창고 방에 들어가 눈을 감은 채 운공을 시작했다.

* * *

“뭐야?”

무아지경 속에서 운공을 하고 있던 천마는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매장 한켠에 쌓여 있는 필름 박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채원이 보였다.

“늦었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말인가.”

덤덤한 천마의 대답에 장채원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커다란 필름들은 다 뭐야?”

“아까 점주가 시켰다는 필름이 아닌가.”

“뭐? 내가 시킨 필름은 여기 있는 세 개뿐이라고.”

“그럴 리가.”

천마는 눈썹을 찌푸리며 쌓여 있는 필름 박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깡마른 남성이 했던 말이 떠올렸다.

-저희 업체가 폐업을 했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면…….

“그게 그냥 인사말로 하는 말이 아니었나.”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뜨자 장채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폐업을 해서 싸게 준다고 했다. 원가 이하로 준다고 덧붙이기에, 장사치들이 늘상 하는 말인 줄 알았지. 으레, ‘정말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뭐?”

장채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소리야. 상세히 말해봐.”

“점주의 전화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필름을 가져왔다고 했다. 본좌는 당연히 점주가 시킨 건 줄 알았고…….”

천마는 남성이 왔던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곰곰이 듣고 있던 장채원은 입을 벌리며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러니까 다른 곳에서 온 영업사원에게 필름을 몽땅 산 거잖아?”

“결과적으론 그렇게 되었군.”

“뭐야? 확실히 물어봤어야지. 아무 필름이나 막 내리면 어떡해?”

“본좌에게 한 말이 기억나지 않나? 필름이 오면 받아놓으라고만 하지 않았나.”

“끄응.”

장채원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천마는 잘못이 없다. 물론 확실히 물어봤으면 좋았을 상황이지만…….

아직 이 세계에 완벽히 적응을 하지 못한 천마에게 거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였다.

“그래.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내 잘못이 크네.”

장채원이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자 천마가 말했다.

“어차피 새 거다. 나중에라도 쓰면 되질 않나.”

“이걸 언제 다 써.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필름이 아닐 수도 있잖아.”

한숨을 내쉰 장채원은 엄청나게 큰 필름 박스를 하나 까보았다.

묘한 광택이 흐르는 재질을 만져보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틀렸어.”

“뭐가 말인가.”

“이건 우리가 사용하는 필름이 아냐.”

필름 박스를 내민 장채원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자동차에 붙이는 필름이라고.”

“자동차에 붙이는 필름?”

“그래.”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자동차에 붙이는 필름을 매장에 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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