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화. 던전의 의문 남성 (2)
실드경계지역, 특수대응팀 본부 빌라.
우르르릉.
던전용 몬스터 트럭, M903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천둥이 치는 듯한 배기음이 쏟아졌다.
이 집채만 한 몬스터 트럭에 탄 유은호는 천천히 액셀을 밟고 도롯가로 나갔다.
“요새는 꽤나 차량이 많이 보이네.”
어느덧 세이프던전의 입구로 도착하자, 차량 진입대에 길게 늘어진 줄이 보였다.
대기하는 차량들은 대부분 M903의 소형 버전인 M703 트럭 혹은 2인용 버기카였다.
“요새 부자들이 많네.”
던전용 차량은 입이 벌어질 만큼 고가다.
게다가 던전에 한 번 들어갈 때마다 던전 환경부담금으로 2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던전 재료를 대량으로 납품하는 기업이나 배달꾼 외엔, 어지간히 성공한 각성자라고 해도 던전용 차량 대신 짐꾼을 고용하는 편이었다.
“요새 히든몬스터가 많이 나와서 그런가.”
하지만 최근에는 던전용 차량이 꽤나 많이 보인다.
창문에 손을 올린 채 바깥을 구경하던 유은호는 차량검색대 안으로 들어왔다.
위잉.
네모난 검색대 안으로 들어오자 앞뒤로 격벽이 닫히며 천장에서 푸른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등록된 차량입니다.
검색대 내부엔 생체스캐너를 포함한, 각종 탐지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다.
몰래 실드경계를 통과하면 모를까.
던전 입구에선 던전을 불안정화시킬 수 있는 물건이나 재료들, 혹은 미등록된 각성자들의 출입이 완전히 차단된다.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안전히 다녀오십시오.
지잉.
낮은 기계음과 함께 다시 검색대의 격벽이 열리며 출구의 모습이 보였다.
부르르릉.
이어진 통로를 쭉 따라가자, 밝은 빛과 함께 세이프던전 초입 풍경이 보인다.
“사람 많네.”
월요일이라 그런지 세이프던전 초입에는 각성자들이 뭉게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느긋하게 액셀을 밟은 유은호가 선반 위의 사탕을 꺼내 들 무렵,
삐이삐이.
낮은 경보음과 함께 트럭의 유리 우측면으로 작은 스크린이 띄워졌다. 긴급구조 신호였다.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정말 던전방위팀 같네.”
김수웅은 특수대응팀의 업무에 구조 업무도 포함시켰다.
그 때문에 특수대응팀이 장착한 모든 장비에선 던전방위팀과 똑같이 구조 신호를 받을 수 있었다.
“뭐야, 가변던전 지역?”
유리창에 띄워진 스크린을 바라보던 유은호가 눈을 찌푸렸다.
띄워진 지도에 반짝이는 부분은 바로 가변던전 지역이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변던전 지역은 언제 어떤 몬스터들이 몰려올지 모른다.
출입 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설령 각성자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해도 협회는 구조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은호야.
그때 차량 스피커에서 초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던전방위팀에서도 무시하는 신호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래요?”
-응, 잘못 들어온 신호라고 하더라고.
가변던전 지역의 초입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다.
그곳을 통과해 들어가는 각성자들은 오직 두 부류다.
가변던전의 연구나 혹은 공략을 위한 협회 소속의 각성자. 그리고 호기심이 공포를 이겼거나, 히든몬스터를 은밀히 불러내려는 범죄자들 뿐이다.
-그냥 무시하고 던전 내부만 둘러보고 와. 던전 순찰기록 없으면 또 업무보고 때 까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유은호가 붉게 반짝이는 점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팀장님. 초입에 뭐가 있는지 잠깐 순찰만 해볼게요. 어차피 경계지역 초입인 것 같은데.”
-뭣 하러?
“그냥 혹시나 해서요.”
-알겠어. 그럼 경계지역 너머로는 가지 마.
유은호는 특수대응팀의 최고 실력자이자, 육체 증강 스킬 중에 최고봉이라는 고속 이동 스킬을 가지고 있다.
즉, 어떠한 위험 속에서도 제 한 몸 지키는 데 문제가 없는 인물이었다.
“네, 걱정 마세요.”
짧게 대답한 유은호는 트럭의 액셀을 깊게 밟았다.
끼익.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가변던전 지역의 초입에 도착한 유은호.
차에서 내리자마자 불쾌하고 텁텁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것은 수없이 던전에 출입한 베테랑 각성자만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감각이다. 저 자욱한 안개 너머엔 분명 위험한 무언가가 있다.
“음.”
유은호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는 침음이 흘러나왔다.
저 안개를 뚫고 가볼 것인가? 그대로 몸을 돌려 외면할 것인가?
“뭘 쫄고 있는 거야.”
긴장하며 서 있던 유은호가 피식 웃었다.
“이 유은호 님이 고작 가변던전 경계선에 들어가는 걸 가지고 긴장하다니.”
고개를 가로저은 그는 자욱한 안개 속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순간,
화악!
안개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의 무언가가 유은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크읏.”
무언가가 머리로 쏘아지는 걸 느낀 유은호는 본능적으로 좌측방으로 움직였다.
휘르르르르.
시꺼먼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가 싶더니, 칼날 같은 바람이 뒤이어 뺨을 스쳐갔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지나간 탓에, 공기를 응축한 바람이 뒤이어 쏟아진 것이다.
툭툭.
뺨에 흐르는 핏물을 매만진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나간 바람으로 살갗을 찢어?’
방금 전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면 머리가 그대로 날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몬스터가 펼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누구냐!”
푸스스.
순간 우측 풀숲에서 거대한 움직임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거기 서!”
버럭 소리친 유은호의 동공은 크게 확장되었고 기이한 빛이 흘러나왔다.
스킬, 초고속 이동을 발휘한 것이다.
콰우우우.
바람을 통째로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유은호는 사라지는 그림자를 뒤쫓았다.
앞으로 달려 나가는 그림자는, 예상대로 이족보행을 하는 사람의 형태였다.
“저게 사람이야, 몬스터야.”
얼핏 봐도 2미터가 훌쩍 넘는 덩치다.
물론 저만한 키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없겠냐만은 덩치가 비정상적으로 크다. 더욱 다리에 힘을 가한 유은호는 그림자의 정면을 가로막은 채 단분자 커터를 뽑아 들었다.
“멈춰!”
유은호의 외침에도 정면으로 달려오는 그림자는 마치 몸통박치기를 하듯 달려들었다.
“이익.”
차마 인간의 형태를 벨 수 없던 유은호는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비켜 세웠다.
그림자는 빠르게 옆을 지나쳤지만, 초고속 이동 스킬을 가진 그의 눈엔 그림자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그것은 회색빛 피부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성이었다.
“거기서 이 민대머리 자식아!”
우뚝.
유은호의 외침에 앞으로 걸어가려던 검은 코트를 입은 남성이 급브레이크를 밟은 트럭처럼 멈춰 섰다.
“당신 대체 뭐야?”
짜증스럽게 외친 유은호가 성큼 다가가자,
-후!
낮은 괴음과 함께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다.
“느려!”
유은호는 초음속 미사일처럼 뻗어낸 남성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냈다.
“한번 해보자는 거지.”
스킬을 발휘한 유은호의 동공이 확장되더니 맹렬한 광채가 뻗어나기 시작했다.
초고속 스킬.
이 사기적인 스킬은 평범한 동작도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덧입힐 수 있다.
유은호의 주먹이 빛처럼 쏘아져 나가자, 거구의 남성도 주먹을 뻗어 공격에 맞서갔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유은호는 남성의 주먹에서 뻗어 나오는 빛과 불꽃을 발견했다.
‘폭발 스킬?’
헛바람을 삼킨 유은호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뒤로 날렸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태양과도 같은 빛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슈우우욱.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 사이로 유은호가 눈을 번뜩였다.
그사이 검은 코트의 그림자는 가변던전 안쪽으로 들어간 듯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냐!”
슈우욱.
순식간에 반경 200미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저 자식…….”
연기가 피어오르는 땅을 바라보던 유은호가 짜증스럽게 외쳤다.
“도대체 뭐냐고!”
그날 저녁, 특수대응팀 빌라.
“착각한 거 아냐?”
한참 동안 이어진 유은호의 설명을 묵묵히 듣던 초홍이 눈썹을 찌푸렸다.
“회색 피부를 가진 거구의 남성이 초고속 이동 스킬을 쓸 뿐만 아니라, 손으로 폭발을 일으켰다고?”
“네. 똑똑히 봤어요, 제가.”
“그냥 멀티 스킬 각성자네. 듀얼(2개 스킬 보유 각성자)는 흔하잖아.”
“아뇨. 그게… 멀쩡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회색빛으로 물든 피부를 가진 거구의 남성을 떠올린 유은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부색도 이상하고 낯빛도 시체 같고… 뭔가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 같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좀 이상했어요.”
“피부가 이상하다면… 경질화 스킬도 보유했다면 트리플(3개 스킬 보유 각성자)인가?”
그러자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신채영이 낮게 말했다.
“혹시 환각을 본 건 아니고?”
“환각?”
“아니면 어제 마신 술이 덜 깼던가. 너 어제 밤새 술 마시고 들어왔잖아.”
“야, 조금 마셨거든?”
유은호가 발끈하자 한만재가 뺨을 긁으며 말했다.
“채영이 말도 일리가 있어. 그 가변던전의 안개 지역에 들어가면 때때로 환각을 본다잖아.”
“형님, 환각 아니거든요.”
“하지만, 폭발 스킬이 펼쳐진 흔적이 없어.”
유은호의 보고에 한만재 역시 가변던전 경계지역을 쭉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폭발의 흔적 따윈 보이지 않았다.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내 눈이 해태냐?”
“으음.”
묵묵히 듣고 있던 초홍은 이마를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은호 네 말대로라면, 그 남성은 초고속 이동 스킬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S급 폭발스킬 ‘건파이어’를 쓴다는 건데.”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 화면을 가리켰다.
그곳엔 S급 스킬을 가진 각성자들의 각성자 카드가 빽빽하게 띄워져 있었다.
“그럴 수가 없잖아.”
스킬을 두 개 이상 갖고 있는 각성자들은 있지만, 가지고 있는 스킬을 동시에 사용할 순 없다.
초홍의 말에 유은호가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연속으로 사용한 걸 제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러자 신채영이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2미터가 훌쩍 넘는 거구에 머리카락이 없고, 초고속 이동과 건파이어 스킬을 갖고 있는 데다, 동시에 사용했다…? 역시 환각인 것 같은데.”
그러자 한만재가 턱을 쓰다듬었다.
“혹시 새로 등장한 히든몬스터인가?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며.”
그러자 유은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히든몬스터라면 전투 중에 이유 없이 도망가진 않았을 거예요.”
그것도 맞는 말이다.
히든몬스터 중에서도 온화한 성질을 가진 것들이 있지만, 일단 손을 대면 전투를 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혹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신채영이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앞쪽에 사는 아저씨처럼 미등록 각성자일 수도.”
그 말에 회의실 내부에 갑자기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고 머리로도 이해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능력을 가진 미등록 각성자.
천마라는 사내가 바로 코앞, 옥탑방에서 유유자적 살고 있다.
“불가능해.”
심호흡을 한 유은호가 고개를 저었다.
“난… 천마 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다곤 생각하지 않아.”
박정민 실장을 따라 여러 가지 임무를 해내었던 특수대응팀.
그들의 실력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각성자였다.
그럼에도 천마에 비할 순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강하다, 라는 것이 아닌 일정한 범위를 벗어난 다른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건 그렇네.”
유은호의 심정을 깊이 공감한 한만재가 초홍을 바라보았다.
“팀장님. 협회에 이 내용을 보고하실 거예요?”
“글쎄요. 일단 뭐 아무것도 나온 게 없으니, 보고해 봤자 핀잔만 듣겠죠.”
차가운 은테 안경을 낀 김수웅을 떠올린 초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한 정보가 나올 때까진 이 일은 보류하도록 해요.”
그리고 다시 팀원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가변던전 지역에 나오는 구조 신호는 가능한 무시하세요. 반드시 가야겠다면 증원 요청을 하시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팀원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그 말을 들은 한만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저희라면 애당초 안 갔을 거예요. 은호 녀석이나 그런 곳을 가죠.”
그때, 벽에 기대있던 몸을 살짝 뗀 신채영이 초홍에게 말했다.
“근데 팀장님. 우리도 나노봇 하나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노봇?”
“이제 저희 팀 업무에 구조 업무가 포함되잖아요. 그럼 나노봇 하나 정도는 지원해 줄 만할 텐데.”
신채영의 볼멘소리에 초홍이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예산이 어딨겠니. 월급이 나오는 것도 감지덕지할 지경인데.”
“하는 일은 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는데도요.”
“그러게.”
초홍은 앓는 소리만 할 뿐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히든몬스터를 전담 처리했던 특수대응팀이 던전 감시와 구조 활동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과 활동비는 오히려 대폭 삭감되었다.
물론 그 이유는 팀이 운용될 수 있을 만큼만 구두쇠처럼 지원해 주는 김수웅 실장 때문이었다.
“그냥 담부터 던전에 갈 땐 모두 녹화 장비를 착용해. 그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많이 될 테니까.”
초홍의 말에 팀원들은 모두 시선을 피한 채 대답하지 않았다.
협회에서 지원되는 녹화 장비는 협회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던전 지역을 빠져나올 때까지 모든 것이 녹화되기 때문이다.
“싫어요. 그걸 끼면 매일 감시당하고, 농땡이 같은 거 못 부리잖아요.”
유은호의 말에 초홍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럼 나처럼 개인용 녹화 장비를 하나 장만하던가.”
팀원들이 입을 꾹 다물자, 초홍이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만하도록 해요.”
탁.
하나둘씩 팀원들이 나가고 회의실의 문이 닫혔다.
어둠이 내린 회의실 안에 유은호만이 나가지 않고 장승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이상한데.”
팔짱을 낀 채 책상에 기대어 서 있던 유은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각성자 유전체 해독 연구소.
각성자협회에서 설립한 곳으로 각성자들의 유전자, 단백질, 세포조직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유전학, 면역학, 식물생리학, 생물정보학뿐만 아니라, 의과학 및 응용 생물공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이 유전체 해독 연구소 지하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런 곳이 있다.
철컥. 지이이잉.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는 한없이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투명한 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된 김수웅의 눈동자는 차갑게 정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얼음 속에서 피어나는 불꽃처럼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왔다.
지잉. 철컥.
문이 열리자 환한 빛과 함께 거대한 지하 도시가 보였다.
폐허처럼 낡은 건물들이 세워진 도시는 마치 세이프던전의 황량한 풍경과 비슷해 보였다.
다만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음에도 천장에선 태양빛과 가까운 빛이 쏟아졌다.
지상과 연결된 광케이블을 통해 태양광을 지하에 끌어온 것이다.
“실장님.”
폐허 도시의 어느 건물 앞으로 걸어가자 정장을 입은 여성이 김수웅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얀 피부에 갈색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성은 매우 매력적인 용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눈빛은 어딘가 음침해 보였다.
협회 빅데이터실, 데이터 마이닝팀의 팀장이자, 김수웅의 오른팔인 진성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