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16화 (116/285)

제116화. 교부신의 신뢰 (3)

천마는 손바닥을 둥글게 모아 구슬의 절반을 감싸 쥐었다.

고은진 역시 천마의 손바닥과 맞대 구슬의 나머지 부분을 감쌌다.

원래대로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자세였으나, 천축유가공으로 키를 똑같이 줄여놓은 탓에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우웅.

손바닥에 닿자 구슬에선 묘한 빛이 살짝 번져 나갔다.

그 빛은 손바닥을 통해 가슴 속 어두운 부분까지 비춰줄 수 있을 만큼 따스한 느낌이었다.

“저기에 넣으면 되나.”

천마가 천장에 매달린 신비로운 금빛을 발하는 신주갑을 가리켰다. 키가 엄청 작아진 탓에 천장은 까마득한 높이로 보인다.

“맞습니다. 아주 공손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넣으면 되지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매우 느릿하게 움직였다.

고은진도 보조를 맞춰 느릿하게 움직였는데, 순간 근엄한 천마의 눈빛과 마주쳤다.

“푸흡.”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자 구슬은 빛을 잃더니, 순간 수백 톤이 된 것처럼 무거워졌다.

쿠웅.

구슬이 바닥에 떨어지자, 천마는 크게 노해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냐?”

“아, 미안함다. 근데 갑자기 얼굴까지 바꾸면 어쩝니까?”

“무슨 헛소리냐.”

“거울 좀 보십쇼.”

천마는 거실에 놓인 장식장 유리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그곳에는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본좌의 얼굴이 어찌 된 거냐?”

몸만 줄은 것이 아니라, 눈망울도 터지고 볼이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눈살을 찌푸리자 인상 험악한 천마가 아닌, 귀여운 근육질 아이가 심통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다.

“일부러 바꾼 거 아닙니까?”

“아니다.”

천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내공을 소모시켜 유가공을 펼쳤거늘, 옷도 줄었고 심지어 얼굴도 젊어졌다.

“이곳이 대지유신의 집이라 그런 건가.”

일리는 있다.

비록 교부신이 거처를 옮긴 탓에 신력이 솟구치지 않는다고 하나, 대지유신이 머무는 거처는 모두 신지(神地)다.

어쩌면 음양이기를 모두 사용하는 천마의 진기에 영향을 끼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얼굴은 가능한 보지 말도록.”

“푸흡.”

이번에는 목소리까지 귀엽게 변했다.

“크하하핫!”

아이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나오자 고은진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뭡니까, 근육몬. 그렇게 되니 엄청 귀엽지 말입니다!”

“시끄럽다.”

천마는 엄숙한 표정으로 외쳤으나 고은진의 웃음보만 더욱 터뜨릴 뿐이었다.

“이제 시작하지 말입니다.”

목함 앞에 선 고은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뺨이 살짝 퉁퉁 부어 있었다. 정신줄을 놓고 웃다가 천마의 지풍에 얻어맞은 것이다.

휘익.

구슬을 들고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둘은 동시에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달칵. 챠라라라랑.

조심스럽게 구슬을 넣자, 신비로운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실내가 환하게 변했다.

“허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마가 탄성을 내었다.

신주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빛이 아닌, 햇살처럼 부드럽고도 편안한 자연광에 더 가까웠다.

다시 땅으로 내려온 고은진은 목함에 담긴 별 모양의 구슬을 가리켰다.

“이 별처럼 반짝이는 신주는 안방에 끼우면 딱 맞지 말입니다.”

챠라라라랑.

안방에 설치된 신주갑에 별 모양의 구슬을 넣자, 천장에는 별이 쏟아지는 듯한 밤하늘이 펼쳐졌다.

그 신비한 광경에 천마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과연… 이것이 신계의 조명이로군.”

구슬 속에서 흘러나오는 광채는 단순한 빛이 아니라, 자연의 오묘한 색감을 담고 있다.

“다채로운 빛은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주지.”

“갑자기 무슨 말임까?”

“실내장식, 즉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 조명이라는 거다.”

천마는 얼마 전에 읽은 인테리어 서적의 문구를 떠올리며 말했다.

“똑같은 공사를 한 곳이라도, 어떤 조명을 넣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명이라는 건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지.”

“그런 겁니까?”

“그렇다. 만약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내는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면, 바로 조명을 교체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빛이라는 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다.

시인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영감을 얻고, 무인들은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면서 무학의 이치를 헤아린다.

그리고 그러한 풍경은 결국 빛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이후로도 천마와 고은진은 열심히 신주갑에 구슬을 넣었다. 구슬을 집어넣을 때마다 집 안 곳곳이 점차 화사하고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실내는 더욱 세련되면서도 아늑하게 변모했고, 마감재들도 더욱 빛을 발했다.

바닥에서 은은한 노을빛 광채가, 거실에는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이, 방 안에는 아늑한 저녁별이, 발코니에선 아침 햇살과 같은 환한 빛이 쏟아졌다.

“이제 거의 다 끝났습니다.”

어느덧 목함 속의 구슬은 네 개밖에 남지 않았다.

“이 화려한 구슬 두 개는 현관에 설치하면 되지 말입니다.”

고은진이 번쩍번쩍 빛이 나는 구슬에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감쌌다. 천마도 천천히 구슬을 한 손으로 감싸 쥐고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조심히 끼면 되지 말입니다.”

고은진이 풀쩍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그런데 문득, 천마가 손 안의 구슬을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잠깐.”

구슬의 색채는 화려하지만, 왠지 모르게 생각이 깊어지는 듯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천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건 현관이 아니라 저쪽이다.”

천마가 가리킨 곳은 안방 옆에 붙어 있는 서재였다.

“이 빛은 강렬한 듯 보이지만,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러니 당연히 저쪽으로 가야지.”

“누가 서재에 이렇게 화려한 조명을 낍니까?”

고은진은 목함 속에 담긴 노을빛 구슬을 가리켰다.

“이 은은한 빛을 담은 것이 서재로 가야 합니다.”

“어둡지 않나.”

“원래 서재는 조금 어둡고 은은해야 딱 맞지 말입니다.”

“인테리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군. 빛이라는 건 단순히 어둡고 밝음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천마는 비웃음을 머금고 서재를 가리켰다.

“조명이라는 건 위치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봐라, 신주갑이 벽 끝자락에 붙어 있잖나. 화려한 조명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녹이기 위해서 저 위치를 선정한 거다.”

“무슨 소립니까? 서재가 크니까 조명이 두 군데로 나뉘어 설치된 것뿐이잖슴까?”

“천만에. 높낮이를 달리해 안정적이면서 깊은 사색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번쩍번쩍 한 곳에서 말임까?”

“극도의 깨달음이라는 건 혼란 속에서 온다. 이 빛은 서재에 두기 딱 알맞은 거다.”

고은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오바지 말입니다.”

“오바지가 말이라니. 무슨 뜻이냐.”

“오버센스! 과한 생각이란 말입니다.”

한 손으로 서재를 쓰윽 가리킨 그녀가 다시 말했다.

“여긴 가정집입니다. 대지유신이 스님처럼 도를 닦을 것도 아니고. 그냥 서재에서 평범하게 책을 읽을 게 아닙니까.”

“대지유신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스님보다 높은 깨달음을 추구할 수도 있지.”

이후로도 한동안 말다툼이 끝나지 않았다.

한숨을 쉰 고은진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 모르겠습니다. 맘대로 하십쇼.”

“맘대로 할 거다.”

“뉘예뉘예.”

고은진이 입을 쭉 내밀자 천마가 눈을 부릅떴다.

“본좌 앞에서 다시는 무엄하게 굴지 말도록.”

“무엄은 무슨… 어디 왕이십니까?”

“본좌는 천마다. 그리고 네 녀석의 선임자지.”

치이이.

그런데 천마와 고은진의 말싸움이 계속될수록, 두 손에 겹쳐져 있던 구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은 전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에잇. 뭐 말이 통해야지 말임다!”

고은진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누가 이뻐서 근육몬을 도와주러 온 줄 아십니까? 사장님 부탁이니까 온 거지?”

“업무 지시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본좌는 너에게 명령을 한 거다.”

“인정 못 합니다. 신주 설치도 처음 하면서 무슨 선임자 타령입니까?”

“매장의 책자들은 일반 인테리어 업무에 관련된 것들뿐이다. 신계의 인테리어에 대해 나온 책자는 없지.”

“그러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 꼰대 근육몬스터… 응?”

버럭 소리치려던 고은진의 눈앞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던 신주에서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차, 신주가…….”

“뭐냐? 왜 이 구슬이 뜨거워진 거냐.”

“근육몬이 자꾸 헛소리를 하니까 신주가 이렇게 됐잖습니까?”

“미친 거냐.”

천마가 피식 웃자 고은진이 버럭 소리쳤다.

“그게 아니라 신주를 쥔 채, 부정한 말과 기운을 쏟아내면…….”

윙윙윙!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낮은 진동과 함께 환한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현관에 서 있던 천마와 고은진의 몸뚱이가 문밖까지 튕겨 나갔다.

“끄어.”

정원에 쓰러져 있던 고은진의 입에선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몸에선 아직도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끄으으.”

“이게 뭐냐. 왜 구슬이 폭발한 거냐.”

멀찌감치 서 있던 천마가 몸을 일으키며 묻자, 누워 있던 고은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자연의 빛을 모아둔 신주를 쥔 상태로, 부정한 기운을 주입하니까 폭발한 거 아닙니까!”

“폭발?”

천마가 두 눈을 껌뻑이자, 고은진도 번쩍 눈을 떴다. 만약 신주가 폭발했다면? 그래서 빛을 잃고 터진 거라면?

시선을 교환한 두 사람은 동시에 현관으로 뛰어 들어갔다.

“후우.”

“하아.”

천마와 고은진의 입에선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폭발했던 신주는 현관 바닥에 놓인 채, 서서히 원래의 빛깔을 되찾고 있었다.

“…….”

천마를 바라보던 고은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뜻은 선임자의 말에 따르겠다는 무언의 태도였다.

“…….”

천마도 입을 꾹 다물곤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머지 작업을 하자는 뜻이었다.

쩌러러렁. 찰칵.

서재와 현관까지 모두 구슬을 넣었다.

마침내 모든 조명 설치를 끝낸 천마와 고은진. 둘은 환하게 바뀐 내부를 바라보며 보람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끝났지 말입니다!”

“그렇군.”

환해진 내부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저 조명만 달았을 뿐인데, 인테리어 시공이 모두 끝난 후 깔끔해진 현장을 바라보는 듯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럼 복귀하도록 하지.”

몸을 돌린 천마가 먼저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라마스를 세워 둔 곳으로 걸어가던 천마는 문득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되었을 때 느끼는 직감. 그것은 무인의 본능과도 같은 감각이었다.

“근데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천마의 등 뒤에서 고은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까부터 손을 놓고 있었지 말입니다.”

그렇다.

폭발 이후, 천마와 고은진은 손을 잡지 않은 채 구슬을 옮겼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사람은 계속 작아진 상태였던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 작아져 있는 겁니까?”

“그렇군.”

불길함이 엄습했지만, 천마는 덤덤한 표정으로 공격을 끌어올렸다. 그러곤 다시 한번 근골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는, 천축유가공 상의 만법귀일(萬法歸一)의 법문을 되뇌었다.

꿀러덩. 우드드득.

근육이 움직이고 뼈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원래대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뭡니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라.”

손을 뻗은 천마는 다시 한번 차분히 행공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고, 오히려 기혈 한 군데가 더 틀어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관내찰(觀內察)의 수법으로 틀어막힌 곳을 유심히 살핀 천마는 눈을 번뜩였다.

그 기혈에서 느껴지는 건, 자연 조명이라는 구슬을 혼자 집었을 때 느꼈던 서늘한 냉기였다.

“그런 거였나.”

그제야 천마는 신주가 폭발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 폭발로 인해 쏟아진 구슬의 힘이 천마의 기혈을 틀어막고 있음에 분명했다.

“방법을 찾았습니까?”

고은진의 말에 천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라. 기혈이 잠시 막힌 것뿐이니까.”

“그럼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

“그건 모른다.”

교부신의 마당에는 긴 정적이 흘렀다.

“또 무슨 헛소리십니까.”

고은진의 물음에 천마는 덤덤히 대답했다.

“본좌뿐만 아니라 네놈도 계속 작아져 있는 걸 보니, 신주가 폭발했을 때 퍼진 묘한 힘이 본좌와 네 기혈을 틀어막은 것이다.”

“어쩌란 말입니까?”

“걱정 마라. 일시적인 현상인 것 같으니.”

…라고 말했지만, 오 분, 십 분… 한 시간이 다 되도록 막힌 기혈은 뚫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쭈그려 앉아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던 고은진이 버럭 소리쳤다.

“언제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인내심이 바닥난 그녀는 작아진 천마의 얼굴에 삿대질까지 했다.

“난 그냥 조명 다는 거 도와주러 온 건데!”

고은진의 발작을 바라보며 천마는 입맛을 다셨다.

지금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잠시 고민하던 천마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어쩔 수 없지.”

“뭘 말입니까?”

“모험을 할 수밖에.”

“모험?”

“따라와라.”

다시 교부신의 집 안으로 성큼 들어간 천마는 현관 천장에 박혀 있는 구슬을 가리켰다.

“아까처럼 이걸 잡아라.”

“설마…….”

“그렇다. 다시 한번 신주라는 걸 잡고 폭발을 일으킨다. 본좌는 그 폭발하는 힘을 이용해 틀어막혔던 기혈을 다시 풀 거다.”

“이러다 신주가 망가지면 어쩝니까?”

“그래서 모험이라 하지 않았나.”

말을 하고도 켕겼는지, 천마는 평소와 달리 만면에 미소를 가득 지었다.

“걱정 마라. 그만한 폭발을 했는데도 흠집 하나 없었으니 괜찮을 거다.”

천마의 웃음에 고은진은 더욱 불길함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착한 사람도 지옥으로 끌고 가는 물귀신의 미소와도 같았으니.

“으음.”

고은진은 어쩔 수 없이 천마와 함께 신주를 꺼냈다. 그러곤 현관 밖으로 나왔다.

“자, 이제 시작하라.”

“뭘 시작합니까?”

“회색 눈깔. 네가 잘하는 것 말이다.”

“내가 잘하는 게 뭡니까?”

“짜증 내는 것, 남 탓하는 것, 언짢은 말을 내뱉는 것 말이다.”

천마가 작정하고 도발 버튼을 누르자, 고은진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혔다.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소리치는 고은진의 얼굴은 폐품 고구마처럼 굵은 힘줄이 바짝 서 있었다

“기껏 도와주러 왔더니 꼰대 짓이나 하고. 그것도 모자라 몸을 작게 만들고는, 되돌리지도 못하면서 내가 남 탓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잘하는군.”

“잘하긴 뭘 잘합니까? 근육몬, 머리통에 들어있는 두부나 잘 관리하십쇼. 허구한 날 헛소리만 내뱉고…….”

정신없이 울화를 쏟아내던 그녀는 문득 손등에서 뜨거움을 느꼈다.

“어어?”

순간 이성을 차린 그녀가 구슬을 바라보는 순간,

번쩍! 콰아아앙!

강렬한 빛과 함께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끄으으으.”

담장 밖으로 훨훨 날아간 고은진은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성을 내었다.

아까의 폭발이 누군가에게 자근자근 밟힌 고통이라면, 이번 폭발은 쇠몽둥이로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만 같다.

“이게 뭐야.”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비볐다.

어린아이가 들어가 살면 딱 알맞을 것 같던 교부신의 집이 빌딩처럼 높게 세워져 있지 않은가?

“설마…….”

고은진은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더 작아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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