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면 요리 투어 (2)
[천마 님. 미식가들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모른다.”
[그곳에서 별점 세 개를 받은 곳은,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곳으로 가는 건가.”
무명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아닙니다. 다만 저는 미식가들의 표현을 빌린 겁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선 먼 식당을 찾아갈 가치가 있다는 걸요.]
운전대를 잡은 천마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네놈은 가끔씩 정신 나간 헛소리를 마구잡이로 늘어놓는구나.”
만약 이 모습을 천마의 부하들이 보았다면 펄쩍 뛰며 놀랐을 것이다.
그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 고금제일인인 천마가,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누군가에게 핀잔을 주다니?
만약 천마가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무림의 역사는 꽤나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한적한 국도는 끝없이 이어지는 고갯길로 변했다.
기어를 두 단계 낮춘 천마는 느긋하게 액셀을 밟고 고갯길을 운전했다.
“흐음.”
창밖 너머 풍경이 매우 좋았다.
창문을 내리자 기분 좋은 바람이 천마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알록달록 물든 나무들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고, 어디선가 잘 말린 향초 풀을 썰어 넣은 듯한 향긋한 향기가 느껴졌다.
[어떻습니까.]
“뭐가 말이냐.”
무명은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세계에는 드라이브, 즉 운전이라는 취미가 있습니다. 좋은 풍광이 있는 곳을 달리며 답답한 감정을 해소시키지요.]
무명은 천마가 지루하지 않도록 풍광 좋은 교외를 지나쳐 다른 도시로 넘어가게끔 코스를 짰다.
천마에게, 드라이브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흥.”
천마는 코웃음을 쳤으나 표정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무명의 배려대로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며 산길을 넘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광산면옥.
산 아랫길에 위치한 유명한 함흥냉면 맛집이었다.
외관은 두레박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장사가 잘되는지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주차장에 라마스를 세우고 걸어가던 천마는 입구를 보며 인상을 썼다.
“신이라 해도 가난 구제는 못 한단 말인가.”
천마의 중얼거림에 무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네 녀석은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게냐.”
인상을 찌푸린 천마는 두레박처럼 생긴 광산면옥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갔다.
무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자,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함흥냉면 집에서 가자미회 냉면을 즐긴 천마가 나오자 무명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마지막 칼국수 맛집은 천마 님이 계시는 실드경계지역에 있습니다.]
밖으로 나온 천마는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명은 개의치 않고 차량을 가리키며 말했다.
[늦기 전에 어서 가시죠. 그곳은 8시 전에 문을 닫는 맛집이니까요.]
차량에 올라탄 천마는 다시 라마스의 시동을 걸었다.
되돌아가는 길은 더욱 느렸다.
무명은 일부러 주변의 명소를 들르는 경로를 알려주었고, 휴식을 빌미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무명이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알려준다는 것을 짐작했으나, 배가 빵빵하게 부른 터라 군소리 없이 안내를 따랐다.
[자, 이제 다 왔습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리던 천마의 라마스는 어느새 실드경계지역 다가구 주택단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사이 해는 이미 저물어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도롯가엔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져 있었다.
무명의 안내에 따라 차를 세우자 칼국수라고 적힌 간판 아래, 연기가 피어오르는 허름한 분식집이 보였다.
“후루루룩.”
천마는 허름한 테이블에 앉아 진한 멸치육수에 담긴 수타 칼국수를 먹었다.
어찌나 면발이 탱글탱글한지 입 안에서 오랫동안 씹어야 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
“끄윽.”
수타 칼국수를 세 그릇이나 비운 천마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 해오름 칼국수집은 맛집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었으나, 밖으로 나온 천마의 표정은 구겨져 있었다.
[입맛에 맞지 않으셨습니까.]
“천만에. 상당한 맛이다.”
상당한 맛이라는 건 천마가 꽤나 맛있게 먹었을 때 쓰는 표현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무명이 밝은 목소리로 양팔을 벌렸다.
[다행입니다.]
천마가 세워둔 라마스를 향해 굴러가던 무명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주 일요일도 면 투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막국수와 포차의 잔치국수, 그리고 파스타까지 먹으러 가면 천마 님을 위한 면 요리 투어의 대장정이 끝납니다.]
하지만 차량을 바라보는 천마의 눈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무명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담주에는 면 요리가 아니라 다른 걸 찾아볼까요?]
무명의 말에도 천마의 눈은 차량의 지붕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인간이 아니었나.”
[네?]
“아침부터 계속 본좌를 따라온 건가?”
천마의 시선을 따라 무명이 연신 센서를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천마 님.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시나요.]
“본좌의 차량 위에 있는 것 말이다.”
무명은 다시 한번 차량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차량 위에는 날파리 한 마리가 붙어 있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날파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멍청한 것. 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냐?”
천마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무명의 머리에서 윙윙 소리를 내었다.
동시에 투투툭 하는 둥그런 빛을 반짝이는 센서들이 몽땅 튀어나왔다.
온도, 적외선, 화학센서, 동작감지 등등. 무명은 몸체에 장착된 센서란 센서를 모두 꺼내고 있는 것이다.
[으어어어어어!]
마지막으로 음파탐지(SONAR)와 전파탐지(RADAR) 시스템을 동시에 작동하여 주위를 살펴보던 무명이 펄쩍 뛰었다.
차량의 지붕 위에 허름한 옷을 입은 소녀의 형태가 보인 것이다.
[천마 님! 귀신입니다! 귀신!]
“…….”
풀쩍 뛰어올라 천마의 얼굴을 끌어안은 무명이 크게 소리쳤다.
[보세요! 보세요! 천마 님께선 저 기괴한 모습이 안 보이십니까?]
마문대법을 익히며 온갖 사령과 마귀들을 수없이 봐왔던 천마.
그의 눈엔 오히려 허연 눈알 센서를 들이민 채 수다를 떠는 쇳덩어리가 더욱 기괴해 보였다.
“소란 떨지 마라. 시끄럽다.”
[네. 네.]
라고 말을 했지만, 무명은 여전히 천마의 머리통 뒤에서 양팔과 다리를 휘감고 있었다.
“왜 본좌를 따라오는 거냐.”
팔짱을 낀 천마는 라마스 위에 쪼그리고 있는 소녀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몸이 투명하다고, 귓구녕까지 투명해졌단 말이냐.”
소녀가 대답 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천마는 불쾌한 표정으로 손을 휙 저었다.
휘리리릭.
천마의 손바닥에서 쏟아진 세찬 바람이 라마스의 지붕 위를 스쳐 갔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지붕 위에 점차 희미한 그림자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킬? 어라? 투명화 스킬?]
지붕 위에 쭈그린 그림자는 다름 아닌 예닐곱 살로 보이는 작은 소녀였다.
어디서 얻었는지 더러운 거적때기 같은 걸 걸친 채 까만 머리를 산발한 소녀의 모습은 버려진 고양이처럼 보였다.
[각성자였군요. 그것도 매우 어린…….]
경계심 가득한 소녀의 눈동자를 발견한 무명이 친근하게 수다를 늘어놓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무명이라 합니다. 천마 님을 충실하게 모시는…….]
“본좌의 차량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데로 가라.”
매정한 천마의 말에 소녀는 짐짓 쌀쌀맞은 기색으로 고개를 홱 저으며 시선을 피했다.
“경고는 한 번뿐이다.”
고개를 돌린 소녀는 아예 눈을 감은 채 천마의 경고를 무시했다.
“배짱 좋은 꼬마로군.”
기분이 나빠진 천마가 주먹을 주물럭거리자 무명이 양팔을 벌렸다.
[천, 천마 님. 어쨌든 나이 어린 소녀가 아닙니까.]
“그게 어쨌다는 거냐.”
서서히 불타오르는 천마의 눈동자를 보니, 금세라도 벼락같은 일격을 내뻗을 것만 같다.
무명은 다급히 몸을 돌려 지붕 위의 소녀에게 말했다.
[우선 차량에서 내려오시는 것이 어떨까요?]
소녀는 대답 대신 다시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와 헝클어진 소녀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렸다.
그 모습을 본 무명의 눈 센서가 점차 커졌다.
[어어. 설마…….]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살짝 솟은 뾰족한 뿔이 보인다.
하지만 크기가 워낙 작은데다 파랗게 물들어 있는 탓에, 뿔이라기보다 앙증맞은 머리 장식을 붙여놓은 것 같다.
[도깨비, 도깨비였군요!]
무명의 외침에 천마가 눈썹을 모았다.
“도깨비?”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상급요괴인데…….]
“요괴가 왜 본좌의 차량에 달라붙어 있단 말이냐.”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 혹시?]
천마를 바라보던 무명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말하라.”
[…이 어린 소녀가 천마를 따라온 건, 어쩌면 성인 도깨비와 꾹 찍어 닮은 천마 님의 험상궂은 외모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깨비든 뭐든 관계없다. 당장 그곳에서 내려와라. 그러지 않는다면…….”
천마가 또다시 손을 주물럭거리자 무명은 소녀가 있는 지붕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꼬마 숙녀님. 우선 내려가시죠. 이 차량은 천마 님이 매우 아끼는 차량입니다.]
무명의 반짝이는 눈을 빤히 바라보던 소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배고파.”
[네?]
소녀는 원망스런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건 마치 배고픈 강아지가 혼자 하루 종일 맛있는 걸 먹고 돌아온 주인을 원망하는 눈빛이었다.“뭐냐. 왜 그런 눈으로 본좌를 보는 거냐.”
천마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소녀가 다시 말했다.
“나, 배고파.”
[으음.]
침음 소리를 낸 무명이 천마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천마 님. 밥 한 그릇 정도는 사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싫다.”
싸늘한 대답이 돌아오자 무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계속 오간다면 천마는 결국 무력을 쓸 것이다.
무명의 입장에선 이 작은 소녀에게 손을 쓰는 천마의 모습을 눈 뜨고 볼 순 없는 노릇.
결국 이 살벌한 대치 상황을 풀어내야 하는 것은 무명의 몫이었다.
[죄송합니다. 아쉽게도 천마 님은 독신을 고집하는 데다, 벌이가 좋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떠올린 무명은 도깨비 소녀에게 떠벌리기 시작했다.
[이 차를 보십시오. 벌써 나온 지 100년은 넘은 구닥다리 똥차가 아닙니까? 게다가 천마 님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쥐뿔도 없는 노동자입니다. 실제로 사는 곳도 몬스터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척박하고 외진 실드경계지역에서…….]
말을 잇던 무명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두 눈이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천마가 있었다.
[절대 기분 나빠하지 마십시오, 천마 님.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식사 제공을 거부하기 위한 교섭의 방편으로…….]
“흥.”
코웃음을 친 천마는 운전석의 문을 열고 차량 안으로 들어갔다.
[천, 천마 님. 저도 버리고 가시는 겁니까.]
“헛소리 마라.”
창문을 연 천마는 손가락을 뻗어 이미 불 꺼진 국수집 건물을 가리켰다.
“밥을 먹이고 싶어도 이미 문을 닫았잖나.”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요.]
“네놈은 이 근방에 저 꼬마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는 밥집을 찾아라.”
팔을 뻗어 조수석 문을 연 천마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즉시 돌려보낼 방도도 말이다.”
천마가 운전하는 라마스는 가변던전 경계구역의 꾸불꾸불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는 소녀가 무명을 안은 채 자연스레 앉아 있었다. 창문 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을 맞자 기분 좋은 듯 두 눈을 감았다.
[죄송합니다, 천마 님. 역시 이 가변던전 경계지역에서 늦게까지 하는 곳은 엄마손 백반집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소녀에게 안겨 있는 무명의 말에 천마는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돌렸다.
저녁 장사를 마치고 매장을 정리하던 엄마손 백반의 이모.
그녀는 딸랑 소리와 함께 매장으로 들어온 단골손님, 천마를 보며 반갑게 미소 지었다.
“어이쿠, 삼촌. 오늘은 많이 늦으셨네.”
설거지를 하고 있던 이모가 미안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지? 오늘 영업 끝냈는데.”
“그런가. 어쩔 수 없지.”
천마는 뒤를 이어 들어온 도깨비 소녀를 보며 손을 휘휘 저었다.
“다시 나가라. 이곳도 영업이 끝났다.”
“어머, 귀여워라!”
이모는 헝클어진 머리에 하얀 나노봇을 양팔에 끌어안고 있는 소녀를 보자 눈을 크게 떴다.
“딸?”
“딸?”
“딸 아냐?”
천마는 ‘딸’이란 글자를 한참 동안 곱씹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그냥 도깨비다.”
“으응?”
[하하하. 별명입니다. 별명.]
그때 소녀에게 안겨 있던 무명이 하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이구, 깜짝이야. 진짜 나노봇이네?”
둥그런 알처럼 생긴 로봇이 갑자기 떠벌떠벌 말을 하자 놀란 이모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야. 삼촌도 각성자였어?”
[아, 아닙니다. 생김새만 나노봇처럼 제작되었고요. 전 그냥… 안내 로봇입니다. 천마 님은 외국인이거든요.]
술술 거짓말을 늘어놓는 무명을 보며 이모가 입을 벌렸다.
“이런 로봇들은 집 한 채 가격이라던데. 부자셨구만.”
그러다 맨발로 서 있는 소녀의 행색을 발견하곤 눈을 깜빡였다.
“아니, 삼촌. 근데 왜 신발도 안 신기고 다녀? 그리고 옷은 왜 이리 지저분해?”
“본좌는…….”
‘도깨비로 예상되는 꼬마에게 인심 한번 쓰려 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려던 찰나,
“배고파.”
소녀가 타이밍 좋게 이야기했다.
“어이구.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이모는 싱긋 웃으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쩔 수 없지. 어서 앉아. 빨리 한상 차려드릴게.”
열 그릇.
소녀가 먹은 공깃밥 개수는 정확히 열 그릇이었다. 냉장고에 쟁여놨던 온갖 반찬들도 거의 동날 지경이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이모는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아니, 저 쪼그만 몸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이 먹는데?”
황당함이 섞인 탄성에 무명이 괜히 켕긴 듯 말했다.
[대, 대식가로 유명해서요. 장래 희망이 푸드 파이터라고… 하하하.]
“으응?”
이모는 의아한 표정으로 천마와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비록 머리와 옷은 지저분하지만, 이목구비는 수려하고 눈빛이 맑았으며, 사뭇 오만함까지 깃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평범한 소녀 같진 않았다.
그에 반해 천마는 혹덩어리를 이마에 붙인 듯 불만스럽고 귀찮은 표정이다. 하지만 매번 밥이 동날 때마다 ‘한 그릇 더’라고 말하고 있었다.
‘독특한 양반이야.’
이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골인 천마는 범상치 않은 외모에 늘 이상한 말투를 썼다. 하지만 이제 보니 데리고 다니는 나노봇이라던가, 소녀마저도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딸인가?’
김분옥은 천마와 마주 앉아 있는 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생김새는 전혀 안 닮았는데, 풍기는 분위기나 느낌이 어딘가 모르게 부녀처럼 닮아 있었다.
‘마누라가 도망갔나?’
남은 설거지를 하던 이모는 아침드라마를 보는 양, 연신 천마와 소녀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