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27화 (127/285)

제127화. 낙지다리 던전에서 생긴 일 (1)

모처럼 복복 인테리어는 바빴다.

장채원은 밀린 견적서를 뽑고 있었고, 김찬원은 타일 시공을, 고은진은 그동안 밀렸던 서류 정리를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천마는 딱히 할 일이 없는지라, 느긋하게 녹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들기던 고은진의 회색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누군 눈알 빠지게 바빠 죽겠는데, 맞은편의 천마 등 뒤엔 구름이 떠다니는 것만 같다.

“할 일 없으면 재료나 캐러 가지 말입니다.”

보다못해 배알이 뒤틀린 고은진의 말에, 찻잔을 든 천마가 여유롭게 웃었다.

“본좌에게 할당된 임무는 모두 끝냈다.”

“일전에 누락된 의뢰가 하나 있지 말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은진이 책상 위에 쌓인 서류 중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그게 뭐냐.”

“팡팡열매 채취 의룁니다.”

서류를 펼치자 야광색으로 빛나는 둥그런 열매의 사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던전의 위치와 채취할 개수 등과 같은 내용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흠.”

안 그래도 살짝 좀이 쑤신 감이 있었다.

침음을 한 천마는 창고에 걸린 포대를 집어 들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무명.”

[부르셨습니까, 천마 님?]

무명이 데굴데굴 굴러 나오자 천마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서류를 가리켰다.

“재료 채취다.”

[네, 알겠습니다.]

테이블 위로 펄쩍 뛰어오른 무명이 자료를 열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채원이 천마를 불렀다.

“아, 재료 채취는 다음에 하도록 해.”

“무슨 말이냐.”

“요 며칠 동안 던전에서 검문이 있을 수도 있다네. 재료 채취 일은 다음에 하는 게 낫겠다.

천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문이라니.”

“뭐 형식적이긴 한데, 가끔 협회에서 암행 순찰 같은 걸 하거든. 자주 할 때는 분기별로 한 번씩 하기도 하고.”

“형식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냐.”

그 대답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무명이 하였다.

[던전 지역이 워낙 넓지 않습니까. 사방에 흩어져 있는 각성자들을 샅샅이 조사할 수 없으니, 형식적으로 돌아다니며 검문을 할 뿐입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나노드론을 보내서 하고요.]

“나노드론?”

[저번에 보신 붕붕 떠다니는 작은 비행물체 말입니다. 던전 내부에선 작동이 안 되니, 협회에선 각성자들이 몰려 있는 휴게소나 유물이 잘 나오는 던전 근처로 보냅니다.]

무명의 이야기를 들은 천마가 턱을 쓰다듬었다.

“별것 없겠군. 본좌는 휴게소도 유물도 찾지 않으니.”

[그래도 걸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걸리지 않는다.”

포대를 멘 천마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다.

천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장채원이 입맛을 다셨다.

“담에 가지? 급한 것도 아니잖아.”

“앉아서 놀면 뭐 하나.”

삐거덕거리는 라마스의 현가장치를 떠올린 천마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졌다.

“한 푼이라도 버는 게 낫겠지.”

“으음.”

그렇게까지 말하니, 할 말이 없다.

천마의 실력이라면 협회 요원들이 뭉텅이로 달려와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아는 장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다녀와.”

천마는 검게 칠해진 던전으로 가는 비밀통로의 문을 열었다.

끼익.

쇠의 마찰음과 함께 질감이 느껴지는 텁텁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통로 끝자락으로 걸어가니, 몸이 빨려드는 느낌과 함께 어느덧 하얀빛이 눈에 들어왔다.

“후우.”

다시 문을 열자, 천마는 세이프던전의 어느 폐건물 꼭대기에 도착해 있었다.

비밀통로를 지나치면 자연스레 옥상의 문을 열고 나오는 형상이라, 설령 이 장면을 다른 각성자에게 들킨다 해도 아무런 이상함을 찾을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파란색 실드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청명한 하늘이 보인다.

“팡팡열매라.”

서류에 의하면 팡팡열매는 B급 던전, ‘낙지다리’ 던전 중심부에 서식하는 식물이라고 했다.

“낙지다리 던전이라 했나.”

천마의 물음에 어깨 위에 있던 무명이 재빨리 대답했다.

[네. 남서쪽 황야지역에 있는 이동식 던전입니다. 입구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동식 던전?”

[네. 실제로 이동하는 던전은 아닙니다. 가변던전 안에 있는, 진짜 이동하는 던전과는 좀 다르죠. 그저 입구의 위치가 때때로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왜 이동식 던전이란 이름을 붙였단 말이냐.”

[낙지다리 던전을 이동식 던전으로 분류하지 않으면, 협회는 매번 달라지는 입구를 지도에 표시해 주어야 합니다. 매번 지도 업데이트를 하는 건 협회 입장에서 매우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겠죠.]

어디 가나 탁상행정은 있다.

그것은 무림맹에도, 천마가 있는 만마집궁에도 있었다.

그리고 천마는 기존의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자들을 용서한 적이 없었다.

“그런 나태한 놈들이 업무를 집행한단 말이냐.”

[각성자들은 그러려니 합니다. 애당초 협회라는 곳 자체가 법령이나 지침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어라?”

그때 뒤에서 맑은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커다란 봇짐을 맨 채 오리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이 보인다.

일일일선이었다.

“천마 님?”

하루에 한 번 착한 일을 한다면서 던전에서 엉뚱한 일을 벌이는 그녀는, 어찌 되었건 복복 인테리어를 찾아주는 고객이자 요신이다.

“일 선생.”

천마가 가볍게 포권하자 일선의 오리 가면에서 밝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잠깐 던전에 볼 일이 있어서 왔소이다.”

“그렇군요.”

일선은 천마가 착용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귀면탈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런데 그 가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한 귀면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힘을 증폭시켜 주지만, 동시에 체력을 소모시키고 있군요. 거기다 그 흉흉한 기운은…….”

과연 요신은 요신.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귀면탈에 담긴 기운을 일선은 단번에 파악하였다.

“그 탈을 장시간 착용하면 천마 님의 몸을 해치게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괜찮소이다. 체력 같은 건 넘쳐나니 말이오.”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문제?”

천마는 눈을 번뜩였다.

이 귀면탈에 자신도 모르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단 말인가?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오.”

“모양이 너무 공포스러워요. 다른 각성자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어요.”

“…상관없소.”

“안 돼요.”

일일일선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던전은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이에요. 절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돼요. 아시겠지요?”

일일일선은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천마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멀뚱히 서 있는 천마의 머리통에는 귀여운 오리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일선이 억지로 귀면탈을 벗겨 천마의 품에 넣곤, 자신이 갖고 있던 여분의 오리 가면을 씌운 것이다.

-던전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니까요.

천마는 여러 번 거절했으나 일일일선은 단호했다.

명색이 요신이라는 자가 강력히 권하는데 거절할 수도, 무력을 쓸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일선이 천마에게 귀면탈 대신 오리 가면을 뒤집어씌운 것이다.

[괜찮습니다. 천마 님.]

천마의 기분을 십분 이해한 듯 무명이 조심스레 말했다.

[너무 한 가면만 고집하면 천마 님의 모습이 특정될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다른 가면도 쓰시고, 옷도 갈아입으시면, 신분 노출 위험이 낮아질 겁니다.]

일리 있는 말이다.

망연히 서 있던 천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어딘가 이상했다. 알고 보니 놀랍게도 이 오리 가면 주둥이 앞에는 목소리 변조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다.

“본좌의 목소리가 왜 이러냐.”

천마가 말을 할 때마다 음성 변조를 한, 귀엽고 낭랑한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무명은 혼신의 힘을 다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눈치 없이 웃어댔다간 그 불똥이 자신에게 튈 것이 분명했으니.

[안내를…….]

배터리 전력을 모조리 인내심이라는 곳에 몰아넣은 무명이 짧게 말했다.

[…시작하겠습니다.]

푸르르릇.

야월극속을 펼치자 우리옷을 입은 천마의 옷자락이 세차게 펄럭거렸다.

경공을 펼치는 천마의 모습은, 한 마리 대붕이 하늘을 노니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각성자들이 보기엔 신이 나서 하늘 위로 펄쩍 뛰어오른 한 마리 오리 같아 보였다.

“희한한 놈일세.”

“여기가 놀이동산인 줄 아나?”

“취미 한번 독특하군.”

우연히 천마를 발견한 각성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거나 황당해할 뿐이었다.

터억.

마침내 남서쪽의 황야지역에 도착한 천마.

이곳엔 폐건물 따윈 없고, 그저 듬성듬성 바위가 있는 황량한 황야만이 펼쳐져 있었다.

“여긴 아무것도 없군.”

[과거, 미사일과 같은 강력한 화기로 던전을 없애려 했던 흔적입니다. 던전이 최초 등장했던 퍼스트 버스터 시기엔 ‘세계의 법칙’을 제대로 아는 자가 없었거든요.]

현대화기로는 몬스터를 잡을 수 없고, 던전에 사용하면 규모가 바뀌거나 몬스터들이 대량 발생하는 불안정화가 발생할 뿐이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던전 입구를 찾아라.”

[알겠습니다.]

철커덕. 대답과 동시에 무명의 머리 위에서 다양한 센서들이 튀어나왔다.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안내하는 대로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천마가 고개를 끄덕일 찰나.

부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저 멀리, 먼지를 뿜어대며 달려오는 자동차 한 대가 보였다.

던전용으로 만들어진 버기카(험로주행용 자동차)였다.

치이이익.

소형 버스만 한 차체를 갖고 있는 던전용 대형 버기카가 사방으로 모래를 밀어내며 천마의 앞에 섰다.

쇳덩어리를 이어 붙여 만든 듯한 버기카 좌석에는 젊은 남녀가 타고 있었다.

뒷좌석에 짐이 잔뜩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던전 내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각성자들 같았다.

“안녕하세요?”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성은 천마를 보며 넉살 좋게 말을 건넸다.

긴 코트를 입고 주황색 고글을 쓴 남성은 피부가 매우 까무잡잡했고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이 황야지역에서 뭐 하고 계십니까?”

“신경 꺼라.”

매섭게 내뱉은 말이었으나, 오리 가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귀엽고 밝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푸하하하! 그게 뭡니까? 별난 취미를 갖고 계시네요?”

남성이 웃음을 터뜨리자 옆에 앉아 있던 소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오빠, 실례잖아.”

“아, 미안, 미안. 하지만 너무 웃기잖냐.”

옆에 앉아 있는 소녀는 둥그런 알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때 무명이 놀랍다는 듯 소녀의 헬멧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은 판매가 중단된, 초기형 헬멧 나노봇이네요. 근데 양쪽의 눈을 다 가렸는데 보이나요?]

그러자 소녀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투명창 상태로 안내 화면을 보일 수 있게 개조한 거야.”

[안경 방식의 2세대 나노봇처럼 말이죠? 독특하군요.]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무명의 말투에 고글을 낀 남성이 입을 벌렸다.

“뭐야. 죽이는 언어 팩을 깔아두셨네. 비컴 휴먼인가?”

돈만 있음 나노봇은 얼마든지 개조가 가능하다.

특히 하이엔드 언어 팩을 장착하면 목소리뿐만 아니라 연령대와 성별, 성격까지 커스텀할 수 있고, 인간과 다름없는 반응과 화법을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습니다. 바로 아시는군요.]

무명이 너스레를 떨자 남성이 옆에 있는 소녀를 보며 하하 웃었다.

“봐봐. 너도 바꾸라니까? 신형은 저렇게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남매로 보이는 이 두 남녀.

마치 성가신 파리처럼 천마 주변에 머무른 채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본좌에게 용건이 있나.”

천마의 말에 남성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이 황야지역에 홀로 서 있길래. 필요하면 태워드릴까 했죠.”

“필요 없다.”

남성의 호의를 딱 잘라 거절한 천마는 무명에게 말했다.

“빨리 던전을 찾아라.”

천마의 말을 들은 남성이 눈을 반짝였다.

“던전이요? 이 근방에서 던전이라곤…….”

그때 커다란 헬멧형 나노봇을 쓴 소녀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설마 낙지다리 던전을 찾고 있는 건가요?”

천마가 무시하자 무명이 재빨리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소녀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정말? 우리도 지금 낙지다리 던전으로 가는 중인데. 우연이네.”

그러자 남성이 웃으며 천마를 향해 말했다.

“잘됐네요. 태워줄게요. 같이 가요.”

부우우웅!

그때 저 멀리서 또 한 대의 낡은 트럭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던전용 대형 트럭 M903의 소형 트럭 버전, M703이었다.

끼이이익.

쇠 마찰음과 함께 버기카 옆으로 멈춘 M703.

운전석엔 짧은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남성이, 조수석엔 창백한 안색에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타고 있었다.

“와, 황야지역에서 사람들을 보는 건 오랜만이네.”

트럭에 탄 짧은 머리 남성이 천마와 버기카에 탄 남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변던전으로 넘어가는 중인가요?”

천마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고글을 쓴 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아뇨. 저흰 낙지다리 던전으로 가려고요. 요새 그곳에서 유물이 꽤나 잘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오, 정말요? 저희도 그곳으로 가려던 중이었는데.”

창밖으로 M703의 문을 탁 두들긴 짧은 머리 남성이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가시죠. 거기 자잘한 몬스터들도 많은데.”

그러자 버기카에 타고 있던 고글 남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본좌는…….”

천마는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무명이 앙상한 팔을 뻗어 천마의 어깻죽지를 툭 쳤다.

‘흠.’

그는 무명과 24시간 내내 붙어 있다.

즉, 무명의 가벼운 제스처 하나로도 생각하는 바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선 이들의 말을 따라주세요.

무명의 손짓은 분명 이렇게 말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부탁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 타시죠.”

천마의 앞으로 걸어온 고글 남성이 씩 웃으며 버기카 뒷좌석을 가리켰다.

잠시 고민하던 천마는 순순히 뒷좌석에 올라탔다.

부르르르릉. 쿠아아앙!

대형 버기카와 소형 트럭이 굉음 소리를 내며 황야지역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짐이 잔뜩 실린 뒷좌석 한편에는 오리 가면을 쓴 천마와 무명이 타고 있었다.

<천마 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그때 어깨에 있던 무명의 목소리가 천마의 귀에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무명이 천마의 머리에 몸을 붙인 채 눈 센서를 작게 축소시키고 있었다.

천마는 의아했다. 뭔가 이상한 게 있다면 목소리를 낮추어야 할 텐데, 대놓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 마십시오. 천마 님에게만 소리를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흠.”

천마는 전음입밀(伝音入密)의 수법을 이용해, 소리를 가늘게 꼬아 무명의 청각 센서를 직접 진동시켰다.

<이렇게 말이냐.>

무명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천마 님은 못 하시는 게 없군요.>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저 트럭 남녀 말입니다. 신원을 조회해 보았지만, 모두 각성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