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금성에있는 높은 분들께서는 총독이 대만의 관리를 잘하고 계시는지 궁금해 하십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등이 대답하며 안내를 시작했다.
얼마후 그들은 준비해둔 마차를타고 밖으로 나갔다. 주변으로 호위무사들이 동행했고 길을가던 행인들은 마차를보자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조등 총독-
그는 청의 중심인 연경(북경)에서는 기껏해야 지방의 관리들중에 한명일 뿐이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군왕처럼 대접받고 있었다. 그것도 당연했다. 대만에서 지내는 한족들, 그리고 대만에있는 원주민들까지도 그를 두려워하고 머리를 숙였던 것이다.
대만의 조선군과 네델란드의 착각
“농장들의 상황은 어떻소?”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 팔기와 병사들을 동원해서 노예들을 잡아오는 사냥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산속에서 숨어살던 야만족 놈들을 꽤나 잡아왔습니다.”
“노예사냥이라...”
“팔기들과 병사들의 군사훈련도 되고, 주둔한 부대의 무료함도 없앨겸해서 일석이조의 효과입니다.”
“과연 대단하군.”
북경에서온 칙사 탁소충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보기에 대만총독인 조등은 자금성의 권력자들이 원하는대로 일을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후 두명은 거대한 농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목에 족쇄가 채워지고 사슬로 연결된 노예들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사이로 팔기로 보이는 병사들이 채찍을 휘둘렀다.
“빨리 빨리 걸어라. 이놈들아!”
철썩! 촤악! 채찍에맞은 원주민 노예들이 쓰러졌다.
시뻘건 자국이 가득했고 비틀거렸지만 팔기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대만의 원주민들은 단지 노예일뿐 자신들같은 인간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줄지어가는 노예들이 투입된 곳은 거대한 사탕수수 밭이다.
한때 대만을 차지했던 세력은 네델란드에서 건너온 동인도회사였다. 네델란드 동인도회사는 영국령의 동인도회사보다 더 빠르게 아시아쪽에 진출했다.
특히 대만에 거점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대만인들과 원주민들을 강제로 데려다가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했다. 대만섬이 속해있는 아열대 기후에서는 사탕수수의 재배가 유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탕수수를 가공해 만들어내는 설탕은 상당한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였다. 이것으로 대만의 네델란드 세력은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이후 본토에서 건너온 정성공 세력에 네델란드는 밀려났다. 하지만 명나라 재건을 꿈꾸며 대만에서 반항하던 정성공은 청이 본격적으로 군대를 투입하자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이후에 청나라는 중앙에서 파견된 군대로 대만을 장악했다. 그리고 조등같은 총독을보내 대만을 약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농장의 크기가 엄청나군요.”
“그렇지요. 저것들이 전부 돈입니다. 저 농장들에서 수확한 사탕수수를 화란(네델란드) 놈들에게 팔면, 그놈들이 상당한 은자와함께 여러가지 물품들도 가져옵니다.”
“역시 조등총독. 당신의 수완은 대단합니다.”
탁소충이 조등의 설명을 들으며 만족했다.
연경(북경)에서는 주목도 받지못하던 하급의 만주귀족 출신을 대만으로 보낸 효과가 탁월했던 것이다. 이처럼 탁소충이 노예농장을 둘러보고 있을때, 조등의 앞으로 부하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화란(네델란드)의 상인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마침 잘되었군. 안그래도 연경에서 오신 칙사님께 우리들이 얼마나 큰 사업을 벌이고, 대청제국을위해 노력하는지를 보여드릴 기회로군.”
“화란의 상인들이라. 그들이 이곳에 자주 오는 편이요?”
“물론입니다. 올때마다 막대한 은자를 가지고, 노예농장에서 생산한 사탕수수를 구입하기위해 아부까지 해대는 상황입니다.”
“크크. 그거 좋은 광경이로군. 하긴 대청제국에 비하면 화란 따위는 기껏해야 미개한 야만족에 불과할 뿐이지.”
탁소충이 대답하며 히죽거렸다.
그는 북경에서 이름있는 만주귀족의 출신이고 자금성에서도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었다. 때문에 한족들을 우습게 보면서 청나라를 최고의 제국이라 생각하는 오만함까지 가졌던 것이다.
다만 몇년전 벌어졌던 아편전쟁을통해 탁소충을 포함한 만주귀족들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미개한 서양 오랑캐 놈들에게 청나라가 굴복했고 치욕적인 난징조약까지 맺었으니 말이다. 그런가운데 같은 서양오랑캐에 속하는 화란(네델란드)의 상인들이 대만에서 굽신거린다는 말을듣자 구겨졌던 자존심이 조금은 회복되는 느낌이였다.
얼마후 탁소충과 조등은 부하들의 안내를받으며 나아갔다.
* * *
덜컹! 덜컹! 길게 늘어선 마차들.
대부분은 짐을 싣기위해 화물칸이 비워져 있었다. 하지만 앞쪽에있는 마차에는 몇개의 상자들이 있었고 주변으로 머스켓 소총을든 네델란드 병사들 몇명이 경비를 담당했다.
그럴것이 이 마차와 상자들에는 조등에게 건네줄 은괴들이 가득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마차를 경비하는 이들은 노예농장을 방문한 네델란드 상인들에게 고용된 병사들이다. 과거에는 네델란드군에서 활동하다가 더많은 돈을준다는 계약에따라 용병으로 일하는 것이다.
다만 노예농장으로 향하던 상인 라이너의 표정은 구겨졌다. 그럴것이 지금상황은 결코 만족스런게 아니다.
“이번에 조등 총독놈이 사탕수수의 가격을 올려버렸는데, 이런식으로가면 오히려 손해만 생길 뿐입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어쩌겠나? 일단은 그놈에게 사탕수수를 구입하는것이 최선의 방법중에 하나인데.”
“본래 여기 타이완(대만)은 우리들 네델란드가 차지했던 땅인데, 미개하고 더러운 청크(청나라)놈들이 여기서 주인행세를하고 있다니!”
라이너가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동방에서 활동중인 네델란드 상인들중에 한명이다.
그리고 동료들과함께 조등에게서 주기적으로 대량의 사탕수수를 매입하고 있었다. 다만 대만에서 개척되고 만들어진 사탕수수 농장들의 대부분이 원래는 네델란드가 과거에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당시 네델란드 상인들과 동인도 회사는 대만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를 공짜로 얻었고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그런데 지금은 청나라가 대만을 차지하면서 과거에 공짜로 얻었던 사탕수수를 막대한 돈을주고 사야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네델란드 상인들이 사탕수수 거래를통해 벌어들이는 이득도 크게 줄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등 총독이 더많은 돈을 챙기기위해 네델란드 상인들에게 판매하는 사탕수수의 가격을 더 올리겠다고 통보해 버렸다.
“돼지같은 놈이! 기껏해야 미개한 청크 주제에 우리를 상대로 가격을 올리다니. 이런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봐야하는 것입니까?”
라이너가 옆의 동료에게 항변했다.
이윽고 두명의 대화를 듣고있던 후방의 볼프강이 천천히 말했다. 그는 앞에있는 두명의 상인들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그리고 조등 총독을 상대하는 네델란드 상인들중에서 직위가 높았다.
“먼저, 자네들의 불만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있네. 안그래도 조등 총독때문에 우리들의 이득이 엄청나게 줄었네. 동시에 이것은 한때 타이완을 점령했던 네델란드의 동인도회사에게도 쓰라린 부분이지.”
“맞습니다. 과거 대항해시대에 바다를 주름잡고 누볐던 네델란드가 겨우 타이완의 총독따위에게 굴복하다니! 이건 있을수없는 상황입니다.”
라이너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용병으로 참가했던 네델란드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도 과거에 네델란드가 대만을 차지하고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던 부분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대만의 원주민 여자들, 심지어는 한족의 여자들도 네델란드 병사들의 노리개감이였다. 동시에 병사들도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했던 것이다. 한동안 사탕수수 농장쪽을 바라보던 볼프강이 냉소를 지었다.
“어차피 지금같은 상황도 오래가지는 않을걸세.”
“혹시 좋은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당연하지. 네델란드 본국, 그리고 동인도회사에서도 현재의 상황에 만족한건 아닐세. 당연히 대만에서 엄청난 이득이 생기는데 이걸 우리들이 손에 넣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네. 때문에 타이완을 다시 공략하기위한 준비를 진행중에 있지.”
“오오~ 그것이 정말입니까?”
“하지만 타이완에는 청나라의 세력이 강한데, 쉽지않을거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있지. 때문에 본국과 동인도회사에서는 새로운 동맹을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네.”
“동맹이라... 누구입니까? 혹시 영국입니까? 하지만 그 콧대높은 영국이 네델란드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어차피 그놈들에게 말해봐야 비웃음만 당할뿐이지. 그렇지만 타이완에 욕심내는 국가가 없는건 아니지. 과거에는 여기 타이완을두고 우리쪽 네델란드와 경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둘다 타이완에서 거점을잃고 쫓겨나버린 상황이니까. 따라서 그놈들도 아쉬운건 사실이지.”
“우리와 경쟁을 했다면... 역시 스페인 놈들이군요.”
“그렇네. 녀석들이 현재 필리핀을 차지하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타이완에대한 욕심도있는 셈이지. 어쨌든 그놈들과 협력을 하게되면 타이완을 탈환하는게 불가능한 부분도 아니지. 다만 그것을위해 스페인에게 타이완에서의 이권도 상당부분 나눠줘야 할거지만 지금보다는 상황이 더 좋아질건 분명하네.”
“확실히 스페인이 참가한다면 타이완에있는 청나라 놈들도 충분히 상대할수 있습니다. 어차피 청나라 놈들이 자랑하는 팔기인지 뭔지하는 기병부대만 해치우면 나머지 놈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할 테니까 말이지요.”
라이너가 대답하며 주먹을 쥐었다
몇년전 아편전쟁을통해 영국이 청나라 정예군을 박살낸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네델란드와 스페인이 영국군을 상대로는 힘들지만, 한수아래인 청나라군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가능할수 있었다. 동시에 대만에있는 청나라의 부대는 본토에있는 팔기군처럼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한것도 아니였다. 숫자도 훨씬적었고 상당수가 한족병사들로 구성된 2선급의 부대였다.
“볼프강님의 말을 듣고보니, 앞으로의 상황이 기대가 되는군요.”
“아무튼 그때문에 동방에서 활동하는 네델란드 상인들, 그리고 동인도회사의 핵심들과 연계가 필요하지.”
“타이완을 다시 손에넣을수 있는거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가치가 있지요.”
라이너가 대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경멸하는 청나라와 총독인 조등 따위에게 대만의 엄청난 이권과 막대한 이익을 내줄수는 없었던 것이다.
얼마후 그들은 사탕수수 농장에 도착했다.
“어서들 오시요. 이번에도 당신들을위해 충분한 양의 사탕수수들을 수확해서 준비해 두었소.”
“언제나 우리들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볼프강이 대표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네델란드 상인들의 모습에 곁에있던 북경의 칙사, 탁소충이 히죽거리며 좋아했다. 잠시후 총독인 조등이 탁소충을 소개하자 볼프강은 그에게도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해주었다.
‘역시 서양 오랑캐 놈들은 돈앞에서는 간이고 쓸개도 다 가져다 바치는구나. 자존심도 없는 미개한 놈들. 크크크.’
볼프강의 인사를 받으며 탁소충이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하지만 겉으로 인사를 해주던 볼프강과 그뒤의 라이너는 음흉한 시선을 교환했다. 앞으로 대만에 네델란드와 스페인이 연합해 들어오면 여기 눈앞에있는 청나라 놈들부터 먼저 목을베고 창자를 끄집어내어 죽이겠다고 말이다.
얼마후 거래가 진행되고 네델란드 상인들이 가져온 엄청난 양의 은화들을 확인한 탁소충의 두눈이 커졌다.
“조등 총독. 당신말대로 대만의 사탕수수 농장과 사업은 정말로 엄청난 돈이 되는군.”
“물론이지요. 그리고 이번에 칙사께서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당연히 총독이 저로서도 기쁜 마음으로 대접을 해드려야 할거 같습니다.”
“커험. 뭐 그정도까지...”
조등의 말에 탁소충이 몇차례 헛기침을 했지만 거부하는 표정은 아니였다. 동시에 조등은 뇌물을통해 북경에서온 칙사 탁소충을 충분히 구워삶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볼프강이 두명을 싸늘한 표정으로 지켜보는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차피 네놈들은 파리목숨일 뿐이다. 그때까지 열심히 우리들이 준 은화나 챙기면서 즐겨라. 나중에는 네놈들의 배를 가르고, 여태까지 준 은화들을 모조리 받아낼 테니까.’
볼프강과 라이너는 네델란드가 대만을 다시 차지하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하지만 두명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조등 총독과 칙사인 탁소충을 비웃는 사이에 대만내의 다른 곳에는 이미 서해함대와 조선군이 상륙을 마쳤다는 것.
그리고 대만 공략을위한 새로운 작전을 진행중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두명은 대만에서 단지 청나라 주둔군만 해치우면 대만이 네델란드의 것이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강적은 조선군이였고, 대만에 거대한 태풍을 몰고올 존재들이였다.
조선군, 노예농장을 습격하다 (01)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직접 와보니, 대만의 산림지대는 울창하군요.”
“서부쪽 보다는 동부쪽이 더 험준하다고 하더니, 그것도 사실이군. 아무튼 이런 험준한 산맥들이 있다보니 대만섬의 토착민들도 지금까지 청의 팔기들에게 몰살당하지 않고 버틸수 있었던거 같군.”
권영철을향해 강승호가 말했다.
그는 본래 서해함대에 속해있었다. 또한 경험과 실력도 출중했기에 이번에 대만으로 파견된 선발대의 지휘를 맡게된 것이다.
선발대는 1000톤급에 이르는 기열함 1척과 4척의 증기판옥선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열함과 증기판옥선들의 내부에는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스크류형 증기기관들을 장착했다. 때문에서 조선에서 출발한 서해함대의 선발부대는 큰 어려움없이 대만의 동쪽해안에 도달했던 것이다.
과거에 조선의 판옥선들은 기껏해야 근해에서만 항해가 가능했다. 그리고 평저선이라는 약점때문에 대만까지 이동하는 항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새롭게 개조된 증기판옥선들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했다. 동시에 첨저선으로 개조하면서 강력한 증기기관까지 장착해 항해능력을 높였던 것이다.
이제 조선해군은 본격적인 대양해군을위한 단계를 진행하는 중이였다. 그리고 이번에 진행된 대만에대한 상륙과 선발대의 작전은 조선해군과 서해함대의 능력을 시험하는 중대한 기회였다.
이윽고 강승호가 선두에서 일행들을 안내중인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하께서 보내신 어명대로 대만에서 다두왕국의 후예와 왕족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아직까지 살아있다는게, 조선에게는 상당히 큰 기회가 될거같군.’
다두왕국의 후예인 오디크 왕자.
그는 얼마전 서해함대의 선발대가 구해낸 청년의 정체였다.
처음에 선발대가 그를 발견했을때 그는 대만섬에 살고있는 원주민들의 복장을하고 있었다.
선발대가 거점을삼은 장소에 도착한뒤에 쓰러졌고 부상도 심했다. 때문에 먼저 선발대의 기함인 상무함에 옮겨서 치료하고 안정을 취하도록 하였다.
이후에 오디크는 깨어났고 자신이 타고있는 배를 확인했다.
한편 오디크 왕자는 어릴때부터 영특했고 자신이 속해있는 파포라족의 언어외에 중국어도 가능했다.
그에따라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럴것이 대만에온 선발대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인원들이 제법 있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여기에는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 예조에서 파견된 관원들, 그외에 역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후 오디크와의 대화를통해 구출해낸 청년이 다두왕국의 후예란것을 알게되자 강승호는 이사실을 한양에 보고했다.
“그런데, 본국에서는 어떤 지시가 내려온 상황입니까?”
“전하께서는 최우선으로 대만에서 다두왕국이 부활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네.”
“다두왕국이라...”
“그렇네. 현재 사방으로 흩어져 명맥만 유지중인 대만의 토착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려면, 다두왕국의 부활이 첫번째인거 같으니 말일세.”
강승호가 대답했다.
본국인 조선에서 내려온 첫번째 지시사항.
이것은 철종의 의지가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지시사항의 첫번째는 이전에 몰락했던 원주민들의 국가인 다두왕국을 부활시키는데 지원하라는 것이였다.
다만 대만으로 파견된 함선들, 그리고 지금 강승호가 지휘하는 선발대의 병력들 만으로는 쉽지않았다. 때문에 조선에서는 추가로 지원병력을 보내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금은 선두에서 길을 안내중인 오디크 왕자와함께 다두왕국의 후예들을 먼저 만나는것이 중요했다.
“오디크 왕자! 당신의 부족들이 있는 마을까지는 어느정도 남았소?”
“이제 거의 도착한 상태입니다.”
길을 안내하던 오디크가 대답했다.
그의 표정에는 절망대신 기대감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구해준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들이 입고있는 군복이나 타고온 배들도 너무나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크가 알고있던 청나라 군대와는 틀렸다.
얼마후 대화를통해 이들이 조선에서 왔다는 사실을듣자 놀랐다.
조선이란 국가에 대해서는 얼핏 소문으로만 들은것이 전부다.
거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청제국의 동쪽에있는 국가.
하지만 조선군과 그들이 타고온 배들까지 볼때 모든것이 청제국보다 뛰어났다.
만약에 조선의 도움을 받는다면 청나라 놈들에게 죽어간 부모님의 원수를갚고 멸망한 다두왕국을 다시 재건할수 있다는거.
얼마후 길을 인도하던 오디크 왕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목에 걸려있던 뿔피리를 불었다. 처음부터 정해진 신호에따라 장단을 맞추었고 울창하게 가려진 수풀의 사이로 한두명씩 원주민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님. 비록 저들의 무기는 조선군과 비교하면 구식이고 보잘것 없지만 군기와 체계는 제대로 잡혀있군요.”
“그렇군. 여기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네.”
하나둘씩 나타나는 원주민 전사들을보며 강승호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들의 대응과 전의를 확인하며 강승호는 이들이 청군의 압박과 공격에서도 살아남은 이유를 알거같았다.
* * *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
강승호를 비롯한 조선군 병사들은 마을의 주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수 없었다. 하지만 이방인인 자신들을 적대하는 눈빛이나 표정은 아니였다. 그것보다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더 많다고 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파포라 부족은 죽은줄로 생각했던 자신들의 지도자 오디크 왕자가 살아돌아온 사실에 기뻐했다.
때문에 오디크 왕자와 같이온 조선군에 대해서도 친밀감을 가졌고, 이런것을 표시했다. 일부는 조선군 병사들이 들고있는 현무철포와 각궁등을보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대장님. 지금까지는 청나라 뒈놈들이 조선에 대해서 상국처럼 행세하며 조선을 우습게 여긴것에대해 분노했지만, 여기에 와보니 청나라 놈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사악한 짓거리를 해왔는지 충분히 알거 같습니다.”
“어쩌면 여기있는 대만의 원주민들과 파포라 부족들은 조선인들보다 더 혹독하게 청나라와 팔기들에게 탄압당하고 학살당해왔던 것이네.”
“그렇군요.”
권영철을 포함해 조선의 병사들은 겨우 목숨만 유지하고 있는 파포라족과 대만 원주민들을보며 청나라에대한 분노를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대만을 조선의 전략거점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왔다. 그러나 선발대로 와서 이곳 원주민 부족들의 생활과 모습을보니 대만에서 청나라의 세력과 주둔군을 몰아내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것이다.
얼마후 일행들은 오디크 왕자의 안내를따라 마을의 중심에있는 광장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파포라족의 장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돌아온 오디크 왕자를향해 눈물까지 흘리며 맞이했고 같이온 조선군 지휘관 강승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들이 조선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디크 왕자까지 구해주시다니. 당신들은 우리들 파포라족의 은인들 입니다.”
“아닙니다. 마침 운이 좋았기에 우리들이 오디크 왕자와 만났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강승호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것에 파포라족의 장로들은 크게 감명을 받았다. 자칭 대국이고 황제국이라 칭하면서 대만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고 학살을 해대던 청나라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얼마후 장로들의 지시에따라 부족원들이 방문한 조선군에대해 환영을 준비하였다.
* * *
“그것이 정말이십니까?”
“전하께서는 현재의 대만상황을 바꾸기위해 큰 전략과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그중에는 과거 대만에서 정통성있는 국가로 있었던 다두왕국이 청나라에게 무너진것을 상당히 아쉬워하고 계십니다. 따라서 대만에대한 첫번째 부분으로 전하께서는 먼저 여러분들과 다두왕국의 후예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시고, 동시에 다두왕국의 재건을위해 조선이 힘껏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신것입니다.”