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40화 (40/285)

제40화. 천마와 특수대응팀 (2)

실드경계지역 외곽 끝자락.

새로 지어진 초소이자, 특수대응팀의 보금자리인 빌라 5층은, 주거 공간이 아닌 상황실 겸 회의실로 꾸며져 있었다.

“저 건물 옥탑방에 산다고요?”

한참 동안 초홍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은호가 코웃음을 쳤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실드와 딱 붙어 있는 건물 옥탑방에서 살아요? 언제 실드가 뚫릴지도 모르는 곳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 그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협회에서 우리를 관찰하려고 보낸 사람일 거예요. 박정민 실장님이 실각한 이후로, 협회에서는 노골적으로 팀장님을 뭉갰잖아요.”

“은호야.”

한만재가 손으로 제지했지만 유은호가 짜증스럽게 말을 이었다.

“맞잖아요. 솔직히 팀장님이 장금선 어르신 제자라고 핍박받은 게 이번뿐이에요?”

협회를 지탱하던 1세대 각성자이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정신 계열 스킬 능력자, 장금선.

하지만 인간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도 있는 무서운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장금선은 협회에서 쫓겨나듯 은퇴했고 감시를 받았다.

그리고 스승보다도 더 큰 잠재력을 가진 초홍 역시 협회에선 끊임없이 경계하고 의심하고, 관찰하는 상태였다.

박정민 실장은 그런 초홍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지만, 그가 실각한 뒤로 초홍은 협회에서 계륵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시야에서 벗어나게 할 순 없고, 가까이 두자니 불안한 존재.

그것이 협회가 초홍, 아니 정신 조작 각성자를 대하는 시선이었다.

“걱정하지 마. 저 사람, 협회에 관련 없는 건 확실하니까.”

“무슨 소리예요? 그게.”

“근처 부동산에 이미 알아봤어. 단순히 집값이 싸다고 해서 들어온 거래.”

초홍의 말에 유은호의 얼굴빛이 싸늘해졌다.

“그걸 믿으라고요?”

“그래, 맞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

심호흡을 한 초홍이 천천히 말했다.

“저 사람. 엄청난 힘을 가진 각성자야. 미등록이긴 하지만.”

미등록 각성자가 도심과 멀리 떨어진, 가장 위험한 실드경계지역에 산다니.

팀원들은 의문이 솟구쳤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곧 초홍이 모든 걸 설명할 것임을 잘 알기에.

“얼마 전 어르신이 운영하는 선술집에 찾아왔었어. 그리고…….”

초홍은 팀원들에게 지금까지 보았던 일을 모두 상세히 들려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팀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도무지 제 귀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위험도 13,000짜리 히든몬스터, 그것도 아이스골렘을 한 방에 부쉈다는 게.”

한만재의 말에 초홍은 대답 대신 작은 금속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러자 허공에 푸른빛이 물결처럼 피어오르더니, 아이스골렘을 파괴하는 천마의 입체 영상이 수놓아졌다.

“허어.”

모든 걸 지켜보던 한만재가 한숨을 터트렸다.

“협회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있었군요. 저런 무시무시한 미등록 각성자가.”

“그러게요. 여기에 집을 지어놓고 계속 대기나 시키려는 줄 알았는데.”

나직한 신채영의 말에 유은호가 피식 웃었다.

“틀린 말도 아니지. 히든몬스터가 나타나서 실드를 뚫거나, 안정화된 세이프던전에서 조난 구조를 보내는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있다고?”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키던 초홍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최근 몇 개월간 강력한 히든몬스터의 등장이 잦아졌어. ‘과연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강력한 미등록 각성자의 존재도 사실로 밝혀진 셈이고.”

“팀장님.”

그때 허공에 띄워진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한만재가 말했다.

“저런 증거가 있는데 협회에 왜 보고하지 않은 겁니까?”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초홍이 심호흡을 했다.

“보다시피 저자가 한 거라곤, 위기에 빠진 각성자들을 구하고 히든몬스터를 처리한 것뿐이에요. 심지어 아이스골렘에서 나온 유물을 쳐다보지도 않았죠.”

“그런 이유로 저자를 가만히 놔둘 생각입니까?”

한만재의 빤한 시선을 피한 초홍이 고개를 저었다.

테이블 위에 올린 홀로그램 영사기를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저자를 가만히 놔두라고 말씀하셨어요.”

‘협회를 온전히 보전하고 싶으면.’이라는 말을 삼킨 초홍이 다시 말했다.

“지금 섣불리 저자를 자극해 봤자 좋을 것도 없을 테고요.”

“으음.”

눈앞에 펼쳐진 입체 영상을 바라보던 한만재가 침음을 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실력자들이 모인 특수대응팀의 주 업무가 바로 ‘히든몬스터’ 퇴치였다.

그리고 히든몬스터들이 출현하는 이유 중에 절반은 돈에 눈이 먼 미등록 각성자들이었다.

게다가 한만재에겐 미등록 각성자를 절대 용서하지 못할 이유까지 있었다.

“그렇게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에요. 저 정도 실력자를 구속하려면 협회의 주력팀 세 곳 이상이 필요할 테니.”

하긴, 저 붉은 눈을 가진 남성이 펼친 주먹의 위력은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만재의 질문에 초홍은 팔짱을 끼고 있는 유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야. 이번 일은 네가 조사해.”

“제가요?”

“그래. 앞으로 1주일 동안 저 사람이 뭘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빠짐없이 관찰해. 신상에 관한 것, 그리고 주력 스킬이나 약점… 아니, 사소한 버릇까지 모조리.”

유은호의 스킬은 초고속 이동.

이 스킬은 전투뿐만 아니라, 은밀히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서도 최고의 스킬이었다.

“알겠습니다.”

유은호가 대답하자 심호흡을 한 초홍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을 어떻게 할지는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 * *

어느 고층 빌딩의 옥상 난간.

바람이 부는 옥상 난간에 선 채 복복 인테리어 건물을 내려다보던 유은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는 살기등등한 얼굴을 한 사진이 붙어 있는 외국인 등록증이 띄워져 있었다.

“외국인이라.”

화면에 띄워진 자의 이름은 천마.

얼마 전 외국인 등록증을 취득했으며, 복복 인테리어라는 작은 인테리어 매장에 취직을 한 상태라고 한다.

“이해가 안 가네.”

며칠간 천마를 관찰한 유은호는 매우 당황한 상태다.

그는 지금까지 특수대응팀에 몸담으며 수많은 전투를 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토록 괴상하고 독특한 인물을 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던전이나 가지, 왜 저런 막일을 하는 거야.”

유은호는 천마라는 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1급 각성자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소규모 인테리어 가게에서 막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것에 비해 결과는 신통치 않다.

걸핏하면 부수고, 툭하면 일꾼들과 승강이를 벌인다. 이해력은 빠른 것 같은데, 기계를 작동하는 게 서투르고 때때로 이상한 시공법을 고집한다.

거기다 각성자도 아니면서 때때로 나노봇을 어깨에 매달고 돌아다녔고, 점심은 곧 죽어도 짜장면으로 먹었다.

“저 젊은 여사장은 왜 저런 사람을 채용한 거지?”

더 황당한 것은 복복 인테리어를 운영하는 사장, 장채원이라는 젊은 여성의 태도였다.

매번 골머리를 싸안으면서도 저토록 골치 아픈 직원을 자르지 않고 눈물겹게 일을 해결하고 있었다.

물론 때때로 폭력적인 말투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천마라는 인간이 벌인 일을 생각해 본다면 부처님 같은 자비를 베풀고 있는 셈이다.

“으음.”

응접 테이블에 앉아 장채원에게 한창 잔소리를 듣는 천마의 모습을 바라보던 유은호가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모르겠네.”

매일 일을 망치고 잔소리를 듣는 것이 반복되는, 소름 끼치도록 일정한 일과.

그것을 1주일 동안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질 정도였다.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천마라는 자는 불법적인 일로 큰돈을 벌려고 하거나, 딱히 능력을 남용하는 것 같진 않다.

미등록 각성자가 이 정도로 성실히 살아준다면 오히려 이쪽에서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다.

“아니, 그럴 리가 없나.”

생각해 보면 무서우리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다.

1급 각성자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이런 작은 인테리어 가게에서 막일을 한다?

분명 자신의 정체를 은밀히 숨긴 채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일을 꾸미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직 1주일도 채 되지 않았어.”

실드경계지역 보초라는 한직으로 밀려난 덕에 시간은 차고 넘칠 듯이 많다.

유은호는 반드시 저자의 진면목을 파헤치리라 마음먹었다.

늦은 새벽.

유은호는 빌라 옥상에 설치된 간이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최소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은 천마라는 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완벽히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번쩍.

뒷머리에 손을 포개고 있던 유은호의 눈이 갑자기 번뜩 떠졌다.

조심스럽게 걸어가 옥상 난간에 몸을 붙인 그는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뚜벅뚜벅.

그곳엔 육중한 몸을 드러낸 천마라는 자가 시내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은호의 입에선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꼬리를 잡았군.’

이 새벽에 이유 없이 밖으로 나갈 리는 없을 터. 분명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음이 확실했다.

심호흡을 한 유은호는 스킬을 펼쳐 조용히 천마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안내 설정?’

멀리 떨어진 건물 옥상을 내려다보던 유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마라는 자의 어깨에 올라탄 나노봇이 바닥에 길 안내를 위한 유도선을 쏘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동네의 지리를 모르는 건가?’

물론 나노봇에는 던전 외에 일반적인 길 안내 기능도 있긴 하다.

하지만 보통 자동차나 휴대폰에 있는 걸 쓰지, 던전도 아닌 곳을 나노봇을 매달고 길 안내를 받는 자는 거의 없었다.

‘편의점에 가려는 건가.’

마침내 천마가 도착한 곳은 대로변 앞에 있는 어느 편의점 앞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콰앙!

커다란 폭음 소리와 함께 스포츠카 한 대가 쏘아진 화살처럼 천마의 몸뚱이를 그대로 받아버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교통사고였다.

아무리 각성자라도 저 정도의 충격이면 분명 나가떨어져야 하는데…….

‘경질화 스킬도 있는 건가.’

치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천마는 전봇대처럼 우뚝 서 있었고, 오히려 달려온 스포츠카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하던 유은호가 입을 벌렸다.

나노봇이 하는 말과 천마라는 자가 하는 말. 그리고 이후의 상황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상황을 지켜본 유은호는 극심한 혼란을 느꼈다.

저 괴상한 나노봇은 대체 뭘까?

저자는 왜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은 걸까?

밀려드는 잡념에 유은호가 머리를 도리질할 무렵, 갑자기 온몸의 털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한 쌍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을 뚫고, 유은호가 서 있는 건물을 빤히 응시했기 때문이다.

‘들켰다!’

휘익.

이를 꽉 깨문 유은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곳을 벗어났다.

쏘아진 유성처럼 순식간에 건물을 벗어난 그는 단숨에 실드경계지역에 있는 빌라의 옥상으로 돌아왔다.

“허억. 허억.”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은신, 정찰에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유은호이었다.

“색적 스킬 같은 게 있는 건가.”

유은호의 은신, 추적 실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힌다.

마음만 먹으면 전략기획실장, 김수웅의 하루 일과를 느긋하게 관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저자는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은밀히 숨어 있는 자신의 기척을 대번에 간파했다.

“위험해…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냐.”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도저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명체를 대하는 느낌이다.

가쁜 숨을 고르던 유은호는 이를 깨물었다.

“확실히 해야겠어.”

* * *

다음 날 아침, 특수대응팀 빌라 4층 회의실.

팀원들에게 지금까지 천마를 관찰했던 내용을 보고하던 유은호는 의외의 말을 던졌다.

“…그래서 팀장님의 슈트가 필요합니다.”

“은신용 나노슈트를 빌려달라고?”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한 유은호의 표정을 보며 초홍은 눈을 깜빡였다.

은신용 나노슈트.

정신 조작 능력 발현 시 몸을 원활히 움직일 수 없는 초홍이 사용하는 초고가의 슈트로, 몸을 투명화시킬 수 있는 AC(Active camouflage:능동 위장) 장치가 달려 있다.

“안 될까요?”

“당연히 안 되지. 그건 정찰용으로 쓸 만한 물건이…….”

유은호의 굳은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초홍이 물었다.

“설마, 그자에게 들킨 거야?”

“아마도요.”

그 대답에 초홍뿐만 아니라 나머지 팀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은호의 초고속 이동 스킬은 S급. 마음만 먹는다면 색적 스킬마저 무효화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들킨 이상, 더 이상 진행할 필요 없어. 이번 일은…….”

“아니에요. 제가 조금 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요.”

저자는 정의의 사도일까.

유은호는 어젯밤 초홍이 보여준 영상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내용을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것 가지고 판단할 순 없다. 도무지 능력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능력을 가진 미등록 각성자니까.

“조금만 더 확인한다면, 그자에 대해 알 것 같아요.”

유은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초홍을 바라보았다.

“슈트 좀 부탁해요. 팀장님.”

심각한 표정을 짓던 초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즉시 멈춰야 해, 알겠지?”

주먹을 꽉 쥔 유은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 * *

은신용 나노슈트를 입은 유은호는 밤낮으로 천마를 관찰했다.

밤새 천마의 옥탑방을 감시했고, 낮에는 그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하루 일과를 관찰했다.

그렇게 며칠이 되자 이상한 점 한 가지를 발견했다.

인테리어 매장 안쪽으로 이어진 창고와 한옥 집은 무슨 수를 써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결계를 쳐놓은 것처럼, 벌레 한 마리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그 젊은 여사장도 미등록 각성자인가.’

그럴 확률도 높다.

저런 강력한 힘을 가진 각성자를 직원으로 둘 정도라면 사장 역시 평범할 수는 없을 테니까.

유은호가 확인하고 싶은 건 한가지였다.

미등록 각성자인 천마라는 자가 왜 던전에 가는지.

그것만 알게 된다면, 천마라는 자가 어떤 인간이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또 편의점으로 출근을 하는군…….”

천마라는 자의 퇴근 후 일과는 기계적이었다.

엄마손 분식이라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대로변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이상해. 갑자기 왜 저러지?’

편의점 건물에 몸을 바싹 붙인 채 나노봇과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 표정을 보니 매우 중요한 일이 발생했음이 분명했다.

‘들어야 해.’

능동 위장 장치를 켠 유은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은밀하게 편의점 건물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귓속에 설치된 원거리 음성 탐지기의 전원을 켰다.

“…….”

천마와 나노봇의 음성을 은밀히 듣던 그의 표정은 점차 놀라움으로 굳어갔다.

며칠 후.

시내의 어느 종합병원 옥상에 서 있던 유은호가 묘한 미소를 띠었다.

마침내 그는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마라는 인물이 왜 던전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또 다정다감하고 정의로운지 말이다.

찰칵.

손목에 장착된 초소형 컴퓨터를 켠 그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을 기록한 보고서를 팀장인 초홍에게 전달하려 했다.

“음.”

하지만 한만재와 신채영의 얼굴을 떠올린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등록 각성자를 증오하는 한만재와, 칼 같은 원칙주의자인 신채영을 납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까.

“아무래도… 직접 설득해야겠지.”

다음 날.

빌라 4층 회의실에는 초홍을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유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제 말해봐.”

초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직접 말해야 한다는 거야.”

경직된 얼굴로 앉아 있던 유은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놔둬야 합니다. 아니, 좋은 사람입니다.”

“뭐?”

“생각 같아선 임시 출입증이라고 만들어주고 싶을 만큼요.”

유은호의 말에 한만재가 인상을 팍 썼다.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범법자가 뭐가 좋은 사람이야?”

“범법자라곤 볼 수 없어요.”

“미등록 각성자가 불법으로 던전에 들어가잖아.”

“좋은 일을 은밀히 하려고 미등록을 한 거라면요.”

“뭐?”

그때 맞은편에 있던 초홍이 말했다.

“우선 상세하게 이야기해 봐. 아까 말한 스포츠카 사건은 뭐고, 편의점 알바생은 또 뭔지.”

심호흡을 한 유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스포츠카 사건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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