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복복 인테리어
“마정강삭검? 그게 뭔데.”
“자그마치 금자 오천 냥의 가치가 있는 마검이다. 쇠를 두부 썰 듯 베어낼 수 있으며 베어낸 상대의 정혈을 흡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분명 우리나라 말을 또박또박하고 있는데 내용은 절반도 알아먹을 수 없다.
“뭔가 엄청나게 음험한 물건이라는 것 같은데…….”
“걱정 마라. 금전적 가치는 확실하니까. 이곳에서도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거다.”
“판다고?”
순간 그녀는 불길한 기운을 직감했다.
“왜 여기서 팔 생각을 해? 직접 팔아서 현금으로 가져와.”
“불가하다.”
“뭐라고?”
“본좌는 천마다.”
“뭐 어쩌라고?”
천마는 근엄한 표정으로 천장을 응시했다.
“마도천하를 이룬 본좌가 어찌 신마대제께서 남긴 상고기병을 흥정할 수 있겠나.”
순간, 이성이 날아갈 뻔한 장채원이 심호흡을 했다.
“아는 사람 없어? 위탁 판매라든가… 방법이 있을 거 아냐?”
“마정강삭검은 무림에서 사용을 금지한 마검 중 하나다. 판다고 해도 구매하려는 간 부은 무림인은 없겠지. 무림 공적이 될 테니까.”
“그럼 어쩌라고?”
“여긴 다른 세계니까 상관없지 않나. 부담 없이 팔아라. 본좌가 허락하겠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놀라운 인내심을 발견한 장채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말고 금은보화 같은 건 없어?”
“있다.”
“뭐야, 그럼 됐잖아. 그거 가져와.”
“본좌의 사사로운 일에 어떻게 보고를 열겠나. 아랫것들의 웃음을 사게 될 거다.”
뚝.
장채원의 이성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던 인내심이란 밧줄이 안타깝게도 끊어져 버렸다.
“아아, 그렇구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납득한 건가.”
천마가 싱긋 웃자 장채원이 두 눈을 희번덕이며 뒤집었다.
“그래그래. 확실히 납득했어. 네가 구제불능이라는 걸.”
번쩍 뜬 그녀의 눈동자에선 시퍼런 수백만 개의 칼날이 쏟아지는 듯했다.
“네가 다른 세계에서 날 돌아버리게 만들려고 보낸 터미네이터 같은 놈이라는 걸!”
두 눈을 희번덕이게 뒤집은 장채원의 몸에선 천마조차 감당할 수 없는 막강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죽는다!’
장채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천마조차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죽음따윈 두렵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르지 못한 경지에 있다는 것이 통탄스러울 일이다.
“잠깐!”
한 손을 내민 천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본좌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장채원은 강하다.
천마는 더욱 강해지고 싶다.
그녀처럼 하늘을 열고 땅을 흔드는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이러한 열망은 천마로 하여금 생애 최초로 ‘설득’과 ‘협상’이라는 개념을 끌어오게 하였다.
“크험.”
헛기침을 한 천마는 하얗게 변한 장채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요한 것은 손해 배상이 아닌가? 본좌는 성실히 손해를 배상할 용의가 있다.”
그러자 이성을 찾은 듯 하얗게 올라간 장채원의 눈동자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럼 어떻게 배상할 건데?”
“당장 금전적인 배상은 어렵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일을 처리해 주지.”
천마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본좌의 머릿속엔 십만 팔천 종의 마문비서가 들어 있다. 즉, 내공이 없이도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 줄 수 있다는 거지.”
“이런저런 일?”
“그렇다.”
싸늘하게 웃은 천마가 혀를 할짝거리며 말했다.
“만약 직접 손을 쓰기 곤란한 일이 있다면… 본좌가 은밀히 처리해 줄 수 있다.”
“곤란한 일…….”
잠시 고민하던 장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마의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 그럼 앞으로 매장에서 일해! 일억 원어치를 충당할 때까지!”
긴 손가락으로 바위 같은 천마의 얼굴을 가리킨 장채원이 말했다.
“내공이든 뭐든 그건 알아서 하고.”
“매장에서 일을 하라니. 그 신뢰라는 거 말인가.”
“미쳤어? 그건 절대로 너에게 맡길 일이 없어. 그냥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해.”
“대체 무슨 일을 하라는 건가.”
“당연히 인테리어 관련 일이지. 글자 안 보여? 집수리 전문이라고 적혀 있잖아.”
천마는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명함을 빤히 바라보았다.
“집수리라… 설마 본좌 보고 목수가 되라는 말인가.”
“뭐, 비슷해. 목공 작업도 포함되니까.”
“으하하하!”
껄껄 웃는 천마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혈광이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천외천(天外天)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죽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욕을 당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농담이 심하군.”
“지금 농담하는 거 같아?”
“본좌를 일꾼으로 부리겠단 말인가.”
“천만에, 일꾼으로 바로 부릴 수도 없어. 이 일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장채원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이쪽 일 하나 배우는 데 보통 몇 년이 걸리는 줄 알아? 아무리 손재주가 좋고 눈치 빨라도 삼 년은 노력해야 A급 기술자가 된단 말이야.”
“으하! 으하하하!”
천마는 참을 수 없다는 껄껄 웃어댔다.
“그깟 집수리 일을 배우는 데 삼 년이 걸린다고?”
“그깟 집수리?”
이번엔 장채원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일렁였다.
“인테리어 시공 기술이라는 건 숙련도와 감각, 모두 뛰어나야 해. 단번에 배울 수 있는 일인 줄 알아?”
“그건 범인(凡人)들에게 해당하는 말이겠지. 여러 번 말하지만 본좌는 천마다. 하잘것없는 재능을 가진 자들과 이 몸을 비교하지 마라.”
천마의 무심한 한마디가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뭐, 뭐라고? 하잘것없는?”
“그렇다.”
천마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한 기술을 배우는 데 삼 년? 본좌는 한 기술당 하루 만에 끝마쳐 주지.”
그리고 오만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였다.
“본좌는 마도가 창설된 이래 만들어진 마도무학을 모두 연성한 유일무이한 천재니까.”
천마는 고작 십여 년 동안의 시간으로 마고(魔庫)에 있는 십만팔천종의 마종방학을 모두 극한의 경지까지 완성했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천재. 하늘이 내린 절세무학 기재, 무학의 끝에 도달한 천하대종사,
그것이 바로 천마였다.
“천재?”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천마를 보며 장채원이 코웃음을 쳤다.
“하루만 배우면 할 수 있다고? 만약 못 하면?”
“말했잖나. 본좌는 천마다.”
“그러니까 하루 만에 못 하면 어떡할래?”
“아까 말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삼 년간 군소리 없이 일을 해주겠다.”
천마는 표정으로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만약 본좌가 하루 만에 일을 뚝딱 해낸다면?”
“좋아. 그럼 일억 원의 채무는 없는 걸로 하겠어.”
“하하하하! 배포 하난 마음에 드는군.”
장채원은 비록 젊은 소녀의 외모를 갖고 있지만, 백전노장의 관록과 배포가 엿보였다.
천마는 긴 송곳니를 드러내며 자신감 있는 미소를 드러냈다.
“그럼, 당장 시작해 보도록 하지.”
* * *
끼이익.
장판을 잔뜩 실은 하얀색 봉고차가 어느 주택가에서 멈춰 섰다.
철컥 소리와 함께 내린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장채원과 천마였다.
“여기는 어딘가.”
천마는 시뻘건 벽돌로 되어 있는 다가구 주택을 올려다보았다.
장채원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장판 하나를 가리켰다.
“장판 시공할 곳.”
“장판?”
“됐고, 우선 이 장판 들고 날 따라와.”
“흠. 좋다.”
천마는 무게가 100킬로가 훌쩍 넘는 장판을 가볍게 어깨에 짊어졌다.
손에 쥐고 있던 수첩을 응시하던 장채원은 지하 정면에 있는 현관문의 비번을 눌렀다.
띠리링.
전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텅 비어 있는 투룸의 거실 내부가 보였다.
“한 번만 시범을 보이겠어. 불만 없지?”
“물론이다.”
“좋아. 잘 봐.”
장채원은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내 방 사이즈를 실측했다.
“흠, 이 방 사이즈는 가로가 3,400mm, 세로가 3,500mm야. 이 장판의 높이가 1,800mm이니까 두 폭을 겹치면 되겠지?”
줄자로 방 사이즈를 실측한 그녀는 커터 칼을 꺼내 종이에 감싸인 장판의 겉 포장을 뜯었다.
“이건 모노륨이라는 거야. 바닥에 까는 바닥재고, 두께에 따라 가격이 달라. 지금까지 내 말 알아들었어?”
“알아들었다.”
대답은 그렇게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본좌가 이런 하잘것없는 일을 해야 하다니.’
하지만 장채원은 천마가 한번에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
“자, 다시 설명해 줄 테니 잘 봐.”
장판 뒤판엔 제조사 로고가 새겨져 있었고 일정한 선과 숫자들이 보였다.
“이 칸 하나에 10센티야. 열 칸이면 1미터지.”
“한 칸에 대략 사 촌(寸) 정도 되는 길이라는 거군. 그 것도 이해했다.”
“좋아. 이걸 사이즈에 맞게 잘라서 우선 놔두고…….”
능수능란하게 장판을 재단한 그녀는 장갑과 마스크를 꼈다.
“이제, 기존 장판을 걷어낼 거야.”
바닥에 깔려 있는 장판을 걷어내 둥글게 말아 한쪽에 세워두었다.
그리고 빗자루로 바닥의 먼지를 깨끗이 쓸어냈다.
“그다음, 바닥에 본드를 칠해야 해.”
“본드?”
“음… 접착제라고 하면 알겠어? 끈적끈적한 거 말이야.”
장채원은 다시 커터 칼로 하얀색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바닥용 본드의 전면을 크게 잘라냈다.
그리고 하얀 헤라를 꺼내 안쪽에 들어 있는 본드를 듬뿍 퍼 올렸다.
“지금부터 잘 보는 게 좋을 거야. 본드도 그냥 마구잡이로 바르는 게 아니니까.”
그녀는 장판을 펼칠 바닥 부분에 본드를 칠하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헤라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움직이자 뭉쳐 있던 본드가 기다란 물결무늬를 그리며 바닥에 고루 칠해졌다.
“그다음, 장판을 이 위에 붙이면 되지.”
아까 재단해 놓은 장판을 바닥에 붙였다.
모서리는 커터 칼로 이쁘게 잘라준 후, 또다시 나머지 면에 같은 작업을 했다.
“이제 장판의 겹쳐진 부분을 하나로 연결해 줘야 해.”
커터 칼을 꺼낸 장채원은 두 개로 겹쳐져 있는 장판 부위를 직각으로 잘라냈다.
그러자 겹쳐져 있던 두 개의 장판이 마치 원래 한 덩이 였던 것처럼 깔끔해졌다.
“자, 이제 마지막이야.”
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병과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그건 뭔가.”
“용착제야. 본드랑 비슷한 건데, 이 틈을 딱 붙여주지.”
작은 병에서 용착제를 딴 그녀는 장판과 장판 사이의 틈에 스윽 집어넣었다.
그러자 갈라져 있던 겹침 부위가 원래 한 장이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붙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기술이라 부를 수도 없는 단순한 행위군.”
“뭐, 뭐?”
앞니가 훤히 드러나도록 치아를 깨문 장채원이 바로 옆 방을 가리켰다.
“그럼 당장 해봐.”
“좋다. 잘 봐라.”
천마는 장채원이 했던 대로 자신 있게 바닥을 제거했다.
힘이 좋아서 그런지 무거운 장판을 휴지 뽑듯 수월히 걷어냈다.
“본드라고 했지.”
그리고 헤라로 본드를 한 움큼 덜어내 열심히 바닥에 본드 칠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것과 달리 본드는 곳곳에 둥글게 덩어리가 졌다.
“기술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거라면서? 본드 칠도 제대로 못 하네?”
장채원의 핀잔에 천마는 덤덤히 말했다.
“염려 붙들어 매라.”
그리고 장판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잘라낼 부분이 나오자 천마는 갑자기 몸을 낮게 웅크린 채 붉은 눈을 번뜩였다.
어디선가 본 자세다.
“야! 잠깐!”
장채원이 소리치기도 전에.
“권마칠식, 승풍항룡!”
몸을 펄쩍 띄운 천마의 주먹이 장판을 스쳤다.
파앙!
폭발음과 함께 장판 사이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찢어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구성이 형편없군.”
펄쩍 뛴 장채원이 걸레짝처럼 찢긴 장판을 들어 올렸다.
“왜 장판을 박살 내? 제대로 자르라고 칼 줬잖아?”
“칼? 병기 말인가.”
장채원은 천마의 허리춤에 꽂혀 있는 커터 칼을 가리켰다.
“이거 말이야! 이걸로 매끈하게 잘라.”
“필요 없다. 그냥 자를 수 있다.”
“됐으니까 이걸 써서 잘 잘라. 이 장판도 다 돈이라고.”
“그러지.”
천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커터 칼을 쥐었다.
휘리릭.
커터 칼을 고속으로 회전시킨 천마가 갑자기 한 손을 내뻗었다.
번쩍!
싸늘한 빛이 번뜩임과 동시에 눈앞에 있던 장판이 순식간에 두 조각 났다.
“뭐, 뭐야.”
유리처럼 매끈하게 잘려 나간 장판의 단면을 본 장채원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자세는 형편없는데… 단면은 마치 레이저 절단기로 자른 것처럼 깔끔하네.”
“본좌는 천하에 산재한 모든 병장기에 정통하지.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씩 웃은 천마는 잘라낸 장판을 바닥에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닥에 붙이면 붙일수록 늙은 나귀의 뱃가죽처럼 곳곳이 쭈글쭈글해졌다.
“아아,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네. 정말 놀라운 재능이야. 이렇게 쭈글쭈글하게 만들기도 힘든데.”
장채원의 비아냥에 천마는 바위와 같은 얼굴로 말했다.
“횡보행호거경(橫步行好去京)이란 말을 아는가.”
“모르는데.”
“모로 가든 경사에만 가면 된다는 거지. 즉,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말이다.”
터억.
천마는 기세 좋게 반대편 장판을 바닥에 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쭈글쭈글했다.
“이제 겹침 부위를 잘라내겠다.”
커터 칼을 집은 천마는 다시 장판을 잘라냈다.
하지만 당황한 탓에 힘이 너무 불필요하게 들어갔다.
치이이익.
겹침 부위를 잘라낼 때마다 바닥에 불꽃이 튄다.
천마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깔린 장판이 점차 흉물스럽게 변해 갔다.
“음.”
천마는 굳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완료했다.”
장채원은 온통 쭈글쭈글하고 삐뚤삐뚤 잘린 장판을 보며 입을 벌렸다.
“장님이야? 장판이 거적때기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잖아?”
“바닥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장난해? 이런 시공이 어딨어? 모양이 예뻐야지.”
그녀의 시선을 피한 천마가 뻔뻔하게 말했다.
“본좌의 무학, 아니 마도무학의 특징이다. 외관보다 실용성에 중점을 두지.”
“장난해? 한번 보면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다며?”
장채원 바위처럼 굳어 있는 천마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천재 좋아하시네? 그쪽 세계에선 둔재를 천재라고 하는 거야?”
“으음.”
사실 천마도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복잡한 무공이나 기관진식도 단숨에 이해하고 그대로 펼칠 수 있는 그다. 어째서 이 인테리어 시공은 제대로 할 수 없단 말인가.
‘다른 세계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공이 사라져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고금제일인의 긍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본좌는 칼보다 검을 잘 쓰지.”
“뭐?”
“권법보단 장법을 더 잘 쓰고 말이다. 아, 물론 지금은 내공이 소실된 탓에 권마칠식을 주로 써야겠지만…….”
“뭔 소리야.”
“무공도 그렇듯이 모든 일엔 적성이라는 것이 있다.”
“뭐라고?”
“방금 전의 일은 본좌의 적성에 맞지 않은 것 같군.”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천마는 장채원에게 말했다.
“다른 일을 해보도록 하지.”
이후, 천마는 장채원을 따라 여러 가지 시공 일을 해보았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천마는 인테리어 시공에 전혀 재능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럴 순 없다!”
천마는 바닥에 엎드린 채 절구했따.
“본좌는 마고에 들어가 십만 권의 무서를 읽었고 약관이 되기 전엔 수십 년간 고련해도 연성하기 힘든 반극신공을 십이 성 까지 터득했다. 그런 본좌가… 고작 막일 따위를 하지 못한다고?”
“막일 따위라니. 말 조심해.”
장채원은 팔짱을 낀 채, 엎드린 채 절규하고 있는 천마에게 말했다.
“이제 할 말 없지? 앞으론 토 달지 말고. 철거 일과 쓰레기 치우면서 일머리를 좀 익히도록 해.”
“철거? 쓰레기? 무슨 말인가.”
“잊었어? 내기?”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천마에게 바싹 다가가 말했다.
“한 번에 똑바로 못 하면, 3년 동안 일해주기로 했잖아.”
두 눈을 반달처럼 접은 채 웃고 있는 장채원의 모습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눈동자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