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43화 (43/285)

제43화. 천마와 편의점 소녀 (2)

XX대학병원 심장혈관 센터.

“삽입형 제세동기가 고장 난 상태인 것 같군요.”

의사의 말에 김혜원의 아버지, 김창웅이 눈을 크게 떴다.

“또 고장이 났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차트를 심각하게 살펴보던 의사가 나직이 말했다.

“제세동기라는 것이 워낙 정밀한 기계다 보니, 일상생활의 전자파나 자기장으로 본체 회로에 손상이 생기거나 프로그램 설정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잠시 말을 멈춘 의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환자분의 몸에서 때때로 전기가 쏟아지는 것 때문에, 제세동기가 자꾸 고장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시 수술해야 하는 겁니까?”

“제세동기 재삽입 수술도 벌써 3번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창웅은 머리칼을 감싸 쥐었다.

“방법이… 없다고요?”

“환자 몸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입니다. 그 때문에 쇼크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침음하던 의사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따님분이 확실히 각성자로 개화하여 몸 안에서 발생되는 전기를 견딜 만큼 심장이 튼튼해지는 것뿐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그런 경우가 더러 있긴 합니다. 하지만 확률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의사는 김창웅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게다가 환자분의 심장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다… 계속되는 전기 충격에 우측 심실마저 두꺼워진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숨을 깊게 들이쉰 의사가 무겁게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

“괜찮아.”

창백한 안색으로 병실에 누워 있는 김혜원은 아버지 김창웅에게 빙긋 미소 지었다.

“걱정 많이 했어?”

“아니.”

“뭐래? 다시 수술해야 한대?”

김혜원이 해맑게 웃자 김창웅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 활짝 웃었다.

“아니. 이제 안 해도 된대.”

“정말?”

“으응. 심장이 갑자기 튼튼해졌대. 바로 퇴원해도 된대.”

사실상 의사가 내린 건 시한부 선고였다. 하지만 김창웅은 그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행이다.”

김혜원은 침상에 걸터앉은 김창웅을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엔 희미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 * *

딸랑.

맑은 풍경 소리와 함께 편의점의 문이 열리며 회색빛 그림자가 스윽 하며 들어왔다.

천마였다.

“오늘은 열 개째다, 소녀.”

“어, 어서 오세요.”

자신만만하게 웃던 천마의 앞엔 늘상 알바를 하고 있던 소녀, 김혜원이 아닌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가 서 있었다. 바로 아버지 김창웅이었다.

“아, 손님이셨군요.”

고개를 숙인 김창웅은 기다렸다는 듯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은 고가의 과자, 구봉산 맛과가 서른 개나 들어 있는 과자 상자였다.

“이게 뭐냐.”

“저번에 딸아이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이 아니었다면, 저희 딸아이는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거예요.”

갑자기 심정지가 와 쓰러졌던 김혜원.

편의점 유리창 너머로 그 모습을 감지한 무명이 이를 알렸고,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온 천마는 그녀의 혈도를 짚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명의 조언으로, 택시가 아닌 천마의 경공으로 도심 중심가에 있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한 것이다.

“딸아이 말로는 이걸 가장 좋아하실 거라고 해서…….”

김창웅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자 천마가 물었다.

“소녀는 괜찮은가.”

“네? 아아,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로군.”

사양하지 않고 과자 상자를 집어 든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따봉 와사삭을 하나 받는 건 그럼 다음에 다시 와서 받도록 하겠다.”

“저, 손님.”

고개를 떨군 김창웅이 나직이 말했다.

“오늘로 저희 편의점은 문을 닫습니다. 아, 물론 곧 인수할 분을 찾을 때까지니까… 아예 닫는 건 아니지만요.”

“뭐라고?”

“새로 편의점이 오픈되면 열 개 더하기 하나 행사는 힘들 겁니다. 안 그래도 딸아이가 손님이 오면 전해 달라고…….”

김창웅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손님에게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이 시간에 오신다길래, 이 과자랑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행사가 안 된다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천마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쉽군.”

그리고 그는 냉담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천마의 등을 바라다보던 김창웅은 두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된 거니?”

천마가 밖으로 나가자 카운터에 서 있던 김창웅이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이제 된 거니, 혜원아?”

창백한 딸의 모습을 떠올린 김창웅이 이를 깨물었다.

“흐흐흑. 혜원아. 이제 아빠는 어떻게 사냐, 응?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

과자 박스를 한 손에 든 천마는 편의점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네놈, 거짓말을 했군.”

무심한 표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조용히 말했다.

“소녀가 많이 아픈 건가.”

[그렇습니다.]

천마가 쓰러진 김혜원을 병원에 데려다주었을 때, 무명은 이미 병원 전산망을 해킹해 김혜원의 카르테를 모조리 들여다본 터였다.

“어디가 아픈 건가.”

천마의 눈치를 보던, 무명의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매우 나직했다.

[전기 능력 각성을 개화하다 멈춘 케이스입니다. 때때로 몸에서 발생되는 강력한 전기가 심장에 충격을 주다 보니… 희귀병에 걸린 셈이죠.]

“희귀병?”

[정확한 병명은 우심실 이형성증입니다. 쉽게 말해 몸에서 발생되는 전기로 인해 심장 한쪽이 두꺼워지는 희귀 난치병에 걸린 겁니다.]

“치료 방법은?”

[현재 의학으론… 전무합니다. 본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기계를 몸 안에 삽입하는 것으로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 전기 능력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군.”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지만,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편의점 입구의 반대편에 묵묵히 기대어 있던 천마의 뺨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분명 바람은 차가웠는데 피부에 닿은 느낌은 따스했다.

[천마 님.]

무명의 말에도 천마는 장승이 된 것처럼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1분… 5분이 지나자 무명은 다시 말했다.

[안 돌아가십니까.]

묵묵부답으로 서 있던 천마는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밤하늘 사이로 환한 유성이 성호를 긋고 지나간다.

[천마 님.]

무명의 재촉에 천마가 들고 있던 과자 박스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군.”

[네?]

“열 개 더하기 하나라고 했던가. 상당한 혜택이다. 본좌가 있던 무림엔 그런 게 없었으니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편의점을 닫게 할 순 없지 않나.”

[혜원 양을 구하고 싶은 겁니까.]

“흥, 혜택 유지의 이유일 뿐이다. 이 편의점은 위치도 좋고 물건도 신선하지. 한동안 문을 닫게 된다면 본좌의 생활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거다.”

[그렇군요.]

무명은 ‘혜원 양도 천마 님의 사람이 된 거군요.’라는 말을 꾹 삼켰다.

타인에게 지독하리만큼 냉혹한 사용자 천마.

하지만 자신의 시야 안으로 들어온 것은 무엇이든지 아낀다. 그리고 무명은, 천마의 그런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지길 늘 바랐다.

[맞습니다. 열 개 더하기 하나 행사는 상당한 혜택이니까요.]

무명이 동의하자 천마가 말했다.

“이곳은 신이라는 자들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세계다. 당연히 의술을 능가하는 힘이 존재하겠지?”

천마가 날카로운 눈으로 내려다보자 무명이 말했다.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말하라.”

[하지만 이 방법을 실행할 경우, 천마 님은 영지의 직원에서 박탈. 저 역시 불량품으로 낙인이 찍힐 확률이 높습니다.]

“불량품?”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방조, 묵인, 프로그램의 제약을 벗어난 안내를 실행해야 하니까요. 가장 큰 문제는…….]

커다란 센서부의 눈을 가늘게 축소시킨 무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채원 님이 비밀스럽게 봉인해 둔 데이터베이스를 동의 없이 열어야 합니다.]

“그것뿐인가.”

흔들림 없는 천마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무명이 짧게 대답했다.

[네, 그것뿐입니다.]

* * *

세이프던전 지역, 최북단.

그곳엔 검은 탑 던전이라 불리는 상당히 독특한 B급 던전이 있다.

검은색으로 물든 탑 모양의 던전 내부는 나선형으로 길게 이어지는 계단과 통로가 있는데, 그곳에는 무기를 든 고블린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낮은 위험도의 하급 몬스터인 고블린이 나오는 게, 뭐가 대단할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층마다 나타나는 고블린의 숫자는 무한대. 한마디로 이 던전은 좁은 통로에서 쏟아지는 고블린을 끝없이 죽여야 하는 곳이었다.

[이제부터 천마 님은 고블린들을 죽이지 않고 8층 꼭대기까지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럼 몰려오는 마물들을 가만히 놔두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지잉지잉 소리를 내며 눈을 번뜩이던 무명이 말했다.

[그것이 고블린 버서커의 출현 조건이니까요.]

“그게 뭐냐.”

[고블린 버서커. 위험도 2만의 히든몬스터로, 불사에 가까운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죽이는 방법은 체력을 모두 소모시켜 재생력을 약화시킨 후, 머리를 잘라내야 합니다.]

몰려오는 고블린들을 보던 무명이 천마의 품속으로 쏙 들어갔다.

[천마 님의 육체가 쇠보다 단단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아무리 튼튼한 바위도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부서질 수 있으니까요.]

“감히 무학의 정점에 도달한 본좌에게 그러한 이치를 들먹이는 거냐.”

따앙! 콰직!

어느새 달려온 고블린들은 날카로운 무기로 천마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뿐만 아니라, 떼거리로 다리를 붙잡고 늘어져 걸음을 옮기지 못하도록 했다.

“성가시군.”

달라붙은 고블린을 떼어내려던 천마는 무명의 말을 기억해 내고 다시 손을 거두었다.

“흠.”

천마는 한 손으론 얼굴을, 한 손으론 품속의 무명을 가린 채 천천히 통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끼이이!

사방으로 몰려오는 고블린의 숫자는 갈수록 많아졌다. 그럴수록 천마의 걸음걸이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행여라도 손이나 발을 사용해 고블린이 죽기라도 하면 모든 고생이 허사가 되니까.

“뭔가 달라진 거 같은데.”

6층에 이르자 허리까지 오던 작은 고블린들이 점차 커지더니 어느새 천마와 비슷한 크기의 고블린으로 변해 있었다. 고블린 로드였다.

“층수가 높을수록 강한 놈이 나타난다는 거냐.”

[이상합니다. 비밀 데이터베이스에도 이런 정보는 없습니다.]

특이점에 도달한 몬스터가 상위기종으로 진화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던전에 있는 몬스터의 종류가 바뀌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푸슉.

고블린 로드가 휘두른 도끼에 의해 천마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괜찮으십니까?]

이마의 피를 닦아낸 천마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리 금강지체를 이룩했다 해도… 내공 수위에 영향을 받는군.”

금강지체라는 건 내, 외공이 절정에 달해야만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경지.

십 갑자의 내공이 소실된 천마의 육체는 더 이상, 완벽한 금강지체를 유지할 수 없던 것이다.

푸욱. 치익.

어느덧 천마의 피부에는 날카로운 무기들의 날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천마 님!]

“호들갑 떨 필요 없다. 그냥 살가죽만 뚫었을 뿐이니.”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뚝. 뚝. 천마의 소매와 발끝에선 붉은 피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는 오히려 가슴을 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천마는 천마. 이 세상 어떠한 시련도 그의 몸을 구부리게 할 순 없었다.

“마지막 층인가.”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8층에 도달한 천마의 앞에 어둠으로 물든 거대한 대전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군.”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천마가 얼굴의 피를 쓱 훑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

끼리릭.

천마의 품에서 나와 어깨에 올라탄 무명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블린 버서커의 출현 조건은 모두 완수하였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몬스터가 나타날 겁니다.]

후욱. 후욱. 후욱.

그때 벽 곳곳에 만들어진 횃대에서 새빨간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쿠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오!

검은 공간에서 나온 거대한 그림자가 고개를 들고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뾰족하게 튀어나온 뿔을 가진 소의 형상을 한 머리에, 인간 형태의 몸이 번들거리는 검은 털로 뒤덮인 근육질의 몬스터였다.

위이이잉.

두 눈에서 하얀빛을 몬스터에게 쏘아내던 무명이 말했다.

[미노타우로스?]

“그게 뭐냐.”

무명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에서 붉은빛을 번뜩였다.

[고블린 버서커 대신, 출현 조건조차 밝혀지지 않은 히든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고블린 버서커의 출현 조건을 완수했는데, 어째서…….]

위이잉.

무명의 몸에서 기계음이 들려올 무렵.

쿠오오오오오오!

그에 맞춰 미노타우로스도 두 팔을 벌려 포효하기 시작했다.

[천마 님. 후퇴하십시오.]

“뭐라고.”

[미노타우로스는 아직 위험도와 공략 방법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마물입니다. 굳이 상대할 필요가…….]

콰앙!

어느새 번개처럼 달려온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이 무명이 올라타 있는 어깨 부근을 스쳤다.

만약 천마가 재빨리 몸을 피하지 않았더라면 무명의 몸은 박살이 났을 것이다.

“널 노리는 것 같군.”

[아마 빛을 쏘아내어 자신을 분석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나 봅니다.]

“그런가.”

파앙!

순식간에 천마대능력을 끌어올린 천마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쏟아졌다.

“본좌도 이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시에 비어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아랫배에 주먹을 꽂았다.

쾅 하는 폭음 소리와 함께 미노타우로스는 한줄기 화살이 되어 반대편 벽까지 날아갔다.

후드드득.

사방에 먼지가 휘날리며 무너진 돌무더기 사이로 시꺼먼 미노타우로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호, 그걸 받아낸다고.”

아무리 무공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천마대능력이 담긴 주먹은 화강암도 가루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저 거대한 미노타우로스는 별다른 타격이 없는 듯 덤덤히 일어서는 게 아닌가?

크후후후후.

미노타우로스는 낮게 웃더니 한 팔을 벌렸다.

그러자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빛무리가 쏟아지더니, 어느새 검게 물든 미늘창 하나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무기를 소환하다니. 생긴 건 소인데, 하는 짓은 부적을 쓰는 법사 같군.”

천마의 감탄 소리에 무명이 말했다.

[천마 님. 저 몬스터는 고블린 버서커가 아닙니다.]

“안다.”

[그런데 뭣 하러 상대하십니까.]

“혹시라도 비슷한 걸 몸에 품고 있을 수 있잖나.”

미노타우로스를 응시하는 천마의 눈동자에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잠시 침묵하던 무명은 위잉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빛을 미노타우로스의 몸에 쏘아냈다.

[조금만 버텨주십시오, 천마 님. 제가 반드시 공략법을 알아내겠습니다.]

“버티라고?”

콰우우우.

천마가 천천히 손가락을 벌리자 시뻘건 불꽃이 손바닥 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본좌는 천마다.”

크오오오오오!

거대한 미늘창을 양손으로 든 미노타우로스가 천마를 향해 돌진했다.

“본좌의 앞을 가로막는 건 모조리 부술 뿐이다!”

동시에 산악이 쏟아지는 듯한 압력을 쏟아내는 미늘창과 천마의 붉은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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