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화. 천마의 뒤를 캐는 하이에나 (2)
외국인 정책본부, 통합정책실.
나른한 얼굴로 앉아 있던 정창욱은 통합정책실장, 강천욱의 말에 펄쩍 뛰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몰래 녹여 먹고 있던 사탕을 꿀꺽 삼킨 그가 다시 말했다.
“불법체류 각성자로 의심되는 대상을 조사하지 말라뇨. 대체 이유가 뭡니까?”
“몰라. 본부장님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니까. 어쨌든 관둬.”
“싫습니다.”
정창욱의 쇠고집을 뻔히 알고 있는 강천욱이 애원하듯 말했다.
“야, 나도 확인해 봤어.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더만. 왜 들쑤시는 거야?”
“뭔가 이상합니다. 서류는 완벽한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정황도 있고요.”
천마의 무시무시한 근육질의 몸을 떠올린 정창욱이 다시 말했다.
“무엇보다 그 엄청난 근육질 몸으로 인테리어 시공일을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헬스트레이너를 하는 게 맞죠.”
“그럼 그냥 헬창인가 보지! 네가 왜 외국인 근육에 신경 쓰냐? 그것도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한테?”
“실장님. 지금까지 제 감이 틀린 적이 있습니까? 분명 뭔가 이상합니다.”
그 말에 강천욱이 침을 꿀꺽 삼켰다.
조사과의 하이에나라고 불릴 만큼 정창욱은 감이 매우 좋았다.
한번 조사를 하면 불법체류 조직의 꼬리부터 머리까지 몽땅 박살 내 버리는 수준이니,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알았으니까, 됐어.”
담배에 불을 붙인 강천욱이 라이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뭐 앞집에 협회 요원들도 산다면서. 문제 있음 그쪽이 알아서 하겠지.”
“실장님.”
“아무래도 그 외국인, 뭔가 엄청나게 높은 빽이 있는 거 같아. 그냥, 높은 분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자고.”
담배 한 모금을 머금은 강천욱이 손을 내저었다.
“됐으니까 나가봐.”
달칵.
사무실 밖으로 나온 정창욱은 품속에서 작은 알사탕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으드득.
정체가 뭐길래 본부에 직통으로 압력을 넣을 만큼 뒷배가 좋은 걸까? 무슨 권력자의 사생아라도 되는 걸까?
“재밌겠네.”
정창욱은 씩 웃으며 다시 사탕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가 어떤 놈인 줄 모르고 한 짓이겠지만.”
압력을 넣은 권력자도 계산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가끔 공무원 중에 밥줄에 별로 미련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정말 귀엽게 생긴 여성이었다.
이제 갓 스물? 아니 스물 중반쯤 되었을까?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맑은 눈동자를 가진 여성은 살짝 보랏빛이 도는 윤기 나는 머리칼을 반묶음하고, 깔끔한 정장 치마와 블라우스를 걸쳤다.
둥그런 나팔꽃 같은 전화기를 든 여성이 연분홍빛 입술을 천천히, 그리고 아주 크게 벌렸다
“귓구녕에 소세지를 박았냐? 한번 말하면 알아들어 처먹어야지!”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용모와 달리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세상천지에 곰팡이가 안 나는 벽지가 어딨냐? 네 주둥이도 그 시간 동안 물에 젖어 있으면 곰팡이가 필걸?”
눈에선 시퍼런 불꽃이 튀어나오고 입에선 불을 뿜는 것 같다.
‘아따, 욕 진짜 잘하네…….’
시내 어느 빌딩의 옥상.
정창욱은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초고성능 원거리 음성 탐지기로 복복 인테리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감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인테리어 매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란, 욕쟁이 할멈의 귓방망이를 후려칠 만한 쌍욕의 향연이었다.
“무슨 일이냐, 점주.”
듣다 못한 근육질의 남성, 천마가 입을 열었다.
‘점주? 저 여성이 저 매장 사장이었어?’
탐지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묵묵히 듣던 정창욱이 고개를 끄덕일 찰나.
“신경 쓰지 마.”
젊은 여성, 장채원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냥 미친놈이라니까.”
“미친놈?”
“글쎄, 이 또라이 사이코패스가 10년 전에 바른 도배지가 썩었다고, 다시 발라달라잖아.”
“…미친놈이군.”
천마의 공감을 얻은 장채원이 더욱 힘있게 욕을 내뱉었다.
“저렇게 가정교육을 독학으로 한 또라이 녀석은 갈비뼈 순서를 바꿔놓은 다음 정화조 대신에 똥을 입에 처넣어야…….”
평소엔 조용하지만 한번 흥분하면 정신줄을 놓는 장채원.
눈이 뒤집힌 채 쉴 새 없이 험악한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천마는 자신의 수하였던 광란마귀(狂亂魔鬼), 진남천(秦南天)을 떠올렸다.
-이런 니미 씨부럴! 그냥 무림맹이건 뭐건 다 쓸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 녀석. 광증을 어떻게 고쳤더라.’
어린 시절 높은 곳에서 떨어져 뇌맥(腦脈)을 다친 탓에, 입만 열면 흥분하여 마도의 하늘인 천마의 앞에서도 욕지거리를 하던 진남천.
게다가 미친놈처럼 광분하는 성질 탓에, 무림맹의 고수들과 격전 도중 홀로 소림파의 본진까지 쳐들어갔다.
그 때문에 소림 고승들에게 칠주야 동안 감금당한 채 불경을 외우는 형벌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그 이후 광증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군. 소림이 답이었나?”
“뭐?”
“하지만 이곳엔 소림파의 땡중들이 없으니… 아쉽군.”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눈을 찌푸린 천마가 다시 책을 읽자 장채원이 시계를 가리켰다.
“근데 시공 안 나가? 오늘 김 기사님이랑 조명 시공하기로 했잖아.”
“아, 시공이 미뤄졌다.”
“왜?”
“사고가 있었다.”
“사고라니?”
“이번에 시공하는 조명 말이다. 아주 유명한 장인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군.”
“그런데?”
탐구적인 학자의 눈빛을 한 천마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명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조사를 해봤다. 그 과정에서 툭 하고 깨졌지.”
잠시 매장에는 싸늘한 적막이 흘렀다.
이번에 김찬원이 시공하려던 조명은 유명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엘레오노라의 신제품이었다. 게다가 그 가격은 무려 9백만 원.
“너, 그 천장 실링등 하나에 얼마짜린 줄 알아?”
“들었다. 김 씨가 이야기해 주더군.”
“그 비싼 조명을 왜 멋대로 만져?”
“어차피 개봉하기 전부터 망가진 상태였다. 본좌는 그저 떼어서 확인만 했을 뿐이지.”
“망가졌다니?”
장채원의 부릅뜬 눈을 보며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명의 외판에 상당 부분 균열이 가 있었다. 애당초 파손된 상태였다는 거지.”
“그거 원래 금이 간 것처럼 디자인된 건데?”
“그런 거였나?”
잠시 침묵이 흐르고, 천마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분해해서 버렸군.”
“야, 이……!”
또다시 흥분한 장채원이 상스러운 말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 머리통에 들어 있는 건 순살치킨이냐? 네 머리통도 고장 났으니까 분해해서 떼어줘? 엉?”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는 천마 주변을 맴돌며 입에서 불길을 쏟아냈다.
“대체 이 손해를 어떻게 할 거야!”
“으음.”
다채롭게 펼쳐지는 욕설을 듣고 있던 정창욱이 신음을 내며 감청장비를 내려놓았다.
“신기하군. 저자는.”
인간 백정처럼 생긴 저 거구의 사내가 여리여리한 여성에게 꼼짝도 못 하고 욕을 얻어먹다니.
“더 이상 감청할 필요는 없겠군.”
고개를 저은 정창욱이 속사포 같은 욕설이 쏟아지는 이어폰을 빼었다.
“아무래도 동선을 살펴보는 게 좋겠어.”
천마의 일과는 칼같이 일정했다.
아침에 매장에 출근해 청소를 하고 책을 읽는다.
시공일이 잡히면 매캐한 먼지가 피어오르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만약 단순 작업이 아닌 섬세하고 전문적인 시공이 필요한 경우는 김찬원과 함께 작업을 했다.
“흐음.”
사흘간 천마의 일과와 동선을 파악한 정창욱이 침음을 내었다.
“기계라고 해도 믿을 만한 일과구만.”
보기 드문 성실함과 기계적인 일과다.
매일매일 땀 흘리는 육체노동을 하고, 수십 년 된 낡은 승합차를 타며, 아무도 살지 않는 실드경계지역의 옥탑방에 산다.
심지어 식사마저 기계처럼 일정하다. 점심은 짜장면, 저녁은 경계지역 근처 백반집.
“하지만 이상해.”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성실한 일꾼이다.
하지만 냄새가 난다. 정창욱의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분명 저 천마라는 자는 몰래 던전에 들어가거나, 혹은 귀한 유물들을 해외로 밀반출할 것만 같다.
“대체 저 몸은 또 뭐야.”
몸에 드러나는 근육의 윤곽은 각성자 뺨을 후려칠 정도다.
설령 보디빌더라고 해도 저런 몸을 유지할 순 없다.
무엇보다 정창욱의 직감을 자극하는 건, 때때로 몸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기운이었다.
그것은 눈으론 볼 수 없지만, 재각성과 극한각성이 일어난 상급 각성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예리하고 칼 같은 분위기였다.
“분명 뭐가 있을 거야.”
품속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으드득 씹어먹은 정창욱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내 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까.”
며칠 후, 오후 무렵.
부우우웅.
라마스에 탄 천마는 한적한 시내 도로를 느긋이 달리고 있었다.
매장에서 책을 읽던 중, 장채원의 부탁으로 대형 마트에 가는 중이었다.
-미안한데, 이 어댑터 좀 사다줄래? 저 역 앞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살 수 있거든.
고객과 상담 중이던 장채원은 천마에게 망가진 노트북용 어댑터 하나를 내밀었다.
조수석에 놓은 어댑터를 내려다보던 천마는 한숨을 쉬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불편하군.”
끼익.
어느새 전자제품 매장에 도착한 천마는 라마스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매장 내부엔 전자제품을 구경하는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점원들은 안내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건 어디에서 살 수 있나.”
“아, 이 어댑터는 저쪽 11번 매대에 있습니다. 고객님.”
천마가 내민 어댑터를 바라보던 점원이 친절한 미소와 함께 가장 안쪽의 매대를 가리켰다.
“여기 있군.”
구석 자리 매대에 쭈그려 앉은 천마가 어댑터를 집어 들 찰나.
-남 쳐다보는 거 싫어해요.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면, 사람들은 날 구경하듯 바라보니까요.
어디선가 여성의 낮은 음성이 어디선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매대에 설치해 놓은 소형 TV에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흐음.”
천마는 걸음을 멈춰 서고 TV 화면을 빤히 응시했다.
천마가 최근까지도 가장 즐겨봤던 <나의 어사님>이었다.
“흐음.”
걸음을 멈춘 천마는 TV를 빤히 응시했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어사를 바라보며 되뇌는 낮은 독백은, 왜 그런지 천마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남들과 외모가 다르다고, 성격마저 다른 거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으레 짐작하죠. 이렇게 생겼으니, 이렇게 행동하겠구나… 하고요.
“꺄악!”
그때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천마가 머리를 쓱 내밀어 입구 쪽을 바라보니,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칼과 총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갑자기 강도가 들어온 것이다.
“나노봇부터 있는 대로 담아!”
사람들은 현금 대신 전자화폐나 카드로 계산하기 때문에 일반 상점을 터는 강도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대형 전자매장엔 충전식 전자화폐라던가, 나노봇 같은 고가의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강도들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흠.”
천마는 강도들이 사람들을 위협하든, 물건을 집어 들든 신경 쓰지 않은 채 여전히 TV만 응시하고 있었다.
“저… 저.”
투시 망원경으로 전자매장 내부를 바라보던 정창욱이 입을 벌렸다.
분명 천마라는 자는 강도가 들어온 것을 봤음에도 딱딱하게 얼어붙은 채 구석에 서 있기만 했다.
“저 자식, 정말 각성자 아니었어?”
설령 불법체류자라 해도, 강도 같은 걸 잡으면 상당한 공로를 인정받는다.
얼마 전에도 불법체류자였던 카자흐스탄 청년이 불길 속에서 시민을 구하자, 추방 대신 영주권을 발행해 준 적도 있었다.
“덩치만 컸지, 완전 등신이었잖아.”
투시 망원경으로 내부를 바라보던 정창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섯 명의 강도들은 물건을 훔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부에 있던 여성 고객을 희롱하고 있었다.
철컥.
차에서 내린 그는 천천히 전자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 새끼는 또 뭐…….”
입구로 들어온 정창욱에게 총을 겨눈 강도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우드드득.
어느새 옆에 있던 카트가 쇳덩어리 밧줄이 되어 강도의 손과 발을, 그리고 입까지 모조리 묶어버린 것이다.
“각성자냐?”
강도들도 바보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각성자를 상대하기 위해, 초고가의 플라즈마 커터로 무장을 했고, 집 하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부비스톤도 쥐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말고 갈 길 가라!”
인질을 붙잡은 채 무기와 부비스톤 등을 쥐고 있던 다섯 명의 강도들이 정창욱에게 외쳤다.
“손 하나 까닥하면… 우웁! 우우웁!”
하지만 역시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들고 있던 총기류와 각성자 슈트가 뱀처럼 꼬아지며 강도들의 손과 발, 그리고 입까지 꽁꽁 묶어버린 것이다.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하세요.”
정창욱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직원들과 시민들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신고했으니 곧 경찰이 올 겁니다.”
손을 탁탁 턴 그는 문득 안쪽 매대 구석을 노려보았다. 그곳엔 미동도 없이 우뚝 서 있는 거구의 그림자가 보였다.
“와나, 저런 씨…….”
가서 쥐어박고 싶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경찰에 끌려갈 판이다.
“그냥 빽 좋고 겁 많은 헬창이었구만.”
경멸스런 표정으로 혀를 찬 정창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매장 밖으로 나갔다.
* * *
다음 날 아침, 복복 인테리어 매장.
“이제 끝났나 보네?”
장채원이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매장 밖을 내다보았다.
언제나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시선과 원거리 감청장비에서 쏟아지는 미세한 파동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 전자 매장까지 따라온 뒤로는 따라붙지 않더군.”
응접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슬슬 지겨웠던 게지.”
[이제 저도 나와 있어도 괜찮겠군요.]
천마의 품에 몰래 들어와 창고 방에 있던 무명 역시 매장 밖으로 떼굴떼굴 굴러 나왔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다행입니다.]
“이상하다. 그쪽 말로는 아주 지독한 사람이니 한 달 정도는 조심해야 할 거라고 하던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장채원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다행이다. 오늘부터 던전 재료 채취 의뢰도 할 수 있겠네.”
천마와 장채원은 애당초 정창욱이 자신들을 관찰하고, 감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틈만 날 때마다 멀리 지켜보는 정창욱의 시선을 느낀 두 사람은, 성실하게 인테리어 업무만 진행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끌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녹차 한 모금을 들이켠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좌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한다고 했거늘, 왜 성가시게 가만 놔둔 건가.”
“뭘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 네가 무슨 청부업자냐?”
천마를 찌릿 노려본 장채원이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저 조사관은 상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게 업무를 진행했을 뿐이야. 사실 우리가 나쁜 거였다고.”
-본부에 압력을 넣었는데, 조사관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알아보니 굉장히 사명감이 투철하고 대쪽 같은 성격에다 이력도 매우 특이해서…….
얼마 전 동원에게 받은 연락을 떠올린 장채원이 고개를 저었다.
“신계가 직접 본부에 압력을 넣었지만 소용없었다잖아. 저 사람, 옷 벗을 각오하고 널 조사한 거야.”
[초홍 팀장님처럼 말이군요.]
“응?”
[천마 님을 지켜드리기 위해 옷 벗을 각오까지 하신, 각성자 협회 요원분 말입니다.]
“그래. 그러네.”
장채원이 피식 웃으며 천마에게 말했다.
“나중에 감사의 표시라도 해.”
“무슨 말이냐.”
“선물 말이야, 선물. 사소한 거라도.”
“안 산다.”
“사줘야지. 그런 게 얼마나 큰 호읜데?”
천마를 채근하는 장채원의 목소리가 매장 밖으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