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50화 (150/285)

제150화. 반요가수 유이나 (1)

투투툭.

유리창을 두들기는 굵은 빗줄기가 조용한 매장 내부에 울려 퍼졌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응시하고 있던 장채원이 아함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켰다.

“아함.”

벌써 삼 일째였다.

신뢰도 평범한 시공 의뢰도, 던전 재료 채취 의뢰도 들어오지 않는, 한가한 날이 지속되었다.

장채원은 책상에 앉아 온라인 쇼핑몰을 뒤적거리고 있었고, 천마는 응접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매장에 딱히 일이 없는 탓에 고은진은 출근을 하지 않았고, 김찬원은 외부 현장일을 다니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 6시.

시계를 바라보던 장채원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쭉 폈다.

“그나마 다행이네.”

“뭐가 말인가.”

“은진 씨 말야. 일이 있을 때만 부를 수 있는 자율 근무제로 채용했으니 다행이지. 매일 출근하라고 했으면 이 꼴을 어케 보여줘?”

“그런가.”

응접 테이블에 앉은 천마는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장채원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천마는 복복 인테리어의 정직원이다.

하지만 신뢰와 독서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매장의 운영 따윈 안중에도 없다.

“남의 일이냐? 천마, 너도 매장일에 책임감을 좀 가져.”

“본좌도 이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말로만?”

“천만에. 자, 봐라.”

천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책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게 뭐야?”

“주식이라는 돈놀이 비법이다. 김 씨의 말에 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더군.”

“주식? 너 뭔지 알아? 그거 도박이라고 도박.”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다… 라고 여기에 적혀있군.”

“그런 대사는 망하기 직전에 하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지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장채원의 머릿속엔 은근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매일 저렇게 책만 잡고 파고드는 천마다. 혹시 주식 전문가 뺨치는 예상을 할지도?

“정말 주식을 해볼 거야? 종잣돈은 있고?”

“실전은 나중이다. 먼저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지.”

“언제까지 쌓을 건데.”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다.”

“그게 언제인데?”

그러자 천마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건 본좌도 모른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어떠한 경지에 오른다는 건, 도달하고 나서야 아는 거다. 정상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그 풍경을 묘사할 순 없는 것이지.”

천마의 말엔 어딘가 깊고 오묘한 이치가 담겨 있었다.

그제야 장채원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인테리어 서적을 읽고 또 읽는 천마. 지식으로만 따지면 이미 전문가 수준을 능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지치지도 않고 저렇게 읽어댄다.

결국 천마가 말하는 지식수준이란 업계 최고 수준, 아니 대대손손 명성을 떨칠 만한 수준일 것이 분명했다.

“아, 안 되겠네. 그럼 패스.”

장채원이 실망하든 말든 천마는 진지한 눈빛으로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숨을 쉰 그녀는 다시 시선을 노트북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우스를 클릭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 사이트를 클릭했다.

사용자 선호도에 맞춘 다양한 영상이 뜨자 다시 마우스를 움직이던 그때,

“아아.”

한 섬네일 사진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연락이 뜸하네.”

커서가 닿아 있는 섬네일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성이 춤을 추고 있었다.

솔로 여아이돌 중에 가장 인기 좋은 유이나의 음악방송 영상이었다.

“하긴, 엄청 바쁘겠지. 요새도 드라마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

달칵.

영상을 클릭하자, 상큼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노래하는 유이나의 모습이 보인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장채원은 문득 창밖 너머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는데.”

그녀의 시선은 매장 풍경이 아닌 3년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어느 구축 상가의 인테리어 현장.

정령수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열심히 목공일을 하고 있다. 느릿하지만 착실히, 그리고 꼼꼼하게.

현장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장채원이 밖으로 나섰다.

후두두둑.

건물 밖으로 나서자 흐릿하게 물들어 있던 하늘에서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왠지 가슴이 시리구만.”

찬바람이 도는 가을 날씨에 비마저 내리자 그녀는 코트의 옷깃을 여몄다.

추위 따위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오늘따라 왠지 가슴 한켠이 허전했다.

“올해는 꼭 솔로 탈출을 해야 하는데.”

우산을 펼친 그녀가 승합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시야 끝에 거슬리는 뭔가가 느껴졌다.

“음?”

반대편 골목 쪽을 돌아보니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한 사람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그림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허름한 점퍼에 모자를 쓴 소녀였다.

“저것들이?”

딱 봐도 불량한 학생들이 불쌍한 소녀를 둘러싼 채 협박이나 희롱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팔을 걷어붙인 장채원이 씩씩거리며 골목으로 다가가자,

“연락처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 결혼해 주세요.”

“첫눈에 반했습니다. 완전 사랑합니다.”

불량배가 내뱉는 대사치곤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구질구질하다.

눈살을 찌푸린 장채원이 남학생들의 뒤에 다가와 말했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남학생들은 장채원을 힐끔 돌아보더니,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줌마는 신경 쓰지 마세요.”

“뭐?”

“갈 길 가시라고요. 쭉.”

남학생들은 장채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또다시 소녀를 희롱하고 있었다.

“아 놔, 근데 이 자식들이…….”

건방진 학생들의 태도에 장채원의 이마에 굵은 핏발이 빠직 섰다.

“백주 대낮에 깡패 짓을 하고도 당당하네. 이 누나 무서운 사람이거든?”

선홍빛 잇몸을 훤히 드러낸 장채원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남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아줌마는.”

“아줌마? 이 개념 출타한 녀석들이 누구 보고 아줌마래?”

“와, 콧김 내뿜는 거 봐. 아줌마가 아니라 고릴라 같네.”

남학생 중 한 명이 낄낄거리며 웃자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장채원의 눈썹이 귀 아래까지 내려왔다.

“아놔, 오늘 고삐리 송장 한번 치워? 뜨끈한 아랫목에서 향냄새 맡아볼래?”

눈이 뒤집힌 채 장채원이 송곳니를 드러내자, 남학생들은 주춤주춤 물러섰다.

“뭐, 뭐라는 거야? 아줌마가.”

“아님, 이빨을 다 뽑아서 평생 죽만 먹게 해줄까? 앙?”1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힌 장채원이 두 손을 주물럭거리며 다가오자, 남학생들은 황급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내 눈에 띄면 혼날 줄 알아! 알겠어?”

우르르 도망가는 남학생들에게 소리치던 장채원은 뒤에서 떨고 있는 소녀에게 몸을 돌렸다.

“괜찮니?”

조심스럽게 다가가 묻자, 소녀가 푹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모자에 가려졌던 투명한 피부와 길고 맑은 눈동자가 천천히 드러났다.

‘우와.’

장채원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차갑게 얼린 눈꽃을 빚어 만든 듯 소녀의 얼굴은 투명하고 티 없이 깨끗했다.

특히 온 세상의 빛을 머금은 신비로운 눈동자… 같은 여성이라고 해도 반할 만한 외모다.

그제서야 장채원은 남학생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이쁘잖아.’

도저히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예쁜 외모다. 물론 접근 방법은 틀려먹었지만.

“감사합니다.”

소녀는 장채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늘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용모건만, 눈빛과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낮고 어두웠다.

“이런 외진 골목길은 혼자 다니지 말렴.”

씩 웃은 장채원은 소녀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뒤를 돌아보니 소녀는 아직도 건물 사이의 골목에 선 채 비를 맞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고개를 떨군 채 바닥을 내려다보는 소녀의 눈동자는 낮게 깔려 있었다.

아무래도 소녀에겐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이 날씨에 비 맞으면 감기 걸려.”

“네에.”

소녀는 대답했지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마치 갈 곳 없는 고양이가 골목길에 선 채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가출했구만.’

대번에 사정을 파악한 장채원이 소녀를 살펴보았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는지 얼굴은 약간 파리하고, 눈동자엔 힘이 없다.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저기, 혹시 밥은 먹었니?”

“네?”

장채원은 소녀에게 다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혼자 먹기 싫어서… 지금까지 점심을 안 먹고 있었거든.”

인근 상가의 어느 국밥집.

테이블에는 건더기가 듬뿍 담긴 순대국밥이 하얀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소녀를 보며 장채원이 수저를 내밀었다.

“어서 먹어.”

고개를 숙인 채 홀린 듯 국밥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가 조심스레 수저를 받아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응.”

싱긋 웃은 장채원도 웃으며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후우, 후우, 후르르륵.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텅 빈 국밥집 내부엔 두 사람이 식사하는 소리만이 낮게 울려 퍼졌다.

게 눈 감추듯 국밥 한 그릇을 먼저 비운 소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요.”

“응?”

“죄송한데… 혹시 오늘 하룻밤만 재워주실 수 있나요?”

국밥을 우물우물 씹던 장채원이 소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너 같으면 재워주겠니?”

“…죄송합니다.”

민망함을 느낀 소녀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장채원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름이 뭐야.”

소녀의 이름은 유이나, 열아홉 살이었다.

유이나를 집으로 데려온 장채원은 그녀가 어디서 사는지, 무슨 이유로 가출을 했는지 따위는 묻지 않았다.

그저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사랑채를 내어주고, 매 끼니를 잊지 않고 챙겨주었을 뿐이다.

-가출한 거니?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어?

한 번쯤은 물어볼 수 있는 말이었으나, 장채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정말 그녀가 물어본 것은 ‘이름’뿐이었다.

하룻밤만 묵겠다던 유이나는 어느새 장채원의 집에 엿새 동안 머물렀다.

물론 그동안 하는 일 없이 식객 노릇만 한 것은 아니었다.

유이나는 장채원보다 항상 더 일찍 일어나 내당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화원을 가꾸었다.

또한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장채원을 위해 손수 음식과 간식들을 만들어 준비했다.

장채원은 그런 유이나가 마음에 들었는지, 친동생처럼 대하며 얼마든지 편히 머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렇게 내당에 머무른 지 어느덧 일주일째 되는 저녁.

퇴근 후, 식사를 마친 장채원이 마룻바닥에 가로로 누워 TV를 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나노봇인 무명은 충전스테이션에 쿨쿨 잠만 자고 있었다.

“아하하핫.”

유이나는 소파에 앉아 과일을 깎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사이좋은 자매 둘이 사는 집이라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언니.”

과일을 깎던 유이나가 문득 속삭이듯 말했다.

“근데 왜 안 물어보세요.”

“응? 뭐가?”

“제가 왜 가출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같은 거요.”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장채원이 무심히 대답했다.

“글쎄.”

사실 유이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데 장채원이 묘한 말을 덧붙였다.

“어쩌면 네 사정을 짐작하기 때문에 안 물어본 건지도 모르고.”

“네?”

“요괴라는 거, 요즘 세상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존재야.”

TV를 바라보던 장채원이 고개를 돌려 미소를 보였다.

“많은 요괴들이 인간들과 어울려 살고 있고.”

유이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요력이 거의 없는 돌연변이다. 심지어 같은 요괴들조차 그녀를 평범한 인간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장채원에게 요괴라는 걸 들킨 걸까?

“그걸 어떻게…….”

“정원에 있는 정령수를 보고 알아챌 줄 알았는데. 요력이 없어서 안 보였나 보구나.”

장채원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 9등급 영지 매장이야.”

영지.

태양과 달의 기운을 모두 머금고 있는 신령스러운 땅. 신들이 머물고 있는 신지와도 같은 곳.

유이나는 장채원을 그저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하는 앳된 각성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주인일 줄이야.

“그럼 제가 요괴였다는 걸 첨부터 알고 계셨던 거예요?”

“아니. 처음 봤을 땐 몰랐어. 요력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이쁜 아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럼 언제부터…….”

“네가 집안일을 하고 나서부터.”

그러자 장채원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매장 직원으로 등록하지도 않았는데, 영지의 영기를 받아들이더라고. 그건 상급요괴들이나 가능한 일이니까.”

“그랬군요.”

유이나는 허탈한 미소를 머금었다.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요.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라고 해도, 모르는 아이를 이렇게 오래 보살펴 주진 않으니까요.”

“아니, 네가 요괴든 아니든 보살펴 줬을 거야.”

몸을 돌린 장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나도 속 시원히 물어볼게.”

“네.”

“대체 월령(月靈)일족인 네가 뭐가 아쉬워서 가출을 한 거야?”

“제가 누군지도 알고 계셨군요.”

월령일족.

고대 신화에 나오는 달의 정령 항아의 핏줄을 이어받은 요괴다.

불사에 가까울 만큼 장수할 뿐만 아니라, 용모가 요괴 중에서도 빼어나게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저희 월령일족은 아시다시피 수명이 길고, 용모가 변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인간들과 어울려 살지 않죠.”

사실 이건 월령일족뿐만 아니라, 모든 요괴들의 고충이기도 하다.

어지간해선 늙지 않는 외모 탓에 직장을 얻어도 장기근속 근무를 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전 인간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허락해 주지 않으셔서… 이렇게 가출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랬구나. 하긴 월령일족 분들이 조금 폐쇄적이긴 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인간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이직하지 않는 직장은 많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저은 장채원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상급요괴라면 신계 공무원에 지원할 수도 있어. 물론 진짜 신이 아니라 말단직에다,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만. 대신 합격하면 대지유신들처럼 여러 가지 권능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저는 오래 다니고 싶은 직장을 찾는 게 아니라…….”

“아, 맞다. 인간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했지?”

손뼉을 친 장채원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매장과 같은 영지 등급을 받은 곳에 취직하면 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일할 수도 있고, 오래되면 자연히 용모도 바꿔주니까. 평생직장이 돼.”

“아, 아뇨.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요…….”

회상을 마친 장채원이 다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노래를 마치고 깜찍한 엔딩 포즈를 하고 있는 유이나의 미소가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구나.”

유이나가 하고 싶던 일.

그것은 바로 연예인, 아니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이었다.

“난 잘될 줄 알았어.”

유이나는 타고난 미모뿐만 아니라,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치열하고 혹독하게 훈련받은 기획사형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괜찮은 건가.”

섬네일을 보며 회상에 빠져 있던 장채원의 옆으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천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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