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수리하는 천마-27화 (27/285)

제27화. 천마의 자취방 (1)

우우웅.

지진이 난 듯 커다란 진동 소리가 땅속 깊이 울려 퍼졌다

“으응?”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장채원은 진동을 느끼고는 눈을 번쩍 떴다.

“뭐야. 지진?”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것치고는 사방은 매우 조용하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럴 리가 없다.

내당을 포함한 복복 인테리어 매장은 9급 영지니, 이 부근에는 지진 같은 게 생길 리 만무하다.

와지끈!

이번엔 둔탁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쫑긋하던 장채원은 불길한 예감이 문뜩 들었다.

“설마, 이 녀석이 또…….”

눈을 비빈 그녀는 마루에 내려놓은 슬리퍼를 주섬주섬 신었다.

“으음.”

장채원은 잠이 덜 깬 눈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우웅.

매장 쪽으로 갈수록 점차 진동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그녀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창고 한가운데엔 천마가 가부좌를 튼 채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비록 30년 남짓한 내공이었지만, 천마대능력을 같이 운용하는 그의 몸에선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내렸다.

“후우.”

윙윙윙.

그가 호흡을 들이쉴 때마다 창틀이 진동했고,

“하아.”

또 호흡을 내쉴 때마다 창고 내부에 쌓여 있는 자재들이 들썩거렸다.

위이잉.

그때 한 마리 모기가 천마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아까부터 자꾸 얼쩡거리던 모기였다.

“으음.”

잡념이 일어나자 기경팔맥으로 퍼지는 진기가 엷어졌다.

천마는 다시 운공에 집중했지만, 모기는 끊임없이 윙윙대며 그의 얼굴 주변을 맴돌았다.

번쩍!

눈을 뜬 천마의 눈동자에선 붉은 광채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전신의 기혈을 유전하던 진기를 오른 손바닥으로 뻗어냈다.

“권마칠식, 천수공파!”

화아아악.

손바닥에 뻗어 나온 강력한 돌풍은 벌레를 가루로 만들고… 창고 한쪽에 쌓여 있던 자재들도 가루로 만들었다.

‘아차!’

자재를 쌓아둔 앵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자, 나머지 자재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르르릉. 콰당. 쿵. 와장창.

창고에 쌓여 있던 자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질 무렵.

“대체 뭐야?”

벌컥 소리와 함께 뒷문으로 들어온 장채원이 무너진 창고 전경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천마, 너…….”

천마는 변명을 하려 했지만, 아직도 붉게 달아오른 오른 손바닥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이 야밤에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창고를 왜 무너뜨려!”

“운공 중의 불행한 사고였다.”

“운공?”

“그렇다. 운공이다.”

일전에 천마가 했던 설명을 기억한 장채원이 눈동자를 깜빡였다.

“운공? 그때 말한… 앉아서 눈 감고 숨 참는 거?”

“그렇다.”

“근데 왜 땅이 지진 난 것처럼 진동하는데.”

“그 진동은 반극진기의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천마는 낭패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만약 본좌의 공력이 온전하다면 부공삼매가 일어났을 테지. 그렇다면 땅으로 전해지는 진동도 없었을 것이다.”

“창고는? 창고는 왜 무너져 있는데.”

“단순한 사고다.”

“뭐? 사고? 무슨 사고?”

“벌레 한 마리가 운공 중인 본좌에게 잡념을 발생시켰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집요하게 말이다.”

“벌레?”

장채원의 눈썹이 모아지자, 천마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라. 본좌가 천수공파를 이용해 처리했으니까.”

“천수공파가 뭔데?”

“아, 못 봤나?”

진기를 돌린 천마가 쌍 장을 내뻗었다. 그 순간 두 손이 붉어지며 강렬한 돌풍이 또다시 창고 벽으로 쏟아졌다.

와르르르르. 콰앙.

“와, 이건 정말 영락없이 아도겐 같은…….”

감탄하던 장채원이 순간 두 눈을 회까닥 뒤집으며 천마에게 얼굴을 들이대었다.

“결국 벌레 하나 잡으려고 창고를 무너뜨린 거잖아? 그게 사고냐? 사고야?”

“가까이 오지 마라. 덥다.”

“시끄러. 당장 정리해!”

씩씩거린 장채원이 천마에게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앞으로 운공인지 뭔지는 야간엔 절대 금지야.”

“그럴 수 없다.”

“뭐라고?”

천마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본좌가 온전한 공력을 지녔다면 운공 따윈 필요 없을 거다. 반극신공이 최고조에 달하면 잠을 자고 있어도 끊임없이 진기를 유전시키며 내공을 양생시키니까.”

“근데?”

“지금 본좌의 내력은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틈틈이 운공을 해주지 않는다면 이 작은 내공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거다.”

“그럼 또 이 야밤에 창고를 부수겠다고?”

“말했잖나. 어디까지나 사고였다. 창고는 부수지 않는다.”

장채원은 으음 소리를 내었다.

못해도 삼 일에 한 번씩 운공을 하니, 삼 일에 한 번씩은 저 진동 소리를 매일 느껴야 할 판이다.

“일단 알았어. 좀 생각해 볼게.”

힘없이 몸을 돌린 장채원이 내당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자꾸 등 뒤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천마였다.

“왜 따라오는데?”

“왜냐니. 본좌도 씻어야 하지 않나.”

“매장 건물 옆에 화장실 있잖아. 거기서 씻어.”

“그곳에서 나오는 물은 몸을 닦기 어렵다. 수도꼭지가 내 하체에 있지 않나.”

“으으음.”

그러고 보니 근래 들어, 몸을 씻는답시고 천마가 내당의 마당에 불쑥불쑥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씻는 것까진 뭐라 할 수 없지만, 밤늦게 쏟아지는 물소리에 잠을 깨기 일쑤였다.

‘역시 안 되겠어.’

장채원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일을 즉시 실행해야 할 것만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장채원은 출근하자마자 열 일을 제쳐두고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그것은 바로 천마의 자취방을 구해주기 위함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차에 탄 천마는 장채원의 설명을 곰곰이 듣고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집?”

“창고 방은 어디까지나 임시였으니까. 아무래도 욕실도 없고, 네가 혼자 지내기엔 불편하잖아? 빨리 따로 집을 구해야지.”

‘평화로운 내 일상을 위해서라도’라는 말을 꾹 삼킨 장채원이 고개를 떨구었다.

“뭐, 돈은 좀 들겠지만…….”

다시 활짝 웃으며 장채원이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마, 너도 복복 인테리어의 정식 직원이니까. 이 정도 복지는 해줘야겠지.”

정령수가 없는 지금, 천마는 신뢰만큼은 완벽히 처리하는 든든한 일꾼이었다.

물론 평범한 일은 족족 말아먹는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그러니까 지금 본좌의 집을 구하러 간단 말인가.”

“그래.”

“후후후후. 하하하하하!”

천마의 입가엔 뿌듯한 미소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 보군. 점주.”

“응?”

“마침내 본좌가 어떤 인물인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깨달았단 말이군.”

“아아, 잘 알지.”

운전대를 잡은 장채원의 눈 밑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얼굴만큼이나 불길하고 위험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걸.”

“하하하. 꼭 본좌를 보면 발작을 일으키던 정파 장로들처럼 말하는군.”

천마는 기분이 좋은지 장채원의 어깨에 손을 대고 껄껄 웃었다.

“그렇다면 좋다. 본좌가 머물렀던 만마집궁의 도면을 그려주지.”

“도면은 필요 없어. 새로 짓는 게 아니니까.”

“그런가. 기존에 세워진 걸 주는 건가.”

“그래. 그러니까 같이 한번 둘러보자고.”

“좋다.”

천마는 활짝 웃었다.

그 미소는 무림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이래, 가장 환한 웃음이었다.

어느 다가구 주택의 원룸.

부동산 업자와 함께 집안 내부를 둘러보던 천마의 이마에 굵은 핏발이 섰다.

“지금 본좌를 희롱하는 건가…….”

늑대처럼 긴 송곳니를 드러낸 천마는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를 부동산 업자에게 들이밀었다.

“본좌더러 이런 닭장 속에 살라고?”

“그, 그게… 아무래도 금액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니…….”

부동산 업자가 벌벌 떨자 장채원이 앞으로 나섰다.

“닭장 같은 집이라니? 도배, 장판도 새로 되어 있고, 욕실도 새 걸로 되어 있잖아.”

“마감재는 상관없다. 창고 방보다도 훨씬 못한 곳이 아닌가?”

“무슨 소리야. 그래도 창고 방보다 낫지, 뭘. 개인 욕실도 딸려 있잖아.”

“천만에. 욕실을 제외한다면 창고 방이 훨씬 넓다.”

“뭐야, 지금까지 창고 전체를 네 방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장채원의 말에 천마가 당연하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본좌가 쓰는 곳이니, 당연히 본좌의 방이 아닌가.”

아마도 천마는 창고 안에 있는 작은 쪽방이 아니라, 창고 전체가 자신의 주거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말이 돼? 당연히…….”

장채원이 설명하려 하자 천마는 단칼에 말을 잘랐다.

“어쨌든 싫다. 본좌는 최소한 창고에 준하는 너른 공간과 쾌적한 환경을 원한다. 이딴 닭장에 살 바엔 창고에서 살겠다.”

“안 돼. 네가 맨날 거기서 시끄럽게 구니까 내가 잠을 못 잔다고.”

“그렇다면 본좌의 수준에 맞는 집을 제공해라.”

“수준은 무슨? 내가 매달 지원해 줄 수 있는 월세는 50만 원 정도라고.”

천마는 막무가내였다.

“집이라는 건 꼭 시세대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돌아다녀 보면 좋은 집을 구할 수도 있을 거다.”

* * *

어쩔 수 없이 장채원은 천마를 데리고 열심히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럼 대체 네가 원하는 집이 어떤 건데?”

보다 못한 장채원이 묻자, 천마는 기다렸다는 듯 주절주절 말했다.

그 요구 조건은 이러했다.

첫째,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건물이 높고 전망이 좋아야 한다.

둘째, 면적은 150제곱미터(:약 45평) 이상.

셋째, 탁 트인 주거 공간과 개인 서재가 있을 것.

아, 그리고 무공을 연마할 수 있는 마당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아, 그랬구나.”

장채원은 넋을 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천마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천마는 유니콘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즉,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뻔뻔한 놈인 것이다.

“그냥, 돌아가자.”

“무슨 말인가.”

“오늘은 늦었으니까. 마음에 드는 집도 없고.”

생각해 보면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차와 같은 천마를 평화로운 마을에 풀어놓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었다.

‘몬스터는 때려잡을 수나 있지…….’

부동산 앞에 서 있는 천마를 바라보던 장채원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어느덧 하늘엔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일단 창고에서 당분간 계속 지내는 걸로…….”

그때 반대편에서 휘적휘적 걸어오던 그림자가 부동산 앞에 서 있는 장채원을 발견하곤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장 사장이 여긴 워쩐 일이여?”

고개를 드니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이 곰방대를 문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바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칠 수 있다는 대지유신, 이면귀였다.

“어, 어르신.”

“머여, 공사 때문에 온 거여?”

이면귀 할아버지가 반갑게 웃자 옆에 있던 천마가 두 손을 모았다.

“오랜만이오, 노야.”

“허허허. 오랜만일세. 그러고 보니 자네, 아주 대스타가 다 되었더구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이다.”

“복복 인테리어에 특급 정령수 뺨치는 일꾼이 들어왔다고 신들 사이에서 난리여. 맡기면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 준다고.”

그러자 천마의 입가에 미소가 넘실거렸다.

“하하하하. 별것 아니외다. 다 노야의 덕택이지요.”

“이제 보니 말솜씨도 아주 제법 늘었구먼. 으허허허.”

주고받는 초식이 척척 맞는다.

이면귀는 그늘진 표정으로 서 있는 장채원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일 있는 겨? 왜 이리 표정이 안 좋아.”

“아아, 그게요…….”

어깨를 늘어뜨린 장채원이 지금까지의 상황과 쌓여 있던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넋두리를 유심히 듣던 이면귀가 눈을 반짝였다.

“이 친구 집을? 흐음… 그랬구먼.”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 반대편에서 눈을 감고 있던 할머니의 눈동자가 번쩍 떠졌다.

“영감 거기 있잖여. 세이프던전 경계 부근에 세를 내놓았던 건물 말여. 그곳에 들어가면 딱, 이겄는디?”

“으응? 거기?”

곰곰이 생각하던 이면귀 할아버지가 펄쩍 뛰었다.

“거긴 안 돼야. 이 친구가 위험해지잖여.”

“위험하다뇨?”

장채원이 고개를 갸웃하자 할아버지가 머쓱하게 웃었다.

“아아, 시내 외곽에 옥탑방 하나 빈 곳이 있는디.”

“옥탑방이요?”

장채원은 눈을 반짝였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옥탑방 같은 곳은 공간도 넓고, 혼자 지지고 볶아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옥탑방이 뭔가.”

천마가 호기심을 보이자 장채원이 과장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으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전망도 좋고, 너 혼자 쓸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 있고, 층간 소음도 없고, 고기도 수시로 구워 먹을 수 있고, 채소나 동물을 맘대로 길러도 돼!”

이야기만 들어보면 꿈과 희망만이 가득한 동화 속 집의 모습이다. 천마의 요구 사항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고.

실제로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물 수압도 약하고, 벌레가 많다든가 하는… 단점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이었지만, 그건 장채원이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어르신. 저희 거기 한번 보고 와도 돼요? 지인 찬스로 월세도 좀 싸게 해주시면 더 좋고요. 호호호.”

장채원이 애교 섞인 미소를 짓자, 이면귀 할아버지가 손을 저었다.

“으음. 저렴하게 줄 순 있는디… 거기 좀 위험한 곳이라.”

“네? 위험하다뇨?”

“거기, 도심 경계에 펼쳐놓은 실드와 딱 맞닿아 있는 곳이라서 말여.”

실드.

던전이 안정화되어 있는 세이프던전 지역이라 해도, 때때로 등장하는 히든몬스터들이 던전을 벗어나 바깥을 활보한다.

때문에 혹시 모를 몬스터들의 공격으로부터 도심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 보호막이자, 최후의 안전 장치가 바로 실드다.

“크음.”

머리 뒤에 붙은 할머니의 눈치를 슬쩍 본 할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몇몇 각성자들이 월세 싸다고 들어왔다가… 하나같이 석 달도 못 버티고 나가더라고.”

각성자들이 도망갈 만큼 험악한 동네라니.

다른 사람 같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장채원은 여유롭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으응?”

애교 섞인 미소를 지은 그녀는 천마의 어깨를 힘 있게 두드렸다.

“얘, 천마잖아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풍경.

“좋군!”

농구장을 꾸며도 될 것만 같은 넓은 옥상 마당.

“좋군!”

깔끔하게 리모델링 되어 있는 옥탑방 내부.

“아주 좋군!”

정말이지, 천마의 눈엔 무엇 하나 트집 잡을 곳이 없었다.

옥탑방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는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좋군, 아주 좋아! 과연, 점주의 눈은 정확하군.”

이면귀의 안내로 찾아온 옥탑방.

장채원의 예상대로 천마는 터럭 만큼의 불만도 없이 ‘좋다!’라는 말만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본좌의 임시 거처로는 합격점이다!”

“허허허. 다행이구만.”

행여 마음이 변할까, 이면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며 천마의 호기를 돋워주었다.

“실드 경계에 있어서 그렇지, 공기도 좋고 소음도 없고. 이 도심에서 이만한 집은 없다니께.”

“그랴그랴. 싸게 해줄 테니, 오래오래 편히 지내시구려.”

“감사하오. 노야! 노태태(老太太)!”

그때 시내 끝자락에 있는 옥탑방 풍경을 바라보던 장채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정말 괜찮겠어?”

저렴한 가격을 듣고 덥석 물더니만, 역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지역에 있는 게 신경 쓰였던 것일까?

걱정이 가득한 장채원을 바라보던 이면귀 노인이 흘흘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알뜰살뜰 챙기는구먼.’

하지만 장채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전혀 다른 걱정이었다.

“여기 너무 멀잖아. 아침에 제대로 출근할 수 있겠어?”

“물론이다. 본좌는 거의 잠을 자지 않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면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연달아 말했다.

“뭐, 잘됐지 않나. 자네도 슬슬 버스나 지하철에도 적응해야 하니.”

“그려. 그러면서 사회생활도 좀 배우고 말야.”

턱을 쓰다듬은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곳에 살면 또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한단 말이구려.”

태생이 무공광이라 그런지 천마는 뭐든 배우고 익히는 것을 좋아했다.

“괜찮겠어?”

장채원의 말에 천마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였다.

“걱정 마라. 본좌는 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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