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잠 못 드는 각성자 (1)
복복 인테리어 내부.
응접 테이블에 앉아 있는 천마의 손엔 언제나 책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늘 인테리어 책자를 들여다보던 천마의 손엔 <드라이빙 테크닉>이라는 생소한 잡지가 들려 있었다.
“뭐야, 그 책? 어디서 났어?”
역동적인 자동차의 드리프트 모습이 인쇄되어 있는 책 표지를 바라보던 장채원이 물었다.
“서점에서 산 거야?”
“김 씨가 줬다. 예전에 모아둔 책자라고 하더군.”
“아아, 김 기사님도 예전에 카레이싱이 취미라고 했지.”
머리가 허옇게 물든 김찬원과 우락부락한 천마가 차에 탄 모습을 떠올린 장채원이 어깨를 늘어뜨릴 찰나.
띠리리링.
책상 위에 올려진 매장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네, 복복 인테리어입니… 네? 클레임이요?”
수화기를 든 장채원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웨에에엥. 드르르륵.
송삼 아파트 인테리어 시공 현장.
기성품 철거가 한창인 내부는 메케한 먼지와 요란한 소음이 뒤섞인 채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마는 현장 내부의 몰딩과 천장을 뜯어내고 있었고, 장채원은 도면을 든 채 주방에서 목공 팀장과 공사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그마아아안!”
그때 요란한 소음을 뚫고 한 남자의 고성이 현장을 울리고 있었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잖아!”
“응?”
장채원이 고개를 돌려보니 회색빛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기른 장발의 남성이 잠옷을 입은 채 씩씩거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윗집!”
손가락을 치켜든 장발 남성의 외침에 장채원이 아, 소리를 내었다.
“아, 그러세요. 공사 전에 여러 번 찾아갔었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안내문도 붙였는데.”
“됐고, 시끄러우니까 당장 멈춰! 잠을 못 잔다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장채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계는 정오가 되기 오 분 전. 잠을 잘 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훤한 대낮이다.
“야간 일을 하시는 건가요?”
장채원의 물음에 장발 남성이 크게 소리쳤다.
“그쪽이 알 거 없잖아? 빨리 공사나 멈춰!”
그때 계단으로 느긋하게 걸어온 천마가 장발 남성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천장에 닿을 듯한 큰 키에, 터질 듯한 근육을 드러낸 천마가 앞으로 나서자 거실이 가득 찬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고…….”
활활 타오르는 듯한 천마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본 남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변했다.
그런데 남성의 표정이 기괴하다.
험악한 천마의 인상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마치 기억 속에 봉인된 공포스런 기억 같은 것을 떠올린 듯한 모습이다.
“내, 내일도 시끄럽게 굴면 다시 올 거야!”
크게 소리친 남성은 몸을 홱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남성이 뛰쳐나간 현관을 바라보던 장채원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걱정이네.”
“걱정?”
“공사할 때 제일 골치 아픈 게 소음으로 인한 이웃집의 클레임이거든.”
“무슨 상관이 있나.”
“상관있지. 저렇게 계속 항의하면 관리소에서도 뭐라고 한단 말이야. 민원 같은 걸 넣으면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장채원의 한숨에도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인테리어 시공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내공은 들어오지 않는다. 천마의 입장에선 인간들의 시공 의뢰 따윈 대가 없는 막노동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렇겠군.”
무심한 표정으로 몸을 돌린 천마는 나직한 장채원의 중얼거림에 걸음을 뚝 멈추었다.
“지금 공사를 차질없이 끝내야 바로 신뢰를 할 텐데, 걱정이네.”
“무슨 말인가.”
천마가 고개를 돌리자 장채원이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일전에 들어온 신뢰가 있거든. 근데 여기서 공사가 지체되면… 못 하는 거지.”
“그럴 순 없다.”
천마가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를 번뜩이자 장채원이 힘없이 웃었다.
“걱정 마. 신뢰에 지장 없도록 내가 위층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올 테니까.”
“본좌도 같이 가겠다. 아니, 본좌가 말하지.”
“네가 옆에 있으면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양해를 강요하는 것처럼 들릴걸.”
장채원의 만류에도 천마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점주의 화법은 때때로 너무 우회적이다. 말은 요점만 간단히, 그리고 강경하게 말하는 게 좋다.”
“협박할 때는 확실히 그런 화법이 좋긴 하겠네.”
“걱정 마라. 본좌가 모두 해결할 테니까.”
장채원의 말을 귓등으로 날린 천마가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디 가? 내가 간다니까?”
천마를 따라 올라가던 장채원은 걸음을 멈칫했다.
계단 중간 부근에 장발 남성이 벽에 기댄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좌는…….”
팔짱을 낀 천마가 남성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 무렵, 장채원이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저, 안녕하세요?”
양손을 머리에 움켜쥐고 있던 남성은 장채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아. 아랫집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복복 인테리어인데요.”
장채원이 반짝반짝 빛나는 명함을 내밀었지만, 장발 남성은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그런데.”
“공사 소음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낮에 집에 계시는 것 같은데 피해를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긋나긋한 장채원의 목소리에 남성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알면 조용히 좀 해주지?”
계속되는 반말에도 장채원은 영업용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게… 열흘 정도 후에 공사 일정이 마무리되거든요. 그 전까지는 조금 이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열흘? 젠장, 그럼 열흘 동안 잠을 자지 말라는 거야?”
“그럼 비용을 드릴 테니 근처 찜질방에서 잠시 주무시는 건 어떨까요?”
“웃기지 마! 집 밖으론 안 나간다고!”
소리치던 장발 남성은 문득 장채원 뒤에 서 있는 천마와 시선을 마주쳤다.
팔짱을 낀 채로 혈염광휘를 활활 내뿜는 모습을 보자 남성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뭐야, 천마가 무서워서 그런 것 같진 않은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채원이 의아함을 느낄 무렵.
“점주. 저자는 공사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잔 게 아니다.”
고개를 외면한 남성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피부와 눈 상태를 봐라. 잠을 못 잔 지 최소 두어 달이 넘은 얼굴이다.”
그제야 장채원은 장발 남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단순히 잠을 설쳤다고 하기엔, 얼굴이 수척했고 눈 밑은 판다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다.
“노가다나 하면서… 뭘 안다고 떠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장발 남성이 머리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던전엔 들어가 보기는 했어? 죽여도 죽여도 계속 쫓아오는 몬스터를 본 적이 있냐고?”
우드득.
웅크리고 있는 장발 남성의 근육이 살짝 부풀더니 물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마른 체구의 남성은 근력증강 계열의 스킬을 가진 각성자인 것 같았다.
“듀라한, 그 자식은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다고! 밤새 날 따라다니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고 밤이 되면 다시 날 찾아왔다고!”
그날의 공포스런 기억을 떠올리는 듯 남성의 눈동자는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미로 던전에 갇힌 채, 해가 뜨면 간신히 새우잠을 자고, 해가 지면 듀라한의 추격을 피해 도망쳤어. 그 짓을 1주일이나 넘게 하다가 간신히 구조됐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
듀라한.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언데드 계열의 히든몬스터다.
이 장발 남성은 미로를 생성하는 던전에서 그 무시무시한 듀라한을 우연히 맞닥뜨렸고, 1주일 내내 쫓긴 탓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랬구나.’
장채원은 그제야 천마의 눈동자를 보며 두려움에 떨었던 남성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투구 속에 감춰진 듀라한의 눈동자는 천마처럼 붉게 달아오르는 형태였으니.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장채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이 이를 깨물었다.
“알았으면 더 이상 시끄럽게 굴지 마. 나는 정오 무렵에 간신히 잠이 드니까, 공사는 정오 이전까지만 하라고.”
“그, 그럴 수는…….”
장채원이 고개를 젓는데, 천마가 불쑥 앞으로 나섰다.
“잠만 자게 해주면 되는 건가.”
“뭐?”
“좋다. 잠을 푹 자게 해주지.”
천마의 말에 장발 남성이 시선을 외면한 채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다. 잠을 자게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소용없어. 수면제고 뭐고 안 먹어본 줄 알아? 아무것도 듣질 않는다고.”
“본좌의 방법은 다를 거다.”
“웃기고 자빠졌네.”
비웃음을 남긴 남성은 홱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콰앙!
부서질 듯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멍하니 서 있던 장채원이 천마를 바라보았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설마 잠을 자게 해주겠다면서 두들겨 패려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
천마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에 갈 거다.”
“던전?”
“일전에 본좌는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 찬 던전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다. 그곳에 쓸 만한 것들이 많더군.”
“쓸 만한 것?”
천마의 말을 되뇌던 장채원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설마 무슨 맹독 같은 걸 먹이려는 건 아니지?”
“어떻게 알았나.”
“뭐어?”
천마는 펄쩍 뛰는 장채원을 보며 가슴을 두드렸다.
“걱정 마라. 본좌는 만독총요와 의선보감까지 모두 독파했다.”
“그게 뭔데.”
“의선보감은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방법을 담은 의서다. 만독총요는 독을 다루는 비법을 담은 독공비서(毒功秘書)지.”
“도옥?”
천마가 애먼 짓을 계획한다는 걸 깨달은 장채원이 손을 내저었다.
“미쳤어? 절대로 안 돼.”
“말하지 않았나. 본좌는 만독총요와…….”
“됐어. 그런 건 절대 안 돼.”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있어.”
잠시 고민하던 장채원이 눈을 반짝였다.
“케이크.”
“케이크라니.”
“생각해 보니 빈손으로 가서 부탁한 거잖아. 저렇게 짜증 많은 사람들은 달달한 것을 좋아한다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장채원이 윗집 현관문을 올려다보았다.
“나같이 예쁜 누나가 케이크까지 주는데, 화를 내겠어?”
천마의 눈빛이 어두워지는 걸 외면한 장채원이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걱정 마. 내일부터는 나긋나긋하게 나올 테니.”
* * *
“이딴 건 필요 없어!”
다음날 정오 무렵.
달콤한 케이크를 사 들고 윗집으로 찾아간 장채원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내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 이딴 케이크 같은 걸 달라고 했어?”
그리고 남성은 어김없이 아래층 인테리어 현장으로 내려와 소리쳤다.
“시끄러우니까 당장 그만둬! 잠을 못 잔다고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남성 탓에, 결국 시공자들은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야?”
매장으로 돌아온 장채원은 분이 안 풀렸는지 눈에선 불길을 쏟아내었다.
“사람이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데 듣지도 않잖아. 어우, 저걸 확 받아버려?”
주먹을 쥔 채 이를 가는 장채원을 보며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했잖나. 그런 방법으론 돌은 자를 회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자고? 헛소리할래?”
“걱정 마라. 죽이는 게 아니라 마취 독을 살포하는 것뿐이니까.”
“마취 독?”
“그렇다. 마취 독이다.”
붉은 눈동자를 번뜩인 천마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금섬마연(金蟾魔烟) 같은 마취 독은 코끼리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지. 그 허약한 사내 따윈 한 달 내내 곯아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떠냐.”
“하겠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잖나.”
입술을 깨문 장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하나 더 있어.”
내당 창고에 잘 보관해 둔 물건을 떠올린 장채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꿀잠 목침을 갖다주면 될 거야.”
“꿀잠 목침?”
“예전에 산 베개야. 던전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든 엄청 비싼 거라고.”
은은한 향이 풍기는 목침을 떠올린 장채원이 싱긋 웃었다.
“베기만 하면 완전 기절하듯이 잠을 잘 수 있거든.”
“그런 것도 있나.”
“으응. 그 당시 나도 불면증이 좀 있었거든.”
상쾌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장채원이 활짝 미소 지었다.
“아침부터 또 내려올 테니까 아예 지금 갖다주고 올게. 그럼 내일 아침엔 조용할 거야.”
“꿀잠 좋아하시네!”
다음날, 정오 무렵.
윗집에 사는 장발 남성은 공사 현장에 있는 장채원에게 나무 베개를 장채원에게 도로 내밀었다.
“장난해? 도로 가져가!”
꿀잠 목침을 내려다보는 장채원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꿀잠 목침도 안 통한다고?’
어제저녁, 장채원은 부리나케 달려가 꿀잠 목침을 윗집의 장발 남성에게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장발 남성은 전혀 효과를 못 본 듯, 두 눈이 번들거렸다.
“이걸 베고도 잠이 안 왔다고요?”
“딱딱해서 오히려 더 잠이 안 오더만. 가져가!”
장채원의 손에 목침을 쥐여준 남성은 인부들에게 소리쳤다.
“대체 언제까지 공사할 거야!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장발 남성의 모습에 장채원은 제정신을 찾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건 정말 마취제 효과 그 이상인데.’
“얼른 공사 멈추지 못해! 잠을 못 잔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남성을 보며 장채원은 입을 벌릴 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남성을 달래느라 진이 빠진 장채원. 매장으로 돌아온 그녀는 해파리처럼 흐물흐물 거리며 책상에 엎어졌다.
“던전 재료로 만든 꿀잠 목침도 소용이 없다니. 저렇게 매일 깽판을 치다간 공사는 계속 미뤄질 텐데.”
천마는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리는 그녀를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 사람은 불면증이 아니라, 우리한테 짜증 내려고 잠을 안 자는 게 아닐까?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중얼거리는 장채원을 보며 천마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도 모르고 있군.”
“뭐가?”
“그자는 불면증 따위에 걸린 게 아니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거지.”
장채원은 콧방귀를 끼었다.
“그 정도쯤은 나도 알거든? 듀라한에게 쫓겼던 공포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거잖아.”
“공포라…….”
“그래. 그 무시무시한 언데드에게 1주일간을 쉬지 않고 도망 다녔으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게 이상할 정도겠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천마의 눈동자는 장채원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예리하게 빛났다.
“하긴, 점주는 알 리 없겠지.”
“그게 무슨 말이야.”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공포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 뭔데?”
“본좌를 따라오면 알게 될 거다.”
천마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응접 테이블에 올려진 뜨거운 녹차를 훌훌 마셨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장채원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독은 안 돼. 절대로.”
“안 쓴다. 대신 조금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어떻게?”
“와르르 무너져 버린 심령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뭐? 어떻게?”
라고 물은 장채원은 바로 후회했다. 분명히 ‘본좌는 천마다.’라고 대답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마의 입에서 나온 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본좌가 그 마물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