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다시 얻은 우리옷 (1)
실드경계지역, 천마의 옥탑방.
쌀쌀한 아침 바람을 뚫고 밖으로 나온 천마가 라마스의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제법 가을이 깊어진 탓에 아침 공기가 서늘하다.
[천마 님.]
차 안의 온도를 확인한 무명은 천마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안 추우십니까?]
일전에 발생한 부비스톤 사건으로 인해, 천마가 입고 있던 우리옷은 상반신이 거의 다 찢어져 버렸다.
그 때문에 천마는 줄곧 광마혈투의를 다시 입고 다닌 것이다.
“안 춥다.”
단호한 천마의 말에 무명이 힘없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복복 인테리어 매장 내부.
출근한 천마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걸레로 열심히 바닥을 닦는 것이다.
촤악.
커다란 손으로 대걸레의 물기를 남김없이 짠 천마는 따스한 느낌의 나무로 된 바닥을 열심히 닦기 시작했다.
끼익.
그때, 뒷문으로 따뜻한 커피가 담긴 텀블러 잔을 든 장채원이 출근했다.
“좋은 아침!”
방긋방긋 웃으며 들어오던 그녀는 천마의 모습을 보자 다시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오늘도 그러고 온 거야?”
“무슨 말이냐.”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하잖아. 겉옷이라도 걸치고 오지 그래.”
“필요 없다.”
천마는 광마혈투의를 가리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 광마혈투의는…….”
“말 끊어서 미안한데, 그 옷은 이제 안 돼. 무조건 겉옷을 입고 와.”
“본좌는 춥지 않다.”
“그것도 그런 건데, 이 날씨에 겨털이 노출된 민소매 도복을 입는 게 말이 돼? 이건 고객한테도 실례라고.”
“흠.”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잠시 천마의 눈썹이 씰룩였다.
“내가 옷 많이 사줬잖아. 그냥 그거라도 걸치라고.”
단호한 장채원의 말에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곤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호광 우리옷.’
시내 외곽에 위치한, 고래 등처럼 화려하게 지어진 맞춤 한복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력이 담긴 신사로 만들어지는 ‘우리옷’을 지어내는, 3등급 영지 매장이었다.
이곳의 주인은 호광. 관록 있는 산신령이자 이 근동에서 오랫동안 우리옷을 지어온 명장이었다.
끼익.
일요일 오후. 한적한 우리옷 매장 주차장에 한 차량이 멈춰 섰다.
단종된 지 수십 년은 된 낡은 소형 승합차임에도 배기구에선 드릉드릉 하는 우렁찬 배기음이 흘러나왔다.
부품이 몽땅 레이싱용 파츠로 개조된 천마의 라마스였다.
철컥.
차량의 문이 열리고 커다란 봇짐을 멘 채 광마혈투의를 착용한 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천마는 감회가 새로운 표정이었다.
이 매장은 일평생 단벌로만 버텨왔던 천마가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 곳이다.
그리고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가의 우리옷을 공짜로 얻어온 곳이기도 했다.
딸랑.
매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래된 풍경 소리와 함께 고급스럽게 꾸며진 내부가 보인다.
인테리어는 동일하나, 전과 다르게 곳곳에 멋들어진 괘자를 입은 직원들이 연신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내부로 한 걸음 들어서자마자 예쁜 한복을 입은 소녀가 천마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흠.”
“우리옷을 지으러 오셨나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저은 천마는 매장 안쪽의 복도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긴 복도를 지나자 화려한 금박을 입힌 입구가 보였다. 바로, 일전에 들어갔던 귀빈 전용 갤러리의 입구였다.
“저, 저어. 이곳은…….”
당황한 소녀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천마가 손을 내저었다.
“괜찮다. 일전에 호 노야의 안내로 들어가 본 곳이니.”
“아, 그러셨나요?”
표정이 밝아진 소녀는 빙그레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어르신께선 안에 계십니다.”
“알겠다.”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 진귀한 미술품들이 전시된 곳이 보였다. 익숙한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치자, 이내 아름다운 우리옷이 걸려 있는 갤러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한 선남선녀와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호광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 계셨군.”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은 천마가 호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 저놈은?’
혼인을 앞두고 우리옷을 짓기 위해 찾아온 VIP 고객, 반연(叛燃)신과 하아(夏娥)신을 맞이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던 호광.
그는 멀찌감치 다가오는 천마를 발견하곤 안색이 허옇게 변했다.
“호 노야.”
성큼성큼 다가온 천마가 호광 앞에 우뚝 선 채 두 손을 모았다.
“오랜만에 뵙소이다. 그간 별래무양하셨소이까?”
정중한 인사에도 호광은 천마의 시선을 외면한 채 차갑게 말했다.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옷가게에서 볼 일이라곤 하나밖에 없지 않소이까.”
“뭣이?”
펄쩍 뛰듯 놀란 호광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에게 팔 옷은 없네.”
이를 깨문 호광은 천마를 노려보며 씹어먹을 듯 말했다.
“일전에는 노부의 변덕으로 자네에게 옷을 주었네만, 본디 우리옷은 신들이 입는 옷. 인간들이 벌컥벌컥 매장에 들어와 손쉽게 사다 입는 옷이 아니란 말일세.”
“좋은 옷은 한 벌이면 족하외다.”
천마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
“어찌 또다시 우리옷에 욕심을 부릴 수 있겠소이까.”
“그렇다면 왜 노부의 매장에 찾아왔나.”
“우리옷, 찢어졌소.”
천마의 한마디에 갤러리 내부에는 시간이 멈춘 듯, 모든 움직임과 말소리가 멈추었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무겁고 긴 정적이 흘렀다.
“우리옷이 찢어지다니……?”
“본인이 힘을 좀 줬더니 찢어져 버렸소. 아무래도 옷이 좀…….”
당황한 호광은 떠벌거리는 천마의 손을 잡고 재빨리 구석으로 이끌었다.
“자네, 나랑 무슨 원수 졌나?”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오.”
“아니면 고작 옷 한 벌 얻겠다고, 노부의 매장에서 거짓말을 하는 겐가?”
“거짓말이라니.”
“거짓말이 아니라고? 자넨 우리옷이라는 게 어떤 건 줄 알고나 하는 소린가?”
이를 깨문 호광이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며 속삭였다.
“설령 자네가 덤프트럭… 아니, 비행기에 치였다고 해도 털끝 하나 손상이 없을 옷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본인은 거짓말 따윈 하지 않소.”
천마의 말에 호광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저쪽에 있는 분들이 뉘신지 아나.”
“모르오.”
“인간들의 ‘의리’를 담당하는 대지유신, 반연 님일세. 겉모습과 다르게 성격이 매우 엄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시지.”
코웃음을 친 호광이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런 반연 님 앞에서 우리옷 한 벌 더 얻겠다고 거짓부렁을 날리다니. 이 사실이 들통난다면 당장 자네의 모가지가 날아갈 수도 있을걸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노야. 본인은 절대 거짓말을…….”
“허튼소리! 자네에게 준 우리옷이 어떤 것인 줄이나 아나? 그건 백 퍼센트 신사로 제작된 보물이야. 인간세계에서 적용되는 힘 따윈 털끝만치도 적용되지 않는, ‘우리옷’이란 말일세.”
터져 나오는 분노를 꿀꺽 씹어 삼킨 호광이 천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알아먹었으면 돌아가게. 괜한 욕심 때문에 헛소리하지 말고.”
그때 멀리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반연신이 호광에게 말했다.
“호광 님. 많이 바쁘신가요? 나중에 다시 방문할까요?”
“아니, 아닙니다. 이야기 다 끝났습니다.”
호광은 헐레벌떡 반연신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마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큰 목소리로 말했다.
“노야. 내기하시겠소?”
“뭐, 뭣?”
“전과 같이 말이오.”
천마는 씩 웃으며 말했다.
“만약 노야가 준 우리옷이 정말로 찢어졌다면, 다른 우리옷을 주시겠냔 말이오.”
이쯤 되자, 호광은 분노 대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다른 세계에서 왔다지만, 이토록 천지 분간을 못 하고 나서다니.
‘네놈이 어디서 뭘 하다 우리옷이 살짝 좀 찢어졌나 본데…….’
호광은 잔혹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우리옷에는 또 한 가지 공능이 있었다.
신사. 즉 신력으로 만들어진 실로 만들어졌기에 그 자체로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손상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복구된다. 마치 나노융합기술이 적용되어 가벼운 손상은 순식간에 수복시키는 나노슈트처럼 말이다.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호광은 분노를 다시 한번 꿀꺽 삼켰다. 이 멍청한 인족은 느릿하게 복구되는 우리옷의 특성을 모르고 덤벼든 것이 분명했으니.
“좋네. 내기하지!”
지그시 눈을 내리깐 호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우리옷이 찢어졌다면, 매장 내에 있는 옷을 원하는 대로 가져가도 좋네.”
“좋소이다.”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본인의 목을 내어놓겠소.”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반연신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감히 인족이 대지유신의 앞에서 목숨을 내기로 걸다니? 망발도 이런 망발이 또 어딨단 말인가?
결국 듣다 못한 반연신이 천천히 다가와 물었다.
“호광 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 그게 말입니다…….”
호광은 천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영지 매장에서 일하는 인족에게 우리옷을 하나 줬는데, 글쎄, 그게 찢어졌다면서 새 옷을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군요.”
“우리옷이 찢어졌다고요?”
“네, 순도 백 퍼센트 신사로 만든 우리옷이 말입니다.”
반연신이 눈썹을 찌푸렸다.
백 퍼센트 순도 신사로 만든 우리옷. 그건 상급신이나 입을 수 있는 보물이 아니던가?
“흐음. 그건 인간세계에 작용하는 어떤 힘으로도 파괴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걸 또 얻겠다고 저놈이 글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린 호광은 한숨을 쉬며 천마에게 말했다.
“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빈다면 없던 걸로 하겠네.”
천마는 호광의 말을 딱 잘랐다.
“노야. 본인은 지금까지 한 입으로 두말을 해본 적이 없소이다.”
건방진 천마의 태도에 결국 호광의 눈에선 불꽃이 튀었다.
“이 일은 장 사장이 와도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을걸세! 자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가!”
“점주와는 관계없소. 모든 일은 본인이 책임질 것이오.”
“글쎄, 그러니까 이와 같은 일은 자네 혼자 책임질 수가…….”
천둥 같은 일갈을 내뱉던 호광이 말을 멈추었다. 천마가 등에 메고 있던 봇짐을 주섬주섬 풀었기 때문이다.
고이 접혀 있는, 고급스러운 검회색의 괘자를 본 반연신이 탄성을 터트렸다.
“허어. 진짜 신사로 만든 옷이로군.”
나직이 중얼거리던 반연신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손상된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천마는 두말하지 않고 접혀 있는 우리옷을 넓게 펼쳤다.
촤악.
그러자 어깨부터 갈비뼈 부근까지 쩌억 찢어져 있는 부분이 드러났다. 매끈한 옷감 부분이 마치 강력한 무언가에 의해 찢기고 뭉개진 듯한 모습이다.
“이, 이게 어떻게…….”
호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의 안색은 시꺼멓게 변했고 이마에선 포도알 크기의 땀이 주렁주렁 맺혔다.
“있을 수 없는 일일세! 어떻게 신사로 만든 우리옷이 이렇게 찢어질 수 있단 말인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호광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자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이젠 믿으시겠소?”
“아니. 믿을 수 없어. 못 믿겠다! 이건… 그래. 그렇구나!”
호광은 벌떡 일어나 찢어진 우리옷을 집어 들고 버럭 소리쳤다.
“장 사장이 시킨 일이구만! 그렇지? 일부러 우리옷을 찢어놓고 노부를 골탕 먹이기 위해 꾸민 일이 분명해!”“그런 일을 본인이 뭣 하러 한단 말이오.”
“아니라고? 그럼 누가 이 옷을 찢었단 말인가? 장 사장이 아니라면 상계의 신이 내려와서 찢었단 말인가?”
호광은 천둥 벽력과 같은 고함을 질렀다.
“찢어진 이유를 말해 보게! 만약 거짓이 있다면 결코 내 용서치 않을 것이야!”
“흠.”
천마는 불쾌함을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
“노야의 성격이 불같다는 건 알고 있소만, 이토록 개차반일 줄은 몰랐구려.”
“뭐, 뭐라? 개차반?”
“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했소. 하지만 노야는 믿지 않고 본인과 내기를 했지. 하지만 찢어진 옷을 보더니 눈이 뒤집혀, 찢어진 이유를 고하라니. 이런 억지가 어딨소이까.”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그때 묵묵히 듣던 반연신이 앞으로 나섰다.
“호광 님이 억지를 부린다는 말엔 이의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옷을 찢은 경위를 알려 달라는 말은 정당한 요구입니다.”
“어째서 말이외까.”
“신사로 만든 우리옷은 인간세계의 그 어떤 힘으로도 찢어지지 않으니까요.”
반연신의 눈에선 차가운 한망이 쏟아졌다. 천마조차 귀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이리 찢어졌는데 말이오.”
“그렇다면 필시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호광 님의 말대로, 어떤 신이 골탕을 먹이기 위해 일을 꾸민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반연신은 자신의 곁에 있는 하아신을 슬쩍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듣자 하니 복복 인테리어를 운영하고 있는 장채원 님께선 상계신과도 퍽 안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호광 님과는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라고요.”
“본인은 모르는 일이오. 남의 일에 상관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오.”
천마의 말투는 정중했으나, 눈빛은 ‘너도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아라’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짐작한 반연신은 오히려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기왕 이 일에 참견하였으니, 끝까지 참견을 해야겠습니다.”
차가운 눈빛으로 천마를 내려다보던 반연신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옷이 찢어지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내 직접 신계청사로 찾아가 진상을 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마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꼭 말해야 하는 것이오? 본인은 그저 맘에 들었던 우리옷을 고쳐서, 다시 입을 요량으로 방문한 것인데.”
“신사는 신계의 것. 그것을 인간이 손상시켰다고 하니, 진상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만 가득한 천마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반연신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사실 호광과 별다른 친분은 없었다. 다만 천마의 ‘개차반’이라는 표현과 내기에 ‘목숨’을 건 것이 매우 거슬렸고 괘씸했다.
산신령인 호광도 엄연한 대지유신.
그런 단어를 면전에서 내뱉는다는 건, 반연신 자신을 모욕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좋소이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말해주겠소.”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서 있던 천마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음식을 먹으러 갔다가 폭탄이 터지려 하길래, 단지 그것을 껐을 뿐이오. 그러다 그 여파에 우리옷이 찢어졌고.”
“그게 무슨 소린가요.”
반연신이 비웃음을 머금자 천마가 귓구멍을 쑤시며 말했다.
“뭐, 부비스톤인지 부싯돌인지 하는 게 쌓여 있었소. 그게 터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처리하려다 찢어진 거요. 됐소이까?”
“부비스톤? 설마…….”
반연신은 얼마 전 괴상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던전의 폭발물이 도심에서 터질 뻔했는데, 그걸 다른 세계에서 온 인족이 처리했다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신들은 그 소문을 듣고 피식 웃고 말았는데, 부비스톤의 숫자가 무려 300개라고 했다.
저위험 전술핵에 가까운 폭발력을, 그것도 한 인간이 막았다니?
그건 각성자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부비스톤 300개 폭발 사건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계청사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났고, 이는 한동안 신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 시건방진 인족이었단 말인가?
“그럼 당신이 도심을 위기로부터 구한, 그 다른 세계의 인족이란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