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달고나 신사 (2)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터널 앞으로 또다시 박혀 있는 벽과 반짝이는 문양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하고도 복잡한 문양이 그려졌다.
“흠.”
문양을 바라보던 천마는 마화열극지를 펼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천마 님?]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문양에 다가갈수록 막힌 벽은 암갈색에서 은빛으로 반짝였다. 정말로 가까이 다가가자 금속 벽의 성질이 변화한 것이다.
천마는 대뜸 막혀 있는 벽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콰앙!
반짝이는 문양이 뒤흔들렸으나, 금속 벽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꽤나 단단하군.”
묵직한 금속 벽을 바라보던 천마의 눈동자에선 혈염광휘가 쭈욱 솟구쳤다.
“천마대능력!”
파앙!
몸이 허물어질 것만 같은 고통과 함께 천마의 몸에선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권마칠식, 뇌인파멸!”
쿠우우우웅!
범종이 울리는 듯한 진동이 물결처럼 퍼져나가며 잠시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역시 주먹으로는…….]
쩌쩌저저적.
무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속 벽에서 거미줄과 같은 균열이 일어나더니, 후두둑 소리와 함께 막혀 있던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르르르르.
박살 난 그릇처럼 산산이 부서진 금속 벽을 바라보던 무명이 탄식과도 같이 중얼거렸다.
[…부서지기도 하는군요.]
“꽤 단단하긴 하군. 천마대능력을 사용해야만 부술 수 있는 문이라니.
그것이 플라즈마 커터로 10분 동안 잘라야 하는 금속 벽을 한 번에 부순 천마의 감상이었다.
[중심부에 도착했습니다, 천마 님.]
벽을 지나자 던전 중심부의 풍경이 보였다.
이곳은 금속으로 된 터널과 달리 작은 숲이 펼쳐져 있었는데, 나무마다 커다란 열매가 열려 있었다.
“이건 뭐냐.”
천마는 나무에 열린 열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생김새는 사과처럼 생겼는데 표면은 하얀빛을 띠고 있었고 매우 달콤한 향기가 났다.
[얼음 사과라 불리는 던전 재료입니다. 달콤한 가루로 만들 수 있지만, 가공 비용이 상당히 비쌉니다. 비용 대비 실익이 없어 잘 쓰이지 않는 식재료죠.]
“얼음 사과라.”
하얀 사과를 따 입에 넣은 천마는 퉷 하는 소리를 내었다.
처음 입에 머금었을 땐 천상의 맛처럼 달콤했으나,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역한 비린 향이 섞여 들어왔다.
[얼음 사과는 이 매발톱 던전 중심부에 사는 보스 몬스터, 나방 원숭이의 주식입니다. 비릿한 단맛 때문에 그냥 먹진 않고 정제해서…….]
-끼이익. 끽끽.
그때 요란한 괴음과 함께 숲이 들썩거렸다.
아마도 보스 몬스터인 나방 원숭이가 등장한 것 같다.
[나방 원숭이는 위험도가 5,000에 육박하지만, 한 마리 정도만 서식하기 때문에 별다른…….]
무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기괴한 포효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끼끼끼! 끼이이익!
-키키키키키!
-끼끼! 끼익!
이건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아니다. 족히 열 마리, 아니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울부짖는 소리였다.
[이, 이건.]
철커덕.
무명의 머리통에서 접시 모양의 센서가 튀어나오더니 연록 빛 빛을 쏟아냈다.
지잉지잉 소리와 함께 숲속 부근을 샅샅이 비춘 무명이 말했다.
[아무래도 문양이 새겨진 벽을 주먹으로 부순 탓에 던전 내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일반 몬스터로는 천마 님을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개체를 불러온 것이겠죠.]
‘천마 님께서 오늘도 어김없이 히든몬스터를 출현시켰어요!’라는 말을, 오늘따라 꽤나 고상하게 표현하는 무명이었다.
“변화? 그저 원숭이가 많이 나온 것이 아니더냐.”
천마의 코웃음에 무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지금 덤벼드는 나방 원숭이는 한 마리가 다입니다. 다만 몸집이 열 배는 크고 머리가 열 개 달린, 히든몬스터 ‘허풍선이 나방 원숭이’입니다.]
“재밌겠군.”
[위험도 3만의 몬스터입니다. 육체의 단단함과 흉폭성은 지금까지 조우했던 히든몬스터와는 다를 겁니다.]
무명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천마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안 그래도 지루한 참이었다.”
푸스스슥.
숲속에서 솟구친 회색빛 그림자를 올려다보며 송곳니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시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
[시험이라면 어떤 걸…….]
무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쿵쿵 소리를 내며 거대한 몬스터가 숲속을 헤치며 걸어왔다.
마치 화려한 나방이 날개를 편 듯한 적갈색 몸뚱이. 둥그런 배와 어깨엔 십여 개의 작은 얼굴이 박혀 있는 거대 원숭이의 모습이다.
바로 허풍선이 나방 원숭이였다.
-끼이이이! 케케케케케!
십여 개의 머리가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자 고막이 터질 듯하다.
살짝 얼굴을 찌푸린 천마는 천천히 공력을 끌어올렸다.
지지지직.
순수한 일 갑자 수준의 진기만 끌어올린 듯, 천마의 몸 주변엔 전구 빛깔의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후흡.”
두 팔로 큰 원을 그린 천마가 오른 손바닥은 하늘을, 왼 손바닥은 땅을 가리켰다.
“신마…….”
낮게 중얼거린 천마의 눈동자가 까맣게 변했다. 일전에 펼쳤던 독문무학, 신마멸천장을 펼치려는 것이다.
쿠쿠쿠쿠!
땅이 뒤흔들리며 천마의 몸에서 굵은 핏줄이 바짝 치솟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게 벌린 손바닥 사이에 암흑색 회오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멸천… 크으.”
하지만 진기가 도저히 이어지지 않는다.
일 갑자의 내공은 기혈 한 군데를 이어줄 뿐, 이 정도의 내공으로 신마멸천장을 펼친다는 건 애당초 무리였던 것이다.
‘안 되는 건가…….’
-케에에에에!
그사이 허풍선이 나방 원숭이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쿠웅.
도약한 허풍선이 나방 원숭이의 전신에서 강력한 파동이 휘몰아쳤다.
만약 저 상태로 착지하는 순간, 천마가 서 있는 일대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 분명했다.
“크으!”
짧게 신음한 천마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결국 천마대능력을 펼친 것이다.
-케에에에!
하지만 그사이 허풍선이 나방 원숭이의 엉덩이가 천마의 코앞까지 이동했다.
이 상태에서 신마멸천장을 펼친다면, 천마마저도 장력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천수공파!”
파아아아아!
결국 신마멸천장을 거둔 천마가 한 손으로 천수공파의 장력을 날렸다.
[이, 이게…….]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던 무명이 입을 벌렸다.
치이이이.
작은 숲이 통째로 없어졌고, 곳곳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마의 손에서 태양과도 같은 빛줄기가 쏟아지자, 허풍선이 나방 원숭이와 더불어 작은 숲이 순식간에 증발된 것이다.
[천마 님. 이건 무슨 기술입니까?]
방금 천마가 펼친 건 신마멸천장도, 그렇다고 천수공파도 아니었다.
“후우. 후우.”
무명의 질문에 천마는 대답 대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낮게 몸을 웅크린 그의 이마엔 포도알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새로운 기술인 건가요?]
재차 무명이 묻자 숨을 가다듬은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두 가지 무학이 뒤섞인 것뿐이다.”
사실 그는 일 갑자의 내공으로 개방한 독문무학, 신마파멸장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내공이 달려 실패하였고, 민첩한 원숭이의 공격에 엉겁결에 천수공파의 초식으로 바꾸었다.
[그렇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무명의 칭찬에도 천마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네?]
“본래대로라면 초식을 급격히 중단했기 때문에, 위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실패해야 정상이다만… 이상한 결과가 나왔군.”
천마는 이것이 자신의 기혈이 비정상으로 꼬여있기 때문임을 짐작했다.
하지만 천하무학의 대종사인 그조차, 어째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
[속된 말로 ‘뽀록’이라는 거군요.]
잠시 생각하던 무명이 해맑게 말했다.
[그래도 효과는 만점인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런 방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황당한 무명의 말에 천마는 오히려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천하무학의 대종사인 본좌더러 요행수를 바라고 초식을 펼치란 말이냐.”
손을 휘저은 그는 허허벌판으로 변한 숲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건 또 뭐냐.”
천마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노란 덩어리를 가리키자 무명이 말했다.
[얼음 설탕입니다. 얼음 사과의 불순물을 날린 후 만들어지는데, 말씀드렸다시피 공정이 까다롭고 가공비용이 비싸서 잘 만들지 않는 식재료입니다.]
아무래도 천마의 요행수 초식으로 인해 얼음 사과가 단숨에 얼음 설탕으로 정제된 것 같았다.
무명의 말에 천마는 손가락을 집어 노란 가루를 찍어 입에 넣었다.
그러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이 가득한 달콤함이 입 안에서 느껴졌다.
“괜찮군.”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무명이 다가와 두 손을 모은 채 두 눈을 반짝였다.
[이것도 꼭 챙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놈. 아까부터 빤히 속 보이는 짓을 하는구나.”
천마가 눈을 번뜩이자 무명이 멋쩍은 음성으로 말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본좌가 바보인 줄 아느냐.”
[그럼 해주시는 겁니까?]
“거절한다.”
[천마 님.]
무명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어찌 되었건 천마 님과 인연이 닿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따끔히 깨우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한 번 더 가르침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무명은 누구보다 천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호의, 친절, 도움 따위를 베풀지 않는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에게 교훈을 내려줄 순 있다.
[천마 님의 명성과 지위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어리석은 자를 깨우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흠.”
지금까지 밤낮으로 천마를 받들고 모신 무명.
어느새 천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화법과 단어들을 익힌 상태였다.
* * *
화창한 일요일 오후, 어느 한적한 주택가 공원.
어깨춤에 커다란 무언가를 올린 채 공원을 쓰윽 살펴보던 천마는 이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딱 좋은 곳에 있군.”
공원 끝자락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던 중년 남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헝클어진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거구의 남성이 서 있었다.
일전에 자신을 유괴범으로 몰았던 괴상한 사내, 천마였다.
“당, 당신은…….”
“이걸 써라.”
천마는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리어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게 뭔가요?”
“얼음 설탕이다. 이걸 쓴다면 위생을 트집잡힐 일은 없다고 하더군.”
리어카 위에는 국자와 버너. 그리고 던전에서 얻은 다양한 틀과 얼음 설탕이 올려져 있었다.
“이걸, 저에게 왜…….”
“잘 들어라. 대신 여기에 있는 재료들이 마지막이다.”
“네?”
중년 남성을 바라보던 천마는 엄숙하게 말했다.
“이걸 다 팔면 끝내라. 알겠나.”
“무, 무슨 말씀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 사탕 과자 말이다. 오늘 실컷 팔고, 다시는 만들지 말라는 거다.”
말을 마친 천마는 몸을 홱 돌렸다.
지나간 세월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 미련을 끊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천마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중년 사내는 떠나가는 천마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 습니다.”
* * *
1주일째 공원에서 달고나를 나누어 주던 중년 남성. 그는 마지막 남은 얼음 설탕을 보며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마지막 설탕이네.”
황홀할 만큼 맛있는 달고나. 그리고 그것을 먹는 아이들의 미소.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지금까지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괴로움을 조금씩 지워나갈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달고나를, 이 행복을… 나누어 주는 시간. 아니, 지금까지 누릴 수 있는 모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어? 이거 파시는 건가요?”
그때 공원을 거닐던 한 젊은 남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달고나 하나 주세요.”
여자친구의 눈치를 슬쩍 본 청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 이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아, 파는 건 아니라, 아이들을 주려고 만든 건데요.”
중년 남성이 팻말을 가리키며 곤란한 표정을 짓자 청년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요?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는 청년을 보자, 중년 남성이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잠, 잠깐만요.”
어차피 아이들은 모두 가고 달고나를 만들 설탕은 하나뿐이다.
젊은 청년도 중년 남성의 눈에는 아이처럼 보이니,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마지막 남은 게 하나뿐이라, 그냥 하나 해드릴게요.”
“정말요?”
청년의 하얀 치아가 반짝인다.
중년 남성은 미소를 지으며 정성스레 만든 달고나를 판에 내밀었다.
“모양은요?”
“별 모양이요.”
중년 남성이 별 모양의 틀을 꾹 찍어주자, 청년은 쭈그려 앉아 뽑기를 열심히 했다.
“나, 어릴 적에 이거 되게 하고 싶었는데.”
“그래? 나 때는 실컷 했는데.”
여자친구의 말에 청년은 빙긋 웃으며 이쑤시개를 내려놓았다. 틀에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별 모양의 달고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기 돈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냥 가져가세요. 좋은 시간 보내시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서는 청년 커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중년 남성은 청년이 사라지자, 텅 빈 달고나 그릇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크흐흐흑.”
남성은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왠지 수십 년간 쌓인 응어리가 내려간 것 같다. 이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평생 동안 한 번도 짓지 못한 홀가분한 미소를 머금은 중년 남성은, 그렇게 리어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웃으며 울었다.
“자기야, 왜 그래? 울어?”
길을 걷던 여자친구의 말에 청년이 화들짝 놀랐다.
“어, 어라?”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쓰윽 닦은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어? 그러게. 왜 눈물이 나지? 너무 맛있어서 그런가?”
“뭐야.”
여자친구의 핀잔에 청년은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왠지 가슴 한쪽이 따스해졌다.
* * *
특수대응팀 빌라 앞.
끼익. 하얀 소형 승합차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천마의 라마스였다.
“응?”
빌라 앞에서 한호조에게 줄넘기를 가르치고 있던 유은호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천마 님. 안녕하세요?”
줄넘기를 쥐고 있던 한호조도 천마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천마는 대답 대신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러자 팔다리를 뽑아낸 무명이 얼굴을 쏙 내밀었다.
[호조 군. 이거 쓰세요.]
무명이 내민 것은 작은 상자였다.
안을 열어보자 여러 가지 모양의 금속 틀이 가득 쌓여 있었다.
[천마 님이 던전에 갔다 얻은 겁니다. 달고나 만들 때 사용하세요.]
무명은 천마가 매몰차게 거절당했을 당시, 실망하며 울먹이던 한호조의 표정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달고나 틀 몇 개를 남겨두어 선물로 준 것이다. 물론 천마의 이름으로.
“와아.”
엄청나게 정교하고 다양한 틀을 바라보던 한호조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천마 아저씨!”
“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무명을 바라보던 천마는 말없이 다시 라마스를 부웅 출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