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103화 (103/285)

제103화. 던전 소풍 (2)

그와 동시에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협회 각성자들과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빨리 출구로 나오세요!”

“히든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외침이 들려오자 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출구로 달려갔다.

더러 푹푹 꺼지는 땅속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선생님이나 협회 각성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너무 멀어!’

피어 있는 식물들을 헤치며 출구로 달려가던 한호조는 이를 깨물었다.

하필 던전 가장 안쪽까지 온 터라 출구 쪽이 아득하게 보였다.

‘위험!’

한호조의 전능시야가 또다시 발휘되었다.

순식간에 바닥이 꺼지는 곳을 미리 알아챈 한호조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장훈아! 진솔아, 멈춰!”

한호조의 외침에 달려오던 황장훈이 어?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무거운 몸 탓인지 황장훈은 바로 서지 못했다.

“으아!”

쿠르르르.

그 짧은 말과 함께 황장훈은 땅 아래로 삼켜졌고, 구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쩌쩍.

그 순간 이진솔이 서 있던 곳에서도 땅에 균열이 갔다.

“진솔아!”

“호조야….”

“움직이지 마. 거긴 괜찮아.”

“무, 무서워”

“정말 괜찮아. 날 믿어. 거기 그대로 서 있어.”

하지만 바닥에 균열이 쩍쩍 가자 이진솔은 울먹이더니 다시 앞으로 뛰어갔다.

“무너질 것 같아!”

“진솔아, 안 돼!”

한호조가 손을 뻗기도 전에 쿠르르르 소리와 함께 이진솔 역시 바닥으로 쑥 들어갔다.

황장훈과 이진솔이 떨어진 곳을 내려다보던 한호조는 이를 깨물었다.

‘아래쪽에 공간이 있어!’

다시 한번 전능시야를 발휘한 한호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바닥이 깊었지만 의외로 경사는 완만하고, 그 아래 넓은 호수와 지하 동굴 같은 긴 통로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야!”

다시 바닥에 구멍이 생길 곳을 발견한 한호조는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 나갔다.

-쿠르르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눈을 감은 채 호흡을 참고 있던 한호조. 미끄럼을 타듯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풍덩!

커다란 충격과 함께 차가운 물 속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속에서 눈을 번쩍 뜬 한호조는 지체 없이 헤엄을 쳐 물 위로 올라왔다.

“장훈아! 진솔아!”

호수 위에 이진솔은 기절한 듯 눈을 감고 있었고, 황장훈은 허우적대면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기다려.”

한호조는 이진솔과 허우적거리는 황장훈을 차례로 호숫가 밖으로 안아 들었다.

“하아. 하아.”

연달아 두 사람을 구한 한호조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한호조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나 왜 이렇게 수영을 잘하지?’

기절한 이진솔은 그렇다 쳐도, 몸무게가 70킬로그램이 넘는 황장훈은 성인 남성이 구조해도 힘든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호조는 능숙한 수상 구조요원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두 사람을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다.

“호조야. 너 수영 배웠니?”

항아리처럼 부푼 배를 부여잡고 누워 있는 황장훈의 말에 한호조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전에 학교에서 배운 적 있어.”

“호조야. 저기 막혔나 봐.”

그때 힘들게 일어난 이진솔이 위를 가리켰다.

뻥 뚫려 있던 천장은 어느새 메워져 있었고, 희미한 빛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던전 안이라 그런지 휴대폰도 작동 안 돼.”

팔에 착용한 시계 모양의 휴대폰을 툭툭 건드린 이진솔이 울상을 지었다.

“우리 어떡하지?”

잠시 심호흡을 한 한호조가 앞쪽에 이어진 통로를 가리켰다.

“괜찮아. 이 앞으로 쭉 길이 이어져 있으니까.”

“길?”

“응. 미로처럼 갈림길이 있지만, 점차 위쪽으로 올라가는 곳도 있어. 올라가다 보면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신비롭게 반짝이는 한호조의 눈을 보던 이진솔이 말했다.

“탐지 스킬로 본 거야?”

“으응.”

그때 누워 있던 황장훈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상하네. F급 탐지 기술은 스킬 범위 내에서 단순한 물건 같은 것만 찾을 수 있잖아.”

잠시 말문이 막힌 한호조가 손을 휘휘 저었다.

“가끔 운 좋게 구조 같은 것도 보이거든.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재빨리 화제를 돌리는 순간, 한호조의 전신에 소름이 돋더니 수백 미터 멀리에서 다가오는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400미터 부근.’

물줄기처럼 갈라진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시야를 가까이 갖다 대니 두더지처럼 생긴 외모에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의 모습이 보였다. 벌어진 입에선 톱날 같은 이빨이 보였고, 손톱과 발톱도 칼날처럼 뾰족했다.

‘몬스터가 있잖아?’

까맣게 물든 두 눈동자는 사악한 악령을 보는 듯하다.

침을 꿀꺽 삼킨 한호조는 어둠에 휩싸인 통로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어서 가자.”

“가? 어딜?”

황장훈의 물음에 한호조는 머뭇거리다 말했다.

“빠져나갈 곳을 찾아야지.”

“저렇게 갈림길이 많잖아. 어디로 간다는 거야?”

둥근 눈썹을 잔뜩 찌푸린 이진솔 역시 어둠 속 너머 갈라진 길을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장훈이 말이 맞아. 길이 여러 갈래잖아. 괜히 헤매다가 길을 잃을 수 있어.”

“출구는 내가 찾을 수 있어.”

“무슨 수로? 차라리 여기서 구조를 기다리자. 곧 협회에서 각성자들이 올 거야.”

이진솔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만약 한호조가 전능시야 스킬이 없었다면, 그래서 다가오는 몬스터를 보지 않았다면 그 역시 이진솔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능시야를 통해 무시무시하게 생긴 몬스터가 이쪽으로 온다는 걸 안 이상,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안 돼. 언제까지 마냥 여기서 구조를 기다릴 순 없어.”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막 들어가자고? 그러다 무너지면 어떡해?”

이진솔이 재차 고개를 젓자 한호조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긴 위험해.”

400미터 전방에선 두더지 같은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다.

심지어 위쪽에선 협회 각성자와 히든몬스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하 아래쪽에서 협회의 구조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위험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진솔이 얼굴을 찌푸리자 한호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몬스터가 나올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더욱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지.”

호수를 내려다보던 이진솔이 깜깜한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저 갈림길이 어떻게, 어디로 이어졌는지 모르잖아. 이곳에 있는 게 더 나을 거야. 여긴 물도 있으니까.”

‘설득할 방법이 없어.’

대충 둘러대봤자 이진솔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한호조가 무겁게 말했다

“몬스터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

“뭐?”

“400미터 앞쪽 갈림길에서 엄청나게 큰 몬스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한호조는 더없이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여기에 가만히 있다가 몬스터가 이쪽으로 오면, 우린 피할 곳이 없어.”

“호조야. 너 괜찮니?”

이진솔은 오히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호조가 두려운 나머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400미터 앞을 보다니. 그건 F급 탐지 스킬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이진솔과 황장훈의 눈빛을 번갈아 바라보던 한호조가 심호흡을 했다.

황장훈이라면 모를까, 똑똑한 이진솔을 엉터리 이야기로 속이긴 힘들었다.

“사실 내 스킬은…….”

‘전능시야’라고 말을 하려던 한호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 것 같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다.

“사실 나, 멀티 스킬을 갖고 있어. C급 색적 스킬, ‘적의(敵意) 감지’ 말야.”

“적의 감지?”

“응. 몬스터의 살기나 공격 의지 같은 걸 감지할 수 있거든.”

소풍 오기 전 보았던 ‘세기의 각성자’ 책을 떠올린 이진솔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색적 스킬도 가지고 있다고? 장난하지 마.”

“장, 장난이라니.”

“C급에 멀티 스킬 각성자가 왜 F반으로 전학을 와? 그게 말이 돼?”

“뭐야. 한호조. 장난친 거였어?”

심각하게 듣고 있던 황장훈마저 코를 찌푸리자, 한호조는 이마를 잡았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왜 이리 의심이 많을까.

자신도 초등생이라는 걸 망각한 한호조가 한숨을 내쉬었다. 둘을 설득할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어차피 육체각성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라, 높은 반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어. 그래서 F반으로 온 거야.”

한호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버지 말야. 협회의 각성자시거든.”

“각성자시라고? 몇 급이신데?”

“3, 3급.”

“뭐? 정말?”

이진솔과 황장훈의 눈동자가 동시에 크게 떠졌다.

“근데 왜 말 안 했어?”

이진솔의 팔에 한호조가 픽 웃었다.

“아빠는 좀 비밀스러운 업무를 하시거든. 그래서 학교에서도 잘 몰라.”

“와아, 아버지가 3급의 고위 각성자라니! 부럽다, 호조야!”

황장훈이 어깨를 흔들며 빙긋 웃자 한호조가 빨리 말했다.

“그러니까 어서 가자. 빨리 이곳을 피해야 해.”

“근데 호조야.”

이진솔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고 눈을 깜박였다.

“근데 색적 스킬 가지고 어떻게 몬스터가 크다는 걸 알아?”

‘이진솔, 너는 정말!’

한호조는 내심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진솔은 겉만 초등학생일 뿐, 콩나물을 흥정하는 할머니보다도 의심이 많았다.

“마음대로 해. 믿을지 말지.”

결국 설득을 포기한 한호조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갈림길로 걸어갔다.

“참고로 이쪽으로 오는 몬스터, 엄청나게 큰 쥐처럼 생겼어.”

“쥐?”

쥐라면 질색하는 이진솔이 펄쩍 뛰자 한호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기는 어린아이만 하고 두 발로 걸어 다녀. 손톱과 발톱은 날카롭고, 이빨은 톱니처럼 생겼고.”

황장훈에게 시선을 돌린 한호조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쥐들은 포동포동한 사람을 좋아해. 아마 잡히면 통째로 찢어 먹힐지도 몰라.”

그 말을 남기고 한호조는 어둠 속 너머 통로로 걸어갔다.

이진솔이 한번 소스라치게 몸을 떨더니, 황급히 한호조를 뒤따라갔다. 그러곤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 말을 다 믿는 건 아냐.”

사사사사삭.

어느새 잰걸음으로 달려온 이진솔이 한호조의 왼팔에 바싹 붙었다.

“너 혼자 헤매고 다니면 위험하니까. 같이 가주는 거라고.”

사사사삭.

그리고 오른팔에는 어느새 황장훈이 떡 하니 붙어 있었다.

“난 네 말 믿어. 호조, 네가 좀 이상하긴 해도 헛소리는 안 하니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한호조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 그래.”

지하 통로를 1분 정도 걷자 갈림길이 나왔다.

하지만 빛은 완전히 사라져, 눈앞은 깜깜한 어둠밖에 보이질 않았다.

“너무 어둡다.”

황장훈이 걸음을 떼지 못하자 이진솔이 한 손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이프리트!”

낭랑한 외침과 함께 손바닥에선 라이터 불길보다 조금 큰 불꽃이 솟구쳤다. 발화계열 F급 스킬, ‘플레임’이었다.

“이프리트가 아니라 플레임이잖아.”

황장훈의 핀잔에 이진솔이 코웃음을 쳤다.

“난 언젠가 이프리트를 쓸 거니까.”

“그래그래.”

황장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무렵, 한호조의 눈빛이 번뜩였다.

“아무래도 달려야겠어.”

“뭐?”

황장훈이 눈을 크게 뜨자 한호조가 외쳤다.

“몬스터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따라오는 것 같아. 숫자로 더 늘었고.”

“뭐어?”

이진솔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생각해 보면 두더지란 동물은 눈 대신 후각과 청감이 엄청 발달되어 있다.

만약 몬스터가 두더지와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무슨 수를 써도 도망갈 수 없다.

“설마 냄새로 찾는 거 아냐? 우리가 아무리 도망가도 계속 쫓아오면 어떡해?”

이진솔의 생각을 짐작한 한호조가 말했다.

“괜찮아. 생각해 둔 것이 있어.”

한호조는 갈림길을 요리조리 뛰어갔다.

사방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전능시야 덕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황장훈이었다. 몸이 둔한데다 이진솔이 앞장서서 달리니 불빛이 없어 자꾸 비틀거렸다.

“아앗.”

결국 발이 꼬인 황장훈이 넘어졌다.

“같이 가!”

한호조와 이진솔은 양어깨를 부축해 황장훈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때.

-키이이이이!

괴음과 함께 우두두 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몬스터가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진, 진짜 몬스터잖아.”

정신이 번뜩 났는지 벌떡 일어난 황장훈이 갑자기 바람처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호조야! 어떡해!”

“괜찮아! 곧 저쪽 바닥에서 구멍이 생길 거야.”

한호조의 대답과 동시에 꾸르르륵 소리와 함께 땅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호조야! 나 먼저 들어갈게!”

“안 돼! 동시에 떨어져야 해.”

“어?”

이진솔과 손을 잡고 뛰어오던 한호조가 황장훈의 옆에 섰다.

“우리가 떨어지던 것 기억해? 구멍에 사람이 빠지면 바로 막혔잖아.”

-키이이이!

어느새 뒤에는 두더지를 닮은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서로를 마주 보던 세 사람은 동시에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풍덩.

바닥으로 내려오자, 이번에는 깊은 호수가 아닌 허리까지 내려오는 작은 연못이었다.

황급히 연못 밖으로 빠져나온 한호조는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역시 막혔어.”

“호조, 너 어떻게… 구멍이 날 곳까지 안 거야?”

의심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던 한호조가 씩 웃었다.

“F급 물체 탐지 능력도 스킬 범위는 40미터잖아. 난 계속 ‘구멍’을 물체로 인식하고 있었어.”

이진솔은 그제야 한호조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믿는 것 같았다.

“멀티 스킬이 있으면 최소한 C반으로 옮길 수 있잖아. 그럼 이제 반 이동할 거야?”

이진솔의 말에 한호조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냥 그대로 있을 거야. 각성자로 살고 싶지도 않고.”

“그럼 뭣 하러 우리 학교로 전학 온 거야?”

“강제로 오게 된 거야. 저번에 몰래 던전에 들어갔다가 걸렸거든.”

“뭐? 던전에 혼자?”

이진솔과 황장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초등학생 신분으로 던전에 몰래 들어가다니? 얌전해 보이는 한호조가 사실은 막 나가는 사고뭉치였단 말인가?

“사정이 있었어. 꼭 가야만 하는 사정이.”

두 사람을 바라보던 한호조가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고 치러 간 거 아냐. 정말이야. 그냥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그래. 믿을게.”

황장훈이 한호조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대신 다음에 나도 던전 견학시켜 줘. 알겠지?”

“장훈이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이진솔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황장훈이 발끈하며 말했다.

“농담한 거야. 괜히 우리한테 미안해하잖아, 호조가.”

“알았어. 다음에 아버지한테 이야기해 볼게.”

한호조가 빙긋 웃자, 농담이라고 벅벅 우기던 황장훈이 토실한 볼을 양손으로 잡고 소리쳤다.

“정말?”

“그래. 그러니까 우선 여기부터 나가자.”

하지만 사방은 꽉 막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이진솔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근데 여기 사방이 막혀 있는데?”

“알아. 어쩔 수 없었어.”

“뭐?”

“살펴보니까 이 땅속엔 두더지 몬스터들이 가득 차 있어. 그나마 유일하게 이곳이 사방이 막혀 있는 곳이었고.”

전능시야로 지하 통로를 샅샅이 살펴본 한호조.

알고 보니 이 지하 통로 부근은 어떤 던전과 연결된 듯, 두더지 몬스터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이곳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죽었을 거야.”

“그럼 어떻게 나간다는 건데?”

“그, 그럼 어떡해?”

아이들이 눈을 찌푸릴 무렵.

콰앙 콰앙!

어디선가 폭음 소리와 함께 한호조는 솜털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또다시 전능시야가 강제적으로 발휘된 것이다.

‘어라?’

이곳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엔 높이가 수십 미터가 되는 커다란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엔 시꺼먼 몸을 똬리 틀고 있는 몬스터와 함께, 낡은 도복을 입은 남성이 보였다.

‘천마 아저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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