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13화 (113/285)

제113화. 친해지길 바라 (2)

장형욱은 팔짱을 낀 채 근엄하게 앉아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헛소리냐.”

“공격적이고 무례하기까지 하군요.”

“뭐라.”

천마가 시뻘건 눈을 번뜩이자 장채원이 펄쩍 뛰며 일어났다.

“죄, 죄송해요. 천마가 아직 외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고용주님의 문제가 드러났어요.”

“네?”

“고용주님께선 지금 고용자를 변호하고 있어요.”

장형욱은 매우 차분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팩트는 무례한 게 맞아요.”

“…네에.”

다시 시선을 천마에게 돌린 장형욱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괜찮다면, 이거 드셔보시겠어요?”

그가 내민 것은 네모난 갑에 들은 달콤한 츄잉껌이었다.

그 모습을 본 장채원은 눈을 부릅떴다.

‘미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이나 먹는 츄잉껌을 천마에게 내밀다니?

장채원은 질끈 눈을 감았다. 분명 천마가 크게 호통을 칠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장채원의 예상과 달리 천마는 눈을 번뜩였다.

“이게 뭐냐?”

“껌이라는 겁니다.”

“색깔이 독특하군.”

“아주 달콤하고 입에 쩍쩍 달라붙죠.”

장채원은 모르고 있었지만, 월급날이 되면 주기적으로 단 음식 전문점을 찾을 만큼 천마는 단 음식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장채원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천마가 벌떡 일어나 장형욱의 안면에 주먹을 날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흐음.”

하지만 천마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츄잉껌을 입에 넣고 씹었다.

쭈압쭈압.

커다란 어금니로 연신 껌을 씹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군.”

“그래요? 하나 더 드시겠어요?”

장형욱이 손을 내밀자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츄잉껌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아, 그런데 제가 장채원 님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천마가 오물오물 껌을 씹는 동안, 장형욱이 상담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장형욱은 일전에 방문했던 고은영 이상의 화술을 가지고 있었다.

때때로 천마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공격적인 말을 해도 그는 매우 자상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상담을 지켜보는 장채원의 눈이 흐릿해졌다.

‘어라.’

어느새 천마가 있던 자리엔 까만 짐승이 앉아 있었다.

까만 털에 붉은 눈동자. 그리고 전신에 불꽃이 흘러나오는 거대한 짐승이다.

그리고 장형욱이 간간이 목덜미를 만져주는 듯한 환상도 보인다.

“…그렇군요.”

길고 긴 상담이 마침내 끝이 났다.

잠시 전자수첩으로 천마의 이야기를 정리한 장형욱이 이번엔 장채원을 향해 말했다.

“천마 씨의 모습은 곧 장채원 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네?”

“장채원 님은 천마 씨에게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셨나요. 천마 님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으셨나요?”

“제가 왜 저 녀석에게 시간을 쏟아야…….”

“아깐 저에게 외국에서 오셨다면서요? 힘들고 척박한 나라에서 오셨다면서요?”

“아니, 그래도 뭐 다 큰 어른인데, 제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필요까지야…….”

장형욱이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천마 씨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장채원뿐입니다. 하지만 장채원 님은 천마 씨를 때때로 사고뭉치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그랬나?

장채원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어지는 장형욱의 설교, 그리고 짐승으로 변한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천마.

그녀는 홀린 듯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이번엔 고은진의 상담이었다.

고은진은 천마 이상으로 장형욱을 경계하고 있었다.

사실 무심하고, 반응이 없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건 고은진도 마찬가지였다.

장채원은 궁금했다.

저 장형욱이라는 상담사는 이번엔 어떻게 호감을 살까? 또 츄잉껌일까?

“어우, 이 서류를 직접 혼자 다 작성하신 거예요?”

장형욱은 고은진의 책상 앞에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며 물었다.

“장채원 님의 말씀으로는 서류 작업뿐만 아니라, 보고서도 엄청나게 잘 작성하신다면서요.”

놀랍게도 장형욱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고은진이 작성한 서류를 보며 연신 감탄성을 내었다.

“이야, 솜씨가 너무 좋은데요? 보고서가 아니라, 학술자료 같아요. 굉장히 깔끔 명료하게 잘 쓰셨네요.”

고은진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칭찬이 계속될수록 어느새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고 있었다.

“이렇게 그래프를 그려둘 필요가 없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설명이네요. 이러니까 요리에도 소질이 있으신 거겠죠.”

장채원이 준 소개서를 꼼꼼히 읽었는지, 장형욱은 이번엔 그녀의 요리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해요. 던전 재료를 손을 대시는 분은 드문데. 은진 씨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군요.”

과한 칭찬이다. 사실 던전 재료에 손을 댄 요리사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고은진의 눈은 이미 풀려 있었다.

장형욱의 표정은 매우 진실되었으며, 마음에서 우러난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으니까.

‘늑대? 은진 씨는 늑대였어?’

장채원의 눈앞엔 어느새 무뚝뚝하지만 애교스러운 눈빛을 하는 은빛 늑대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요. 고생이 정말 많았군요.”

그리고 장형욱은 늑대에게 연신 사랑스러운 말을 해주고 있었다.

비로소 모든 상담이 끝났다.

텅 비어 있는 복복 인테리어 내부.

장채원은 지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전자수첩을 만지는 장형욱이 있었다.

“모든 건 장채원 님 탓입니다.”

“제 탓이라고요?”

장채원은 입을 벌렸다.

“지금까지 모든 걸 꾹 참고 있었던 내 탓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두 손을 테이블에 올린 장형욱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동물(사람)들은 죄가 없습니다. 저렇게 서로 다른 종(사람)을 갑자기 합사(같은 곳에 두고 일을 시키면) 당연히 거부감이 들겠죠.”

분명 똑바로 말한 것 같은데, 장채원의 귓속에는 다른 표현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 그렇군요.”

“앞으로는 가능한 한 따로 격리시키고, 애정을 쏟아주세요.”

“네에?”

장채원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상담을 통해서 두 사람이 원만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하도록 하는 거 아니었어요? 두 사람을 따로 두라뇨.”

“애당초 둘은 서로 다른 종(사람)입니다. 섞일 수가 없죠.”

“아니, 그러면 뭣 하러 지금까지 상담을…….”

“고용주분께서 바뀌어야 합니다.”

“네?”

장형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고용자의 모습이 곧 나 자신의 모습입니다. 장채원 님이 바뀐다면 반드시 천마 씨와 고은진 씨의 잘못된 태도도 바뀔 겁니다.”

장채원은 입을 벌렸다.

‘결론이 왜 그렇게 되는데?’

“장채원 님이 더욱 엄하게, 그리고 규칙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장채원은 자포자기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요.”

장형욱은 더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책입니다.”

“산책?”

“그렇습니다. 산책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죠.”

‘산책… 산책?’

장채원은 한 손에 각각 천마와 고은진을 데리고 길을 걷는 상상을 했다.

양쪽에선 서로를 헐뜯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엔 정신은 혼미해지고 귀에선 피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상을 하자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혹시 다른 방법은 없나요?”

미소를 머금은 장형욱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회식이죠.”

“회식요?”

“그렇습니다. 대신 말은 절대 하지 않고, 그냥 밥이나 술만 마시게 하세요.”

“왜요?”

“말하면 싸우니까요.”

순간 장채원은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구나. 천마 말고도 세상에 나사가 빠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회식이었군요.”

장채원이 활짝 웃자 장형욱도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는 그 모습 그대로 매장 밖으로 쫓겨났다.

* * *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있던 장채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엔 장형욱의 명함이 쥐어져 있었다. 그의 이름 아래엔 ‘동물훈련사’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애당초 그런 수상쩍은 인터넷 광고를 믿는 게 아니었어.”

그리고 명함 뒤에는 하얀 종이가 한 장 더 들려 있었다. 바로 장형욱이 남긴 상담 비용 명세서였다.

-희귀동물 상담 솔루션. 2종, ₩3,000,000.

연달아 그려진 동그라미를 보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으직.

한 손으로 명세서를 구겨 버린 장채원이 코웃음을 쳤다.

당연히 이딴 엉터리 상담에 돈을 지불할 마음 따윈 없다. 하지만 신기한 건 장형욱의 태도였다.

-추후라도 이 금액이 합당하게 느껴지신다면, 그때 입금해 주셔도 됩니다.

빙그레 웃으며 돌아가는 장형욱의 모습은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자의 모습 같았다.

“흥, 누가 속을 줄 알아.”

신념이 있고 말투만 그럴듯해 보였을 뿐, 완전 사기꾼과 다름없었다.

장채원은 쳇 하는 소리를 내며 명세서 종이를 휴지통에 버렸다.

* * *

며칠 후.

점심시간이 되자 천마는 중화루의 간짜장, 고은진은 근처 베이커리에서 달콤살벌 샐러드를 주문했다.

늘 밥 가지고 허구한 날 싸우는 통에 아예 식사를 따로 시키는 것이다.

“한심하군. 그딴 풀떼기를 좋아하니 힘을 못 쓰지.”

“짜장면을 좋아하는 걸 보니, 근육몬 뇌도 짜장면으로 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식상한 표현이군. 그러니 포차에서 내오는 요리도 그저 그런 게지.”

“그러길래 누가 남의 포차에 기어 오라고 했습니까, 근육몬?”

하지만 따로 앉아 먹으면서도 서로를 헐뜯기 바쁘다.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짐승과 늑대처럼 보였다.

-싸운다면 먹이부터 제한합니다. 싸움을 멈출 때까지 절대로 주면 안 됩니다.

“안 돼!”

묵묵히 볶음밥을 먹던 장채원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싸우면 밥 안 줄 거야!”

그리고 애완견 밥그릇을 뺏는 것처럼, 두 사람의 음식 접시를 양손으로 뺏었다.

-그리고 지금 매우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걸 눈빛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장채원은 매우 단호하게, 그리고 엄한 눈빛을 지었다.

‘어, 어라?’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지금 자신이 한 행동은 예닐곱 살 먹은 아이들을 훈육할 때나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호통에 천마와 고은진은 싸움을 멈춘 채 서로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는가?

다시 음식 접시를 내밀자 둘은 다투지 않고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뭐야, 정말 되는 거야?’

순간 장채원은 장형욱이 제안했던 그 솔루션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번 따라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으음.’

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회식을 가야 할 이유는 하나뿐인데,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쳤으니까.

첫째, 천마와 고은진의 말싸움은 꽤나 격한 편이었다. 거기에 술까지 들어가면 어떤 싸움이 될지 불 보듯 뻔하다.

두 번째, 고은진은 진심으로 회식을 원하지 않았다. 굳이 싫다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줘가며 회식을 하고 싶진 않았다.

세 번째, 장채원조차도 하기 싫었다.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없던 위장병이 돋았기 때문이다.

‘좋, 좋아.’

장채원은 심호흡을 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마음을 먹겠는가?

“그리고 오늘 회식할 거야.”

두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전에,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업무 명령이야. 빠지는 거 절대 없어.”

먹자골목 한복판, ‘고향집’이란 간판을 내건 삼겹살집.

천마와 장채원이 처음으로 회식을 했던 곳이다.

장채원은 고기 굽는 장인처럼 열심히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숯불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열기가 뺨에 느껴지지만, 좌석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마주 앉아 있는 천마와 고은진이 서로를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대화는 하지 않기! 고기랑 술만 먹기!”

장형욱의 말을 기억한 장채원이 회식 전에 못을 박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술과 고기를 먹었다.

‘으음.’

고기를 굽는 장채원의 입술은 할머니처럼 주름이 자글자글 피었다.

삼십 분 정도까진 참 좋았는데, 한 시간이 슬슬 넘어가자 숨통이 틀어막히는 기분이었다.

“끄응.”

고기를 굽던 장채원이 명치를 붙잡았다. 아무래도 또다시 위장병이 돋는 것 같았다.

“크으.”

장채원은 테이블에 올려진 잔을 비웠다.

이럴 땐 소주로 쓰라진 위장을 달래는 것이 최선이다.

‘김 기사님 있을 때 했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회식 결정을 한 장채원은 재빨리 김찬원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 김 기사님이 없으니 회식은 취소!’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장채원은 장형욱이 제안한 ‘말없이 먹고 마시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결국 회식 자리는 상갓집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젠 나도 몰라.’

“크으.”

정신줄을 놓은 장채원은 연신 소주를 홀로 따라 마셨다.

분위기는 살벌한데, 소주는 왜 이리 단 걸까? 기름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삼겹살도 오늘따라 꿀맛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자리를 꽉 채웠던 손님들도 대부분 빠졌다.

삼겹살집 구석 자리엔 장채원과 천마, 그리고 고은진이 말없이 소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대충 밥이나 먹고 나갈 줄 알았건만.

두 사람은 삼겹살이 입에 맞는 건지, 소주가 좋았던 건지, 두 시간 넘도록 연신 고기와 술을 먹고 마셨다.

“크으.”

“카아.”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소주와 함께 먹은 천마와 고은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흘러나오자, 삭막했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삼겹살집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두 사람을 조금은 더 가깝게 해준 것 같다.

‘이게 그런 거였나?’

말없이 회식을 꼭 하라고 했던 장형욱. 정말 그는 이런 상황까지 예측한 것일까?

술에 취한 탓인지 장채원은 또다시 천마와 고은진이 짐승으로 보인다.

엄청나게 덩치가 크지만 고독해 보이는 검은 짐승.

귀여운 용모와 달리 세상을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은 늑대.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짐승의 모습은 왠지 가까워 보인다.

‘그러고 보니, 다른 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짐승으로 변한 듯한 모습을 바라보던 장채원이 피식 웃었다.

천마와 고은진. 두 사람에게는 놀랍게도 공통점이 있었다.

괴팍하고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평범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무림을 홀로 독보천하하던 천마.

용병 세계에서조차 이단아라 불리며 홀로 작전을 수행해 왔던 고은진.

두 사람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종족이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장채원은 비로소 깨달았다.

이 두 사람은 대화로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짐승처럼 상대를 느낀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싸우더라도 가까이 붙여놓는 게 나을 것이다.

‘오늘은 이걸로 되겠지.’

단숨에 가까워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그럼 일어날까?”

장채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동시에 소주잔을 비웠다. 시선은 교환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술을 들이켜는 모습이 귀여웠다.

“잘 먹었어요.”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 장채원은 문득, 주인에게 받은 카드 명세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게… 어딨더라.”

장채원의 머릿속은 예전에 꼬깃하게 버렸던 장형욱의 명세서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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