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초대 (2)
“저희 팀에서 천마 씨에게 저녁 대접을 할까 하는데요. 혹시 언제 시간이 괜찮으실까 해서요.”
“저녁?”
“네.”
뜨거운 천마의 시선을 피한 초홍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신세 진 것도 있고 해서요.”
“그런 거 없다.”
“일전에 호조도 구해주시고, 얼마 전에는 채영이도 도와주셨잖아요.”
“뭘 도와줬다는 거냐.”
“스타디움 던전 말이에요. 기억 안 나세요?”
“걸어 다니는 생선을 흠씬 패준 것 말인가.”
위험도 2만의 히든몬스터 랜드샤크를 걸어 다니는 생선이라고 표현하다니.
실소가 터져 나올 뻔한 초홍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네. 맞아요.”
천마가 고개를 저었다.
“도와준 것이 아니다. 가는 길에 그것이 있었을 뿐이지.”
“항상 그런 식인가요.”
“뭐가 말이냐.”
초홍은 장승처럼 서 있는 천마를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좋은 일을 해도 안 한 것처럼 행동하는 거요.”
“안 했다.”
“이번 일도요?”
초홍은 쑥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들었어요. 가변던전에서 외눈박이를 상대하다 제가 정신을 잃었을 때, 천마 씨가 나타나서 저와 팀원들을 위기에서 구해줬다고요.”
“우연히 지나친 것뿐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천마는 당시가 떠올랐는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상한 기술을 사용하더군. 타인의 심령을 조종하려는.”
순간 초홍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사실 협회뿐만 아니라,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정신 계열 스킬은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천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초홍을 내려다보았다.
“머릿속을 파고드는 그 기운이 거슬려서 마물을 없앴을 뿐이다.”
초홍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은 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날 배려해 주는 건가?
일반 각성자라면 펄쩍 뛸, 정신 조작 스킬 영역에 휘말린 것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다.
“이렇게 귀찮게 굴 줄 알았다면 그냥 지나칠 걸 그랬군.”
심지어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사람에게, 재수 옴 붙었다는 표정을 짓다니?
정말이지, 이 남자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피식.
천마는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지만, 초홍의 입가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험상궂은 인상과 말투와 달리, 생각보다 성질머리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어쨌든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같이 식사해요.”
“꼭 밥을 사야겠단 말이냐.”
“네에. 꼭 대접해 드리고 싶어요.”
“흠.”
초홍이 아예 강권하자 고민하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지금 사라.”
“네? 지금요? 지금은 팀원들 모두 외출 중인데요? 다음에 시간 되실 때…….”
“그럼 됐다.”
“네?”
“지금이 아니라면 다음은 없다는 말이다.”
천마는 귀찮다는 듯 몸을 홱 돌려 옥탑 건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초홍은 입술을 깨물다가 크게 소리쳤다.
“그럼 지금!”
천마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먹으러 가요.”
천마는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겼다.
한참 동안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들어간 그는 ‘엄마손 백반’이라고 적힌 매장의 문을 열었다.
“제육 백반, 생선구이 백반 하나.”
천마의 얼굴을 본 주인 이모가 웃으며 반겨주었다.
“응, 금방 해줄게.”
그때 다시 문이 열리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초홍이 헐떡이며 들어왔다.
“이런 데서 밥을 먹겠다고요?”
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본좌가 가장 애용하는 객잔이다. 말을 삼가라.”
그러곤 허름한 내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도시 어디에도 이만큼 훌륭한 밥집은 없지.”
“어이구, 삼촌. 오늘은 특별히 맛있게 해줘야겠네.”
이모의 농담 섞인 말에 초홍이 두 손을 내저으며 외쳤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요. 제가 밥을 사기로 했거든요. 조금 더 괜찮은 곳을 가도 된다는 말이었는데…….”
“충분히 맛있고 괜찮은 곳이다.”
진지함이 담긴 눈빛이다. 멍한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여기서 먹어요.”
테이블에 따뜻한 국과 반찬이 하나둘씩 올려지기 시작했다.
초홍은 행주를 집어 두 손으로 얼굴을 벅벅 닦는 천마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1급 각성자를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가진 남자다.
원한다면 막대한 부와 명예를 단숨에 가질 수 있는 능력자가, 사람들이 기피하는 육체노동을 하고 허름한 밥집에서 저녁을 먹는다니…….
차오르는 미묘한 감정을 억누른 초홍이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여기 단골이신가 봐요?”
“…….”
천마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순간 무겁고도 황량한 공기가 천장에서 내려와 초홍의 몸을 감쌌다.
‘오늘이 아니면 싫다고 하니 오긴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단둘이 밥을 먹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천마의 험악한 얼굴을 보니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차라리 생판 모르는 사람과 밥을 먹는 것이 나을 만큼 어색했다.
“처음인가?”
행주로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모두 닦은 천마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네?”
“이 밥집 말이다.”
“아, 네.”
그러자 천마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 근방에 살면서 이곳을 처음 왔다니. 수입이 변변찮은가 보군.”
그건 초홍이 해야 할 말이었다.
가는 미소를 머금은 초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라, 저희는 집에서 거의 해 먹거든요.”
“직접 해서 먹는다고? 딱하군.”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자 초홍이 고개를 떨구었다.
평범하지 않은 용모를 가진 이 남자는, 얼굴보다 더 훨씬 독특한 화법을 사용한다.
‘외국인이라고 했지.’
헛기침을 한 초홍이 천마를 바라보았다.
“혹시 더 먹고 싶은 건 없어요? 한 끼 제대로 대접하고 싶은데.”
“없다.”
“아, 그럼…….”
벽에 붙여진 메뉴판을 유심히 올려다보던 초홍이 주방에 있는 이모에게 말했다.
“이모! 지금 갈비찜도 되나요?”
“응? 되긴 하는데… 그거까지 시키면 너무 양이 많을 텐데.”
“괜찮아요. 그것도 주세요.”
초홍은 밥을 먹고 있는 천마를 향해 물었다.
“혹시 소주도 좋아하세요?”
“훌륭한 술이지.”
천마의 대답에 초홍이 웃으며 이모에게 말했다.
“그럼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어느덧 엄마손 백반집은 몰려든 저녁 손님으로 북적였다.
테이블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로 천마와 초홍은 서로를 마주 보며 밥을 먹고 소주잔을 비웠다.
험상궂은 외모와 둥그스름하면서도 단아한 용모의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
그 모습을 음악으로 비유한다면 불협화음, 그 자체였다.
꼴꼴꼴꼴.
투명한 소주잔이 채워지는 소리.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 TV 소리.
녹아든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밥집의 풍경에, 고즈넉한 분위기에…….
천마와 초홍, 두 사람은 어느새 밥집의 풍경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다.
‘이상하네.’
그녀는 우물우물 고기를 씹는 천마를 보며 낮게 속삭였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여.’
초홍은 처음으로 천마가 평범해 보였다.
삼두육비의 괴물 같은 남자가 밥과 국을 먹는 모습은 평범했고, 한편으론 순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셔라.”
멍하니 앉아 있는 초홍이 안돼 보였던 걸까? 웬일인지 천마가 소주잔을 내밀었다.
“한잔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지.”
“네?”
“술을 못 하나.”
“아, 아뇨.”
초홍은 엉겁결에 테이블에 놓인 소주잔을 세워 올렸다.
“이쪽 일을 하는 시공자들은 하루의 끝을 소주로 마무리하지.”
“왜요?”
꼴꼴꼴꼴.
소주를 가득 따라 준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한잔 마시고 하루의 일을 털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의 눈빛은 마치, 초홍에게도 한잔 마시고 힘든 일을 털어버려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딱히 힘든 일은 없어요.”
“그런데 왜 얼굴이 죽상인 거냐.”
“죽상이요?”
“미간에 항상 힘을 주고 있잖나. 위장병에 걸린 점주처럼 말이다.”
“원래… 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요.”
허탈하게 웃은 초홍이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알코올이 들어가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천마의 말대로 하루 종일 생각했던 고민들이 조금이나마 털어진 것만 같다.
“천마 씨.”
몇 순배 술이 돌자 초홍의 두 뺨은 발그레해져 있었다.
하지만 술은 취하지 않았는지 눈빛은 더욱 맑아진 듯 보였다.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말하라.”
무심한 천마의 얼굴을 바라보던 초홍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성자 등록은 정말 안 하실 건가요?”
천마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것은 천마가 원한 선택이 아니었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죄송해요. 강요하는 게 아니라…….”
천마가 침묵을 지키자 초홍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단지 저는, 아니 저희 팀은… 천마 씨를 걱정하고 있어요. 미등록 각성자라고 불이익을 받는 것이 싫어서요.”
“불이익 따윈 없다.”
단호한 천마의 대답에 초홍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녀는 뛰어난 각성자지만, 평범한 한 명의 사람이다. 천마처럼 타인에게 무심하지도, 무심할 수도 없는.
-왜 각성자 등록을 안 하는 건가요? 무슨 사연이 있나요?
-어떻게 그런 힘을 얻게 되었나요? 스킬은 뭔가요?
-왜 우리나라에 와서 인테리어 일을 하는 건가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사람을 각성자들이 모여 있는 양지로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을 꾹 삼켰다.
초홍. 그녀는 매우 현명한 여자였으니까.
쓸데없는 호기심과 질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녀는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천마와 초홍은 약간 거리를 둔 채 말없이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침묵은 여전히 두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내려왔던 삭막하고 무거운 것이 아닌, 잔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의 침묵이었다.
멀리 특수대응팀의 빌라가 보이자, 천마가 입을 열었다.
“저녁 잘 먹었다.”
걸음을 멈춘 천마는 초홍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해 따윈 하지 마라. 본좌는 착한 일 따윈 하지 않으니까.”
“천마 씨.”
“앞으로 본좌와 가능한 한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게 무슨…….”
“너희들의 눈엔 본좌는 범법자가 아니더냐.”
천마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명이 너희를 몹시 경계하더군. 밀고라도 하는 날엔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한다고.”
“그랬… 나요?”
“일전에 깡마른 여성도 그것을 빌미로 본좌에게 밥을 요구했었지.”
“채영이요? 아, 그건…….”
잠시 입을 꽉 다물던 초홍이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물론 처음에는 신고할 생각도 있었어요.”
고개를 가로저은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 저희 팀원 모두 천마 씨를 좋아하니까요.”
“인간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지.”
“안 변해요.”
“변한다.”
“안 변해요.”
초홍의 대답에도 형형한 천마의 눈동자에서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
“본좌에게 큰 상금이 걸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지.”
“돈? 돈을 바랬다면 애당초 팀에 남아 있지도 않았을걸요?”
“…….”
“오히려 다들 지독한 의무감이나 책임감 때문에 남아 있는 상태라고요!”
버럭 소리친 초홍은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미안해요. 갑자기 소리쳐서.”
고개를 숙인 그녀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죄송해요. 그럼 가볼게요.”
후다닥 몸을 돌린 초홍은 이내 천마를 돌아보더니,
“그리고 절대 그럴 일 없어요.”
호의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좀 더 친하게 지내요. 어쨌든 이웃사촌이잖아요.”
씩 웃은 초홍은 다시 몸을 돌려 빌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아이스 골렘을 부수던 천마의 영상.
그것은 편집된 상태로 복사되어 김수웅의 손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것을.
* * *
[그렇군요.]
천마의 옥탑방.
방 안에서 천마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던 무명이 김샌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초홍 씨는 단순한 호의로 천마 님께 식사를 대접한 것이군요.]
“어리석은 분석이군. 고작 그런 생각뿐이냐.”
[네?]
“그 여성이 밥을 산 건 단순한 호의 따위가 아니다. 꿍꿍이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마는 방금 전 초홍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무명에게 상세히 들려주었다.
“돈을 받고 고용된 자가, 의무감이나 책임감 따위로 남아 있다니. 희한한 헛소리를 하더군.”
억울하면서도 슬픈 표정으로 소리치던 초홍의 말을 떠올린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본좌와 친분을 쌓아, 그것을 이용해 그 단체를 전복시키거나, 혹은 월급 인상을 요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확실하다. 식사 대접을 빌미로 앞으로 상당한 친분을 요구하지 않았더냐.”
[단순히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 것뿐이잖습니까.]
“그게 수상하다는 거다.”
팔짱을 낀 천마가 눈을 번뜩였다.
“본좌와 친분을 원하는 인물치고 야망이 없는 자는 없었으니.”
확신에 찬 천마의 눈빛을 본 무명이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물론 석연찮은 과거가 있긴 하지만, 천마 님께 해를 끼칠 만한 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석연찮은 과거?”
[앗, 그게요…….]
잠시 망설이던 무명이 머뭇거리다 말했다.
[협회에서 비밀스럽게 인사 파일을 숨겨놓은 것이 뭔가 이상해서 조금 조사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천마 님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까요.]
“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장담하나.”
무명의 눈 센서에선 은밀한 빛이 떠올랐다.
[저 앞에 모여 사는 팀원들은 승진 기회 따윈 아예 없는 각성자들입니다. 특수대응팀이라는 것도 애당초 특수한 각성자들을 모아서 만든 부서이기도 하고요.]
무명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초홍 씨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은 협회에서 은밀한 일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신상 정보가 모두 기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잠시 주위를 살핀 무명이 더욱 음성을 낮춰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대의 전략기획실장의 주도하에 특수대응팀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이들에게 히든몬스터 처리를 포함한 은밀한 업무를 지시했더군요. 하지만 새로 전략기획실장이 교체되더니, 갑자기 천마 님 앞에 있는 빌라로 보내졌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쉽게 말해 저들은 윗대가… 고위층 인사의 눈 밖에 난 자들이라는 겁니다. 줄을 잘못 선 거죠.]
“줄이라. 무림에도 그런 것이 있지.”
과거 천마가 처음 출도할 당시, 장로들은 천마 쪽이 아닌 십대마전의 고수들에게 달라붙었다.
물론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뒷방 늙은이가 되었지만.
[특수대응팀은 한마디로 전임자의 입맛에 맞게 은밀하게 만들어진 팀입니다. 후임자에겐 계륵과 같을 겁니다. 거기다 저 팀원들의 신상을 살펴보니…….]
수다스런 무명의 설명이 이어지자 천마가 손을 휘휘 저었다.
“관심 없다.”
[네?]
“다른 뜻이 없다면 그걸로 됐다는 말이다.”
천마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성가시게 굴지 않으면 특수대응팀이 무슨 일을 하든 그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었다.
[천마 님.]
무명은 아주 작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천마 님의 무심한 성격도 언젠간 바뀌겠죠.]
무명은 걱정스러웠다.
타인에게 무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무심한 천마의 성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