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을의 장로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했다.
이들은 마을에서 존경받는 오래된 노인들로 그들의 눈으로 다두왕국이 무너지는걸 목격했던 것이다. 실제로 파포라족의 장로들이 아니였다면 지금 조선군과함께온 오디크 왕자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다두왕국의 국왕과 왕족들이 청나라 팔기들에게 처절히 짓밟히고 학살당할때 유일하게 구출해낸 왕족이 오디크 왕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에있는 청나라군과 주둔군도 오디크 왕자만 없애버리면 다두왕국의 왕족들을 완전히 없애버릴수 있었다. 그렇게되면 다두왕국이 아무리 과거의 세력을 부활시키려해도 구심점이 없어지고 더이상의 반항도 힘들어질 테니까 말이다.
얼마후 강승호는 파포라족의 장로들, 그리고 오디크 왕자와함께 앞으로 조선이 지원하게될 여러가지 부분을 말해주었다.
“장로님들. 지금 조선의 힘과 군사력은 결코 청나라에 뒤지지않고 더 능가할 정도입니다. 만약에 조선군의 무기와 장비를 지원받게 된다면 사방으로 흩어졌던 병사들을 다시 모으고, 강력한 전투부대를 만드는것도 가능해질거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왕자님!”
오디크의 말에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승호는 이것을보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 첫번째 단계인 다두왕국의 후예, 그리고 파포라부족과의 만남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것이다. 물론 앞으로 대만에서 청나라 세력과 주둔군, 그리고 팔기들을 상대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선군과 다두왕국의 후예들과의 연합, 그리고 전투부대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 * *
“더러운 놈들아! 빨리 움직여라!”
채찍과함께 협박까지 해대는 모습-
그것에 원주민 노예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 얼마전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청나라의 팔기와 한족병사들에게 마을은 습격당했고 수많은 주민들이 학살을 당하였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도 가혹한 운명에 처해졌다.
사로잡힌 그들은 목에 올가미가 채워져서 기나긴 행군을 해야했다. 중간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팔기들이 말을타고 와서 베어버렸다.
그리고 도착한 이곳.
드넓게 펼쳐진 사탕수수 재배농장-
과거 대만을 지배했던 네델란드인들이 만들어놓은 곳인데 지금은 그보다 몇배나 넓어졌다. 원주민들을 잡아다가 강제노동을 시키는 플렌테이션 농업. 이것으로 네델란드 동인도회사는 막대한 돈을챙겼다.
그후에 대만이 청나라의 지배에 들어가고 난뒤에 청은 대만으로 지방관과 군대를 파견해서 똑같은 짓거리를 하였다.
이전에 네델란드 동인도회사가 했던것보다 더 광대한 규모의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었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원주민들의 숫자도 몇배나 늘었다.
한편 사탕수수 농장에서 원주민 노예들을 부리고 감독하는것은 본토에서온 한족들이 담당했다. 특히 조등 총독과 팔기들에게 아부하던 한족들은 이런 자리를 얻었고 노예들을 탄압하면서 이득을 챙겼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고된 노동이 겨우 끝났다. 저녁으로 주어지는 식량은 한줌도 안되었다. 이미 수많은 원주민 노예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죽어갔다.
“이놈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할당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 그렇다면 내일은 본보기로 몇명을 처리해라.”
“역시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감독관이 팔기병을향해 대답했다. 사탕수수 농장에대한 전체적인 관리와 운영은 대만에 파견된 팔기의 부대에서 담당했다.
그리고 대만에 파견된 팔기병들은 마음껏 권력을 누리며 호사스런 생활을 하였다.
“역시 이곳이 좋군. 본토에 있었으면 이런 생활은 꿈도 못꾸었는데 말이지.”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몇명의 팔기병들이 히죽거렸다. 얼마후 지친모습의 원주민 노예들은 허름한 막사로 들어갔다. 가축우리처럼 지어진 곳이고 내부에는 온갖 악취와 오물이 가득했다. 애초에 그들에게 원주민 노예들은 사람취급을 못받는 상태였다. 일하다가 죽으면 그냥 사탕수수 농장의 거름으로 사용했고 제대로된 장례식도 없었다.
오늘도 절망적인 하루를 보내고 모두가 지쳐있을때, 누군가가 천천히 말했다.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
모두의 시선이 그를향해 집중되었다.
얼마전부터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원주민 노예들은 외부에서 온 비밀연락을 받고 있었다. 이런 연락들은 원주민 노예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때 밖에서 은밀하게 전해졌던 것이다.
조선군, 노예농장을 습격하다 (02)
“내용은 무엇입니까?”
몇명이 루카도의 앞으로 다가가며 질문했다.
그는 파포라족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전사들중 한명이다. 그러나 이전 파포라족 마을이 습격당했을때 청나라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사로잡힌 것이다. 그뒤에는 이곳 노예농장으로 보내졌고 힘든 노역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루카도는 포기하지 않았고 기회를 노렸다. 이런 그의 마음에 보답하듯 얼마전 그에게 비밀편지가 도착했던 것이다.
안에있는 내용을본 루카도는 기뻐했고 새로운 희망을 가졌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파포라족과 다두왕국이 새롭게 재건중이란 것. 동시에 이들이 그가있는 노예농장을향해 기습을 준비중이란 사실이다.
“습격은 오늘밤 입니다.”
“정말입니까?”
모두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드러났다.
이윽고 루카도는 막사에 모여있는 인원들에게 몇가지 부분을 전달해 주었다. 습격이 진행될 시간은 새벽이였고 적들의 경계가 느슨한 때를 노린것이다.
동시에 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노예농장 내부에있는 인원들의 도움도 필요했다. 그때문에 조선군을 지휘하는 강승호와 파포라족의 오디크 왕자는 이같은 작전을 세운것이다. 몇가지를 전달한뒤 루카도는 막사밖에서 경비를 서고있는 한족 병사들을 살폈다.
예상대로 노예농장에 배치된 한족 병사들과 경비들은 현재 돌아가는 상황들을 모르고 있었다. 악질적인 조등 총독의 밑에서 한족 병사들은 대만의 원주민들을 더 혹독하게 다루었다. 만주족의 팔기들에게 자신들이 당한것을 보복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더러운 노예새끼들! 누가 떠들라고 했어?”
막사밖에있던 한족 병사들 몇명이 내부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그러자 루카도가 고개를 넙죽숙이며 다른 이들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한족 병사들에게 겁먹은듯 저마다 흩어지는 흉내를 내었고 이것을보며 병사들이 낄낄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루카도를 포함해 막사내의 원주민들이 싸늘한 눈길로 쳐다보는걸 알아채지 못했다.
* * *
“놈들의 경계상태는 어떤가?”
“현재까지 살펴본결과 튼튼한 편은 아닙니다.”
권영철이 강승호를향해 대답했다.
그러자 강승호는 시선을들어 정면에있는 노예농장을 확인했다.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복수를위해 준비를마친 파포라족의 전사들이 있었다.
과거에 그들의 동료들이 오디크 왕자와함께 저곳 노예농장을 습격해 부족민들을 구출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참가했던 전사들 대부분이 당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승산이 충분했다.
그럴것이 저번에는 무기와 장비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파포라족 병사들은 조선군에게 지원받은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수 있었다. 특히 100명으로 구성된 총포부대는 다두왕국의 부활을 준비하는 파포라족에게는 최강의 정예였다.
대만에있는 청나라 주둔군에도 한족병사들로 구성된 총병부대가 있었다. 하지만 한족병사들이 사용하는건 구형의 화승총에 불과했지만 파포라족의 총병부대는 조선이 지원해진 강력한 현무철포들이다. 그외에도 이번 작전에는 강승호가 지휘하는 조선군 부대도 참가하고 있었다.
조금전 보고를마친 권영철은 조선군 정찰병들과함께 목표인 노예농장의 근처까지 잠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야간에 경비를 서는 적들의 상황을 지켜본뒤에 돌아온 것이다.
“드디어 부족민들을 저놈들의 손에서 구해낼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디크 왕자의 음성이 젖어들었다.
노예농장에대한 구출작전을 시도했다가 희생된 동료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오디크왕자를 탈출시키기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희생했다. 오디크는 그들의 희생을 잊지않았다. 그리고 오늘밤의 습격작전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사삭! 어둠을 헤치면서 조선군 병사들이 나아갔다.
그뒤로 조선군에게 훈련받은 파포라족의 전사들도 있었다.
대만의 원주민들을 혹사시키는 노예농장은 주변이 통나무로 만든 목책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몇군데에 감시초소들이 있었고 그곳에 한족 병사들이 경비를서는 구조로 된 상태였다.
선두에서 나아가던 권영철이 손을 들었다. 잠시후 뒤에서 따라오던 조선군 병사들이 몇명이 다가왔다.
“먼저 저놈들부터 처리한다! 지금은 은밀하게 침투를 해야하니까 각궁과 편전을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조선군 병사들이 등뒤에서 활을 꺼내었다.
조선이 개발한 뛰어난 무기, 각궁은 총격전을 벌이는 본격적인 전투에서는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같이 은밀하게 침투하면서 적들을 해치울때에는 효과적이다.
잠시후 어둠속에서 조준을마친 조선군 병사들이 활을쏘았다.
핑! 피핑! 낮은 파공성이 몇차례 흘러나왔다. 편전으로 사용하는 애기살은 날아갈때의 소음도 적으면서 적에게는 치명적인 살상력을 발휘했다.
큭! 커억! 감시초소에있던 한족 병사들 두명이 헛기침을 삼키면서 뒤로 쓰러졌다.
“이제부터 목책으로 만들어진 저 벽을 넘는다.”
“서둘러 움직여라.”
지시를받은 병사들이 갈고리를 던졌다.
휘릭! 턱! 목책방벽의 위에 제대로 걸렸고 밧줄이 팽팽해지자 병사들이 그걸타고 올라갔다. 단시간에 수십명이 넘어갔고 이것을보던 권영철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작전은 크게 2가지로 전개된다.
먼저 권영철이 지휘하는 침투부대가 적의 경계병들을 해치우며 노예농장의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막사에 갇혀있는 대만인 원주민들, 그리고 파포라족들을 풀어주고, 이들을통해 내부에서 혼란을 만든다.
두번째로 노예농장의 정문쪽에 매복해있는 습격부대가 본격적인 공격을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하면 적들은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공격을 당하며 혼란에 빠진다.
* * *
“흐아암! 새벽이 되니까 졸리네.”
“그러게 말이야. 밤에 쉬지도 못하고 말이야. 그리고 야간에 경계근무를 받은것도 억울한데 계집년들이 있는 막사도 아니라니!”
“하긴, 그곳에 배치받으면 좋은것도 생기는데.”
몇명이 히죽거리며 농담을 시작했다.
노예농장에는 청나라 본국에서 건너온 팔기들도 있지만 그들은 야간의 경계근무를 대부분 한족 병사들에게 맡겼다.
이것에 한족 병사들이 불만이 생길수도 있지만 어쩔수 없었다.
지금 청나라를 지배하는건 만주족들이다. 그리고 팔기들의 대부분이 만주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자들이 지내는 막사에 배치를받은 넘들은 운이 좋다고하며 즐거워했다. 그럴것이 야간 근무를서며 막사내부로 들어가서 음흉한 짓거리도 하였다. 이런것들이 소문나면서 한족 병사들은 너도나도 여자들 막사에 배치되기를 희망했다.
대신에 남자들이 지내는 막사에 배치된 병사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어떤 경우에는 막사내부로 들어가서 행패를 부리거나 자고있는 사람들을 깨워서 구타를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처럼 노예농장에 배치된 한족 병사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생각하지 못하고 지배자라도 된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성질나는데, 막사로 들어가서 분풀이라도 해볼까?”
“그것도 좋겠지.”
한족 병사들이 히죽거리며 움직일려는 찰나, 어둠속에서 뭔가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누, 누구냐?”
“.....”
한족 병사가 외쳤지만 어떤 대답도 없었다.
대신 다가오던 그림자가 손을들자, 핑! 피핑! 후방에서 화살들이 날아와 두명의 가슴에 박혀들었다.
크억! 컥! 기습을당한 두명이 쓰러졌고 나머지 병사들이 당황하며 무기를 뽑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선두에있던 권영철이 나아갔다.
“멍청한 뒈놈들! 여기가 너희들의 무덤이다!”
살기를띠며 돌진해간 그가 검을 휘둘렀다.
출중한 무예와함께 전투경험도 풍부했다. 때문에 적들이 대응할 기회도 주지않았다. 단번에 3명의 한족 병사들을 베어버린 것이다. 털썩! 피를뿌리며 쓰러지는 적병들을 내려보며 권영철이 신호를 보내었다. 침투한 부대원들이 다가왔고 막사내부로 들어갔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풀려난 루카도와 막사내의 인원들이 고개를 숙였다.
권영철과 함께온 침투부대에는 파포라족의 전사들도 있었다. 그들이 설명하였고 일부는 가져온 무기들을 나누어 주었다. 무기와 장비를 지원받게되자 풀려난 파포라족의 사람들은 사기가 올랐다.
“여자들이 갇혀있는 막사는 어느쪽인가?”
“저희들이 안내를 하겠습니다.”
이윽고 준비를마친 침투부대가 어둠을 이용해 나아갔다.
* * *
“지금쯤은 저곳으로 들어간 침투부대들이 임무를 완수했을거 같군.”
강승호가 나직하게 말했다.
침투부대를 지휘하는 권영철의 실력은 확실했다. 그리고 선발된 조선군들도 경험이많은 고참들로 구성된 상태다. 한편 강승호와 오디크 왕자의 지휘에따라 다수를 차지하는 파포라족의 전투부대는 노예농장의 정문에 매복하고 있었다. 정문에도 대략 3-40명에 이르는 한족 병사들이 있었지만 기습과 동시에 충분히 해치우는건 가능했다.
잠시후 피유우웅! 노예농장의 내부에서 한발의 신호용 화살이 솟아올랐다. 그것을 확인하자 오디크 왕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권영철의 실력은 확실하군.”
강승호가 미소를 띠었고 대기중이던 부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습격을 개시한다! 지시받은대로 작전을 실시하고, 저기있는 한족 병사들이나 팔기들에 대해서는 어떤 자비도 베풀지마라.”
“알겠습니다.”
강승호의 명령에 병사들이 대답했다.
조금전 그가 내린 지시는 엄청난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전투를통해 적병을 포로로 잡기도 한다. 하지만 노예농장에있는 한족 병사들이나 만주족 팔기들은 악질중에 악질이였다.
때문에 혹시라도 항복해 온다해도 포로로 잡거나 살려둘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대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안그래도 저런 놈들을 살려두거나 포로로 잡는것도 짜증나던 참이였습니다.”
조선군 병사들이 대답하며 무장을 준비했다.
한편 갑자기 노예농장의 내부에서 솟아오른 신호용 화살로인해, 정문쪽의 한족 병사들이 웅성거렸다.
“지금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누가 들어가서 확인해봐라.”
병사들 중에서 경비조장으로 보이는 중년사내가 외쳤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릴려는 찰나, 쏴앙~ 공기를 가르며 날아온 화살이 목에 박혀들었다.
크어억! 입에서 선혈을 뿜어내며 경비조장이 쓰러졌다.
그러자 당황한 주변의 병사들이 소리쳤다.
“적이다!”
“서둘러 내부에 긴급상황을 전달해라.”
“허어억! 저기 앞에는 뭐야?”
혼란에 빠져있던 병사들중 한명이 외쳤다.
어둠을 헤치면서 무장한 조선군 병사들이 나아간 것이다.
척! 처처척! 묵직한 발걸음으로 전진해오는 조선군 병사들의 모습에 한족 경비병들이 경악했다.
몇명은 허리에서 칼을 뽑을려고 시도했고 나머지는 창을 세웠다. 근접전을 준비하는 모습 이였지만 전진해가는 조선군 병사들은 능숙하게 현무철포에 탄환을 장전해놓은 상태였다.
“전방을향해 사격준비!”
“발사!”
탕! 타타탕! 굉음이 터지며 현무철포에서 일제사격이 개시되었다. 쇄도해간 탄환들이 혼란에 빠져있던 한족 경비병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렸다.
퍽! 퍼퍼퍽! 크악! 비명이 연달아 터지며 사격을당한 병사들이 튕겨져 나갔다. 이것을보며 진격하던 파포라족의 전사들은 전의가 솟아올랐다. 조선군의 사격법과 무기는 그들의 상상을 넘을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이제는 파포라족도 조선군에게 지원받은 총포로 무장된 상태다. 비록 총병들의 숫자가 100명에 불과하지만 전투력에 있어서는 한족의 총병들을 몇배나 능가할수 있었으니 말이다.
“파포라족의 전사들은 진격을 시작해라!”
오디크 왕자가 외쳤다.
그는 조선군을통해 여러가지 훈련을 받았고 이제는 당당하게 파포라족을 지휘하는 실력자가 된것이다. 그의 지시에따라 파포라족 총병들이 현무철포를 발사하며 나아갔다.
탕! 타타탕! 조선군 총병들이 일제사격으로 충격을 준뒤에 나머지 적들에 대해서는 파포라족 총병들이 해치우기 시작했다.
조선군, 노예농장을 습격하다 (03)
“나리,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일인데 한밤중에 깨우고 난리야!”
마연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는 조금전 숙소에서 여자노예를 강제로 겁탈했다. 그뒤에 느긋한 밤잠을 즐기던 와중에 누군가가 깨운것이다. 잠시후 마연이 문을열고 나갔다. 밖에는 거친 호홉을 뱉어내던 병사들 몇명이 있었다. 그들은 한족 병사들이였고 안쪽에서 벌거벗은 여자를 확인하더니 놀랐다. 그리고 자신들이 마연의 음탕한 시간을 방해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급한 보고를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어도 상대는 그들이 감히 쳐다 볼수없는 만주족이였다. 무엇보다 마연은 이곳 노예농장을 총괄하는 소장의 위치에 있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 명령을내려 하찮은 한족 병사들 몇명은 거열형으로 찢어버릴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밤잠을 방해받은것에 소리를 질렀던 마연이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
“네놈들이 여기까지 왔으니 빨리 보고를 하여라. 만약에 쓸데없는 것으로 방해한 것이라면 그죄를 묻겠다.”
“나리, 지금 노예농장으로 적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눈치를보며 대답하는 한족병사의 모습.
이것에 마연의 표정이 굳어졌고 서둘러 다그쳤다.
“그것이 사실이냐? 그런데 쳐들어온 적들의 정체는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