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8화 (168/169)

“저.. 그것은 아직 파악이 안되었습니다.”

“멍청한 놈들!”

퍽! 쿠억! 마연이 보고하던 병사에게 발길질을 하였고 병사가 뒤로 나자빠졌다. 그리고 마연은 역시 한족놈들은 어쩔수 없다..! 라는 경멸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소리쳤다.

“지금 당장 농장내부에 비상사태를 알리는 종을울려라! 그리고 막사에있는 병사놈들을 모조리 깨워! 서둘러!”

“알겠습니다. 그런데 농장에있는 팔기병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까요?”

“팔기병의 지휘관인 여상에게는 내가 직접 찾아가서 알리겠다.”

마연이 대답하며 출발준비를 시작했다.

그에게 한족 병사들은 얼마든지 막대할수 있었다. 하지만 노예농장에있는 팔기병과 지휘관인 여상은 달랐다.

애초부터 그들은 마연이 관리하는 노예농장의 소속도 아니였다. 정확히는 대만총독이자 만주귀족인 조등의 직속부대들중에 하나이다. 때문에 마연이 무조건 명령을 내릴수있는 위치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 * *

“적들의 공격이다.”

“서둘러라!”

땡땡땡~ 노예농장의 내부로 타종을 알리는 굉음이 터져나갔다.

막사에서 자고있던 한족 병사들이 허둥지둥 무기와 장비를 챙겨들고 나갔다. 하지만 조선군과 파포라족이 기습한 시간은 야간이였다. 때문에 노예농장의 병사들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러던중 한족병사들로 구성된 부대를 지휘하던 장범이 소리쳤다.

“침입자들은 정문쪽이다! 어서 그쪽으로 달려가라.”

“알겠습니다.”

그는 한족 출신으로 비상을 알리는 타종이 울리자,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노예농장으로 적이 기습해 왔지만 이번에 공을세우면 더높은 자리로 출세할수 있을것이다. 지금 중국은 만주족이 지배하는 곳이다. 따라서 장범같은 한족이 출세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만주족들의 눈에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정문쪽으로 병력을 보내는것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장범의 부하중에 한명이 말했다.

그것에 장범이 몇차례 씰룩하더니 강경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적들의 숫자는 얼마되지 않는다. 여기 노예농장에만도 수백명이 넘어가는 병사들이 있다. 따라서 전투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만주족의 팔기들이 나서기전에 우리 한족으로된 전투부대가 적들을 해치워야 하는것이다.”

“그렇군요.”

장범의 대답에 측근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에서는 한족들로된 전투부대가 더 많은데도 항상 노예농장에서는 팔기들에비해 대접을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공을세우면 대만총독인 조등도 자신들을 인정해 줄것이란 기대감이다.

하지만 장범의 생각과 판단은 처음부터 틀렸다.

그는 노예농장의 정문에 나타난 적들의 숫자가 몇명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저놈들도 다급했군. 한꺼번에 병사들을모아 진격해와도 부족할 판에 되는대로 투입하고 있으니!”

“야간이라서 적들도 상황파악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오디크 왕자가 대답했다.

현무철포를 사용한 사격으로 정문의 적들을 해치운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디크 만이 아니라 파포라족의 총병부대원들도 전의가 상승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조선군에게 받은 훈련대로 사격하며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실전을통해 자신들이 연습해온 현무철포의 위력을 실감한 것이다.

“총병들은 다음번 사격을위해 재장전을 준비해라.”

오디크의 지시를받자 파포라족 총병들이 현무철포에 화약과 탄환을 장전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현무철포는 한족병사들이 보유한 구형의 화승총들을 능가했다. 지금은 화승총마저 가져 오지못한 한족병사들이 창과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다가 강력한 사격에의해 고깃덩이로 변하는 중이였다.

“사격개시!”

탕! 타타탕! 크악! 케엑! 정문쪽으로 달려오던 한족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짚단처럼 쓰러졌다. 그사이에 오디크 왕자는 파포라족 총병들을 중심으로 다른 전투부대들도 진격을 시켰다. 오디크의 지휘능력은 조선군을 이끄는 강승호와 권영철에게 지도받은 것이다.

“장범 대장님! 저놈들은 얼마전 팔기부대와 우리들에게 박살났던 파포라족의 놈들입니다.”

“미개한 녀석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데 정문으로 투입시킨 부대와 병사들은 어떻게 되었나?”

“오히려 적들에게 당하고 있습니다.”

“무슨 개같은 소리야? 그놈들은 제대로된 무기도없는 야만족의 수준이다.”

“그게 아닙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공격해갔던 우리쪽 병사들이 차례로 총격에 쓰러지고 있습니다.”

“.....”

부하의 보고를듣자 장범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런것은 예상조차 못했던 부분이다. 그리고 장범에게 보고한 부하의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탕! 타타탕! 노예농장의 정문쪽에서 연속된 총격음이 터져나왔고 이제는 장범의 귀에도 박혀들 정도였다. 파포라족이 어떻게해서 총포를 갖고있는지 알수없지만 지금은 한족의 총병부대를 동원해야할 순간이였다.

“이렇게되면 할수없다. 서둘러 화승총 부대를 준비해라! 미개한 파포라족 놈들에게 한족들의 전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부하가 달려갔다.

그사이 장범의 표정은 점차로 구겨졌다. 처음에 상대가 몇명 안된다고 생각해 한족 병사들을 무턱대고 투입했다가 엄청난 피해를당한 것이다. 그렇다해도 조금후에 동원될 화승총 부대를통해 적들을 완전히 섬멸시키면 그 공로를 충분히 인정받을수 있을것이다.

“분명히 저곳에는 다두왕국의 애송이인 오디크 놈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잘되었군. 이전에 조등 총독께서 그놈을 놓친것에 분노하고 계셨다. 따라서 이번에는 내가 그놈을 포로로 잡고 나머지 놈들은 차례로 찢어주겠다.”

장범이 주먹을쥐며 히죽거렸다.

* * *

“무슨 일인데, 다급하게 오시는거요?”

“안그래도 여상, 당신을 찾아가던 중이였습니다.”

마연이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조금전 한족병사들에게 적이 침입해 왔다는 보고를 들은뒤, 마연은 서둘러 팔기부대를 찾아서 달려가던 중이였다. 물론 노예농장의 내부에는 한족병사로 구성된 전투부대도 있었다. 하지만 마연은 처음부터 한족들을 경멸했고 또한 한족병사들의 전투력을 우습게 생각했다.

그러던중 마연의 기대감에 호응하듯 여상이 200명의 팔기병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본래 팔기들이 지내는 곳은 노예농장의 정문과는 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농장의 내부에서 소란이 터지고 나중에는 총격음까지 흘러나오자, 팔기부대장인 여상도 서둘러 부하들에게 무장을 시키며 나온것이다.

“이곳으로 적들이 기습해온거 같은데, 정체는 무엇이요?”

“조금전 다른 녀석들이 보고를 해왔는데, 다두왕국의 쓰레기들인 파포라족 놈들이 동족들을 구하기위해 온거 같습니다.”

“흐음. 오디크란 놈이 아직도 살아있었던 것인가?”

마연의 설명에 여상이 턱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우쭐거렸다.

얼마전 조등총독의 직속 팔기부대가 함정까지 파놓고 공격했지만 다두왕국의 후예인 오디크 왕자를 놓쳤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여상은 이것에대해 그곳의 팔기부대장을 비웃었다. 기껏해야 미개한 부족따위에 그정도로 쩔쩔매다니 말이다. 자신이라면 한순간에 박살낼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전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장범이 이끄는 한족들의 부대를 투입시켰는데 그놈들이 제대로 못하는거 같소이다.”

“하긴 한족놈들은 어차피 숫자만 많을뿐이지, 실전에서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치기 바쁜 오합지졸들에 불과할 뿐이요.”

“맞습니다. 대장님!”

여상의 말에 뒤에있던 측근들이 대답했다.

무기와 장비를 갖추고 말위에 타고있는 그들은 당장이라도 돌격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상태였다.

“걱정마시요. 이제부터 우리 팔기부대가 해결해 줄 것이요.”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마연이 여상을향해 고개를 숙였다.

같은 만주족의 신분이지만 지금 아쉬운것은 마연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팔기부대의 전투력이면 적들이 아무리 많은 숫자가 쳐들어와도 금방 박살낼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던 것이다.

“좋아! 이제부터 전투를 개시한다. 그리고 저곳에 다두왕국이 무너진뒤에 살아남은 오디크라는 놈이 있다. 그놈에 대해서는 포로로 잡아라. 내가 이후에 그놈을 조등총독님에게 바칠것이다.”

“와아아! 해치우자.”

여상의 외침을듣자 팔기들이 기세를 높였다.

이윽고 그들은 군마에 박차를 가하면서 진격을 시작했다.

그사이에 노예농장의 정문쪽에서 벌어졌던 전투는 이제 파포라족의 전투부대가 진격을하며 새로운 장소에서 전개되었다.

“크악! 커억!”

“저놈들이 어떻게해서 강력한 총포를 갖고 있는것이야?”

“아군의 화승총 부대가 밀리고 있습니다.”

경악에찬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장범이 준비해서 투입한 한족병사들의 화승총부대.

처음에는 기세좋게 나아갔다. 무엇보다 장범이 지휘하는 한족의 총병부대는 숫자만도 300명에 이르렀다. 때문에 파포라족의 총병부대를 단번에 무너뜨릴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투가 진행되면서 장범의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오히려 화승총을 사용하던 한족병사들이 차례로 쓰러지며 시체가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 투입된 300명중에 반 이상이 당해버렸고 이제는 양측간의 총병들 숫자도 비슷해지고 말았다. 그렇게되자 한족 병사들이 사용하던 화승총은 위력조차 발휘하지 못했다.

“서둘러 장전을 개시해라.”

장범의 지시를받은 부하들이 병사들이 다그쳤다.

하지만 대열을 맞추어 재장전을 한다고 허둥대던 한족 병사들은 파포라족 총병들이 발사한 사격에 무너지고 있었다.

탕! 타타탕! 크억! 현무철포의 일제사격과함께 선두대열이 짚단처럼 넘어졌다. 그뒤에있던 한족 병사들은 공포에질려 떨었다. 그렇다보니 화약과 탄환장전은 더 느려졌고 일부는 화승심지를 끼워넣지도 못해서 총을 바닥에 버리는 경우도 나왔다.

“역시 멍청한 한족놈들! 적보다 많은 숫자를 가지고도 겨우 이정도밖에 못하고 있다니.”

전투현장에 도착한 팔기부대장 여상이 소리쳤다.

그리고 파포라족 전투부대에 쩔쩔매던 장범은 도착한 여상을향해 고개를 숙였다. 더이상의 변명조차 할수없는 상황.

여상이 장범의 뺨을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네놈들은 뒤로 물러나라. 이제부터 우리 대청제국의 팔기들이 저놈들을 섬멸시킬 것이다.”

여상의 명령에 장범은 반항조차 못했다.

처음에 장범이 데려왔던 한족병사들과 부대는 이미 대부분 박살이 나버린 상태다. 남아있는 숫자는 채 100명도 안되는 상황. 대패를 당해버린 상태였고 한족병사들은 팔기병들이 나타나자 겨우 살았다는 표정으로 후퇴까지 하였다.

잠시후 여상이 히죽거렸다.

“저놈들이 무슨 방법을 썼는지 몰라도 한족들의 화승총 부대를 궤멸시킨건 좀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이 팔기에게는 통하지 않을것이다. 전부대는 돌격을 준비해라.”

팔기들이 무기를 빼들었고 군마의 고삐를 죄었다.

하지만 여상은 이곳에 파포라족의 전투부대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다는걸 몰랐다. 강승호는 팔기들이 등장하자 조선군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파포라족을 후방에서 지원하던 위치였다. 하지만 청나라 팔기들과 맞서기위해 정면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전투준비를 완료한 조선군 병사들이 돌진해오는 팔기병들을향해 냉소를 지었다.

현무철포에 박살나는 청나라 팔기병들

콰두두! 굉음을내며 돌진해오는 팔기들의 모습.

그것은 상당한 위용을 드러내었다. 과거에 대만에있는 한족들은 물론이고 원주민들까지도 팔기병사의 모습을 보기만해도 주늑이 들었고 공포심을 드러내었다. 그 때문에 파포라족이 조선군을통해 무기와 장비를 지원받고 훈련까지 한 상태였지만, 200명의 팔기부대를 보자마자 움찔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저들이 이제 겨우 한족병사들을 상대로 자신감을 회복했지만, 아직 만주의 팔기들을 상대로는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기는 힘들군요.”

“그렇기 때문에 저놈들에 대해서는 우리쪽 조선군이 처리해야 하는것이지. 물론 이번 전투후에는 파포라족들도 더이상 만주족과 청나라의 팔기들이 무적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될것이지만 말일세.”

“맞습니다.”

강승호의 말에 박종찬이 대답했다.

그는 강승호의 휘하에있는 부장들중에 한명이고 현무철포로 무장한 조선군 총병부대를 지휘했다. 파포라족의 총병부대를 양성하고 훈련시키는데는 박종찬을 비롯한 조선군 총병부대원들이 큰 활약을했던 것이다. 얼마후 박종찬이 조선군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번 전투를통해 파포라족들에게 만주놈들의 팔기를 어떻게 해치우고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언제쯤 팔기놈들에게 탄환을 먹여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박종찬의 휘하에있는 조선군들은 팔기병들에대해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사냥감을 노리는 야수의 눈빛처럼 자신감이 가득했던 것이다.

“먼저 저놈들에게 기습공격이 뭔지를 보여주지.”

“그거라면 좋은 것이 있지요.”

총병부대의 병사들이 대답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조선군 총병부대원들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현무철포를 사용하지만 그외에도 다양한 무기들을 보유했다. 또한 과거에 궁수들로 활동했던 인원들도 많았기 때문에 활솜씨에 있어서도 발군의 실력을 가졌다.

특히 10명 정도는 보통의 각궁과 화살보다 사용이 어려운 편전을 능숙하게 쏘아대는 사수들도 있었다. 이들이 박종찬의 지시에따라 신속하게 등뒤에서 각궁을 꺼내었고 편전을 준비했다. 활시위에 통아를걸고 그사이에 짧은 애기살을 끼우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발사된 애기살은 보통의 화살보다 더 빠르면서 치명적이다. 마치 암살용의 화살처럼 상대가 눈치챌수도 없는 사이에 날아와 박혀버리는 것이다.

* * *

“대장님! 놈들이 궁수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크큭! 멍청한 녀석들. 팔기병들에게 기껏해야 미개한 원주민 녀석들이 사용하는 활이 통할것으로 생각했나? 어차피 신경쓸거 없다! 단번에 돌격해 박살을내라.”

여상이 소리치며 돌격을 지시했다.

그 사이에 활시위에 장전을마친 조선군 궁사들이 편전을 발사했다. 쏴앙! 피잉! 발사된 화살들은 날카로운 파공음을내며 쇄도해갔다.

퍽! 퍼퍽! 크억! 팔기들의 선두에있던 대열이 애기살에 급소를맞고 튕겨졌다. 목과 상체, 얼굴을 정확하게 노린 정교한 솜씨였다.

“선두대열이 당했다.”

“분명히 원주민 놈들의 화살은 이정도의 사거리를 가질수도 없는데.”

털썩! 쿠당탕! 끄억! 선두열이 일제히 무너지면서 뒤에서 따라가던 팔기들은 급하게 멈추었다. 기병돌격의 핵심은 중간에서 멈추지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팔기병들의 돌진은 시작부터 실패한 것이다.

“엄청날 정도다!”

“저것이 조선군 궁사들의 실력이라니?”

“지금까지 우리들은 청나라 팔기들을 무적으로만 생각했는데, 결국은 저놈들도 화살에 맞으면 쓰러지는 인간일 뿐이였다.”

파포라족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며 나오는 목소리.

이것을보며 강승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선두열에서 돌진하던 팔기들이 시체가 된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포라족이 청나라 팔기들에게 갖고있던 공포와 두려움이 상당부분 줄어든것은 상당한 성과였다.

“여상 대장님! 조금전 아군의 팔기병들을 기습한건, 대만의 원주민들인 파포라족들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그렇다며 저놈들은 누구란 말이냐?”

“파포라족들에비해 입고있는 복장이나 모습, 그리고 갖고있는 무기들도 모두 다릅니다. 동시에 돌진하던 팔기병들의 선두대열을 기습한건 보통의 화살이 아니였습니다. 화살에맞은 시체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다른 팔기들이 가져온 보고에 따르면 화살은 훨씬짧고, 속도가 빠르며 단번에 아군 팔기병의 급소에 박혀든 상태였습니다. 현재 저런 무기와 활을 사용하는건 단 한곳. 바로 조선밖에 없습니다.”

“그럼 저놈들이 조선군이라고? 지금 네놈은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거냐? 조선군 놈들이 왜 여기 대만에 있다는 것이냐? 그리고 조선은 대청제국을 상국으로 받들고 대청제국의 노예나 다름없는 속국이란 말이다.”

여상이 보고해온 부하를향해 소리쳤다.

청나라의 본토에서 바다로 떨어진 대만. 그리고 여기에있는 만주족들이나 팔기병들은 아직도 조선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청나라에게 있어서 속국이나 다름없는 조선군이 대만에 있다는 사실도 믿기 힘들었다.

만약에 그런일이 생겼다면 미리 북경에서 연락이 왔을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기에 여상은 처음에 부하의 말을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에는 여상도 파포라족의 선두에있는 조선군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가 과거에 알고있던 조선군의 복장과는 좀 다르게 보이지만 조선군 병사들이 들고있는 각궁과 편전의 모습만은 충분히 확인할수 있었다. 이윽고 여상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감히 대청제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조선놈들이 지금 황제폐하의 군대인 우리 팔기를향해 대들었다는 것인가?”

“대장님! 이것은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저로서는 어떻게해서 조선군 놈들이 대만에 들어와 있는지 알수없지만, 이것은 조선이 우리 대청제국을향해 반역을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너의 말이 정답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팔기병들은 저기있는 조선놈들을 섬멸하는데 모든 전력을 투입한다.”

여상이 팔기병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팔기들의 변화된 움직임에 강승호가 조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저놈들도 우리들이 참가하고 있다는걸 알아챈것 같군.”

“팔기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자신들이 조선의 편전에 당한 것쯤은 알아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저놈들이 어떻게 나올것인가 궁금해 지는군.”

“저기있는 팔기부대의 장수가 나름 머리가 굴러가는 놈이라면, 무턱대고 돌격하는것보다 오히려 부하를보내 우리에게 따질려고 들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만하게 살아왔던 팔기들에게 그정도의 책략이라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자네의 걱정과는 다르게 무식한 만주족 놈들이라 그런지, 앞뒤 생각없이 달려드는군.”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더 편하군요.”

박종찬이 대답했다. 강승호의 말대로 처음에는 선두대열이 편전에 당한것에 움찔하더니 이후에는 남은 팔기병들이 복수심에 불타서 돌진해오는 상황이였다.

* * *

“전투준비!”

“조준개시!”

척! 처처척! 조선군 병사들이 장전을 완료한 현무철포를 들었다. 그동작이 상당히 빨랐고 지켜보던 파포라족들은 감탄했다. 그들은 앞으로 진행될 조선군과 팔기부대와의 전투에대해 긴장했다.

파포라족 총병들이 나름대로 훈련을 쌓았다해도 아직 만주의 팔기병들을 완벽하게 상대하기는 힘들었다. 왜냐하면 팔기병들은 말을타고 돌진했다. 또한 총병사격과 대열, 그리고 진형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그것이 엄청난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것을 막기위해 유럽에서는 총병부대의 주위에 기마병의 돌격을 막기위한 창병들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군은 기본적으로 화력덕후와함께 그에맞는 전투를 쓰기때문에 창병들을 두거나하지 않았다.

실제로 조선군에서는 더이상 구식의 창병부대는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총병부대가 기병부대를 막고 싸우기 위해서는 총병 개개인이 숙달되야하고 자신감이 있어야했다. 파포라족은 아직까지 그런 수준에까지 오르지 않았기에 조선군 총병들이 나서며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도 청나라 팔기부대를 이용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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