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9화 (29/285)

제29화. 각성자 김지환 (1)

‘엄마손 백반.’

XX지역의 주택가에 있는 허름한 밥집이다.

내부는 조금 낡고 허름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반찬들이 나오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했다.

“씨펄. 더러운 세상.”

소주를 쭉 들이켠 사내가 탁 소리를 내며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테이블엔 생선구이 백반이 차려져 있었지만, 식사엔 손도 대지 않은 채 소주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은 1급 각성자이자,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라는 책을 출간해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신 윤지환 님을 모셨는데요.

벽 한편에 걸린 TV에선 아나운서가 유명한 각성자와의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하필 이름도 똑같은 지환이다.

“누군 일이 없어서 몇 달을 이러고 있는데…….”

사내는 휴지통에 침을 퉤 뱉었다.

그의 이름은 김지환.

8급 각성자인 그는 지방의 던전에서 활동하다가, 4년 전 청운의 꿈을 갖고 도시로 올라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패기 가득 찬 청년이었다.

‘에너지 필드’라는 C급 실드 스킬을 갖고 있는 탓에, 형편없는 육체각성도를 갖고 있음에도 8급 각성자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원샷’이라는 제법 유명한 각성자 팀에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젠장.”

과거를 회상하던 김지환의 얼굴 표정이 저절로 구겨졌다.

3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팀은 와해되었고, 그는 각성자 등록마저 취소되어 버렸다.

재등록을 하는데 5년의 결격 기간이 있으니, 아직 1년은 더 버텨야 다시 각성자 신분을 얻을 수 있다.

“쓸데없는 생각을.”

지난 일을 떠올리던 김지환은 이를 깨물었다.

그 이후 던전과 맞닿은 고시원에 싸구려 방을 얻은 그는, 3년 동안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던전을 돌아다니며 각성자들의 짐을 운반하는 일당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탓일까? TV 속 성공한 각성자들을 보면 김지환은 배알이 뒤틀렸다.

“흥, 각성자가 무슨 작가야. 밥맛 떨어지게.”

TV 화면을 노려보다가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이모! TV 좀 꺼줘요!”

“으응.”

단골인 그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모는 군말 없이 TV를 껐다.

“총각.”

이모는 테이블에 올려둔 반찬은 손도 대지 않은 김지환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한다.

“깡술 먹지 말고 생선 구운 거라도 먹으면서 마셔.”

“알았어요.”

귀찮다는 듯 대답만 하고 소주를 들이켰다.

딸랑.

그때 풍경이 매달린 문이 열리며 회색빛 넝마 같은 도복을 걸친 사내가 들어왔다.

짚신인지 슬리퍼인지 모를 신발을 신고, 더벅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사내는 익숙한 동작으로 구석 자리에 털썩 앉았다.

“생선구이 백반 하나, 제육 백반 하나.”

“네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모가 물과 물수건을 갖다주자 먼지 묻은 얼굴을 물수건으로 빡빡 닦는다.

김지환은 저 더벅머리 사내를 잘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 무렵이 되면 언제나 똑같은 시간에 백반을 먹으러 왔으니까.

‘막노동을 하나.’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는데, 언제나 공사 현장 인부처럼 옷에 먼지를 가득 묻히고 들어온다.

아마도 이 근처에서 빈곤하게 사는 막노동꾼 같았다.

언제 몬스터가 실드를 뚫고 나올지 모르는 탓에 이 지역은 일당이 세고 집세도 매우 싸니까.

“흠.”

그때 도복을 입은 사내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리모컨을 매만졌다.

띠릭 소리와 함께 TV가 켜지며 다시 각성자와의 대담이 나온다.

-그런데 윤지환 작가님께선 언제부터 1급 각성자 자격을 얻게 되었나요?

-아아, 저는 열다섯 무렵 각성할 때부터, 5급이었습니다. 그때 육체각성도가 88퍼센트였고, 스킬도 B급으로 발현되어서요. 협회에 등록하고 훈련을 받은 지 6개월이 안 되어서 재각성이 일어나 3급으로 승급 조정이 되었고…….

씨발. 세상 더럽네.

누군 20대 청춘을 다 바쳐서 간신히 8급 각성자가 되었는데, 저 새끼는 각성을 시작할 때부터 5급이란다.

“거, 아저씨. TV 좀 끄셔! 시끄러우니까!”

짜증스럽게 소리친 그는 남은 소주를 쭉 들이켰다.

하지만 TV는 꺼지지 않았다.

“저기요! TV 좀 꺼달라고!”

김지환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사내를 노려봤다. 그렇게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원위치로 홱 돌렸다.

생김새 겁나 살벌하네.

사내의 눈동자는 광전사 스킬을 갖고 있는 각성자처럼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막노동꾼 같은 사내에게 겁을 먹고 눈을 피하자, 안 그래도 떨어진 자존심이 바닥을 쳤다.

술기운을 빌린 김지환이 다시 소리쳤다.

“TV 좀 끄시라고요.”

하지만 차마 얼굴은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때 이모가 헐레벌떡 나와 사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삼촌. 저쪽 총각이 오늘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본좌는 삼촌이 아니다. 천마다.”

물수건으로 목둘레를 닦던 사내가 덤덤하게 말했다.

“저쪽 사정은 본좌가 알 바 아니다만, 주인장이 끄라면 끄도록 하지.”

당당하면서도 바닥을 뚫고 내려갈 만큼 굵고 낮은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듣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를 비참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일이었음에도 괜히 객기를 부리고 싶어졌다.

“아저씨. 그 나이 먹고 코스프레 옷을 입고 다녀? 부끄럽지도 않아?”

술기운에 용기를 낸 김지환이 다시 시비를 걸었다. 제아무리 상대가 근육질이라 해도, 김지환은 각성자였다. 물론 자격 취소된 각성자이긴 하지만.

“팔뚝을 보니까 운동은 좀 했나 보지? 아니면 노가다하면서 생긴 근육인가?”

“무슨 말이냐.”

“아저씨가 입고 있는 옷 말야. 그런 걸 코스프레라고 하는 거야.”

“보는 눈이 없군.”

혀를 찬 사내가 덤덤히 말했다.

“본좌가 입고 있는 보의는 광마혈투의라고 한다. 수화불침에 도검불침은 기본이고, 착장 시 언제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공능까지 있지.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보물이다.”

“푸하하. 뭐야. 그 나이 먹고 오덕후였어?”

다시 천마를 비웃는 소리에 또다시 주방에서 이모가 뛰어나왔다.

“총각, 왜 그래. 오늘은 많이 취했으니 어여 들어가.”

“무슨 소리야. 아직 술이 남았는데.”

“다 마셨잖아. 어여 들어가? 응?”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니는 김지환이었지만, 유독 엄마손 백반집 이모에게는 뻗댈 수 없었다.

저 따스하면서도 정이 가득한 눈빛.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고, 돈이 없어도 따스한 밥을 내어준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오늘 건 달아놔요.”

김지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툴툴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삼촌, 미안해. 저쪽 총각이 요새 일이 많이 없어서… 좀 힘든가 봐.”

그릇을 내려놓은 이모의 말에 사내, 아니 천마가 의외로 덤덤히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

진심이었다.

천마는 두 가지 존재에 대해선 전혀 개의치 않는다.

모기를 제외한 벌레.

절망에 빠진 무인.

그리고 천마의 눈엔, 김지환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존재였다.

* * *

다음 날. 모처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오랜만에 3급 각성자들이 모인 팀에 고용된 것이다.

그들은 갖고 있던 나노봇이 망가졌다고 했다. 때마침 짐꾼도 필요했기에 이곳의 지리에 정통한 김지환을 채용했다고.

김지환은 희희낙락했다.

3급 각성자라면 꽤나 고위 몬스터를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떨어지는 콩고물도 상당할 테니까.

‘근데 무슨 커플 여행을 왔냐.’

앞장서서 걷던 김지환이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팀원들은 두 쌍의 남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연인 사이인 듯 서로의 몸에 딱 붙은 채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때 자신을 팀장이라고 소개한 최경환이 말했다.

“이 지역에는 도감에 없는 히든몬스터가 나타나기도 한다면서요?”

분명 정중한 태도 같으면서도 표정과 말투가 어딘가 모르게 오만해 보인다.

하지만 김지환은 정중히 대답했다. 그래야 한 푼이라도 일당을 두둑이 쳐줄 테니까.

“맞습니다. 출현 조건을 알지 못하면 절대 나타날 리 없지만요.”

“아저씨는 그 조건이 뭔지 알아요?”

“네?”

“크흠, 무허가 짐꾼들은 안다고 해서요.”

헛기침을 한 최경환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히든몬스터 출현 조건 말입니다. 미등록 각성자들은 던전에 도는 은밀한 정보들을 꽤나 많이 안다고 하던데.”

“뭐… 풍문으로 들은 건 몇 개 있죠. 엉터리 정보겠지만요.”

“그래요? 요새 이 던전 지역에서 히든몬스터 출현이 잦다고 하던데?”

김지환은 피식 웃었다.

“그러게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이 지역에 히든몬스터 출현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직접 보셨나요?”

“그럴 리가 있나요.”

어깨를 으쓱한 김지환은 고개를 저었다.

“설령 안다고 해도 저는 못 부르겠죠. 히든몬스터는 위험도가 장난 아니니까요.”

그때 최경환의 옆에 꼭 붙어 있던 여성, 성경하가 빙글거리며 웃었다.

“만약에 잡을 수 있다면요?”

“네?”

“잡을 수 있는 히든몬스터가 나오면 부르시겠어요?”

어딘가 거슬리는 말투였으나 김지환은 꾹 참고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못 부르죠. 협회에서도 금지한 사항이잖아요.”

“뭐야. 짐꾼 오빠, 지금 우리가 협회 몰래 들어왔다고 꼽주는 거예요?”

성경하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우리는 단독으로 B급 던전까지 클리어할 수 있는 3급 각성자예요. 히든몬스터가 나온다고 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어요.”

“네네, 죄송합니다.”

김지환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 팀은 협회에 보고하지 않고 몰래 던전 지역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세금 때문이겠지.’

협회에 보고하지 않으면 던전에서 얻은 유물에 대한 세금이 붙지 않으니까.

“아저씨 표정 보니까, 히든몬스터를 한번 봤던 거 같은데요?”

이쪽을 힐긋 바라보던 성경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히든몬스터는 떨어뜨리는 유물도 장난 아니라면서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색한 연기다.

히든몬스터. 히든몬스터…. 던전에 들어온 이래, 이들은 줄곧 히든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어쩐지, 짐꾼을 쓴다면서 장비 하나 맡기지 않더라니.’

3급 각성자임에도 무허가로 던전에 들어온 점, 그리고 던전 근처를 배회하는 미등록 짐꾼인 자신을 고용한 점. 애당초 처음 온 던전 지역에 나노봇을 가져오지 않은 점.

‘처음부터 다른 꿍꿍이가 있었구나.’

안색이 굳어 있자니, 이쪽을 바라보던 최경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대충 눈치깐 것 같으니 솔직히 말하죠.”

헛기침을 한 최경환이 능글능글한 미소를 머금었다.

“히든몬스터 출현 조건, 알고 있는 거 압니다. 같이 사냥하시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그냥 짐꾼인데요.”

“3년 전. 히든몬스터 사건의 생존자인 거 압니다. ‘원샷’ 팀이라고 했나요? 협회에 보고도 안 하고 여러 번 히든몬스터를 잡으려다 결국 팀원들이 몰살되었다는.”

얼굴이 얼음장처럼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쭉 비밀로 해왔던 일. 내가 겪었던 3년 전의 사건을 이 녀석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경하는 협회 직속의 조사과에서 일했거든요.”

옆에 서 있는 성경하를 가리킨 최경환이 빙긋 웃었다.

“다 압니다, 김지환 씨. 그 사건에서 에너지 필드 스킬을 가진 당신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그 히든몬스터 출현 조건을 알고 있다는 것도.”

김지환은 억지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걸 알았다면 협회에 정보료를 받고 팔았겠죠. 이렇게 짐꾼이나 하고 있을까요.”

“히든몬스터 출현 조건 정보료. 글쎄, 한 1억 원쯤 되려나요.”

성경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팀을 조직해서 ‘가면신사’의 가면만 뺏어도 팀원 당 50억? 아니 100억 이상도 벌 텐데. 안 그래요?”

가면신사.

망속성 몬스터로 꽉 차 있는 던전에서 나오는 히든몬스터.

얼굴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해골 가면을 쓰고 있다. 그 해골 가면의 가치는 어림잡아 1,000억 원대.

암시장에 팔아도 최소 500억 이상은 받을 수 있는 보물이었다.

“가면신사 정보는 협회에서도 알아요. 물론 출현 조건을 아는 건 김지환 씨, 당신뿐이겠지만요.”

개새끼들. 다 알고 왔구나.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김지환을 보며 성경하가 조심스레 말했다.

“오해하지 마요. 서로 이득이 되는 제안을 하러 온 거니까.”

“무슨 말이죠, 그게.”

“그쪽도 동료들을 몰살시킨 몬스터… 잡고 싶을 거 아니에요?”

지랄 같은 소리다.

폭발하는 분노를 꾹 눌러 참은 김지환이 고개를 저었다.

“팀을 꾸릴 생각 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안 되고요.”

“그렇다면 굳이 이 던전 근처에서 3년 동안이나 머물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김지환은 말을 하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말하고 싶지도, 말해도 믿지 않을 이야기다.

“우리랑 같이 잡죠. 가면신사.”

최경환은 고개를 숙인 김지환에게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그리고 공평하게 나눕시다. 20%씩.”

“돈 때문에 죽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걸리면 그쪽들도 백수가 될 텐데요.”

히든몬스터 출현 조건은 협회에서 엄정히 관리하고 있다.

허가 없이 불러들였다간 가볍게는 벌금, 피해 상황에 따라선 각성자 등록 취소도 가능하다. 바로 김지환이 그렇게 되었으니까.

“걸릴 일도, 죽을 일도 없습니다. 이게 있으니까요.”

최경환이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생긴 돌이었는데, 그 안에 붉은색의 액체가 떠다녔다.

“핫 스팟?”

핫 스팟은 던전에서 나온 유물들로 만든 고가의 마도구(魔道具)다.

붉은 액체를 꾹 누르면 마도구가 일정 시간 피부에 달라붙으며, 그동안 출현한 몬스터는 핫 스팟을 쥔 각성자만 노린다.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팀을 짤 때 유용하게 사용되는 마도구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은 판매와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이걸로 어떻게 잡는다는 거죠?”

내 물음에 성경하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최근 협회에선 외부에서 출현한 히든몬스터가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 일정시간 움직임을 멈춘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즉 이 핫 스팟을 이용해 유인만 하면, 히든몬스터를 손쉽게 잡을 수 있죠.”

성경하를 바라보던 최경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경하는 협회를 관두었죠. 그리고 히든몬스터 중에서 가장 고가의 유물을 지닌 가면신사를 잡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일정시간.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이 분명했다.

김지환이 침묵하자 옆에 있던 성경하가 다시 말했다.

“때마침 가면신사가 발견된 던전은 던전 지역 초입에 있는 F급 던전이에요. 만약 없애는 데 실패한다고 해도 쓰고 있는 가면정도는 훔칠 수 있겠죠.”

그들은 김지환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겪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샅샅이 조사한 것 같았다.

“해봐요. 절대 김지환 씨, 당신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 테니.”

침묵을 지키던 김지환이 낮게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긴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대신 실패해도 출현 조건은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

최경환은 묘한 시선으로 옆에 있는 성경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 있던 커플, 이학준과 김수미와도 시선을 교환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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