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천마, 목욕탕에 가다 (2)
처음은 다리였다.
천마의 가슴과 팔에 젖은 수건을 올려놓은 김길중은 다리부터 때를 밀기 시작했다.
초보 세신사인 그의 손길이었음에도, 닿을 때마다 때가 후두둑 떨어졌다. 남의 피부에 쌓인 때를 밀어준다는 건, 일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때를 완벽하게 밀어서 윤기 나는 피부를 보는 건, 세신사로선 더없는 보람이었으니까.
“후우. 후우.”
하지만 오늘 김길중은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급히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때를 미는 건 노동이다.
끝없는 육체의 혹사다.
정신력의 소모다.
온 힘을 다해 팔을 움직여야 때수건이 움직인다. 그때마다 시커먼 때가 둘둘 말려 올라온다. 동시에 김길중의 체력과 멘탈도 갈리는 것 같았다.
‘다, 다리 쪽은 포기해야겠어.’
지친 김길중은 천마의 다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옆으로 누우라는 뜻이다.
“뭐냐.”
“네? 아, 옆으로 누우시라고요…….”
“흠.”
천마가 몸을 옆으로 뉘자 김길중은 다시 때를 밀기 시작했다. 묘한 광택이 흐르는 피부는 뻣뻣해서 때를 밀기도 힘들었고, 때는 무한히 나왔다.
‘아, 안 되겠어. 이쪽은.’
결국 지친 김길중은 다시 천마의 다리를 또 툭툭 쳤다. 반대편으로 누우라는 뜻이다.
“이번엔 또 뭐냐.”
벌떡 일어난 천마가 눈을 부릅뜨자 김길중이 시선을 피했다.
“이제 반대로 누우시라고…….”
“입이 터져 있는 건 말을 하라는 거다. 알겠나.”
“네, 네에…….”
시뻘건 눈동자를 마주하자 몸이 오그라드는 듯하다.
“이, 이제 뒤로 누우십쇼.”
등판은 앞쪽과 달리 뻣뻣하진 않았다. 바다처럼 넓은 등판에 때수건이 움직일 때마다 때가 물결처럼 흘러나왔다.
그사이 김길중의 몸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고, 눈은 풀려 있었다.
이미 그의 체력은 바닥난 지 오래다. 단지 세신사로서 그동안 했던 반복적인 동작을 무의식중에 이어갈 뿐이었다.
“하아. 하아.”
눈이 풀려 버린 김길중은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뭐가 잘못된 걸까?’
떨리는 두 손을 내려다보자 의식이 흐려진다.
‘난 누구지? 여기서 왜 때를 미는 걸까?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는 무지, 개 같아. 엄마, 보고 싶어요.’
마침내 횡설수설하던 김길중이 휘청거릴 무렵.
“어이쿠. 미안하오. 깜빡 탕에서 잠들어 버렸구먼…….”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김길중의 몸이 가벼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머리가 허연 노인이 미안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고생하셨수다. 이제 그만 쉬시구려.”
노인의 손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순간 김길중은 뜨거워진 머리가 식고,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고비는 넉넉히 쳐드리리다.”
노인은 미안한 듯 두 손으로 김길중의 손을 잡았다.
“괜찮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내 금방 수고비를…….”
“아뇨. 아직입니다.”
“아직이라니.”
김길중은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저는 세신사니까요.”
노인, 김찬원은 두 눈이 풀린 김길중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저기… 조금 쉬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고객을 두고 어떻게 쉬나요? 이제 거의 다 밀었습니다.”
김길중은 다시 때수건을 잡고 천마의 때를 밀었다.
쭈욱.
다 밀었다고 생각했던 등에선 여전히 때가 흘러나왔다. 아니, 그전보다 더 굵고 두툼하게 나왔다.
“…….”
우동 가락처럼 떨어지는 때를 보자 김길중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곤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돈을 안 받겠습니다.”
깨끗하게 때를 민 천마는 김찬원과 함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으음.’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찬원은 남몰래 벙어리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천마와 함께 냉탕이나 사우나도 가지 못했고, 내부에서 파는 다양한 간식도 즐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도망치듯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오로지 호장 길드의 무사 귀환과 복복 인테리어의 무탈 평안을 위해서였다.
“아까 봤어? 저쪽 탕에 호장 길드 각성자들 온 것 같은데.”
그런데 갑자기 반대편 탈의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단체 손님이 온 듯하다.
“호장 길드? 그 탱커들 말야?”
“그래. 우리 힐러들만 믿고 맨날 앞에서 들이받히는 근육 덩어리인 놈들 말야.”
“에이 썩을. 냉탕 쪽은 쳐다도 보지 말아야겠네.”
쑥덕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반대편에 쑥덕거리는 손님들은 힐러 포지션 각성자들 같았다.
“저게 무슨 소리냐.”
“쉿. 천 씨. 목소리가 너무 커.”
들려오는 소리에 천마가 호기심을 보이자, 김찬원은 작게 속삭였다.
“원래 탱커들과 힐러들은 사이가 안 좋아.”
“탱커? 힐러?”
“탱커는 맨 앞에서 몸으로 공격을 때우는 각성자고 힐러들은 맨 뒤에서 치료 스킬을 사용하는 각성자여.”
전투와 전술의 전문가인 천마는 대번에 두 포지션의 위치를 이해했다.
“상호보완해 주는 위치로군. 그렇다면 사이가 좋아야 정상 아닌가.”
“오히려 반대여. 탱커들은 힐러들이 뒤에서 꿀빤다고 욕하고, 힐러들은 닥치고 돌진하는 탱커들이 머저리라고 욕하니께.”
쓴웃음을 머금은 김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하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자고.”
김찬원이 낮게 속삭이는데,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머저리는 힐러들이 아닌가? 탱커들이 심심해서 들이받는 줄 아나 보군.”
“천, 천 씨. 목소리가 너무 커.”
“흥, 전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줘야 전술 진영도 유지할 수 있는 거다.”
팔짱을 낀 천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기본적인 전투대형도 못 짜는 빡대가리 놈들이 배때기가 불러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는 형국이군”
TV를 열심히 시청한 탓일까?
천마는 어느새 우리나라 욕설도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다.
평소라면 김찬원은 ‘천 씨! 이젠 욕도 참말로 구수하게 잘하네?’ 감탄할 터였으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어이, 지금 뭐라고 씨부렸어?”
어느새 탈의실 반대편 너머 있던 무리들이 눈이 시뻘건 상태로 천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비록 우람하진 않지만 몸에 단단한 근육이 잡혀 있고 자잘한 상처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분명 베테랑 힐러들이 분명했다.
“머여. 대굴빡을 보아하니 호장 길드 놈이구먼.”
무리 중 가장 키가 크고 나이가 많은 중년인이 성큼 다가와 말했다.
“어매? 이 새파란 핏덩이가 눈을 빳빳이 뜨고 있네? 느그 길드장이 예의는 안 가르쳤냐아.”
목을 까닥거린 중년인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나, 생존 연합의 박철민이여. 나 몰러?”
“모른다.”
단호한 천마의 대답에 김찬원이 비명을 지르듯 앞으로 나섰다.
“오, 오해시구먼!”
식은땀을 흘린 김찬원이 두 팔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한 말은…….”
“아니. 다 맞는 이야기를 했구만은, 뜬금없이 시비여, 시비는.”
그때 반대편 통로에서 산도적처럼 생긴 거구의 사내가 인상을 쓰며 다가왔다.
바로 호장 길드의 길드장, 하동석이었다.
“목욕탕에 왔으면 조용히 몸이나 담그고 올 것이지. 괜히 이곳저곳을 들쑤셔.”
하동석의 말에 박철민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어이, 하동석이. 말 조심혀. 뒤지고 싶어?”
“뒤지는 순서로 치면 그쪽이 먼저 뒤져야지. 저번에 부산 가변던전 정리할 때 후방에서 뒤지게 맞고 실려 갔다고 하던데. 아직 살아 있네?”
살벌한 대화가 오가자 김찬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천마를 힐끔 살폈다.
정작 이 소란을 만든 천마는 덤덤한 표정으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괜히 애먼 사람 잡지 말고 때나 밀고 나오셔.”
하동석이 박철민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공공장소니까 큰소리 내지 말고. 각자 할 일 하자고.”
팽팽한 긴장이 살짝 늦춰지자, 눈치를 보던 김찬원이 슬그머니 천마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우, 우린 어서 가자고.”
“어매? 가긴, 어딜 가. 사과 안 혀?”
박철민이 머리 위로 손을 들자, 김찬원이 어이쿠 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하동석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그 팔을 붙잡았다.
“어르신. 어서 가세요.”
하동석의 미소는 따뜻했다.
이 나이에 일용직을 전전하는 노인네의 사정도 딱할뿐더러, 그 성치 않은 조카가 탱커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가?
“고, 고맙소이다.”
김찬원은 최대한 노인네 흉내를 내며 천마를 이끌었다.
“어여, 가자고.”
만약 여기서 천마가 딴소리를 하면 김찬원도 속수무책이다.
“천 씨. 여기서 일 벌이면 장 사장한테 혼날 꺼여.”
김찬원은 전음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용케 입을 뻥긋거리며 천마에게 말을 전달했다.
“이런 데 엮이면 복복 인테리어도 문제가 생긴당께.”
해골처럼 변한 김찬원의 표정 때문이었을까?
다행히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 구경을 못 한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어이! 거기 안 서?”
박철민이 다가오자 하동석이 그의 어깨를 밀치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 여긴 신경 끄고, 그냥 볼일 보라고.”
“아니 근데, 이 근육 돼지가 아까부터…….”
짜악!
대답 대신 솥뚜껑 같은 하동석의 손이 박철민의 안면을 강타했다.
“이 쪼렙 힐러 새끼가. 감히 누굴 보고 근육 돼지래.”
귀싸대기를 맞은 박철민이 그대로 기절하자 뒤에서 서 있던 힐러들의 눈이 뒤집혔다.
“이 근육 돼지 새끼들이!”
“야! 다들 리버스 힐 준비해. 저 새끼들 밟아!”
생존 연합 길드원들의 주먹에 연녹색 빛이 맺히자, 호장 길드원들의 몸에서 시퍼런 기운이 쏟아졌다.
와지끈! 뚝딱!
어느새 평화롭던 탈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집기들은 무너지고 바닥이 꺼져 내렸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천마와 김찬원은 라마스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차창 밖을 바라보던 김찬원이 문득 운전대를 잡은 천마를 바라보았다.
“괜찮겄지?”
“뭐가 말이냐.”
“아까 그 각성자들 말여. 괜히 우리 때문에 한바탕 싸우는 거 아녀?”
“원래 무인들은 그러면서 우의를 다지는 거다.”
천마의 덤덤한 말에 김찬원은 미소를 지었다.
저 무심하고도 낮은 목소리는 감정이 담겨 있지 않지만, 한편으론 신뢰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나저나 아쉽구먼.”
“아쉽다니.
“아직 목욕탕을 다 둘러본 게 아닌디.”
원래 때를 민 후 냉탕도 들어가야 했고, 사우나에서 몸도 한 번 지져야 했다.
그런데 하필 유명 길드원들이 목욕탕을 찾았고, 천마 때문에 시비가 붙다니…….
“뭐가 더 있었나.”
천마의 물음에 김찬원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엄. 냉탕도 못 가봤고, 사우나도 안 들어갔잖여.”
“그게 뭐냐.”
“음. 차가운 탕이랑 뜨끈하게 몸을 지질 수 있는 곳이여.”
김찬원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자, 천마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본좌도 수없이 많이 해봤다.”
“그려어?”
“물론이다. 반극심법상의 이원화풍(二元火風)의 법문을 터득하기 위해 극음지(極陰池)와 이화굴(移火窟)에 헤아릴 수 없이 번갈아 들어갔지.”
“응?”
김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천마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덕택에 음양이기(陰陽二氣)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반극진기의 토대를 얻었다.”
그저 눈만 뜨면 어떻게 더 강해질까를 고민하는 천마였다.
냉탕에 몸을 담그면 극음지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열양지기를 돋우는 법이나 연습하는 그가, 냉온탕을 즐길 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선 그냥 몸이나 담그는 거여.”
김찬원이 허탈한 표정을 짓자 천마가 길게 숨을 토했다.
“그냥? 그냥 뭣 하러 몸을 담그고 앉아 있나.”
“시원하잖여. 기분도 좋고.”
“본좌는 물에 몸을 담갔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구먼.”
아무래도 목욕탕은 천마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곳 같다.
냉막한 천마의 옆얼굴을 바라보던 김찬원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천 씨에게 목욕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는디…….”
김찬원은 일전에 김광욱을 다시 만난 후부터, 느낀 것이 있었다.
-천 씨에게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혀!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즐거운 추억이 많다면, 비록 팍팍한 삶을 살아왔을지라도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천마는 다른 세계에서 온 고독한 이방인. 그 때문에 김찬원은 천마가 이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기를 바랐다.
“김 씨.”
천마는 김찬원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예전부터 본좌에게 묘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으응?”
“본좌는 천마다. 인간들처럼 즐거움을 추구하거나 재미를 쫓는 일 따위는 하지 않지.”
“천 씨.”
천마의 눈동자는 차가웠고,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앞으로는 본좌를 위해서 고민하거나 애쓸 필요 없다.”
살벌한 천마의 눈빛을 마주한 김찬원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혀. 내가 괜히 호들갑을 떨었구먼.”
천마는 이유 없는 호의 따윈 원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 인물이다.
호들갑이라는 말 그대로, 줄곧 얼어붙은 감정을 가진 천마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추구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내는 천 씨가 조금은 변했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먼.’
그 말을 삼킨 김찬원이 입을 열 찰나.
“이 세계는 본좌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으로 이미 가득 차 있다.”
천마는 덤덤한 표정으로 목욕탕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이러한 것들을 보고, 배우고, 접하는 것만으로도 본좌는 이미 충분히 즐겁다.”
김찬원을 차갑게 내려다보는 천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애쓸 필요 없다.”
-본좌는 이미 즐겁다.
순간, 김찬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으허허허!”
지금까지의 관심과 호의는 헛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인간의 감정을 초월했다고 자부했던 천마가 즐거움을 이야기하다니.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혹시 천마는 아주 조금씩, 천천히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랬구먼. 내가 괜히 천 씨를 신경 쓰게 했구만.”
가슴속에 차오르는 뿌듯함을 느낀 김찬원이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잠, 잠깐. 차 좀 세워봐아.”
“왜 그러나.”
“아직 남은 게 하나 있어.”
끼익.
갓길에 라마스를 세우자 김찬원은 천마의 손을 이끌었다.
“그래도 오늘 이거 하나만은 꼭 해야겠구먼.”
김찬원이 천마를 데려간 곳은 도로변에 있는 작은 슈퍼였다.
“목욕탕을 다녀온 후엔, 이걸 마시는 게 ‘국룰’이거든.”
“국룰?”
“뭐, 사람들끼리 정한 규칙 같은 거여. 한번 마셔봐.”
슈퍼 냉장고에서 김찬원이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단지 모양의 노란 우유였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김찬원은 빨대를 꽂은 단지 우유를 천마에게 내밀었다.
“흠.”
거대한 몸집의 천마가 빨대를 입에 물자, 흡사 이쑤시개처럼 보였다.
빨대를 쪽 들이마시자, 단지 우유가 순식간에 비워진다.
“호오.”
“어뗘? 맛있지?”
“오묘하고도 달달한 맛이군. 몸속으로 뭔가 스며드는 듯하다.”
“으허허허허! 정확한 표현이구먼. 스며든다라!”
활짝 웃은 김찬원의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