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뱀파이어 의뢰
복복 인테리어.
인적이 드문 대로변 앞에 있는 한옥풍의 단층 건물이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내부엔 아름다운 조명들이 켜져 있고 매장 안쪽으로는 커다란 창고가 만들어져 있다.
매장 뒤쪽의 작은 길을 따라 걸으면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심겨 있는 마당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우아하게 꾸며진 커다란 한옥이 있다.
내당이라 불리는 이 한옥 주위는 강력한 결계가 생성되어 있는데, 인간은 당연히 들어올 수 없으며, 신이나 요신 급의 힘을 가진 존재만이 들어올 수 있었다.
끼이익.
내당의 문이 열리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여성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 나왔다.
장채원이었다.
“곤란하네.”
그녀는 노트 안에 곱게 접혀 있는 붉은 봉투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 의뢰는 받고 싶지 않은데.”
다시 노트를 덮은 장채원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으음. 요새 일이 없으니 안 할 수도 없고.”
작은 길을 따라 걷던 그녀는 창고 문을 통과해 복복 인테리어 매장 안으로 걸어갔다.
불이 켜진 매장 안에는 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고 있는 거한이 보였다. 천마였다.
“음. 왔는가.”
“웬일이야? 청소를 다 하고?”
대걸레를 벽에 기대놓은 천마의 눈동자는 성실함으로 반짝였다.
“매장 청소나 정리를 하게 되어도 내공이 들어오지 않나.”
“내공? 아아, 신력?”
쩝 소리를 낸 장채원은 흥미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든 말든 천마는 열심히 대걸레질을 했다. 커다란 덩치로 끙끙대며 청소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으음. 근데 이건 어쩌지.”
봉투를 쓱 바라본 그녀는 책상 아래의 서랍을 쓱 열어보았다. 과거였다면 붉은 봉투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곳이 텅텅 비어 있다.
“무슨 일이 있나.”
“아아, 신뢰가 들어와서.”
“그럼 좋은 게 아닌가. 어제는 신뢰가 안 들어온다고 투덜댄 것 같은데.”
“맡고 싶지 않은 의뢰라서 그렇지.”
턱을 괸 장채원은 책상에 올려둔 붉은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 뱀파이어들 싫어하거든.”
“뱀파이어?”
“흡혈귀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대걸레를 짚은 천마의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가 쏟아졌다.
“생기가 끊어진 상태로 움직이며 인간의 피를 갈구하는 흡혈강시를 말하는 건가.”
“음… 좀 다르긴 한데.”
“마물 퇴치 의뢰라니, 잘됐군. 그런 건 본좌에게 맡겨라.”
“종류가 달라.”
장채원은 한숨을 쉬며 매장 유리에 ‘집수리 전문’이라고 붙은 글자를 가리켰다.
“우리 매장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를 좀 생각하라고.”
“신뢰는 아무거나 다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집수리 관련 의뢰가 많이 들어와.”
노트를 바라보던 장채원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어쨌든 해야겠지. 가자.”
어느 구축 아파트의 14층.
그레이 톤의 필름으로 뒤덮인 현관문을 바라보는 장채원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아, 막상 오니 또 마음이 달라지네. 냄새 맡는 것도 싫은데.”
“무슨 말인가.”
“피 냄새 말이야. 나 엄청 싫어한다고.”
“그렇게 싫으면 돌아가라. 본좌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천마의 말에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면 좋겠지만, 아직 누수 관련해서는 배운 게 없잖아?”
“으음.”
“어쩔 수 없지. 일은 일이니까. 요새 신뢰가 적기도 하고.”
심호흡을 한 장채원은 현관문 옆에 설치된 차임벨 버튼을 힘껏 눌렀다.
띵동.
“복복 인테리어에서 왔습니다.”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와 동시에 철컥하며 현관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불쑥 나온 커다란 그림자, 그것은 놀랍게도 시꺼먼 털이 북실북실한 곰 한 마리였다.
심지어 상체 쪽엔 꽤 멋스러운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고 얼굴엔 안경까지 끼고 있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마는 유창하게 말을 하는 곰을 보자 얼어붙었다.
“곰인가.”
“네? 네.”
“그렇군. 곰이로군.”
대답은 했지만 머리론 아직 납득할 수 없었다.
“본좌는 어젯밤 점주와 함께 곰탕을 먹었다. 하지만 곰탕 안에 들어간 고기는 돼지고기였지.”
“…네?”
천마가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거덕거리자 장채원이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낮게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입 다물어.”
“이,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시꺼먼 곰 아저씨가 짧은 팔로 손짓하자 천마는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곰 발바닥…….’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곰 발바닥 요리는 천마가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다. 그사이 장채원은 이미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있었다.
“어디에 누수가 있는 건가요?”
“이쪽입니다.”
거실을 지나 주방 쪽으로 걸어가자 싱크대가 있는 천장에서 시뻘건 액체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점주. 저건 핏물이다.”
“알고 있어. 저 천장 위에 벽지 좀 뜯어봐.”
“벽지? 천장에 붙은 종이 말인가.”
“그래, 그거. 실크 벽지라서 안쪽을 좀 뜯어봐야 해.”
천마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천장에 손을 내밀었다. 19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 때문에 팔만 뻗어도 쉽게 벽지를 뜯어낼 수 있었다.
찌직.
피에 젖은 벽지를 뜯자 벽에 말라붙은 핏물이 보였다.
천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장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직 덜 말랐네.”
“무슨 소린가. 저렇게 딱딱하게 굳어 있지 않나.”
“층과 층 사이엔 슬래브가 있어. 윗집에서 샌 습기가 완전히 내려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거기다 실크 벽지는 비닐 코팅이 되어 있어서 뜯어놓고 말려야 한다고.”
장채원의 상세한 설명에 천마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앞으로 참고하겠다.”
“그동안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장채원의 말에 흑곰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네. 아무래도 피 냄새랑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서요.”
“위치를 보니 아무래도 위쪽 집의 싱크대 배관 쪽이 문제인 것 같아요. 윗집 좀 살펴볼게요.”
“네. 그러세요.”
15층으로 올라간 장채원이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까맣게 칠해진 현관문에선 시꺼멓고 불길한 공기가 바깥으로 뿜어 나오는 듯하다.
“으음.”
띵똥.
차임벨을 눌렀지만 안쪽에선 전혀 반응이 없었다.
“뭐야, 안 계시나? 분명 집에 있다고 했는데.”
그런데 현관문을 바라보던 천마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현관문에 팔을 뻗자 사당신의 문에서 느꼈던 비슷한 반력이 그의 손을 밀어내었다.
“이 문. 이상한 힘으로 보호되고 있다.”
“어? 정말 그러네? 누가 뱀파이어 아니랄까 봐 현관문에도 주술을 걸어놨잖아.”
장채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의뢰하신 신님에게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그럴 필요 없다.”
천마는 갑자기 몸을 낮게 웅크렸다.
그러자 비틀어 쥔 오른 주먹에서 시뻘건 불꽃이 화르륵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잠, 잠깐만, 어류겐은 안 돼! 여기 복도 천장도 낮단 말이야.”
“걱정 마라. 이 이상한 힘만 부술 테니까.”
가볍게 뻗은 천마의 주먹이 현관문에 부딪치자 지지직 소리와 함께 문에 머물고 있던 힘이 와장창 깨져 버렸다.
“언 놈이야?”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하얀 셔츠에 검은 양복바지를 입은 깡마른 남자가 걸어 나왔다.
안색은 밀가루를 바른 것처럼 창백했고 두 눈은 길게 찢어져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는 뱀파이어다’라고 써 붙여진 듯한 용모다.
“왜 남의 집 대문에 걸린 비술(祕術)을 파괴한 거지?”
뱀파이어 남자는 자색으로 물든 눈동자로 천마를 노려보았다.
“아쉽군.”
남자의 위아래를 바라보던 천마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키는 본좌와 비슷한데 몸은 반쪽밖에 되지 않는다니.”
장채원은 황급히 천마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저기, 집주인이신 초은신 님의 부탁으로, 아랫집 누수 때문에 왔는데요. 이야기 못 들으셨나요?
“들었다.”
“아, 네. 그럼 안쪽을 좀 살펴볼게요.”
그녀가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남자는 오만한 눈빛으로 그녀의 앞을 막았다.
“안 돼.”
“네?”
“우리 집에 반요(半妖)나 인간 따위를 들일 순 없다.”
순간 장채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두 눈을 반달처럼 접으며 미소를 유지했다.
“그게 무슨…….”
“암퇘지 같은 냄새가 곳곳에 배지 않나.”
더 없이 모욕적인 말이다.
장채원은 고개를 떨구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집주인에게 전해. 순혈(純血)이 운영하는 영지의 매장을 다시 알아보라고.”
쾅. 남자는 다시 현관문을 닫았다.
장채원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발아래를 응시하고 있었다.
“반요? 지금 저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천마가 눈을 껌뻑거렸지만 장채원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점주.”
“아아… 가끔 있지. 수명이 긴 상급요괴 중에선 더러 자신을 요신(妖神)쯤 되는 줄로 착각하는 거 말이야. 흐흐흐.”
고개를 든 장채원의 눈동자에선 시퍼런 빛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등 뒤에는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악마가 혀를 날름거리며 웃고 있는 것 같다.
“죽일 건가.”
천마가 턱을 쓰다듬었다.
가벼운 주먹 한 방에 자신을 쓰러뜨리는 장채원이다. 그녀가 이성을 잃어버렸으니 저 말라깽이 사내는 산채로 찢겨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흐흐흐. 저딴 놈을 왜 죽여? 일을 해야지. 흐흐흐.”
꼭지가 돌아버린 장채원의 눈동자는 주변의 공기마저 냉각시켜 버리는 듯했다.
“자, 시작해.”
“뭘 말인가.”
장채원은 낮은 쇳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가리켰다.
“네가 잘하는 거. 저기에 원 없이 먹여주라고.”
두 눈을 반달처럼 접은 채 웃고 있는 장채원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러워 보였다.
침을 꿀꺽 삼킨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나중에 딴말하지 마라.”
몸을 낮게 웅크린 그는 호쾌하게 주먹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권마칠식, 승풍항룡!”
콰직! 쿵.
천마의 일격에 현관문은 단숨에 반으로 접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게 무슨 짓이야!”
뱀파이어 남자가 밖으로 나왔지만 장채원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남자는 장채원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천마가 금나공법을 사용해 남자의 손목을 비틀었다.
“손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라.”
“냄새나는 인간 주제에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성인 뱀파이어의 완력은 트럭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코웃음을 치며 천마의 손을 뿌리치려던 남자는 안색이 변했다. 천마의 두툼한 손가락은 쇠집게처럼 전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이…….”
손목이 꺾인 상태에서도 남자는 안으로 들어가는 장채원을 향해 소리쳤다.
“허락도 없이 어딜 들어가!”
순간 고개를 돌린 장채원의 눈동자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같잖은 하급 뱀파이어 주제에… 요신 흉내를 내고 싶어?”
“뭐, 뭐라고?”
“뱀파이어 로드쯤 되어도 내게 건방을 못 떠는구만. 아님, 너 로아브 언니 혈통이야?”
로아브는 최강의 흡혈귀라는 뱀파이어 로드 일족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가문의 가주였다.
사색이 된 뱀파이어 남자에게 바짝 다가간 장채원이 푸른 눈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아니면 요신 급이 되고 싶어? 신이 되고 싶어? 내가 우선(牛仙) 님 소개해 줄까?”
소녀와 같던 장채원의 외모가 어딘가 모르게 관능적으로 변해 있었다. 천마가 보아도 신기할 노릇이다.
“뭐, 뭐?”
“아니면 원요(原妖) 님? 근데 그만한 능력은 되는 거지? 당연히 혈조(血鳥)는 부릴 수 있고, 부활 주문 같은 건 쓸 줄 아는 거지?”
“나… 나는…….”
장채원의 시선을 피한 남자는 고개를 떨구었다.
“실수를 했군. 사과하겠다.”
“…….”
장채원은 푸른빛이 일렁이는 눈동자로 남자를 빤히 응시할 뿐이었다.
침을 꿀꺽 삼킨 남자는 그 눈길을 피하며 작게 말했다.
“그리고 마음대로 집에 들어와도 된다.”
“어머, 감사해요.”
그 순간, 다시 순수한 표정으로 돌아온 장채원이 해맑게 웃었다.
“영지 급 매장을 운영하면 참 힘들다니까요. 이렇게 신들의 뒤치다꺼리를 맨날맨날 해야 하니까. 호호호.”
그제야 뱀파이어 남자는 장채원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깨달았다.
신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자.
반대로 이야기하면 신들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 아닌가?
“미안하다. 여성. 내 무례함을 용서해라.”
두려움에 떠는 남자의 눈을 응시하던 장채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가끔 있는 일인 걸요.”
‘너희 뱀파이어 종족들을 상대할 땐’이라는 말을 삼킨 장채원은 멀뚱히 서 있는 천마에게 손짓했다.
“천마, 이리 와서 싱크대 걸레받이 좀 빼 봐.”
“알겠다.”
천마가 싱크대 아랫부분의 나무판자를 빼내자 싱크대 배관 쪽 부근에 물이 흥건했다.
“역시 배관 쪽이 막힌 것 같네.”
배관을 바라보던 장채원은 싱크대 수전에 물을 틀었다.
그러자 맑은 물이 아닌 시뻘건 핏물이 흘러나왔다.
‘으으. 싫다.’
시뻘건 물은 싱크대 배수관으로 잘 내려가는가 싶더니, 역시나 아래쪽 배관에서 역류하기 시작했다.
“싱크대 배관에서 역류해 물이 고여 있었어요. 이런 건 배관만 뚫으면 되니까 딱히 크게 공사할 건 없어요.”
장채원의 설명에 뱀파이어 남자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아 참, 그리고 문짝 수리비도 같이 청구될 거예요. 이건 공사 진행하다 불의의 사고로 망가진 거니까… 초은신 님께 알아서 잘 말해주세용.”
그녀의 넉살에 뱀파이어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전해 두지.”
“너는 이따가 다시 와서 매장 창고에서 배관 관통기 하나 들고 와서 여기 뚫어줘.”
“쓸 줄 모른다.”
“그럼 우선 매장으로 돌아가자. 내가 매장으로 설비 사장님 부를 테니까 같이 가서 시공하는 거 도와주면서 잘 지켜봐.”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뱀파이어 남자에게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좌가 오면 지금처럼 모른 체하지 말고 문을 잘 열어라.”
“어, 어차피 네가 문을 부숴서 닫을 문도 없잖아.”
“그렇군. 그럼 얌전히 기다려라. 음료수는 마시지 않으니 내올 필요 없다.”
떠벌떠벌 말하는 천마를 훑어보던 남자가 발끈했다.
“근데 넌 왜 나한테 반말을 하냐?”
“반말?”
“난 뱀파이어란 말이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신이나 요신이 아니면 본좌는 경어를 쓰지 않는다.”
“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뱀파이어 남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장채원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아아. 저놈의 뱀파이어들.’
자존심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종족이 바로 뱀파이어다.
저 뱀파이어 남성은 떨어진 자존심을 천마에게 화풀이해서라도 되찾고 싶은 것이다.
“나, 나는 올해로 120살이 넘었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뭐, 뭐?”
“귀를 씻고 잘 들어라.”
남자의 말에 천마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본좌는 천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