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62화 (62/285)

제62화. 천마와 운전면허 (2)

김찬원은 모처럼 휴일을 맞아 세차를 한 다음 잠시 천마의 집에 놀러 왔다.

그리고 돌아가는 주차장 앞에서 별안간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차, 본좌에게 잠시 맡겨라.”

“응?”

햇살에 반사된 김찬원의 차량에 시선을 고정시킨 천마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괜찮아 보이는군.”

풍령일족인 김찬원은 언제나 쾌적한 바람을 불러들일 수 있다. 때문에 날씨와 장소에 관계 없이 늘 뽀송뽀송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천 씨는 차 같은 건… 관심 없었잖여?”

천마를 바라보던 김찬원은 슬그머니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가렸다.

하지만 그의 앙상한 몸으로는 보닛의 절반도 가리지 못했다.

“지금 본좌는 차량이 필요하다.”

“으응? 갑자기 왜?”

“점주의 말에 의하면 매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본좌가 이 자동차라는 걸 몰아야 한다고 하더군.”

천마의 말을 곱씹던 김찬원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하, 천 씨. 이 차라는 건 말여. 면허가 있어야 몰 수 있는 겨.”

“알고 있다.”

엉덩이 가방을 뒤적거린 천마가 얇은 종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자, 봐라. 며칠 전, 필기시험이란 것도 합격했다.”

김찬원의 얼굴에 필기시험 합격 용지를 들이민 천마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실기시험이라는 것도 있더군. 실제 마차를 모는 방법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이다.”

말을 하면서도 천마의 시선은 김찬원의 차량, ‘가젤’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내 차로 연습을 하고 싶다고?”

“그러하다.”

“그, 그러면 장 사장 차를 가지고 연습하지 그래?”

“그 뚱뚱한 애벌레처럼 생긴 거 말인가? 싫다”

김찬원의 안색은 핼쑥해졌다.

그는 잔뼈 굵은 자동차 마니아였다. 지금까지 타일 시공으로 번 돈을 대부분 차에다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 그가 소유한 클래식카 ‘가젤’은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는 희귀한 차량이었다.

비록 생산된 지 60년이 넘은 탓에 외관은 낡았으나, 요즘 생산되는 차량에선 볼 수 없는 볼륨감 넘치는 바디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허름한 외관과 달리 사악하리만큼 비싼 부품 가격과 정비 비용… 결코 초보 운전자에겐 맡길 수 없는 차량이었다.

“그… 다른 차량을 알아보면 안 될까?”

김찬원이 애원하듯 말했지만,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이 차로 하겠다.”

눈앞이 깜깜해져 온다.

천마는 이 차량의 가치를 모른다. 아니, 안다고 해도 터럭만큼도 신경 쓸 사람이 아니다.

산산조각이 나 있는 가젤의 처참한 모습을 떠올린 김찬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무래도 힘들겠는디.”

“어째선가.”

“그것이 말이여…….”

애지중지하는 차량이니까. 초보자에게 줄 만한 차가 아니니까. 천마의 운전 솜씨를 못 믿으니까.

수없이 떠오르는 이유를 꿀꺽 삼킨 김찬원이 고개를 떨구었다.

“굳이 내 차로 연습할 필요가 있나 싶은디.”

“이 세상에 본좌에게 마차를 빌려줄 사람이, 점주와 김 씨. 두 사람밖에 더 있나.”

뒤이은 천마의 말에 김찬원은 부끄러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겨!’

무명을 어깨에 태운 채 서 있는 천마를 바라보던 김찬원의 두 눈이 흐릿해졌다.

‘다른 세계에서 온 천 씨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사람은 오직 장 사장과 나밖에 없는 거잖여!’

“좋아, 천 씨가 써. 아니, 같이 연습하러 갈까?”

“괜찮다. 무명이 있으니.”

“아녀아녀, 운전은 숙련자에게 직접 배워야지.”

활짝 웃은 김찬원이 천마의 어깨를 붙잡았다.

“잘 가르쳐 줄 테니, 나만 믿어!”

* * *

한적한 공터에 드릉드릉하는 소리를 내고 있는 클래식카, 가젤이 등장했다.

“여기서 한번 연습을 해보자고.”

시동을 끈 김찬원의 바로 옆에는 천마와 무명이 나란히 타고 있었다.

클래식카인 가젤은 조수석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벤치형 좌석으로 되어 있었다.

“천 씨가 필기를 땄으니 남은 건 기능시험하고 도로 주행이야. 우선 기능시험을 연습해 보자고.”

“기능시험?”

천마가 중얼거리자 무명이 말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필요한 조작법과 주행 실력을 가늠하는 시험입니다. 경사로 코스, 굴절 코스, 곡선 코스, 방향 전환 코스, 평행주차 코스 등으로 되어 있으며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점수를 얻어야 합격입니다.]

“복잡하군.”

천마의 중얼거림에 김찬원이 씩 웃었다.

“좀 어렵긴 하지. 아무래도 잘못 운전하면 남한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께.”

그리고 차량에 대한 조작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천 씨. 이제부터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어봐. 먼저 시동을 켜는 방법은…….”

김찬원은 10분가량 차량 조작법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천 씨. 이제 보니 엄청 머리가 좋구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마에게 크게 놀랐다.

“어찌 한 번만 설명해도 다 알아듣는디야?”

천마는 기억력이 뛰어났고 이해력도 빨랐다. 거기다 초인적인 운동 신경을 갖고 있어 운전대를 잡자마자 차량을 능수능란하게 몰았다.

“당연한 게 아닌가.”

천마는 팔짱을 끼며 엄숙하게 말했다.

“본좌는 천마다. 이런 건 삼재검법을 배우는 것보다 쉽지.”

끼이이익. 휘리리릭.

운전대를 잡은 천마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사용해 어느새 드리프트와 리버스 턴 같은 고난이도의 차량 스턴트 기술까지 선보이고 있었다.

“정, 정말 대단혀, 천 씨!”

감탄을 금치 못한 김찬원이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니, 이렇게 재주가 좋은 양반이 어째서 인테리어 시공일은 왜 그리 서툰 겨?”

사실 김찬원의 시선으로 보자면, 천마는 조금 둔하고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열심히는 한다지만 인테리어 시공일은 조금 서툴렀고, 엉뚱한 소리도 자주 했으니.

“인테리어 시공은 조심스럽고 섬세하지.”

“으응?”

“뿐만 아니라 틀에 박힌 방법을 고수한다. 자유로운 기법을 선호하고, 패도를 지향하는 본좌의 적성과는 조금 맞지 않는다.”

“그럼 자동차는?”

“이건 기계가 아닌가. 애초부터 정해진 틀을 벗어난 사용법은 어렵지.”

‘그랬던 겨?’

생각해 보니 천마는 늘 엉뚱한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한마디로 가르쳐 주는 대로 안 하고, 꼭 다른 방식으로 시도를 하기 때문에 그 사달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라. 그렇다고 틀에 박힌 조작법만 시험해 보진 않을 테니까.”

천마가 그답지 않게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김찬원은 그 미소를 보자마자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이제 실전을 시작해 보지.”

“실전이라니?”

“이 좁은 구석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 말고, 밖으로 달려야 하지 않겠나.”

“도, 도로 주행을 하겠다고?”

김찬원이 펄쩍 뛰자.

[안 됩니다. 천마 님.]

가만히 앉아 있던 무명도 펄쩍 뛰었다.

[필기시험 합격증으로 할 수 있는 연습은, 이처럼 도로가 아닌 곳에서 단순한 조작법을 익히는 것뿐입니다. 도로에 나가는 건 허용할 수 없습니다.]

“네 녀석은 본좌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

송곳니를 드러낸 천마의 눈에서 혈염광휘가 번뜩였다.

“본좌는 천마다.”

[아, 아니. 천마 님, 그게 아니라…….]

무명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천마가 열쇠를 돌렸다.

크르르릉.

낮은 배기음과 함께 시동이 걸리자 천마는 운전대를 돌리며 액셀을 밟았다.

끼리릭 소리와 함께 공터를 빠져나온 천마가 빠른 속도로 외곽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천마 님. 이건 불법입니다.]

라고 외쳤던 무명은 이내 그 말을 후회했다.

“너희가 만든 법률을 본좌에게 강요하지 마라. 본좌는 법 따윈 신경 쓰지 않으니까.”

얼마 전, 홍탁집에서 미등록 각성자라는 점을 성토하던 신채영에게 천마가 한 말이다.

천마는 이 세계의 법에 구애받는 자가 아니다. 법률 따위로 묶을 수 있는 자도 아니다.

[천마 님. 그렇다면 제가 일전에 말해 드린 강아지…….]

방법이 없던 무명은 또다시 강아지로 비유를 들어 천마를 자제시키려는 찰나.

“오빠? 저건 무슨 차야?”

신호 대기에 멈춰 선 옆 차량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최신형 스포츠카를 탄 젊은 커플이 천마가 탄 가젤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러게. 저런 똥차도 아직 굴러가나?”

“저기 봐봐. 옆에 할배도 타고 있어.”

키득키득 웃던 남성은 운전석에 앉은 근육질 팔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딱 봐도 각성자 같은데 돈은 시원찮게 버나 보네. 차 좀 바꾸지.”

우우웅.

신호가 바뀌자 젊은 커플의 스포츠카가 요란한 배기음을 쏟아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사라져 가는 스포츠카를 바라보는 천마의 눈에선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천마 님.]

살벌한 천마의 눈빛을 바라보던 무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응할 가치도 없는 싸구려 도발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흥.”

무명의 말에 천마의 혈염광휘가 가라앉을 무렵.

“…천 씨. 밟아.”

[네?]

천마의 옆에 타고 있던 김찬원이 이를 깨물며 말했다.

“저 피도 안 마른 무식한 것들이 우리 가순이(가젤 애칭)를 보고 똥차라고 한 겨?”

그리고 손을 뻗어 센터페시아에 있는 안전 버튼 하나를 젖히자, 붉은색 버튼이 드러났다.

그 붉은색 버튼 위에는 [heaven and hell]이라는 글자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천 씨. 저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

“좋지.”

천마가 액셀을 밟자, 김찬원이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몸이 젖혀질 만큼 급가속을 시작한 가젤이 로켓처럼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NOS(Nitrous Oxide System, 속칭 부스터)를 장착하신 겁니까?]

놀란 무명의 외침에 김찬원이 코웃음을 쳤다.

“아무래도 옛날 차량잉께. 출력이 딸리잖여.”

번개처럼 쏘아져 간 가젤은 어느새 젊은 커플이 몰고 있던 스포츠카를 따라잡았다.

“으응? 저 낡은 차량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남성은 천마가 타고 있는 가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좋아. 제대로 보여주지.”

액셀을 꽉 밟자 스포츠카의 배기구에서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우우웅 소리와 함께 쏘아져 나간 차량은 어느새 외곽 도로를 벗어나, 좁은 고갯길이 이어진 산길로 접어들었다.

“으하하하! 똥차라 따라오지도 못하네.”

가파른 고갯길이 계속 이어지자 가젤과 스포츠카의 거리는 또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천마가 액셀을 부서질 듯 밟았지만, 스포츠카의 후미등은 점차 멀어져 갈 뿐이다.

“역시 무리였나.”

아무리 부스터를 달았다고 한들, 최신형 스포츠카의 출력을 따라잡진 못했다.

점차 멀어지는 스포츠카를 바라보던 김찬원이 분노와 아쉬움에 몸을 떨 무렵.

“포기하긴 이르다, 김 씨.”

운전대를 잡은 천마의 눈이 번뜩였다. 어느새 기나긴 고갯길의 오르막 구간은 끝났고, 내리막 구간이 펼쳐진 것이다.

“이렇게 가파른 내리막이라면 따라잡을 수 있다!”

쿠오오옹!

RPM이 치솟자 가젤의 배기구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록 오래되긴 했으나 가젤에 들어간 엔진은 높은 회전수를 사용할 수 있는 경주용 엔진이었다.

“뭐야, 오빠? 또 따라왔는데”

여자친구의 말에 스포츠카를 몰고 있던 남성은 룸미러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낡은 가젤이 자신의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은 채, 앞지를 준비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운전실력으로 지고 있다고?”

다운 힐(내리막길) 경주의 승패는 차량의 성능보단 실력이다.

자존심이 상한 남성은 어떻게든 떨구려 했지만, 저 낡은 차량은 귀신처럼 달라붙었다.

쿠오오옹! 부아아앙!

추월을 막기 위해 중앙선을 넘나드는 과격한 경주가 계속됐다.

삐뽀삐뽀!

갑자기 등 뒤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내리막길 안전지대에서 주차하고 있던 경찰차가 경주를 벌이는 두 차량을 발견하고 따라붙은 것이다.

[천마 님. 경찰입니다.]

“시끄럽다.”

신들린 운전 솜씨로 내리막 코스를 달리던 천마가 눈을 번뜩였다.

“지금이다!”

도로 반경이 매우 짧은 급 커브 구간이 연달아 이어지자, 결국 스포츠카가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때는 늦어서 중앙분리대 쪽을 통하고 들이받았다.

쿠옹!

그때를 놓치지 않고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가젤이 미끄러지듯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하하하! 저 녀석도 같이 처박겠구나!”

보아하니 속도를 줄여도 이미 늦은 상태다. 비틀거리며 중앙분리대 쪽으로 쏘아져 가는 천마의 차량을 지켜보던 남성이 낄낄대며 웃을 무렵.

쿠오오옹!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가젤은 다시 무게중심을 되찾고 빠른 속도로 코너를 빠져나갔다.

“…과, 관성 드리프트?”

남성은 입을 벌린 채 멀리 사라져 가는 낡은 차량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 *

“성공이구먼!”

김찬원은 환호를 질렀다.

“정말 대단혀, 천 씨!”

천마의 신들린 운전 솜씨는 소싯적에 공도 레이스를 즐겼던 김찬원조차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별거 아니다.”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승부가 벌어지면 어김없이 승리한다. 다른 세계라 해도, 다른 분야라 해도 고독한 승부사, 천마를 이길 강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삐뽀삐뽀!

그런데 저 멀리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아직도 들려왔다.

경찰은 최신형 스포츠카를 잡는 게 아니라 요란한 드리프트를 선보이며 질주한 가젤을 더 위험한 차량으로 생각한 것 같다.

“왜 이리 시끄러운가.”

“얼릉 밟아, 천 씨. 경찰이여.”

“그게 어쨌단 말인가.”

“잡히면 곤란혀. 일단 튀어.”

아무리 고금제일인이라 해도 천마 역시 마도 출신이다. 관부와 엮이면 성가신 일이 생긴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

일단 튀라는 말에 천마는 본능적으로 액셀을 꽉 밟았다.

퓨슈슉.

그런데 어디서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보닛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쌩쌩 달리던 가젤의 속도 역시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뭔가.”

“이런 썩을. 엔진 블로우여.”

천마의 말에 김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한계를 넘나드는 엔진 회전수를 사용한 탓에, 엔진이 손상된 것 같구먼.”

이러다간 경찰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그때 무명이 천마를 보며 말했다.

[천마 님. 천마 님은 현재 무면허에 외국인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두 눈을 뜬 무명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흠.”

차량을 갓길에 세운 천마가 김찬원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럼 김 씨. 뒤를 부탁한다.”

“응?”

“관인들에게 고문을 당해도 본좌의 행적은 불지 마라.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인 거다.”

“천, 천 씨……!”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무명을 안아 든 천마가 숲속으로 사라졌다. 조수석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던 김찬원의 눈동자는 점차 커져갔다.

* * *

-난폭 운전엔 노소(老少)의 구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젯밤 9시경, 복수산 고갯길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인 60대 남성이 현장에서 적발되었습니다…….

앵커를 비추다 전환된 TV 화면에는 하얀 연기를 뿜으며 멈춘 클래식카, 가젤의 모습이 보였다.

“으으으음.”

뉴스를 바라보던 장채원은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그녀의 눈앞엔 천마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저 사건을 천마, 네가 그랬다는 거야?”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서툰 도발을 하더군. 그래서 실력 차이를 잠깐 보여줬을 뿐이다.”

“근데 경찰 조사를 받는 건 왜 김 기사님인데?”

“본좌는 관부에 잡혀서는 안 될 몸이지 않나.”

“하아.”

이마를 짚은 장채원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다행히 벌금으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김 기사님이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고.”

몸을 일으킨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면허 따라는 말은 취소야. 그냥 앞으론 내 차를 타고 다녀.”

천마는 내당 쪽으로 걸어가는 장채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동차. 자동차라…….”

가늘게 접힌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

짜릿한 드리프트의 손맛을 잊지 못한 천마. 그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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