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95화 (95/285)

제95화. 천마, 무공을 선택하다

천마의 시선이 움직이자 그사이, 출구 앞에 서 있던 그림자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감히!”

송곳니를 드러낸 천마가 그림자를 추격하려 하자 무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천마 님! 부비스톤의 처리가 우선입니다!]

“본좌는 저 거슬리는 놈부터 때려잡아야겠다.”

[안 됩니다!]

천마의 성격을 너무나 빤히 알고 있는 무명이 두 손을 모았다.

[부탁입니다, 천마 님. 폭발을 막아내지 못하면 이 도시의 사람들이… 아니, 천마 님이 앞으로 즐길 먹거리가 확 줄어듭니다.]

‘먹거리’란 말에 잠시 천마가 멈칫하자, 무명은 진열대 아래 부근에 초록빛 유도선을 쏘아냈다.

[이 부분입니다. 천마 님.]

콰직.

진열대를 통째로 뜯은 천마가 바닥에 있는 타일마저 뜯어내자, 정방형 모양으로 파진 바닥 아래 커다란 금고 하나가 매장돼 있었다.

다시 천마가 금고를 뜯어내자, 안쪽을 살핀 무명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부비스톤이 하나가 아니라…….]

금고 안에 빽빽이 진열된 부비스톤은 대략 300개. 그중 절반인 150개 정도가 시뻘건 숯불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이 정도라면 건물이 문제가 아니라, 이 일대가 모조리 날아갈 수준이다.

[천마 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양을 보아 폭발은 1분도 채 남은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정도 부비스톤이 어째서 이 작은 각성자 상점에 있는 것일까?

아까 나타났던 각성자는 어디 소속일까?

무슨 이유로 이 각성자 상점에 대량의 부비스톤을 은닉해 둔 것일까?

계산을 하는 것일까, 아님 충격을 받은 것일까.

무명의 머릿속엔 기계음이 울려 퍼지고 눈 센서는 점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부비스톤 300개…….]

이 부근은 번화가로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피해 규모를 계산한 무명의 목소리에선 절망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

[이 정도라면 이 일대의 반경 500미터 내 모든 게 가루가 되어 날아갈 겁니다.]

“이 도시엔 대지유신이 있지 않나.”

[대지유신은 인간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아, 차라리 빨리 장채원 님에게…….]

“그럴 필요 없다.”

천마는 손을 뻗어 한령빙백신공을 쏟아냈다.

휘이이이이.

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대량의 부비스톤을 끄기엔 턱없이 부족한 위력이었다.

부시시시시시시!

그때 150개의 부비스톤에서 푸른 불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자리를 피할 새도 없이 발화를 시작한 것이다.

[폭발이……!]

마지막을 예감한 무명이 천마에게 외칠 무렵.

[천마 님----!]

지지지지직!

어느새 천마의 몸이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며칠 전, 일 갑자를 이룩했을 때의 그 순수한 진기로 만들어진 빛이었다.

“끊어진 기혈 한 가닥이 탄탄하게 이어졌으니, 이 경맥을 통해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본격적인 독문무학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그 당시 천마가 했던 말을 떠올린 무명이 중얼거렸다.

[무공을… 선택하셨군요.]

일 갑자의 내공을 채운 덕에 한 가닥 복원된 경맥이 된 천마. 그 덕택에 반극진기를 이용해, 음양이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경세무학(驚世武學) 하나를 더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콰지지지지지직! 빠지지지지직!

뇌전과도 같은 노란빛이 천마의 몸을 휘감았다.

쿠쿠쿠쿠…….

순간,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빌딩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고 사방에선 광풍이 불어왔다.

십만팔천 종의 마종방학뿐만 아니라 무림에 산재한 정사마의 무공을 섭렵한 천마. 그중에서도 반극진기를 사용하여 펼칠 수 있는 초절정의 최극절학을 펼치려는 것이다.

‘가능할까요? 천마 님?’

무명은 이렇게 묻고 싶었다.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천마는 인간이다. 부비스톤 300개의 폭발력. 그걸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우두두둑.

순간 천마의 몸에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천마의 눈이 암흑으로 물들었다.

“신마(神魔)…….”

눈동자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은 어느새 양손에 맺혀 있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상자에 있던 300개의 부비스톤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차차차착.

허공으로 떠오른 부비스톤은 공처럼 둥그런 형태로 모아진 채, 천마의 양손 사이에 멈춰 서 있었다.

“멸(滅)-천(天)-장(掌)!”

천둥 같은 기합과 함께 천마가 양손을 합칠 무렵, 엄청난 섬광이 사방으로 퍼졌다.

팟!

그것은 작은 태양과도 같았다. 천마의 양손에서 쏟아지는 암흑의 공간 속에서, 엄청난 열기와 빛이 쏟아져 나왔다.

“크으으으!”

천마의 머리칼은 하늘로 치솟고 눈에선 혈염광휘가, 온몸엔 지렁이 같은 핏줄이 튀어 올랐다. 서 있는 빌딩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크으아아아아-! 천마대능력!”

파앙!

천마의 몸에서 강렬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일 갑자로 개방한 신마멸천장, 그것과 십이 성의 천마대능력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쿠웅우웅우웅웅!

그럼에도 손안으로 집약시킨 폭발력은 막을 수 없다. 이대로면 천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이이이-하아아아아압!”

엄청난 기합과 함께 천마는 양손에 맺혀 있던 태양을 머리 위로 쏟아냈다.

콰우우우우우우!

쏟아지는 신마멸천장. 그것은 허공을 찢어발기는 흑룡의 형태가 되어 빌딩의 천장을 뚫고, 하늘 위로 무한히 치솟았다.

-콰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또 하나의 태양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신마멸천장이 뚫고 나간 빌딩 천장은 녹아버린 듯 사라졌고, 하늘이 훤히 보였다.

[…….]

수백만 개의 빛이 쏟아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무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인가. 아니, 천마 님은 과연 사람이 맞는 건가.

[이것이 천마 님의 독문무학…….]

무명은 낮게 중얼거렸다. 독문무학이라는 것이 이토록 엄청난 위력을 보일 수 있다니. 여기에 일 갑자를 더하면, 또 이러한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왈칵.

그때 천마의 입과 귀에서 시꺼먼 핏물이 흘러나왔다. 가진 모든 힘을 한 방울까지 쏟아내자, 극도의 허탈경과 꼬인 기혈로 인해 극심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심지어 최고급 신사로 만들었다는 ‘우리옷’은 절반 이상이 찢어져 있었다. 눈동자는 하얗게 뒤집혔고 온몸을 뒤덮은 굵은 핏줄은 까맣게 타들어 가 있었다.

“크으으.”

[천마 님!]

“소란 떨지 마라.”

부들부들.

칠공에서 피를 흘린 채 이를 악물고 버티던 천마는 결국.

“본좌는… 천마다.”

쿠웅.

그 한마디 말을 남겨둔 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 * *

희미한 빛이 눈꺼풀 위로 느껴진다.

서서히 눈을 뜨니 빛이 내려오는 조명과 익숙한 무늬가 새겨진 천장이 보인다.

“개선형 텍스로 된 천장이네.”

개선형 텍스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이석기의 머릿속엔 그동안 공부했던 지식이 떠올랐다.

‘주로 상업 공간의 천장 마감재로 쓰이는 텍스 중에서도 가장 좋은 제품으로, 750도에서 20분 동안 가열해도 열 발생이나 잔류 불꽃이 없는 난연 1급의 불연재다…….’라고 중얼거릴 무렵.

“오빠! 일어난 거야?”

문이 열리고 숏컷을 한 젊은 여성이 눈을 뜬 이석기를 향해 황급히 달려왔다.

바로 아내인 송경아다.

“경아야.”

“오빠!”

송경아는 이석기를 와락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다들 오빠가 못 나왔다고… 미안하다고… 흐흐흐흑.”

대성통곡을 하는 송경아를 보며 이석기가 눈을 깜빡였다. 그제야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기억이 떠오른다.

화염으로 가득 찬 각성자 상점의 내부. 시뻘겋게 달아오른 수십 개의 부비스톤…….

“나, 살아 있는 거야?”

“으응. 으으으응!”

품속에서 오열하는 아내를 토닥여 주던 이석기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차가운 얼음 조각을 손바닥에 쥔 느낌이다.

“가만? 이게…….”

손바닥을 내려다보니 실제로 투명한 얼음 조각들이 붙어 있었고, 하얀 연기까지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야. 나, 왜 손에서 연기가 나지?”

이석기가 손바닥을 내려다보자 송경아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오빠, 각성자래.”

“뭐?”

“심지어 공기에서 습기를 흡수해서 얼음을 만들 수 있는… S급 빙결 스킬 각성자.”

멍하니 이야기를 듣던 이석기가 벌떡 일어났다.

“뭐? 내가 각성자라고?”

그가 몸을 일으키자 하얀 연기와 함께 냉기가 급속도로 확산되더니, 병실 내부가 에어컨을 켠 것처럼 싸늘해졌다.

“뭐 하는 거야. 추워.”

“아, 미안.”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이석기가 양손을 펼쳤다. 그러자 병실 내부에 있던 차가운 냉기들이 다시 그의 손으로 흡수되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각성자가 된 거지?”

“의사 말로는 원래부터 각성자였다나. 그러다 이번에 화재 현장에서 각성이 된 거래.”

“근데, 나 분명 부비스톤을 막으려 했는…….”

그러자 송경아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야기 들었어. 오빠가 폭발을 막으려고 홀로 남아서 부비스톤 폭발을 멈췄던 거.”

자신의 두 손을 잡은 채 울먹이는 아내를 보며 이석기는 순간, 커다란 사내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누구지?’

희미한 그림자를 떠올리며 기억에 집중하려는 순간, 관자놀이에서 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윽.”

“오빠. 어디 아파?”

“아, 아냐. 머리가 좀…….”

“기다려. 의사 선생님 모셔올게!”

병실에 호출 버튼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송경아가 황급히 문밖을 나섰다.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앉아 있던 이석기는 순간 그림자 속에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를 기억해 냈다.

“어?”

그 순간 관자놀이의 통증이, 그리고 머릿속에 떠올랐던 그림자의 형태도 완전히 사라졌다.

“뭐였지.”

이석기는 다시 양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몸은 다시 편안해졌지만, 머릿속에 들어 있던 어떤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 * *

1주일 후, 천마의 옥탑방 내부.

교자상을 펴놓은 천마는 웅크린 채 포장해 온 밥을 떠먹고 있었다.

-…불법 유물을 판매하던 각성자 상점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인해 스물여덟 살 김 모 씨가 중상을 입고…….

다시 TV 화면이 전환되더니, 이번엔 팥알만 한 크기에 투명한 돌, 부비스톤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화재 사건에는 숨겨진 영웅이 있는데요. 바로 이석기 소방관입니다.

-바로 이것이 이석기 소방관이 목숨을 걸고 폭발을 막은, 상점 안에 숨겨져 있던 부비스톤입니다. 원래는 붉게 물든 유물인데…….

-…불이 붙은 부비스톤을 처리할 수 없자, 그것을 자신의 피로 적혀 자칫 벌어질 수 있었던 대참사를 막으려 했습니다. 오히려 그 덕에 각성을 하셨다면서요?

TV 화면에는 환하게 웃는 소방관의 얼굴이 비쳤다.

-맞습니다. 알고 보니 이석기 소방관은 아직 개화하지 못한 각성자였습니다. 부비스톤의 폭발을 막기 위해 열기를 흡수한 이석기 소방관은 갑작스럽게 S급 다중 스킬 ‘증기 빙결화’가 발현되었고…….

키리릭릭.

또다시 화면이 전환되고, 이번엔 하늘 위에서 또 하나의 태양이 폭발하는 듯한 장면이 크게 비쳤다.

-화재 현장 당시 일어난 폭발입니다. 당국에선 이 의문의 폭발을…….

후루룩.

말없이 TV를 바라보고 있던 천마는 숟가락으로 뚝배기를 집어 올려 국물을 쭉 들이켰다.

얼큰한 소머리국밥의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켠 천마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무명에게 말했다.

“다른 채널로 바꿔라.”

[알겠습니다.]

무명은 최근 천마가 즐겨보는 맛집 탐방 프로그램 채널로 바꾸었다. TV를 보며 국밥을 모두 비운 천마는 이를 쑤시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끄어억.”

시원하게 트림을 한 천마의 뺨으로 어느덧 차가운 가을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이곳에 올 때쯤은 봄이었는데,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천마 님. 몸이 빨리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끊어진 기혈을 통해 무공을 개방하고, 전력을 다해 폭발을 막은 천마.

화재 현장에서 그대로 쓰러질 만큼 이번에 입은 부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무려 엿새 동안 옥탑방에서 정양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회복한 것이다.

[직접적인 표현은 안 하지만 장채원 님께서도, 김찬원 님께서도 천마 님을 자랑스러워하고 계십니다.]

“흥, 본좌는 그저 앞으로 방문할 객잔이 사라지는 게 싫었을 뿐이다.”

천마가 차갑게 대답했으나 무명의 눈 센서에 떠오르는 빛은 따스했다.

[참, 그런데 말입니다…….]

평상 위에 오른 무명이 조심스레 말하자 천마가 손을 내저었다.

“그 부비스톤을 가져가려던 놈을 말하려는 것이라면 됐다.”

도시가 쑥대밭이 되고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사건조차, 천마에겐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일까?

[이건 던전에 관련된 일만은 아닙니다. 천마 님의 생활 반경 안에서 일어난 큰 범죄입니다.]

무명은 기계생명체임에도 인간들을 사랑하고, 이 사회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세계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천마가 이 도시의 일원으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가길 바랐다.

[앞으로도 그런 자들이 또 사고를 친다면 천마 님에게도 큰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간절한 무명의 뜻이 통한 것인지 천마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위험한 유물을 암거래할 정도라면 머지않아 또다시 일을 저지를 테지.”

살벌한 눈빛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던 천마가 나직이 말했다.

“그리고 본좌의 심기를 거슬리는 놈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렇군요.]

무명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어찌 되었건 도심을 파괴하는 자들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저 소방관 말입니다. 처음엔 분명 불꽃을 다루는 스킬이 발현되었는데, 어떻게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스킬로 변화된 겁니까.]

기분 좋은 무명이 화제를 돌리자 천마가 덤덤하게 답했다.

“본좌가 주입한 반극진기 때문이다.”

[네?]

“반극진기는 음양이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천고의 내공심법이다. 즉,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바꾸고 음양을 전환시키며, 기혈운행을 자유자재로 역류시킬 수도 있지.”

천마는 문득, 마고의 앞에서 숨을 헐떡인 채 쓰러져 있던 자신의 부하를 떠올렸다.

남자의 몸임에도 진음현천지를 익혀 여인처럼 아름다웠던 한 사내. 음양이기가 바뀌어 고통에 몸부림치던 부하, ‘마기자’의 모습을.

“본좌는 과거 반극진기로 수십 년간 쌓인 진음현천(眞陰玄天)의 한빙진기 공력을, 열화진기(烈火眞氣)로 바꿔준 적도 있다.”

[…….]

“몹시도 나약한 녀석이었지.”

[천마 님에게 ‘녀석’ 소리를 듣다니. 매우 친근하고 가까운 사람이었나 보군요.]

순간 천마의 깊어진 눈엔 생소한 감정이 언뜻 지나갔다.

“틀렸다. 네 녀석처럼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던 한심한 부하였지.”

툴툴거리는 천마를 바라보던 무명이 낮게 속삭였다.

[…늘 마음과 다른 소리를 하시는군요. 천마 님.]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도 작아 천마의 귀에 미처 가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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