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07화 (107/285)

제107화. 가변던전의 변고

어느 상가 인테리어 시공 현장.

“끄어어.”

장채원이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녀의 발아래엔 처참히 박살 난 조명 잔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천마,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조명을 철거하라고 하지 않았나?”

“이 조명은 철거해서 다른 곳에 사용할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랬나.”

천마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자 장채원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혔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이 샹들리에 조명은 이제 나오지도 않는 건데?”

“나오지 않는다니.”

“더 이상 생산을 안 하는 제품이라고. 이게 얼마나 귀한 건 줄 알아?”

“귀한 것이라니. 싸구려잖나.”

“뭐?”

천마는 눈이 뒤집힌 채 자신을 노려보는 장채원에게 덤덤히 말했다.

“램프 방식의 조명은 이미 인테리어 시장에서 도태된 상태다.”

며칠 전, 인테리어 조명의 역사를 다룬 책자의 내용을 떠올린 천마. 그의 언변은 청산유수였다.

“현재는 전기세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밝기는 더 밝은 양자점 방식의 LED 조명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전기를 왕창 잡아먹는 이 샹들리에 조명은 구시대의 유물에 가깝지. 처분해야 한다.”

“야, 이!”

천마의 헛소리를 듣다 못한 장채원이 펄쩍 뛰었다.

“이런 건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골동품이라고 부르는 거야! 골동품! 비싼 골동품!”

“미적 가치도 없고, 기능과 효율도 떨어지는 낡은 고물이다.”

“그걸 네가 왜 정해? 고객이 정하는 거지.”

“무지한 고객을 설득하는 것도 전문가의 본분이지.”

온갖 궤변을 주워 삼키며 뜻을 굽히지 않는 태도에, 장채원의 잇몸이 훤히 드러났다.

“그래서. 대체 어쩔 셈인데?”

“고객에게 차분히 설명하라.”

천마는 장채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효율 떨어지는 낡은 고물 조명 대신, 경제성을 확보한 양자점 LED 조명을 시공해 주겠다고.”

“하겠냐?”

“무료 시공이다. 안 할 이유가 어딨나.”

설명하는 것도 지쳤다.

몸을 홱 돌린 장채원이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설득해 볼게.”

“잘 생각했다.”

“대신 천마 너, 이번 달은 감봉이야. 아니, 식비 외엔 월급은 없어. 알겠어?”

“무슨 말이냐.”

“네 월급을 까서라도 그 잘난 최신형 양자점 LED로 달아줘야 할 거 아냐?”

천마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금까지 천마의 실수를 모두 눈감아 줬던 장채원이 이토록 야박하게 나올 줄이야.

“무료 시공이란 말은 본좌의 실수다.”

“뭐?”

“본좌의 라마스는 지금 신발(타이어)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달에 돈이 없다면, 그 녀석은 맨들맨들하고 미끄러지는 신발을 끼고 달려야 한다.”

“알 게 뭐야.”

“점주!”

천마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장채원은 몸을 홱 돌리며 매정하게 밖으로 나갔다.

* * *

세이프던전 지역 가변던전 경계 부근.

“저게 뭐야?”

안개가 자욱이 낀 가변던전 경계지역을 멀리서 지켜보는 각성자들이 웅성거렸다.

경계지역 초입에는 지금까지 나타난 적이 없는 몬스터들이 진형을 이룬 채 서 있었다.

“꼭 싸이클롭스 모양 같네.”

얼굴의 80%를 차지하는 커다란 외눈과 입. 그리고 거대한 몸체.

이 거대한 인간형 몬스터는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외눈박이 괴물, 싸이클롭스를 연상케 하였다.

“근데 왜 저러고만 있지?”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은 세이프던전 지역으로 넘어오지 않고 안개가 깔린 경계지역에 멈춰 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저놈들. 굉장한 유물이 나올 것 같은데. 한번 잡아볼까?”

한 각성자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동료가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저기가 어디라고 들어가?”

하지만 돈에 눈이 먼 몇몇 각성자 팀들은 군침을 흘리며 쑥덕이고 있었다.

“우선 한 마리만 잡아보자.”

“혹시 모르니까 원거리 스킬로 공격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모여 있는 몇몇 각성자들이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슬금슬금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정말 공격을 시작하려는 듯, 몸에서 은은한 빛이 쏟아질 무렵.

“협회에서 할 일이다. 쓸데없이 손을 댔다간 모두 뒈져.”

뒤에서 낮고 차분한 외침이 들려왔다.

“돈 때문에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마라.”

“누가 시건방진 소리를 하는 거야?”

각성자들이 눈을 부라리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 법한 로브 느낌으로 커스텀한 나노슈트를 입은 젊은 남성이 서 있었다.

각성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자 젊은 남성이 말을 이었다.

“저 몬스터의 이름은 외눈박이. 추정 위험도는 6,000.”

앞으로 걸어 나온 남성은 각성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눈에서 쇠도 녹이는 고열광선을 쏘아댈 뿐 아니라, 적으로 인식하면 끝까지 쫓는 성격이다. 저렇게 무리 지어 있는데 공격을 하겠다고? 실드를 깨뜨리고 싶나.”

“6,000?”

남성의 말에 각성자들은 웅성거렸다.

남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외눈박이 몬스터들에게 덤벼드는 순간, 수십 개의 고열광선에 몸이 녹아버릴 것이다.

“어이, 형씨. 허풍 치는 거 아냐? 협회 사람도 아닌 거 같은데, 가변던전 몬스터 정보를 어떻게 아는 건데?”

각성자 무리 중 머리를 바짝 세우고 등에 도끼 형태의 무기를 짊어진 사내가 묻자, 남성이 피식 웃었다.

“뭐, 죽고 싶으면 맘대로 하든가.”

할 말을 다 한 젊은 남성이 몸을 돌렸다.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저 외눈박이 너머에 있는 놈이 진짜배기군. 어차피 거절할 일이지만.”

희미하게 사라지는 남성의 모습을 바라보던 각성자들은 또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뭐야, 저놈?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런데 나노슈트를 입은 어떤 여성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외쳤다.

“저 사람, 팀 피닉스의 서동하잖아.”

“팀 피닉스?”

팀 피닉스.

이름은 유치하기 짝이 없으나, 국내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소수정예 길드다.

전원 1급 각성자로 구성되어 있는 팀 피닉스의 팀원들은 모두 다중 계열 스킬을 갖고 있다.

다만 서동하는 은밀한 곳에서 공격을 지원하는 원거리 딜러인 탓에, 다른 팀원들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편이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팀이 왜 여길 왔지?”

각성자들은 뚜벅뚜벅 사라지는 서동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 *

천마의 옥탑방 내부.

교자상 앞에 앉아 있는 천마는 ‘야매 정비로도 차량을 굴릴 수 있다’라고 적힌 책을 읽고 있었다.

무명은 곁에서 멍하니 앉아 볼륨을 낮춘 채로 TV를 보고 있었다.

“이 방법이면 되겠군.”

책자를 유심히 읽던 천마는 맨들맨들한 타이어에 다시 칼로 트레드(타이어 무늬)를 새기는 사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거다.”

머리를 돌려 천마가 응시하는 책자를 살펴보던 무명이 헉 소리를 내었다.

[천마 님. 대체 이런 책자를 어디서 구한 겁니까?]

“김 씨가 줬다. 자동차 수리로 인해 돈을 융통해 달라고 했더니, 이 책을 주더군.”

고개를 든 무명이 입을 벌렸다.

[그, 차를 아끼는 김찬원 님이 이런 책을 줬다고요?]

“김 씨가 말하길, 카푸어들에겐 지침서와 다름없는 서책이라고 하더군.”

눈 센서를 희미하게 깜빡인 무명이 힘없이 말했다.

[카푸어가 무슨 뜻인지는 아십니까?]

“김 씨의 대화로 유추해 보건대, 자동차에 진심인 사람을 뜻하는 말인 것 같더군.”

아주 맥락 없는 해석은 아니다. 다만 그 앞에 ‘고가 외제차 구매에 환장한’이라는 말이 빠져 있었을 뿐.

[천마 님. 이 책은 온라인 통신망에서 떠도는 잘못된 정보와 지식들의 총집합체나 마찬가지입니다.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정비 방법입니다.]

“방법이 없지 않나. 점주가 박살 낸 조명을 변상하라고 날뛰니 말이다.”

[천마 님.]

“시끄럽다. 네놈은 TV나 봐라.”

눈이 시뻘게진 채 다시 책에 집중하는 천마를 보자, 무명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

기쁨인가. 아니면 안타까움?

수틀리면 히든몬스터조차 한 방에 소멸시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천마.

그런 그가 월말이면 돈이 없어 지인들에게 돈을 융통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보여줄 줄이야.

[어? 천마 님.]

그때 TV를 바라보던 무명이 팔다리를 쑥 뽑아내며 말했다.

[난리 났습니다.]

“뭐가 말이냐.”

무명은 대답 대신 TV를 조작해 볼륨을 올렸다.

-…가변던전 경계지역에서 특이한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일명 스터디룸이라 불리는 가변던전에 서식하는 외눈박이가, 세이프던전 경계지역까지 대량으로 출현한 사건인데요. 자세한 내용은…….

TV 화면 속에는 가변던전 경계지역에 진을 치고 있는 외눈박이 몬스터 군단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저게 어쨌단 말이냐.”

[아무래도 일전에 천마 님께서 재구축한 일 때문에 벌어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천마는 재료 채취를 위해 무명과 함께 가변던전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신기하게 생긴 외눈박이 몬스터가 천마를 집요하게 뒤쫓았다.

바로 TV 화면에 비치는 몬스터, 외눈박이였다.

“본좌는 고작 마물 하나 잡은 것이 아니냐.”

[혹시 천마 님께서 외눈박이를 스터디룸 던전과 함께 부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천마가 던전 재료를 채취한 탓이었을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눈박이는 죽기 살기로 천마에게 덤볐다.

결국 천마는 외눈박이를 단숨에 처리했는데, 그 강렬한 힘 때문에 스터디룸 던전 일부가 파괴되었다.

[가변던전의 몬스터가 세이프던전 지역 경계까지 들어온 일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렇게 무리 지어서 말이죠.]

지금까지 천마의 행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 들을 발생시켰다.

무명은 이번 사건 역시, 천마의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네놈은 걸핏하면 본좌의 탓으로 돌리는구나.”

천마는 낮게 깜빡거리는 무명의 눈 센서를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

“어차피 던전이라는 곳은 생명을 걸고 싸우는 전장이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지.”

[그래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천마 님이 다녀간 이후, 혹시 던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혹은 재구축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천마가 발생시킨 이상 현상은, 천마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천마가 발생시킨 수많은 사고를 해결했던 무명의 결론이었다.

“귀찮다.”

하지만 천마는 흥미가 없다는 듯, 다시 펼쳐놓은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마 님.]

“시끄럽다. 본좌는 당장 차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단 말이다.”

무명은 잠시 움찔했다.

이대로는 안 돼. 반드시 확인해야 해!

사명감으로 눈 센서를 반짝이던 무명은 고민 끝에 기발한 묘안을 떠올렸다.

[아! 천마 님. 그 가변던전엔 조명이 있지 않았습니까?]

뜬금없는 소리에 천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냐.”

[그 스터디룸 던전 말입니다. 내부에 꽤나 큰 샹들리에가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순간 천마는 스터디룸 던전 내부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오래된 장서각처럼 거대한 서고가 잔뜩 세워져 있는 스터디룸.

그곳 천장에는 풍성한 잎이 달린 나무 모양의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샹들리에를 혹시 가져와서 달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그곳도 던전이니, 조명도 던전 재료로 취급할 것이 분명하고요.]

“던전에 있는 구조물을 외부로 가져와 쓸 수 있단 말이냐.”

[사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 같습니다.]

천마의 몸에 바싹 다가온 무명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확인해 봤자 천마 님에게 해가 될 일은 없지 않습니까? 겸사겸사 던전의 특성도 확인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요.]

“흠.”

기발한 생각이다.

교묘한 무명의 말솜씨에 천마는 야바위꾼의 손동작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군.”

* * *

대한각성자협회, 전략기획실의 어느 사무실.

심호흡을 한 초홍은 굳게 닫혀 있는 사무실 문에 노크를 했다.

“특수대응팀장, 초홍입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집무실의 풍경이 보였다.

맞은편에는 몸을 등진 채 창밖을 바라보는 남성이 우뚝 서 있었다. 바로 전략기획실장, 김수웅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오랜만이군.”

초홍이 살짝 고개를 숙였지만, 김수웅 실장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최근에 매우 고생이 많다고 들었네만.”

“아닙니다.”

초홍의 음성은 낮고 담담했다.

그녀는 김수웅을 대할 때마다 감정이란 색채를 목소리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어떤가? 불편하진 않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이어가는 김수웅 실장의 말에 초홍은 눈썹을 찌푸렸다.

먹물깨나 먹었다는 양반이 늘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지 않고 말을 내뱉는다.

초홍이 쭉 침묵을 지키자 김수웅이 몸을 돌리며 씩 웃었다.

“특수대응팀의 새 보금자리 말일세. 꽤나 공을 들여서 지어줬는데 말야.”

초홍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으로선 불만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면 왠지 이 불합리한 처우에 만족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머뭇거리자 김수웅 실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뭐, 됐어. 그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건 아니니.”

하얗게 센 머리. 오십 대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칼자루를 벼려놓은 듯한 눈매와 몸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라는 표현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외모다.

“초 팀장은 복이 많더군.”

“무슨 말씀이신지.”

“한만재, 유은호, 신채영… 그들은 협회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아닌가.”

김수웅 실장의 화법은 사사건건 초홍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결국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그녀가 시선을 들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물론 가장 뛰어난 실력자는 초 팀장, 자네겠지만 말야.”

빙글빙글 돌려가는 말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 김수웅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일… 특수대응팀이 처리하게나.”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류들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초홍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김수웅 실장의 시선이 머문 서류철을 집어 올렸다.

“초 팀장도 뉴스에서 봤겠지? 가변던전의 몬스터, 외눈박이 무리들이 경계지역에 출몰하고 있네. 마치 순찰을 도는 것처럼 일정한 시간에.”

“불가능합니다.”

몬스터, 외눈박이의 상세 정보들이 담긴 서류철을 내려다보던 초홍이 고개를 저었다.

“가변던전에, 그것도 40마리에서 50마리 정도 무리 지어 있는 몬스터들을 저희 팀에서 처리하기엔 너무나 벅찹니다.”

“뭐, 쉽지는 않겠지.”

“애당초 공략팀에서 나설 임무 아닙니까. 굳이 인원도 부족한 저희 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변던전 지역의 처리는 어디까지나 공략팀의 주 임무다.

게다가 십여 명 이상의 베테랑 요원이 필요한 임무에, 팀원이 4명에 불과한 특수대응팀이 처리를 하라니?

“자네도 알고 있잖나. 협회 공략팀 핵심 요원들, 모두 양양에 내려가 있다는 거.”

“그럼 길드에 의뢰를 하시죠.”

김수웅 실장은 초홍이 들고 있는 서류철의 뒷면을 가리켰다.

“안 그래도 몇몇 길드와 상위 랭커팀에게 이번 일을 의뢰했어. 하지만 모두 거절하더군.”

묘한 미소를 머금은 김수웅이 초홍의 눈을 바라보았다.

“외눈박이들 뒤에 버티고 있는 몬스터를 처리할 만한 스킬을 가진 팀원들이 없으니.”

“뒤예요?”

“안 본 건가.”

그제서야 초홍은 서류철의 뒷장을 상세히 살펴보았다.

김수웅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왜 이 일을 초 팀장에게 맡기려 하는지 이제 알겠나?”

“…….”

“어차피 이건 자네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서류에 있는 내용을 끝까지 읽은 초홍이 주먹을 꽉 쥐자, 김수웅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스킬 사용을 허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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