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94화 (94/285)

제94화. 정의로운 소방관과 부비스톤

부비스톤.

불도마뱀이 사는 던전에서 종종 발견되는 유물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인화성 물질이다.

작은 구슬 형태의 부비스톤 한 알에 반경 10미터가 초토화된다. 때문에 거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으며, 발견 즉시 협회에 신고해야 하는 초고위 위험물이다.

“부비스톤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이석기의 외침에 여성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요즘 각성자들이 주로 사 가요. 던전에선 사용해도 괜찮다면서.”

“각성자가 사간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석기의 외침에 여성은 고개를 숙였다.

“미등록… 불법 각성자들이요.”

과거 사용했던 총이나 수류탄 같은 화기(火器)들은 던전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히지 못할 뿐더러, 잘못 사용하면 던전의 불안정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은 사용해도 던전의 불안정화를 야기시키지 않았다. 때문에 미등록 각성자들이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빨리 불을 꺼야 해요. 만약 계속 불길이 타면 남아 있는 부비스톤이 모두 폭발할지도 몰라요.”

“이 상점에 부비스톤을 식힐 만한 빙석(氷石) 같은 유물은 없나요?”

“없어요.”

“반장님! 지금 각성자 상점에 부비스톤이…….”

어깨에 걸어놓은 무전기에 다급히 외치던 이석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전기 중앙에 커다란 돌 하나가 박힌 채 두 조각이 나 있다. 아마도 아까의 폭발로 인한 파편이 무전기를 박살 낸 것 같다.

“부비스톤이 진열대 어디쯤에…….”

이석기가 고개를 돌렸을 땐 중년 여성은 이미 출구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젠장!”

이석기는 어쩔 수 없이 활활 타오르는 진열대로 뛰어갔다. 안쪽을 샅샅이 뒤지던 그는 문득 진열대 아래에 전시된 작은 금속 상자를 발견했다.

“이건가.”

금속으로 된 상자를 뜯자 그 안에는 팥알만 한 작은 보석이 들어 있었다. 부비스톤이었다.

“이런…….”

부비스톤을 바라보던 이석기의 눈에선 참담한 빛이 흘러나왔다. 투명한 루비 같은 부비스톤이 이미 시뻘건 숯불처럼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불이 붙었어.”

부비스톤은 매우 안정된 상태라, 어지간해선 잘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해체하기 매우 까다롭다.

‘끝이다.’

눈앞이 캄캄하다.

한 알만 터져도 집 한 채를 가루로 만드는 부비스톤이다. 만약 이 건물에서 폭발한다면 빌딩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지금 터지면 안 돼!”

아직 빌딩엔 동료들이, 그리고 아직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있다.

치이이이이.

붉게 달아오른 부비스톤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금세라도 폭발할 것만 같다.

“내가 폭발을 막아야 해.”

진열대 바닥에 주저앉은 이석기가 호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불이 붙은 부비스톤을 해체하는 방법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저 ‘까다로울 뿐’이다. 폭발 직전의 부비스톤을 냉각시킬 수 있는, 한 가지 쉬운 방법이 있었다.

그건 바로 대량의 혈액.

폭발력이 강한 부비스톤를 사용해도 몬스터를 하나밖에 처리 못 하는 이유가, 바로 혈액에 닿으면 폭발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젠장. 이 위험한 부비스톤을 왜 암거래한 거야!”

호주머니에서 접이식 나이프를 꺼내든 이석기가 장갑을 벗어 던지고 이를 꽉 깨물었다.

팟.

주저 없이 손목을 긋자, 붉은 피가 달궈진 부비스톤 위로 떨어졌다.

치이이익.

붉게 달아오른 부비스톤의 빛이 조금 약해지긴 했으나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

“젠장! 좀 꺼지라고!”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있는 혈액을 모두 뽑더라도 이 폭발을 막아야 한다. 수십, 어쩌면 수백 명의 목숨이 달렸다.

“재수 없으면… 특진하겠네.”

입가에 달라붙은 두려움을 떨치듯 엷게 미소 지은 이석기가 다시 핏물을 부비스톤에 부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각오는 되어 있었다. 오히려 나 하나의 목숨으로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것조차 없었다.

“아니, 아쉬운 건 있나.”

치이이익.

손에 쥔 부비스톤은 이제 폭발에 임박한 듯, 열기를 사방으로 뿜어대며 장갑을 녹이기 시작했다.

“미안해. 경아야. 그리고 우리 아들.”

눈물을 주르르 흘린 이석기가 말라 버린 손목의 상처를 다시 칼로 긋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어지럽다. 그냥 쓰러져 눈을 감고 싶지만 조금이라도 폭발의 시간을 늦춰야 한다.

“하아…….”

생사의 기로에서 주저 없이 죽음을 선택한 이석기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갑자기 낮은 목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시꺼먼 그림자가 다가왔다. 두 눈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박아넣은 듯한 근육질의 거인.

천마였다.

천마의 어깨에 올라타 있던 무명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쓸데없는 짓이 아닙니다. 숭고한 희생이지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구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의식을 잃어가는 이석기에게 다가갔다.

[이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이 위기에 빠진 타인을 구할 수 있는 원동력은, 그리고 유일한 방법은… 오직 숭고한 희생뿐입니다.]

“음.”

[천마 님. 어떻습니까. 과연 천마 님이 보시기엔 이런 것들이 전부 헛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명의 신랄한 목소리에 천마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천마는 호떡집에 가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무명은 길고 긴 부탁과 설득 끝에, 천마를 화재 현장으로 데려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방문할 호떡 맛집의 구제. 하지만 무명은 화재 현장에 간다면 반드시, 천마가 느끼는 바가 있을 거라 장담했다.

“그래도 쓸데없는 짓이다.”

무명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놀랍게도 쓰러져 가는 이석기를 바라보던 천마가 차갑게 몸을 돌린 것이다.

[천마 님!]

“누, 누구세요…….”

잠시 의식을 잃었던 이석기가 다시 눈을 떴다. 눈앞에 독특한 한복을 입은 남성이 우뚝 서 있었다.

“아직도… 사람이 있었어?”

손목을 그어 피를 뽑아낸 탓에 이석기의 정신은 온전치 못했다.

“어서… 밖으로 나가세요. 제 마스크를… 써서… 어서요!”

[걱정 마십시오, 소방관님. 지나가다 불이 난 걸 보고 들어온 각성자입니다.]

무명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지만 이석기의 눈엔 오직 천마의 그림자만이 보였다.

“조금 있으면… 이것이 폭발할 수도 있으니…….”

바닥에 쓰러진 이석기는 어떻게든 자신의 마스크를 벗어 천마에게 내밀려 했다.

“이걸 써서 밖으로…….”

쿵.

버둥거리며 자신의 마스크를 반쯤 벗던 이석기는 다시 눈을 뒤집고 쓰러져 버렸다.

[천마 님!]

“시끄럽다.”

무명의 간절한 외침에도.

“처참한 꼴이군.”

천마는 기절한 이석기를 내려다보던 코웃음을 쳤다.

“한심하구나. 무능력한 주제에 누굴 구한단 말이냐.”

하지만 눈빛은 목소리와 달리 차갑지 않고 약간의 감탄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본좌를 구하려 했던 의지는 인정해 주지.”

파파팍.

천마의 손가락에서 쏘아진 지풍이 이석기의 몸을 파고들었다.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시퍼렇게 변한 이석기의 낯빛에 혈색이 돌아왔다.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무명이 그제야 이석기가 쥐고 있는 부비스톤들을 바라보았다.

[천마 님. 부비스톤이 폭발 직전입니다. 어서 식혀야 합니다.]

“본좌에게 명령하지 마라.”

부비스톤을 주워 든 천마가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일 갑자의 진기가 모아진 탓에 천마대능력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준의 무학을 펼칠 수 있었다.

“한령빙백염천하(寒靈氷白染天下)!”

솨아아아아.

천마의 손에서 나온 투명한 냉기가 맺힐 무렵.

“어억.”

갑자기 쓰러져 있던 이석기가 손목을 움켜잡더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이석기의 손끝에선 시뻘건 불꽃이 뿜어나왔고, 팔뚝 부근의 방화복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뭐냐, 저건.”

천마가 눈살을 찌푸리자 무명의 눈 센서가 위잉거렸다.

지잉지잉. 철컥.

이석기의 손바닥에서 혈액과 더불어 녹아내린 부비스톤을 발견한 무명이 크게 외쳤다.

[손에 쥐고 있던 부비스톤의 일부가 몸속으로 들어가 이상 반응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몸속?”

“크아아아!”

이석기가 팔을 휘젓자 시뻘건 불꽃이 쏟아졌다.

화르르륵.

이석기의 손끝에서 쏟아지는 불꽃으로 인해 창고 내부가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흐.”

눈이 뒤집힌 채 연기를 쏟아내는 이석기의 모습은 화마(火魔), 그 자체 같았다.

“공기마저 들끓게 한다라…. 이화궁(移火宮)의 염옥공(炎獄功) 같군.”

이석기가 쏟아낸 불꽃으로 뒤덮인 창고의 온도가 순식간에 몇도 이상 올라간 듯했다. 불꽃을 뿜어내는 이석기를 보며 천마가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돌이 몸에 박혔다고 불을 쏘아낸다. 이 세계엔 본래 이런 것이 가능한 건가?”

천마의 물음에 무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비스톤은 피에 닿으면 오히려 불이 꺼집니다. 아마도 저 소방관님은… 제 예상입니다만 아직 능력이 개화되지 않은 각성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부비스톤으로 인해 능력이 발현된 것이고요.]

“카아아아!”

하얗게 눈이 뒤집힌 이석기가 갑자기 천마에게 강력한 불꽃을 쏟아내었다. 강력한 불꽃의 힘이 정면으로 쏟아지자 천마는 내공을 끌어 올려 손을 뻗어냈다.

“한령빙백수음장(寒靈氷白守陰掌)!”

치이이익.

한령빙백신공이 천하제일빙공이라 하지만, 천마의 내공은 일 갑자 남짓. 그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일 갑자의 공력을 밀어낸다고?”

순식간에 불꽃이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자 천마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물론 천마대능력을 사용한다면 대번에 얼려버릴 수도 있지만, 하잘것없는 인간에게 사용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권마칠식, 뇌인파멸!”

화가 난 천마는 빙공 대신 권법을 사용했다.

쾅!

일 갑자의 내공이 담긴 일권에 이석기의 몸뚱이가 창고 벽을 뚫고 입구까지 날아갔다.

“흐으.”

후두둑 소리와 함께 잔해더미 사이로 이석기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걸 맞고 살아 있다니.”

천마는 자존심이 상한 듯 다시 한번 주먹을 주물럭거릴 무렵.

“구조 대상자… 발견.”

힘겹게 눈을 뜬 이석기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다 천마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안전합니다.”

천마의 일권에 맞은 충격 때문인지, 하얗게 뒤집혔던 이석기의 눈동자가 다시 맑은 상태를 되찾았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몸을 낮추세요. 제가 그리로 가겠습…….”

그러다 이석기는 문득 자신의 손바닥에서 아직도 활활 타오르는 시뻘건 불꽃을 바라보았다.

“어라? 왜 내 손에 불이…….”

손을 탁탁 털던 이석기는 갑자기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자연스러운 각성이 아닌, 부비스톤으로 인해 급격한 각성이 시작된 탓에 육체가 그것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몸, 몸이 왜 이러지?”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킨 이석기가 천마에게 손을 뻗었다.

“어서, 제 손을 붙잡으세요.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합니다.”

촛농처럼 녹아드는 자신의 팔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를 구하려는 이석기의 몸부림.

천마는 말없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 어서 제 손을 잡으세요.”

이석기가 손을 뻗었지만 바로 힘없이 늘어져 버렸다.

낚싯대처럼 늘어진 자신의 팔을 본 이석기는 반대편 손을 뒤적거렸다.

“제 허리춤에 있는 가방에 휴대용 마스크가 있습니다. 어서 빨리… 탈출하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손에서부터 발생한 불꽃이 전신을 태운 탓에 이석기의 정신은 온전치 못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오직 타인의 생명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천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질문이다.

멍하니 선 채 눈을 깜빡이던 이석기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부터 각오한 일입니다.”

“어째서.”

“제… 사명이니까요.”

점차 몸에서 쏟아진 열기에 의해 이석기는 팔뿐만 아니라 얼굴 피부마저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눈에 담긴 굳건한 의지와 신념은 결코 흘러내리지 않았다.

“사명이라.”

쿠웅.

이석기는 액체 인간처럼 녹아내린 채 쓰러졌다. 자신의 몸에서 발생되는 불꽃에 의해 뼈부터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어서, 피하세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한 이석기는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꺼져가는 촛불처럼 생명이 사그라져 가는 상황에서도 이석기는 천마에게 외쳤다.

“늦게 전에 어서…….”

서서히 쪼그라드는 이석기의 몸을 바라보던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파앙!

천마대능력을 끌어올린 천마의 눈동자에선 불꽃보다 더 진한 혈염광휘가 쏟아졌다.

“개죽음일 뿐이다. 다시는 사명 따위에 자신의 목숨을 걸지 말도록.”

낮지만 강력한 울림이 담긴 천마의 목소리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복종시키는 위엄이 묻어 있었다.

우우우웅.

쓰러진 이석기의 손목을 붙잡은 천마의 눈에서 기이한 광채가 쏟아졌다. 반극진기를 주입해 몸을 파고드는 부비스톤의 힘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으으으.”

내공을 주입받는 이석기의 몸이 서서히 공중에 떠올랐다.

음양이기를 모두 내포한 반극진기가 몸 안 혈도를 구석구석 뚫자, 이석기의 단전에선 강력한 힘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콰우우우우우!

“후우.”

깊은숨을 몰아쉰 천마가 눈을 떴다.

어느새 흐물거리던 이석기의 몸은 온전한 상태로 돌아왔고, 안색에도 혈색이 돌았다.

[부비스톤이…….]

무명은 탄성을 내었다.

어느새 이석기가 쥐고 있던 부비스톤이 붉은빛이 아닌 투명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랄 일도 아니다. 이 돌이 가진 불꽃의 힘과 본좌의 반극진기를 융합시켜 혈도를 뚫은 것뿐이니까.”

무심한 눈빛으로 서 있던 천마가 몸을 덤덤히 돌릴 무렵.

“허어, 정의감에 불타는 각성자인가요?”

빙글거리는 목소리가 천마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철커덕. 끼리리릭.

무명이 몸에 있는 센서들을 뽑아내 목소리가 흘러나온 부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자외선 센서를 쏘아내자 출구 쪽으로 희미한 그림자가 감지되었다.

[출구 쪽입니다. AC(능동 위장) 슈트를 입은 각성자입니다.]

“본좌도 봤다.”

“호오, 꽤나 성능 좋은 나노봇이군요. 개조한 건가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희미한 그림자가 낮게 중얼거리자.

“건방진.”

천마가 대뜸 일권을 뻗으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의 진열대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림자는 고개를 저었다.

“어이쿠. 틀렸군요. 조금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무슨 말이냐.”

천마의 물음에 희미한 그림자에서 웃는 미소가 살짝 비쳤다.

“이 상점에 은닉해 두었던 부비스톤 말입니다. 회수하러 왔는데… 너무 늦어버렸어요.”

안타까운 목소리로 고개를 젓는 그림자.

“뭐, 당신도 살고 싶으면 발이 땀나도록 피해야 할 겁니다.”

몸을 돌린 희미한 그림자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일대가 모조리 무너질 테니까.”

키리리릭. 지잉. 지잉.

그 순간 바닥 아래를 살피던 무명의 눈에서 빨간빛이 번뜩였다. 진열대 아래로 엄청난 고열의 에너지를 감지한 것이다.

[천마 님, 진열대 아래에 또 다른 부비스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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