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고기방패 (2)
“뭐냐.”
“상급 각성자신 것 같은데, 비법을… 조금만 알려주실 순 없나요.”
“비법?”
“네에. 단번에 4급 이상의 각성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김민수는 계면쩍은 미소를 머금으며 뺨을 긁었다.
상급 각성자들은 육체 능력이나 스킬을 향상시켰을 때의 방법을 공유한다.
물론 그 방법이 모두 통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도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그 방법을 공유받기 위해선, 인맥, 혹은 각성자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성자 학원에 다닐 만한 처지가 못 되어서요. 워낙 비싸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공짜로 가르쳐 달라는 건 아니에요. 제가 고기방패 일에 익숙해져서… 돈을 제대로 벌면 매달 조금씩 드릴 수도 있어요!”
스스로 생각해 봐도 기약 없고 황당한 약속이었다.
번쩍 정신이 든 김민수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합니다. 방금 한 말은 그냥 잊어주세요.”
“고기방패 일이라는 건 또 뭐냐.”
“네?”
김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기방패를 모르신다고요?”
“그렇다.”
“탱커 일이요. 스킬은 없고 체력으로 몸빵 하는 탱커 있잖아요.”
탱커.
일전에 목욕탕에 간 김찬원에게 들었던 단어다.
심지어 그 기술을 가진 각성자가 다른 각성자와 싸우는 것도 잠깐 구경했었다.
“선두에서 공격을 받아내 대형과 전술을 유지시켜 주는 자를 말하는 거냐.”
“네네. 몬스터 잡을 때 맨 앞에서 에너지 필드나, 방패 스킬로 공격을 막아주는 포지션이요. 고기방패는 그 스킬 대신 방패 들고 서 있는 거요.”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민망함이 느껴진다.
김민수는 천마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자꾸 방패를 든 채로 튕겨 나가서요.”
“튕겨 나간다고?”
“네. 아무래도 체구가 작은 편이라.”
김민수를 내려다보던 천마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한심한 결론이군.”
“네?”
“체구가 작아서 튕겨 나간다니.”
천마는 경멸 섞인 눈빛으로 김민수를 내려다보았다.
“아닌가요? 그럼 뭐 때문에 튕겨 나가는 거죠? 저보다 힘없는 아저씨들도 잘 버티던데.”
“그걸 왜 본좌에게 묻나.”
천마가 코웃음을 치자 김민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긴, 비법을 거저 알려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왜 이런 걸 물어볼 때마다 한결같이 비웃는 거지?
상급 각성자들은 누가 물어보면 비웃자고 약속이라고 한 건가?
“알려주기 싫으면 알려주지 마세요.”
분노와 억울함이 치밀어 오른 김민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누군 이런 약골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줄 알아요? 온 힘을 다해도 튕겨 나가는데 어쩌라고요?”
두 주먹을 꽉 쥔 김민수가 다시 소리쳤다.
“노력해 보라고요? 죽을 만큼 노력해 봤죠. 하지만 매일매일 역기를 들어도 힘이 세지지도, 체구가 커지지도 않는 걸 어떡……”
고개를 든 김민수의 혀가 딱딱하게 굳었다.
천마가 양손을 뻗어 김민수의 목과 어깨를 매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옥의 대마왕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하룻강아지의 뚝배기를 깨기 위한 예비 동작처럼 느껴졌다.
“죽을 만큼 노력해 봤다라…….”
바닥을 뚫는 듯한 낮고 굵은 음성이 귓가에 들리자, 김민수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죽을 만큼 노력했으니 죽여주지.
그다음엔 이런 말이 나올 것만 같다.
“죄, 죄송…….”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김민수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가 어제 잠을 못 자서 헛소리를……”
“그래서 부상을 참고 있었나.”
“네?”
“어깨의 네 가닥 근육이 모두 파열된 상태군.”
김민수의 어깨를 내려다보던 천마가 피식 웃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방법을 찾은 셈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눈을 껌뻑이는 김민수의 앞으로 다가온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방패를 들고도 튕겨 나가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
천마는 모처럼 흥이 났다.
이 세계의 인물들은 모두 강력한 힘을 발휘해서 몬스터나 때려잡는 줄 알았건만.
착실히 몸을 단련하며, 무학의 오의를 깨우치려는 인간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정, 정말요? 감사합니다!”
김민수가 고개를 숙이자 천마는 묘한 말을 했다.
“하지만 죽도록 노력한 정도라곤 할 수 없으니, 절반만 알려주겠다.”
“절반요?”
“그렇다. 만약 네놈이 노력도 안 하고 거짓말을 했다면, 그 이빨을 모두 다 뽑아버렸을 것이다.”
혈염광휘가 치솟는 천마의 눈동자에선 위엄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말이 결코 거짓말이 아님을 깨달은 김민수는 뒷골이 서늘했다.
‘뭐 이리 과격한 사람이 다 있냐.’
내심 황당함을 느낀 김민수가 침을 꿀꺽 삼킬 무렵, 천마가 물었다.
“본좌가 한 가지 묻지. 방패로 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뿐이냐.”
“네?”
“생각하고 대답하라. 방패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막아내는 것 말고 방패로 할 수 있는 거라니?
설마 방패를 들고 몬스터를 찍어버리라는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김민수가 고개를 젓자 천마는 구석에 놓인 훈련용 타이어를 손으로 집어 올렸다.
“마침 좋은 게 있군.”
천마는 훈련용 타이어를 오른팔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이걸 하루에 두 시진(네 시간)씩, 달포(한 달 이상) 동안 돌려라.”
“달포요?”
“아니, 딱히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으니 두 달 내내 돌려라.”
“그렇게 타이어를 돌리면… 된다고요?”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돌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은 반드시 채워라.”
툭.
주저 없이 타이어를 내려놓은 천마는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김민수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을 뿐이었다.
‘흠.’
그 모습을 힐긋 바라본 천마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엔 제대로 된 무인이 없으며, 무엇이든 혼자 익히고 혼자 단련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깨달음의 극치는 극한의 결투 속에서 발휘되는 법이지.”
“네?”
“연습만 한다고 해서, 비결을 깨우칠 순 없다는 말이다.”
출구로 나가기 직전 천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네놈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다면…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거다.”
뭔가 알 듯하면서도 모를 소리다.
김민수는 멍한 표정으로 천마가 사라진 문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크하하하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김민수가 체력단련장에서 타이어를 뱅글뱅글 돌릴 때마다, 운동하고 있던 각성자 아재들이 배꼽을 잡고 뒹굴었다.
“민수야. 9급이라고 인생 포기한 거냐?”
‘같은 9급 각성자 처지에 그런 말 하지 맙시다.’
“민수야. 차라리 벤치프레스라도 하나 더 해라.”
‘그놈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부르시네요.’
“민수야. 그런 걸 운동이라고 할 바엔 형이랑 같이 짐꾼 일이나 하러 가자.”
‘아저씨는 형이라고 하지 말아요. 올해로 마흔이 넘었으면서.’
아아, 마음속으로 대꾸하는 것도 지쳤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에 지친 김민수는 결국 타이어를 내려두고 사무실로 갔다.
“소장님. 체력단련실에 있는 타이어 좀 집에 가져가도 되죠? 어차피 잘 안 쓰잖아요?”
그 말에 책상에 앉아 있던 각성자 인력소의 소장이 폭소를 터뜨렸다.
“왜? 집에서도 돌리고 있게?”
“아뇨… 네.”
“그래. 가져가. 다 쓰면 나중에 돌려놓고.”
“감사합니다.”
“민수야.”
책상에 있던 일지를 들여다보던 소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상한 훈련법 동영상 같은 거 보지 마. 그거 다 가짜야.”
“네?”
“푸흐흐흐.”
결국 웃음이 터져 버린 소장이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아냐, 며칠 해보면 너도 느끼겠지.”
썩을.
저 구두쇠 소장이 웬일로 흔쾌히 허락해 주나 했더니, 멍청한 훈련법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반쯤은 속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타이어를 메고 집으로 돌아가던 김민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포기할까.”
아침저녁으로 타이어를 돌린다고 근육이 붙는 것도 아니었고, 체력이 좋아지지도 않았다. 타이어를 돌릴 때마다 내 인생도 요지경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젠장.”
김민수는 타이어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지금까지 체구를 불리고, 힘을 기르기 위해 별짓을 다 해봤다.
하루에 두 시간씩 체력단련장에서 역기를 들었고, 절대 차는 타지 않고 뛰어다녔다.
각성자 동영상 플랫폼, 테오브로마에 올려진 각성자들의 단련법 같은 것도 열심히 따라 해봤다.
하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아냐. 어차피 이걸 안 한다고, 달리 할 것도 없잖아.”
천마의 붉은 눈동자를 떠올린 김민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도 않고.”
고기방패 일을 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상급 각성자들을 보았다.
하지만 천마처럼 강인한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젠장, 이거까지 안 되면 정말 포기할 거야.”
타이어를 다시 주운 김민수가 이를 꽉 깨물었다.
* * *
“‘클놈’에서 고기방패를요?”
이주 후, 사무실에 앉아 있던 김민수는 소장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팀 클놈.
금수저 출신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중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의 자식들이 있는 터라, 여러 방송 매체에 나온 팀이기도 했다.
“갑자기 클놈에서 고기방패 전술을 왜 쓰는 거죠?”
김민수의 질문에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북서쪽에 있는 A급 초대형 던전, ‘흉가’의 보스몬스터, 스켈레톤 듀크를 사냥한다고 하더라.”
“스켈레톤 듀크면… 그 뼈다귀 대공이요?”
“그래.”
스켈레톤 듀크, 속칭 뼈다귀 대공.
위험도는 5천이지만,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을 호출해 호위로 부리면, 순식간에 위험도 2만의 고위험 몬스터로 변한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스켈레톤 듀크의 권속이 된 스켈레톤은, 스켈레톤 듀크가 죽기 전까지는 불사의 존재가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아니 근데 그걸 왜 잡아요?”
김민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켈레톤 듀크는 유물이 나올 확률이 극히 적은 망속성(亡屬性)이다. 한마디로 죽도록 고생해 봤자 얻는 건 거의 없는 셈이었다.
“실력으론 이름을 못 날리니까, 희한한 몬스터로 명성을 얻으려나 보지.”
소장이 픽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스켈레톤 듀크 위험도는 5천이잖아. 스켈레톤 부대만 막으면 어찌어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러니까, 탱커들을 대량 고용해서 스켈레톤을 막는 동안, 후미에 있는 스켈레톤 듀크를 잡겠다는 말이군요.”
“그래. 그놈만 죽으면, 나머지 스켈레톤 부대는 젓가락처럼 쉽게 부술 수 있으니까.”
나름대로 고기방패의 이점을 십분 살린 독특한 전술이었다.
소장은 김민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어떻게 할래? 갈래?”
“…괜찮을까요?”
턱을 괸 채 허공을 바라보던 소장이 흠 하는 소리를 내었다.
“솔직히 말해 딱히 권하고 싶은 일은 아냐.”
쩝 소리를 낸 소장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민수, 너 이번에 동생 대학 들어가는 것 때문에 목돈 필요하다면서.”
“돈 많이 준대요?”
“많이 주는 정도가 아냐. 클놈 팀에서 탱커 한 명당 일당을 500만 원으로 책정했으니까.”
“500만 원이요?”
일반 탱커 포지션과 달리, 대량으로 탱커가 투입되는 고기방패의 경우, 일당은 50에서 60만 원 정도. 정말 많이 받아봤자 100만 원 선이다.
방패를 들고 선두에 서긴 하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졌을 땐 뒤로 빠지기 때문이다.
“너무 좋아할 필욘 없어.”
소장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성가신 스켈레톤 부대 때문에, 굳이 상위 랭커 팀들도 잡지 않는 그 뼈다귀 대공이라고. 엄청 돈 많이 주는 것 같지만, 결국 위험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거야.”
“별일은 없지 않을까요?”
은근히 올라오는 불안감을 누른 김민수가 억지로 미소 지었다.
“뭐, 잡다가 안 되면 후퇴하면 되잖아요. 고기방패 수법은 언제나 안전빵이기도 하고요.”
“글쎄, 그렇긴 한데. 여하튼 잘 생각해 봐. 난 솔직히 별로 내키진 않는다.”
“언제까지 말씀드리면 돼요?”
“음. 벌써 소문이 퍼져서 다른 지역의 탱커들까지 온다고 하니까. 최소한 내일까진 말해줘야 해.”
그렇다면 생각해 볼 것도 없다.
유물을 얻지 않는 이상,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흔하지 않다. 여기서 잘만 버티면 동생 등록금은 한 번에 벌 수 있다.
“할게요. 그 일.”
* * *
대형방패 이지스.
누가 지었는지 이름은 거창하다.
신화 속 제우스 방패의 이름을 붙인 이 이지스는 C급 던전, ‘사천성’에서 흔히 잡을 수 있는 가고일의 뼈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가고일의 뼈는 열을 가하면 물렁해지는데, 한번 식히면 강철보다도 튼튼하게 변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접으면 50센티, 최대로 펴면 170센티 높이의 대형방패가 되는 이지스.
충격흡수장치가 조금 싸구려지만, 가격이 저렴한 탓에 주머니가 가벼운 하급 각성자들에겐 국민 방패라 불리고 있었다.
“야, 민수야. 넌 그걸 또 들고 왔냐?”
같은 인력 사무실에서 나온 중년남성, 김천식이 김민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좋은 방패를 대여해서 쓰라니까? 그런 거 쓰니까 자꾸 튕겨 나가는 거 아냐?”
“아니에요. 좋은 거 대여해서 써봤는데 튕겨 나가는 거 똑같더라고요.”
김민수가 머쓱하게 웃자, 김천식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녀석. 하긴 넌 동생들 키우느라 돈이 많이 들어가지.”
그의 사정을 십분 알고 있는 김천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도 아저씨 옆에 딱 붙어 있어. 알겠지?”
“네, 감사합니다.”
“너무 잘하려고 부담가질 필요 없어. 고기방패 만들 땐 한두 사람 빠진다고 잘못되지 않으니까.”
빙그레 웃은 김천식은 초대형 A급 던전, 흉가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더럽게 크네. 괜히 이름 앞에 초대형 자가 붙은 게 아니구만.”
“그러게요.”
눈앞엔 드넓은 황야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커다란 성채가 세워져 있었고, 그 옆으론 한쪽엔 넓은 공동묘지도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성채가 바로 이 던전의 중심부이자, 스켈레톤 듀크가 나타나는 곳이었다.
“자자자, 주목!”
탱커 일당을 뛰러 온 각성자들이 대열을 정리할 무렵, 선두에 선 남성이 몸을 돌려 크게 외쳤다.
“저 성채로 들어가면 스켈레톤 듀크가 군대를 이끌고 나올 거다!”
중세풍의 갑옷으로 커스텀한 나노슈트를 입었는데, 말끔한 용모와 달리 눈빛이 음침해 보였다.
바로 클놈의 리더인 장재환이었다.
“절대 쫄지 말고, 쏟아지는 스켈레톤 부대만 방패로 착실히 막아!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고기방패를 지원 나온 각성자 중엔 연배가 많은 노인도 많은데, 저놈은 끝까지 반말이었다.
“걱정하지 마쇼. 아무리 9급 각성자라도 스켈레톤 따위한테는 꿈쩍도 안 하니까.”
김천식이 소리치자 사방에서 껄껄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고 뼈다귀 대공이나 잘 잡으쇼!”
“기왕이면 빨리 잡아주면 더 좋고!”
“후후후.”
장재환이 입꼬리를 잔뜩 올리며 말했다.
“만약 10분 안에 잡으면 500만 원에, 추가로 보너스 200만 원 더 얹어준다!”
-와아아!
순간 방패를 든 각성자 무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확실히 금수저 배포는 다르긴 다르다.
면상과 말투는 건방지기 짝이 없어도 돈으로 조질 땐 확실히 조지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방패를 든 고기방패 부대가 성채 안으로 들어가자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멀리서 느껴졌다.
끼이이익.
거대한 성채의 문이 열리자,
휘이이이.
음산한 돌풍이 어디선가 불어오더니 무기를 든 스켈레톤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화려한 복장을 한 뼈다귀가 검은 안개를 뿜어대며 허공 위로 떠 있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건틀렛, 검은 부츠, 은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진 흉갑과 견갑…….
이 흉가 던전의 보스몬스터, 스켈레톤 듀크였다.
“스켈레톤 듀크다.”
김천식이 낮게 외치자 김민수는 긴장한 표정으로 방패를 꽉 쥐었다.
허공에 뜬 스켈레톤 듀크는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갑옷을 입은 채 각성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감에 그려져 있는 스켈레톤 듀크의 복장하곤 조금 다른 모습인데요?”
김민수의 말에 김천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게. 저렇게 화려한 옷을 입은 뼈다귀 대공은 또 첨 보네.”
-끼이이이.
그때 각성자들을 내려다보던 스켈레톤 듀크가 앙상한 손가락을 천천히 들었다.
-끄으으으.
음산한 괴음 소리를 내자, 스켈레톤 부대가 휘어진 만도와 방패를 들고 이쪽을 향해 돌격했다.
“자, 우리들도 준비하자고!”
김천식 아저씨의 외침에 김민수를 포함한 탱커들이 모두 방패를 대형모드로 바꿨다.
철컥.
더러 방패가 아닌 작게나마 방패 생성 스킬을 쓰는 각성자도 있었다.
하지만 고기방패의 각성자 대부분은 상점에서 파는 최신형 던전 방패를 착용하고 있었다.
“후우.”
이지스 방패를 든 김민수가 긴장감이 가득한 숨을 내뱉었다.
그저 17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이지스로 몸을 잘 가린 채 버티기만 하면 안전한 일이다.
하지만 몬스터를 만날 때마다 긴장감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 어라?”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