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사당신 (2)
우두둑.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천마의 눈동자에서 피보다 진한 혈광이 솟구쳤다. 아무리 내공을 잃었다지만 낡은 사당 하나 부수지 못하다니.
“좋다!”
왼발을 앞으로 내뻗은 천마는 벼락같은 외침과 함께 천마는 두 주먹을 힘껏 내뻗었다.
“뇌인파멸(雷刃破滅)!”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석벽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권마칠식의 절초, 뇌인파멸이 연달아 쏟아졌다.
콰앙! 콰앙!
뇌성과 함께 마침내 사당의 표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체는 여전히 온전했다.
순간 천마의 눈에선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본좌의 힘이 고작 이 정도뿐이란 말인가!’
전력을 다한 천마가 오른 다를 하늘로 치켜세웠다.
“사사경혼마극퇴(邪死驚魂魔極腿)!”
동시에 만근 거력의 힘이 담긴 오른 다리가 사당의 문짝을 내리찍었다.
콰직!
마침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당의 문짝 하나가 쩍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후우. 후우.”
가쁜 숨을 몰아쉰 천마가 사당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처구니가 없군. 아무리 내공이 없다지만… 사사경혼마극퇴로 고작 문 하나를 쪼갰다니.”
천마는 자존심이 상했다.
마극퇴의 일격은 일반 나무 조각이 아니라 화강암이라도 산산이 부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사당의 낡은 문 하나만을 쪼갰을 뿐이라니.
“참으로 대단한 힘이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성이 감탄성을 내었다.
“신력이 담긴 문을 힘으로 부수다니.”
하지만 천마는 시선을 내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끄럽구려. 사실 본인은 이곳에 온 뒤로 내공을…….”
고개를 돌린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줄곧 반짝이던 여성의 몸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요? 몸이 사라지고 있소.”
여성은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변했지만, 입가의 미소는 여전히 그대로 걸려 있었다.
“오래 버틴 게지. 지금까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채로 이곳을 혼자 지켰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시오.”
툇마루에서 몸을 일으킨 여성이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 숲을 지키고 있는 사당신이다. 네가 부순 사당은 지금까지 날 믿었던 인간들이 만들어준 것이지.”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인간들은 숲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더 이상 숲속에서 받을 은혜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지.”
여성, 사당신은 흐릿하게 변한 자신의 몸을 힐긋 내려다보았다.
“진즉에 할 일이었다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영지에 갔을 때조차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 하지만 널 보고 나서야 마침내 결심이 섰다.”
“본좌… 아니, 본인을 보고 말이오?”
“네 몸에선 왠지 그리운 냄새가 나더구나.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천마가 멍하니 서 있자 여성, 아니 사당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사당신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마지막 순간은 숲을 사랑하는 인간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것이 마지막 소망이었지.”
슬픈 미소를 머금은 사당신은 천마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너는 인간이지만 요신들에 버금가는 육체를 가지고 있구나. 끊긴 기혈을 복구할 순 없겠지만, 영지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면 조금씩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게다.”
과연 신이었나.
천마는 무림에서 사용하는 ‘기혈’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사용하는 사당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요? 힘을 얻는다니.”
사당신이 빙긋 웃자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푸른 기운이 천마에게 쏟아져 나왔다.
순간 그의 단전엔 뜨거우면서도 정순한 진기가 피어올랐다.
완전히 사라졌던 단전에 미세하나마 내공이 스며든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신뢰를 해결하면 은총뿐만 아니라 이렇게 신력을 보수로 받을 수 있으니.”
“신력…….”
그런 것이었나.
무언가를 깨달은 천마가 두 눈을 크게 뜨자 사당신은 싱그런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마지막을 잘 부탁한다.”
문짝 하나를 부수었는데도 그녀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만약 사당을 몽땅 부수게 된다면, 사당신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흠.’
천마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신이라는 존재에게 빚 하나쯤은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다 죽어가고 있음에도 사당신은 천마의 단전에 한줄기 내공을 주입했다.
거기다 신이라는 신분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꽤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다 숲의 신이라면…….’
“흠, 뭔가 잘못 알고 계셨구려.”
헛기침을 한 천마는 몸을 돌려 망가진 사당의 문을 들어 올렸다.
“숲속에 신이 있다는 걸 모르는 인간은 없소이다.”
“뭐라고?”
“본인도 숲속의 신령에게 은혜를 입은 몸이고 말이오.”
그리고 사당신에게 전해 받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순간 천마의 눈동자에선 태양과도 같은 혈광이 솟구쳤다.
“마화열극지(魔火烈極指).”
내공을 일으키자 식지를 뻗은 천마의 손가락에선 강렬한 녹광(綠光)이 번뜩였다.
“과거 부랑자 시절, 산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고 들짐승에 쫓긴 적이 있소. 그리고 그때 숲속의 정령이 본인을 인도해 구해준 적이 있소이다. 그 이후, 본인은 산에 들어가면 항상 숲의 신에게 인사를 올렸소.”
지지지직.
녹광이 담긴 손가락을 문짝에 갖다 대자, 쪼개졌던 문이 말끔히 붙여졌다.
“신력으로 보호되는 문을 인간이 붙였다고…….”
무슨 일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 같은 고요한 사당신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대체 지금 뭘 하는 게냐.”
천마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세계 인간들이 숲속의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그렇다고 생각지 말라는 것이오.”
달칵.
마침내 사당 문을 완전히 고친 천마가 돌 하나를 조심스레 위에 올려놓았다.
“본인이 살던 세계에는 아직도 숲을 사랑하는 인간들이 많소이다. 삭막하고 피에 절은 무림인들조차 담담하고 너그러운 숲의 은혜를 알고 있을 만큼…….”
그리고 사당신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어린 시절, 본인을 지켜주어서 감사드리오. 산의 신령이여.”
천하제일의 무공과 배분을 갖고 있는 천마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을 표현한 것이다.
“그랬구나.”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사당신의 눈동자에선 또다시 푸른 광채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흐려졌던 몸에서도 다시 햇살과도 같은 빛이 흘러나왔다.
오직 한 인간의 믿음.
그 진실하고 두터운 믿음만으로 그녀는 다시 신력을 회복한 것이다.
“인간에게 신이 도움을 받은 셈인가.”
“천만에. 본인이 받은 은혜를 아주 조금 되돌려 준 것뿐이오.”
“그런가.”
천마에게 다가간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의 아름다운 미소는 천마의 가슴에 파고들어 아주 작은 빛의 조각이 되었다.
“고맙구나.”
한 줄기 빛이 된 사당신의 몸은 점차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르르르르.
별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수백만 개의 광점으로 변한 그 빛들은 다시 숲속에 스며들었다.
어느새 낡은 사당은 깨끗이 변해 있었고, 돌탑과 석상도 윤기가 흘렀다.
신이 주는 의뢰를 해결하면… 내공을 모을 수 있다!’
천마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뢰를 완벽히 처리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내공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천마가 차로 돌아오자 장채원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철거 작업 하나에 은총이 세 개나 들어오는 거야?”
“은총?”
그녀가 내민 붉은색 봉투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꽃 세 개가 피어 있었다.
“원래 계약된 은총은 하나였는데. 대체 얼마나 잘해주었길래 세 개나 받은 거야?”
“잘못된 의뢰를 바로 잡아주었을 뿐이다.”
“잘못된 의뢰라니?”
천마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객이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철거가 아니라 복구 의뢰였다.”
천마의 미소를 바라보던 장채원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그 웃음이 어딘가 모르게 사당신의 미소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바위에 미역 줄기를 얹어놓은 듯한 고우키가 그렇게 웃을 줄도 아네.”
“칭찬은 아닌 것 같군.”
“아, 아냐. 칭찬이야. 그러니까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했다고.”
“본좌야말로 기대한 것 이상이다. 신뢰 작업을 하면 내공을 회복할 수 있더군.”
“설마… 신력 말하는 거야?”
“그렇다. 그걸 노동력의 대가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한 번에 무려 10년 치의 내공을 받았지.”
천마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신뢰라는 건 모두 본좌에게 맡겨라. 모조리 완수해 주겠다.”
“네가 신뢰를 맡겠다고?”
“그렇다. 맡겨준다면 열심히 하겠다.”
“으음.”
시동 버튼을 바라보던 장채원이 잠시 고민했다.
“하긴, 신뢰를 계속 미루면 결국 영지의 지위가 박탈되기는 하지…. 게다가 정령수를 망가뜨린 건 너니까.”
부릉.
시동 버튼을 누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부터 천마, 널 복복 인테리어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게.”
고개를 돌린 장채원은 웃으며 천마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 부탁해. 천마.”
* * *
“우선 집을 구할 때까지 창고 방을 써.”
장채원은 미안한 듯 말했지만 천마는 지금까지 쭉 묵고 있는 창고 쪽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원목으로 꾸며진 쪽방 내부는 꽤나 아늑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인테리어 관련 책자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호오.”
서재에 꽂힌 책자들을 바라보던 천마의 눈동자에서 즐거운 빛이 흘러나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으로만 채워져 있을 것만 같은 그는 사실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선 비급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마고에 있는 비급을 모두 탐닉한 천마에게는 인테리어 지식이 담긴 책자를 읽는 것 또한 상당한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아참, 이건 선물. 일일이 너한테 이 세상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없으니까.”
장채원은 천마에게 둥그런 공 모양의 기계를 내밀었다.
“이건 던전이란 곳을 안내해 주는 길잡이가 아닌가?”
“어? 맞아. 네가 어떻게 알아?”
눈을 깜박이는 장채원을 향해 천마는 교자상에 올려놓은 책을 펼쳐 올렸다.
“자, 봐라,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다.”
펼쳐진 책 속엔 ‘던전 속 나만의 꾸러기 집사’라는 광고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그 밑에는 최신형 나노봇이 컬러풀하게 인쇄되어 있었고.
“맞아. 그거야. 나노봇은 몬스터의 종류나 위험등급, 그리고 길 안내 서비스까지 제공해 주거든.”
“흐음.”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네 생활을 윤택하게 해줄 고성능 하이테크 나노봇이라고. 싫어?”
“모르겠다. 그냥 왠지 갖고 싶지 않군.”
“그냥? 장난해? 업무 명령이야. 당장 충전 스테이션에 꽂아놔.”
나노봇을 집어 든 천마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왠지 갖고 싶지 않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천마 님.]
새벽부터 지금까지 꼿꼿한 자세로 인테리어 책자를 읽고 있는 천마의 앞으로 둥그런 나노봇이 다가왔다.
[오늘도 던전에 안 나가시나요.]
거기다 이 나노봇은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나노봇과 달랐다.
장채원의 말에 의하면 필요한 정보만 알려주는 일반적인 나노봇이 아니라, ‘높은 분’이 특수 제작한, 고성능 인공지능이 탑재된 나노봇이라고 했다.
[천마 님?]
어느새 교자상 앞으로 올라온 둥그런 나노봇을 바라보던 천마가 덤덤히 말했다.
“가지 않는다.”
던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나노봇은 이렇게 천마가 던전에 나가는 것을 채근했다.
뿐만 아니라 고도의 인공지능이 탑재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던전에 나가는 것을 종용하는 프로그램이 깔려서인지, 때때로 천마의 속을 벅벅 긁었다.
[9급 상태로 잠이 옵니까?]
“9급? 본좌는 9급이 아니다.”
장채원이 나노봇을 설정할 때 각성 레벨을 9급으로 해둔 듯하다.
뭐, 애당초 각성자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앉아서 빈둥거리지 말고 던전을 나가세요.]
“빈둥거리는 게 아니다. 본좌는 인테리어 시공 관련 책자를 읽는 중이다.”
[책을 읽으면 돈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차라리 던전에 가서 유물 하나라도 건져오세요.]
묵묵히 책을 읽던 천마의 두 손이 꽉 쥐어졌다.
틈만 나면 떠벌떠벌 거리는 기계를 부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장채원이 ‘절대 부수거나 망가뜨리면 안 돼! 엄청 비싼 거란 말이야!’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은 터였다.
‘으으음.’
둥그런 나노봇을 바라보던 천마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던전에 가는 건가요?]
“천만에, 업무 시작이다.”
시계는 벌써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복복 인테리어의 오픈 시간은 9시. 이때쯤이면 점주인 장채원이 내당에서 내려와 매장으로 올 시간이다.
천마는 그에 맞춰 30분부터 매장 청소와 정리를 시작한다.
이것은 정식 직원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영지인 매장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 운공조식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지에 소속된 자는, 관련 업무를 하는 것만으로 선공(善功:좋은 결과를 낳는 공덕)을 얻을 수 있어. 아무래도 신과 요신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니까.”
장채원이 한 말이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영지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좋은 업을 쌓는다는 것 같았다.
스윽 스윽.
매장을 대충 정리한 천마는 대걸레를 쥔 채 열심히 바닥을 닦았다.
청소를 하면 할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뼈마디가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이 쾌감은 운공조식 이상으로 중독성이 있었다.
달칵.
그때 매장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블랙진에 붉은색 롱슬리브를 입은 장채원이 노트를 쥔 채 손을 흔들었다.
“안녕. 좋은 아침.”
먼지 한 톨 없는 눈부신 매장 내부를 둘러보던 그녀는 입을 벌렸다.
“무슨 청소를 이렇게 열심히 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신경 쓰지 마라. 본좌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대걸레를 쥔 채 구석구석 바닥을 닦는 천마의 모습은 성실함,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장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은 외국인 등록증 만들러 가자.”
“등록증?”
“호패 같은 거 말이야.”
“각성자 신분증도 있어야 하고 세금도 떼고… 여러 가지 복잡하거든.”
일전에 장채원이 했던 말을 기억한 천마는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신분증을 만들면 복잡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각성자 신분증. 각성자들은 주민등록증 대신 몸에다 생체칩을 인식해야 하거든. 네가 만들 건 외국인 등록증이야.”
“점주도 가지고 있나?”
“있긴 한데 내 건 좀 달라.”
장채원의 말에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귀찮다. 그런 건 생략하지.”
“괜찮아. 복잡한 과정 같은 건 내가 모두 생략해 놓았으니까. 넌 그냥 보건소 가서 몇 가지 간단한 검사만 받으면 돼. 그럼 끝이야.”
“검사? 무슨 검사 말인가.”
“음. 건강한지 아닌지를 좀 보겠다는 거지. 다른 건 몰라도 이 검사는 네가 직접 가야 하거든.”
“본좌는 건강하다.”
“알아. 얼마 시간 걸리지 않아. 잠깐 다녀오자고.”
“으음.”
천마는 긴 침음을 내었다. 아무래도 번거로운 듯하다.
“꼭 만들어야 하나?”
“당연하지. 이게 없으면 천마, 네가 이 도시에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단 말이야.”
팔짱을 낀 채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한번 가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