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교부신의 신뢰 (4)
담벼락에 쓰러진 천마가 일어나자, 고은진이 재빨리 달려와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실패다.”
“아, 놔!”
분노를 참지 못한 고은진이 버럭 소리쳤다.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몸이 햄스터처럼 더 작아졌잖슴까!”
“본좌도 이해할 수가 없다.”
턱을 쓰다듬은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폭발할 찰나, 만법귀일의 법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또다시 축골소근이 되었다니.”
“지금 느긋하게 생각할 땝니까? 이거 도대체 어떡할 겁니까?”
“걱정 마라.”
턱을 쓰다듬으며 한참 생각하던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일시적인 현상일 테니.”
천마는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연의 빛을 담았다고 하니, 분명 이 구슬엔 순행의 이치가 담긴 힘이 담겼을 터.”
“무슨 말입니까?”
“온전한 순행의 힘이 강렬하게 폭발하였으니, 그 힘도 당연히 역행되었다는 거다. 한마디로 본좌가 끌어올린 천축유가공의 법문의 힘이 폭발로 뒤바뀐 게지.”
모든 마종방학을 터득하고, 무학의 이치에 통달한 천마.
그는 명상 끝에 만법귀일의 법문이 실패한 이유를 단숨에 파악한 것이다.
“까맣게 타오른 신주가 원래의 모양을 되찾듯이, 역행되었던 천축유가공의 공력도 서서히 빠지게 될 거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냔 말입니까?”
“그건 모른다.”
“야, 이!”
무섭도록 뻔뻔함을 유지하는 천마를 바라보며 고은진이 몸서리칠 무렵.
스으으윽.
묘한 느낌과 함께 그녀의 등 뒤에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하늘이 갑자기 깜깜해지자 고은진은 고개를 돌렸다.
“뭐지?”
그녀의 뒤엔 회색빛 털로 뒤덮인 거대한 동물이 보인다.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그것은 바로…….
“고양이?”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천마와 고은진을 발견한 고양이가, 사냥감을 포착한 것처럼 몸을 낮게 웅크린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캬야야옹!
다가온 고양이가 앙칼진 울음소리를 내자 고은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 저리 가라.”
몸이 작아졌을 뿐, 힘과 요력은 그대로인 상태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천마와 함께 신주를 설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윽.
하지만 고양이는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너, 아무래도 한번 혼나야 정신을…….”
퍼억.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양이 앞발에 맞은 고은진의 안면이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마치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 뺨이 화끈거리고 뒷목이 뻐근하다.
“뭐야. 내 몸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분명 냥냥펀치에 얻어맞았는데, 위험도 5천짜리 몬스터 앞발에 맞은 것 같다.
“이거 고양이가 아니라 몬스터?”
“평범한 고양이다.”
펄쩍 뛰는 고은진을 바라보며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아까의 폭발로 인해 기혈이 완전히 꼬여 버린 것 같군.”
“뭐? 그게 뭡니까.”
“기혈이라는 건 기와 혈행을 뜻하는 말이다.”
“아니! 그거 말고! 왜 내 몸이 이렇게 되었냔 말입니다!”
이성을 잃은 좀비처럼 발작하는 고은진을 보며 천마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설명해 주었다.
“쉽게 말해 방금 폭발로 인해 기혈이 꼬였고, 가진 힘을 몽땅 잃어버린 것이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엔 알고 있는 모든 저주와 악담이 떠올랐다. 하지만 고양이가 또다시 앞발을 휘두르자 입으로 내뱉을 시간이 없었다.
-캬아아옹옹!
고양이가 빠르게 움직이며 앞발을 휘두르자 고은진이 버럭 소리쳤다.
“이 고양이 자식이…….”
휘익.
다시 날카로운 고양이의 앞발이 머리에 스쳤다.
“뜨헉.”
간신히 피한 그녀는 반격을 하려 했지만, 천마의 말대로 요력은커녕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퍽.
또다시 앞발에 차인 고은진이 바닥을 데구루루 굴렀다.
-캬옹!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양이는 맹수와도 같은 포효를 내지르곤 천천히 다가왔다.
그때.
스으으윽.
이번엔 멀뚱히 서 있던 천마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마치 또 하나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표정이다.
“죽고 싶은가, 미물.”
-캬옹!
고양이가 앞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밀자.
“흥.”
코웃음을 친 천마는 가볍게 오른쪽 팔뚝을 내밀어 고양이의 앞발 공격을 막아냈다.
“……!”
하지만 그 순간, 천마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팔뚝에 닿은 고양이의 앞발에서 만근거력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캬오오옹!
앙칼진 울음소리와 함께 고양이가 천마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고은진과 달리 주춤거리지도, 도망가지도 않은 채 자신을 노려보는 천마가 거슬린 듯하다.
-샤아아아악!
이를 드러내며 하악질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번엔 진심으로 사냥을 할 생각인 것 같다.
“한낱 미물 따위가.”
내공이나 천마대능력도 끌어올릴 수 없지만, 천마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죽고 싶은가 보군.”
그의 눈동자에서 혈염광휘가 치솟자 고양이의 눈에서도 매서운 기운이 감돌았다.
-꺄아앙!
마침내 고양이가 재빠르게 움직이며 천마의 머리를 향해 앞발을 내뻗었다.
“권마칠식, 승풍항룡!”
육체의 힘만으로 권법을 펼친 천마는 고양이의 앞발을 부수려 했다.
띠용.
하지만 탄력 있는 고무처럼 말랑한 고양이의 앞발은 승풍항룡의 힘을 모조리 튕겨내었다.
“몸이 작아진 탓이군.”
천마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권법의 파괴력은 무게, 즉 주먹에 체중을 얼마나 실어내는가에 달렸다.
아무리 강력한 체중을 실어 보낸다 한들, 자신보다 수십 배 더 무거운 고양이에게 타격을 입히는 건 당연지사 어려운 일이었다.
퍼억.
결국 승풍항룡의 그림자를 뚫고 온 고양이의 발이 천마의 몸뚱이를 타격했다.
“크으.”
주르륵 밀려난 천마의 입에선 탁성이 흘렀다.
기혈이 모조리 틀어막히고 육체의 힘마저 약해진 탓에 금강지체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근육몬!”
어느새 교부신의 집 현관문으로 쪼르르 들어간 고은진이 천마를 향해 소리쳤다.
“상대하지 말고 이리 오십쇼!”
미우나 고우나, 천마는 복복 인테리어의 선임자이자 동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잘못되면 혹시라도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두렵기도 했다.
주먹을 꽉 쥔 채 고양이를 노려보던 천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거기에 들어가 있음 죽는다.”
“무슨 말입니까?”
“신주의 폭발로, 유가공의 한계를 넘어선 크기로 작아진 상태다. 어쩌면 그 반력으로 인해 몸이 되돌아올 땐 반대로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다.”
교부신의 집은 엄청나게 튼튼한 상태다.
만약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몸이 수배로 커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 건 빨리 말하십쇼!”
다시 후다닥 뛰어나온 고은진을 보며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본좌가 상대할 테니, 뒤에서 구경이나 하라.”
-끼야옹!
그때 포악스러운 울음소리를 낸 고양이가 다시 앞발을 뻗어냈다. 파괴적이면서도 날랜 동작이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것 같다.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마가 호쾌한 노성을 내질렀다.
“덤벼라, 미물!”
퍼억! 뚜쉬뚜쉬! 쾅!
전투가 지속될수록 천마의 자세가 조금씩 낮아졌다.
아무리 고금제일의 대종사라지만, 지금 상태로는 고양이를 당해낼 수 없었다.
체중은 수십 배에 달하고 동작 역시 번갯불처럼 빠르다. 고양이의 앞발이 움직일 때마다 천마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아직 멀었다!”
하지만 천마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눈빛은 투지로 불타올랐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다.
천마와 고양이의 혈투를 오랫동안 지켜보던 고은진은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근육몬.’
고은진은 태생적으로 싸움을 싫어했다. 정확히는 피를 보는 걸 싫어했다.
강한 존재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약한 존재들을 억누르고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과 달리 환진일족의 피는 싸움을 갈구했다.
‘그렇게 싸움이 좋습니까?’
피투성이가 된 채 싸우는 천마는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불리한 싸움이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투다. 이긴다고 해도 무언가를 크게 얻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천마는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
“인간 주제에… 꼭 우리 선조 같잖아.”
환진일족은 매우 호전적인 요괴다.
다른 요괴들뿐만 아니라 같은 일족끼리도 끝없이 싸우며 힘을 키워 나간다. 오죽하면 전투를 대신할 수 있는 신병기사라는 걸 만들어냈을 정도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마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무사혼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사혼! 목숨이 걸린 격전 속에서 극한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환진일족은 ‘전투’를 ‘생명과 생명의 부딪침’이라 하였다. 고은진은 그것을 강요하는 환진일족의 사상이 싫었다.
퍼억.
그때 천마의 오른쪽 어깨에 고양이의 앞발이 무겁게 스쳤다. 순간 뚝 소리와 함께 그의 어깨가 탈구되었다.
-카오오옹.
고양이는 보란 듯이 오만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흥, 안 그래도 두 팔로 상대하기 지루한 참이었다.”
천마는 축 늘어진 왼팔을 힐긋 보더니, 손가락을 까닥했다.
“자, 덤벼라.”
그 순간, 고양이가 주춤거렸다. 생쥐보다도 작은 몸을 가진 천마였건만, 갑자기 거인처럼 보인 것이다.
“정말로 미친놈이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은진의 회색빛 눈동자에 은은한 빛이 반짝였다.
천마의 투지를 보자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환진일족의 피, 그 호전적인 피가 들끓어 버린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고양이랑 놀고 있을 겁니까!”
기합성과 함께 달려온 고은진이 천마의 앞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공격은 내가 막을 테니 그 틈을 타 제대로 반격하십쇼!”
고은진도 전투의 고수였다. 천마의 몸이 너무 작기 때문도 있지만, 유효 공격을 할 수 없는 진짜 이유가 고양이의 말랑말랑한 앞발 방어 때문이라는 걸 파악하고 있었다.
-캬아아옹!
그녀가 합류하자 고양이는 화가 났는지 보다 매섭게 앞발을 휘둘렀다.
평소 같으면 도망가거나 피했겠지만, 지금은 우뚝 선 채 두 팔을 앞으로 교차했다.
-하악! 하악!
화가 난 고양이가 하악질과 함께 냥냥펀치를 연달아 날렸지만, 고은진은 두 팔을 교차해 그대로 막아냈다.
어차피 지금 상태론 반격해도 별다른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얻어맞아 주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끼어들 필요 없다.”
“그럼 하루 종일 저 고양이와 쌈박질을 할 겁니까?”
피투성이가 된 천마를 바라보던 고은진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괜히 아까 쓸데없는 시도를 해서 고양이가 온 거 아닙니까? 빨리 저놈 쫓아버리고 내 몸,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십쇼!
뚜뚝. 탈구된 어깨를 맞춘 천마가 송곳니를 드러내었다.
‘거봐라. 네놈은 입만 열면 짜증과 남 탓을 하지 않나.’
그 말을 삼킨 천마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아, 금방 끝내주지.”
휘익.
순식간에 우뚝 서 있는 고양이의 발아래로 파고든 천마가, 오른 주먹을 쥔 채 몸을 낮게 웅크렸다.
“권마칠식, 승풍항룡!”
몸을 웅크린 천마는 고양이의 콧등을 노려보며 주먹을 뻗었다.
-캬옹!
하지만 고양이의 반사신경도 보통이 아니다.
자신의 콧등을 노리는 걸 알자 오히려 앞발로 천마의 머리를 공격하려 했다.
“허초(페이크)다. 이 멍청한 놈.”
어느새 고양이의 몸 안쪽에 파고든 천마는 전력을 다해 풀쩍 뛰어올랐다.
-꺄아아앙!
부드러운 배 부위 끝자락, 소중한 부위를 얻어맞은 고양이는 앙칼진 비명과 함께 수풀 쪽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미물에게도 급소는 있는 법이지.”
바닥으로 착지한 천마는 도망가는 고양이를 보며 팔짱을 끼었다.
“덩치만 믿고 가장 소중한 급소를 보호하지 않은 것이 네놈의 패인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은진이 힘없이 웃으며 두 팔을 내렸다.
“진짜 말 많지 말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쿵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고은진의 요력은 봉인되었고, 몸은 햄스터만큼이나 작아진 상태. 오직 정신력 하나로 거대한 고양이의 냥냥펀치를 막아낸 탓에 그대로 혼절해 버린 것이다.
“흥, 쓸데없는 짓을 하다니.”
쓰러진 고은진을 내려다보던 천마는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상대는 중요치 않았다. 고양이라 해도 죽음의 경계선에서 벌어지는 전투라면 그것으로 좋았다.
하지만 막 불타오를 시점에, 고은진의 난입으로 전투가 싱겁게 끝나 버렸다.
투툭.
그때, 천마의 몸속에서 핏줄이 솟아올랐다. 비록 몸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막혔던 기혈이 원상태로 되돌아온 것이다.
“어쩔 수 없나.”
고은진의 맥문을 붙잡은 천마는 천축유가공 상의 만법귀일 공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내공을 사용하자 독한 술을 들이켠 듯 뱃속이 뜨거워졌다.
“크으.”
맥문을 통해 공력을 불어넣던 천마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억지로 천축유가공을 끌어올린 탓에 내공이 감퇴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육체의 힘이 모조리 틀어막힌 상태에서 고양이와 전투를 벌여 내상을 입었다.
이 상태에서 고은진에게 만법귀일의 공력을 주입하니, 내공이 딸리는 것이다.
“고양이 따위에게 내상을 입다니.”
이 사실이 무림에 알려진다면, 고금제일인의 명성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처박힐 것이었다.
물론 이곳은 무림이 아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어쩔 수 없군. 회복한 다음 다시 주입할 수밖에.”
고은진의 손목을 붙잡은 천마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운공요상을 시작하려는 순간.
“……!”
한없이 깊은 물 속으로 빠지는 느낌과 함께, 잠시 의식의 끈이 끊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드드득.
뼈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은 천마와 고은진의 몸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구슬에 담긴 신력 때문이었을까?
몸이 원래 크기로 돌아오자, 곳곳에 입었던 가벼운 상처들까지 말끔히 치료되었다.
삐이삐이.
어디선가 들리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천마와 고은진은 밤하늘의 달빛을 온몸으로 받은 채 쓰러져 있었다.
끼익.
교부신의 집 앞에 하얀 승합차가 섰다.
황급히 문이 열리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장채원이었다.
“대체 뭘 하길래 밤늦도록……!”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 얼굴로 천마에게 뛰어온 그녀는 입을 벌렸다.
천마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있고, 그 옆으로 고은진이 곤히 잠들어 있는 게 아닌가?
“자, 자는 거야?”
정신을 잃었는지 대답이 없다.
그러다 문득 나란히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의 자세를 바라보던 장채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천마가 고은진의 손목을 꼭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
턱을 괸 채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장채원의 눈이 점점 더 커졌다.
“그사이 이렇게 친해진 거야?”
힘을 합쳐 신뢰를 하는 것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는데.
눈빛만 마주쳐도 입에서 불을 쏟아내던 두 사람이, 이렇게 손을 맞잡다니?
천마는 그저 천축유가공을 주입하다 쓰러진 것뿐이었지만, 장채원은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더 친해지길 바라.”
장채원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