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34화 (34/285)

제34화. 천마와 불가사리 (1)

다양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던전.

그 위험하고도 독특한 곳은, 매일 좁은 건물 안에서 인테리어 시공일을 반복 하는 천마에겐 새로운 자극이었다.

때때로 던전을 방문할 때마다 강호를 주유하는 듯한 착각마저 느꼈다. 무림에 대한 향수 따윈 없지만, 뭐든 통쾌하게 부술 수 있는 던전은 천마에게 휴식처와도 같은 곳이었다.

‘무명 녀석…….’

하지만 얼마 전 벌어졌던 아이스골렘 사건처럼, 던전에 가면 무명의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경우도 많았다.

‘현장 일에는 못 데려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로군.’

어느 다세대 주택 인테리어 현장.

위이이잉. 철컥철컥.

뿌연 먼지와 요란한 전동 공구 소리가 뒤섞인 공사 현장엔 인부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타일 기사는 욕실에 쭈그려 앉아 타일을 붙이고 있었고, 목수는 톱이 달린 테이블에 선 채 몰딩을 자르고 있었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는 거구의 사내가 팔짱을 낀 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천마였다.

“후후후.”

먼지 속에 우뚝 서 있던 천마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를 내려두었다.

“드디어 첫 개시로군.”

검은색 플라스틱 상자 측면에는 천마전용공구(天魔全用工具)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져 있었다.

바로 일전에 다다 만물상에서 구매한, 천마의 전용 공구 상자였다.

엉뚱한 추리를 한 천마는 접근 금지를 당했지만, 장채원이 터주신에게 사정사정하여 공구는 구매할 수 있었다.

철컥.

경쾌한 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잠금장치를 푼 천마의 눈동자에선 희열이 차올랐다.

뚜껑을 열면 매끈하고 유려한 곡선을 지닌 수공구들이 반짝이는 빛을 머금은 채 자신을 반겨줄 것이다.

-뀨?

하지만 뚜껑을 열자 보이는 건, 새하얗게 물들어 있는 족제비 한 마리였다.

바로 쇠를 먹는다는 전설의 영물, 불가사리였다.

으저적.

게다가 입에는 반쯤 부서진 몽키 스패너가 물려 있었다.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불가사리가 공구함에 몰래 숨어들어 공구를 먹고 있던 것이다.

“설마.”

천마는 떨리는 손으로 공구 상자를 살펴보았다.

공구통 안쪽에 놓아두었던 펜치와 롱 노우즈, 플라이어 등등. 다양한 수공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할 자리엔 은빛 쇳조각들만 남아 있었다.

“이놈…….”

부들부들 몸을 떤 천마의 눈에선 시뻘건 한망(寒芒)이 쏟아졌다.

“하찮은 미물 주제에 본좌의 공구에 손을 대다니!”

분노한 천마는 불가사리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콰릉.

천둥소리와 함께 강력한 일장이 쏟아지자 하얀 잔상을 남긴 불가사리는 어느새 거실 분합 창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뀨뀨?

천마가 놀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 불가사리가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흐흐흐. 감히 본좌를 능멸하다니.”

이성을 잃은 천마는 불길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권마칠식, 권마무도(拳魔無道)!”

붉게 달아오른 천마의 손이 맹렬히 회전하더니, 수백 개의 손그림자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상대는 불가사리. 신수(神獸)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동작은 번갯불처럼 빠르고, 육체는 금강석보다 단단하다고 알려져 있는 영물이었다.

-뀨!

붉게 달아오른 주먹이 해일처럼 끊임없이 밀려들자 불가사리는 무림 고수처럼 신묘한 동작으로 권법을 피해냈다.

“뇌인파멸!”

콰앙! 퍼엉! 와장창!

“으어어, 이게 뭐야?”

거실에서 일하던 인부들은 난데없는 날벼락에 공구를 던지며 현장을 탈출했다.

“이 노옴!”

하얀 번개처럼 움직이는 불가사리와 붉은 구름이 되어 그것을 쫓아가는 천마.

그로 인해 애꿎은 공사 현장 내부는 걸레짝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공사 현장이 박살 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채원.

그녀는 폐허처럼 변해 있는 공사 현장 내부를 둘러보며 입을 쩍 벌렸다.

“대체 이게…….”

-뀨!

장채원을 발견한 불가사리는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며 재빨리 그녀의 어깨에 올라탔다.

그녀는 어깨에 올라탄 채 볼을 부벼대는 불가사리를 보며 빙긋 웃었다.

“제비?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장채원은 다다 만물상에서 얻어온 불가사리에게 제비란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 기르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매장 앞에 전시해 놓은 천마의 만마소궁을 내당으로 옮겨 제비의 보금자리로 만들어주었다. 그 후론 제비가 가장 잘 따르는 인간이 된 것이다.

“거기 서라!”

그때 부서진 안방에서 튀어나온 천마가 붉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외쳤다.

“점주! 그 녀석을 잡아라!”

“왜, 왜 그래?”

“저 족제비 녀석이 또 본좌의 공구를 처먹었다!”

“뭐어?”

“이걸 봐라!”

천마는 한쪽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공구 상자를 가리켰다.

깨끗하게 놓여 있어야 할 공구들이 대부분 과자 부스러기처럼 조각이 나 있었다.

“제비, 너 이 녀석. 또오…….”

장채원이 짐짓 인상을 쓰자 제비는 미안한 듯 웃으며 애교를 피웠다.

-뀨웅.

“내가 절대 공구는 먹지 말라고 했잖아. 쇠를 듬뿍듬뿍 주는데 왜 자꾸 공구를 집어먹는 거야?”

제비는 입술을 내밀며 몸을 배배 꼬았다. 마치 ‘그건 간식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점주!”

“아아, 알았어.”

장채원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천마에게 말했다.

“좋아. 사정을 알았으니까… 널 탓하진 않을게.”

“그게 무슨 소린가! 본좌를 탓하다니!”

두 주먹을 꽉 쥔 천마는 제비를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내 오늘은 결코 용서치 않겠다. 저 탐욕스러운 족제비 놈의 털을 모두 뽑아버려,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바스러진 공구들의 넋을 위로하겠다.”

“공구가 무슨 사람이야? 됐어! 내가 새로 사다 줄 테니까 그만해.”

“점주!”

“그럼 이 박살 난 현장, 네가 책임질 거야?”

아닌 게 아니라 공사 현장은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나마 인부들이 모두 천마의 사정을 아는 요괴들이었으니 망정이지, 인간 인부를 썼다면 신지관리팀에 불려갈 만한 상황이었다.

“그건…….”

천마가 말을 잇지 못하자 장채원이 이마를 매만졌다.

“알아. 많이 화가 난 거. 나도 제비가 잘못한 걸 아니까, 여기까지만 하겠다는 거야.”

“여기까지라니. 본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됐어. 오늘은 이렇게 되었으니까 이만 철수하고…….”

뭔가 생각난 듯 장채원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매장에 돌아가서 이거나 만들고 있어.”

천마가 종이를 받아들자 그곳엔 여러 가지 도형과 사이즈가 적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뭔가.”

“아, 제비한테 만들어줄 캣타워야. 치수 정확히 적어놨으니까 그대로 만들면 돼. 모서리 같은 건 너무 둥글게 갈아내지 말고. 조립할 때 틀어지니까.”

“캣타워?”

“제비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놀 수 있는 놀이기구야. 만마소궁인지 뭔지보다 간단할 거야. 솜씨 좀 발휘해 봐.”

그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부들부들.

종이를 쥔 천마의 이마엔 굵은 핏발이 섰다.

“그러니까… 본좌더러 저 족제비의 장난감이나 만들라는 건가.”

“너무 그러지 마. 이렇게 제비가 몰래 현장에 오는 것도 다 집에만 있는 게 심심해서 그런 거잖아? 이렇게 다양한 놀이기구를 만들어주면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거절한다!”

종이를 홱 던진 천마가 붉은 눈을 번뜩였다.

“저딴 족제비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어줄 호의 따윈 없다!”

“여기서 무슨 호의를 찾아. 그냥 만들어주면 되지.”

“그렇게 점주가 오냐오냐 하니까 저놈이 더 기고만장해지는 것이 아닌가. 저 동물을 똑바로 기르려면 제대로 된 인격과 사상, 그리고 품성과 예절을 가르쳐라!”

“아니, 제비가 무슨 사람이니? 제비는 이제 갓 태어난 신수라고, 신수.”

“어쨌든 거절이다. 차라리 창고 정리를 하겠다.”

천마가 몸을 홱 돌리자 장채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업무 명령이야, 명령.”

“뭐라?”

“그럼 네가 여기 현장 다 정리할래?”

천마를 바라보던 장채원은 자신의 어깨에 올라탄 제비의 뺨을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기 있는 천마 아저씨가 이제부터 재밌는 장난감을 만들어줄 거야. 그러니까 이젠 서로 사이좋게 지내. 알겠지?”

무슨 아이를 기르냐며 따지는 천마에게 그녀는 제비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 대하듯 하며 말했다.

-뀨뀨.

“우쭈쭈. 그랬쪄? 무서웠쪄?”

“이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천마의 눈동자는 하얗게 뒤집히고 있었다.

복복 인테리어 창고 내부.

창고 방 안쪽에 놓인 서랍을 연 천마는 그곳에서 종이에 말린 두툼한 실뭉치를 꺼내 들었다.

[속이 안 좋으십니까?]

창고 선반 위에 올라가 있던 무명은 쭈그려 앉아 실을 푸는 천마를 보며 물었다.

[그 민간요법은 한의학에서 전해지는 사혈요법이 잘못 전파된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무명은 대답 대신 앙상한 손 하나를 몸통에서 쑥 뽑았다.

[차라리 약손요법을 추천드립니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의견도 있지만,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퍽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무명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천마는 풀어낸 실뭉치를 쥐고는 창고로 향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무명은 충전스테이션 아래로 폴짝 뛰어내렸다.

[천마 님. 대체 뭘 하시려는 건가요?]

천마는 집성목이 쌓여 있는 곳에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른손에는 나뭇가루가 뚝뚝 떨어지는 톱이, 왼손에는 가느다란 실이 쥐여 있었다.

[아, 장채원 님이 부탁한 장난감을 만드시려는 중이셨군요.]

그러자 천마가 쥐고 있던 실을 꽉 움켜쥐며 눈을 번뜩였다.

“심심하다고? 장난감 놀이기구를 만들면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얄미운 불가사리의 얼굴을 떠올린 천마가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흐. 좋다. 만들어주지. 네놈의 장난감.”

톱날의 측면을 혀로 할짝 핥은 천마는 쌓여 있는 집성목을 노려보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무슨 장난감을 만들지는 본좌가 정할 것이다.”

[아아.]

내막을 알게 된 무명은 이마에 손을 짚은 채 다시 창고 방으로 돌아갔다.

불가사리가 천마의 공구를 종종 씹어먹는 탓에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무명의 몸체가 하이브라는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탓에 불가사리가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천마 님, 힘내세요.]

내심 불가사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무명이 충전스테이션에 오르기 전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음 날 아침.

“응?”

어깨에 제비를 올려둔 채 출근한 장채원은 창고에 놓여 있는 기괴한 물건들을 발견하곤 비명을 질렀다.

“꺄악!”

다양한 공구들과 자재들이 쌓여 있는 창고 한쪽에는 나무로 만든 기괴한 목각인형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하나같이 뾰족한 무기를 쥔 형태를 하고 있는 목각인형들은 마치 저주받은 물건처럼 붉게 물든 철사를 칭칭 감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채 웅크리고 있는 천마였다.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놀랬잖아!”

“뭐 하는 거냐니. 여기서 저 동물의 장난감을 만들어주고 있지 않나.”

낮게 웃는 천마의 눈동자는 피로가 가득 쌓여 있어 보였고 초점도 흐릿했다.

어딘가 모르게 맛이 가버린 표정이다.

“밤새 저걸 만들었단 말야? 캣타워는 어떡하고? 내가 어제 도면 그려줬잖아.”

“그런 단순한 물건이 어찌 저놈의 장난감이 될 수 있겠나.”

“그래서 이게, 장난감이라고?”

인형들의 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병기들을 가리킨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왜 인형들 손엔 하나같이 음험한 것들이 쥐어져 있는데?”

“음험한 것이 아니라 십팔반 병기라는 거다. 무림에서 흔히 사용하는 열여덟 가지 병기를 재현했지.”

“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천마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놈을 이곳에 내려놔 봐라. 마음에 들어 할 거다.”

“흐음.”

장채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제비는 흥미로운지 뀨 소리를 내며 인형 앞으로 다가갔다.

툭툭.

조심스레 다가간 제비가 앞발로 인형을 건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뭐야. 그냥 나무 인형이잖아.”

“후후후. 그럴 리가 있나.”

갑자기 천마의 눈동자에서 요사스러운 자광이 흘러나왔다.

“가라!”

그의 외침에 이십여 개의 목각인형들이 살아 있는 인간처럼 무기를 움켜쥐고 제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뀨?

제비는 당황하지 않고 달려오는 인형들을 앞발로 쳐내었다.

하지만 목각인형은 마치 무림 고수처럼 빠르게 회피 동작을 펼치며 다시 무기를 뻗어내는 것이 아닌가?

-뀨.

제비는 피식 웃으며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저런 나무로 만든 무기는 금강석보다 단단한 자신의 몸을 뚫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목각인형이 쥐고 있는 검에서 묘한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놀란 제비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하지만 하얀 털이 살짝 허공에 흩날렸다.

-뀨!

제비는 화가 나서 여러 번 목각인형들을 후려쳤지만, 그때마다 인형들은 놀라운 동작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마치 이십여 명의 무림 고수가 불가사리를 포위하여 상대하는 모습과 같았다.

“대체 이게 뭐야?”

장채원은 이 기괴한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어떻게 인형들이 움직이는 거야?”

딱!

그때 허점을 발견한 목각인형 하나가 쥐고 있는 목검으로 제비의 머리통을 세게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천마의 왼손가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철사?”

자세히 보니 목각인형의 몸에 붙어 있는 붉은 실이 천마의 왼손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이 실을 이용해 인형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혈선난무(血線亂舞)라는 수법이다. 본좌는 이 수법으로 십팔야랑(十八野狼)에게 실전 무예를 전수했지.”

보랏빛 눈을 번뜩인 천마가 혀로 입술을 할짝거렸다.

“이 수법으로 훈련을 시킨다면 저 망나니 미물도 본좌에게 공경심을 갖게 될 거다.”

“그게 말이 돼?”

황당한 표정을 지은 장채원이 손을 내저었다.

“제비야. 그런 거 상대할 필요 없어. 언니한테 와.”

-뀨!

그런데 머리를 얻어맞은 제비는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몸을 낮게 웅크리더니 더욱 세차게 목각인형을 상대해 갔다.

-뀨우!

싸움은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제비와 목각인형의 공방이 계속되자 하얀 그림자가 창고 주변을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물 주제에 제법이군.”

목각인형을 조정하는 천마가 도발을 시전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네 녀석은 배를 발라당 까고 항복하게 될 거다.”

-뀨!

그러자 제비가 이빨을 드러내더니 두 눈에 하얀빛을 드러냈다.

마치 ‘지금부터 진짜로 해볼까?’라고 하는 것만 같다.

“그, 그만!”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장채원이 크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다.”

-뀨!

아직 승부를 끝내지 못한 제비마저 불만스럽게 울자, 장채원이 손을 내저었다.

“이게 무슨 장난감이야? 전투 훈련이지? 이건 안 돼. 승인 불가!”

따르르르릉.

그때 매장에 있는 구형 전화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신뢰가 들어온 것이다.

“네, 복복 인테리어입니다.”

정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던 장채원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아, 지금요?”

현란하게 움직이던 목각인형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얄밉지만 어찌 됐든 신뢰가 우선이었으니.

천마는 이를 갈며 제비를 노려보았다.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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